고예나 지음
쪽수 | 384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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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형 | 140*212 |
ISBN | 979-11-6861-215-0 03810 |
가격 | 18,000원 |
발행일 | 2023년 11월 24일 |
분류 | 역사소설 |
*2024년 상반기 올해의 청소년 교양도서 추천도서
책소개
1919년, 카페 ‘경성 브라운’을 중심으로
사랑과 배신 그리고 신념을 위한 투쟁이 펼쳐진다!
고예나 소설가 12년 만의 역사 소설 출간
2008년 ‘오늘의 작가상’을 받으며 작품활동을 시작한 고예나 소설가가 새로운 역사소설 『경성 브라운』으로 돌아왔다. 고예나 소설가는 쉽고 빠르게 읽히는 문장과 유쾌하고 특색 있는 대사 등으로 현대인의 사랑과 생활을 그리며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그런 그가 시대를 거슬러 1919년, 일제강점기 시대에 나라를 빼앗긴 청년들의 삶과 사랑을 『경성 브라운』을 통해 그려 보인다. 고예나 소설가는 유튜브 채널 <고 작가의 휴먼 레코드>를 통해 근현대사라는 역사 속에서 잊혀진 인물들, 영웅이 아닌 보통의 사람들을 소개하고 있는데, 이러한 활동을 하게 된 계기도 이 소설을 집필하면서이다.
『경성 브라운』은 일제강점기 카페 ‘경성 브라운’의 여급 홍설과 혁명의 기회를 노리는 독립운동가 요한, 그러한 요한을 뒷받침하는 궁녀 출신 기생 명화, 친일파 이완용의 손자인 한량 미스터 리, 네 명의 인물을 중심으로 일제강점기 조선의 혼란스러운 상황과 독립운동의 과정을 소설로 풀어냈다. 독자는 그 과정에서 일어나는 인물들 간의 사랑과 갈등, 그리고 나라를 빼앗긴 당시 조선인들의 마음과 생활상을 엿볼 수 있다. 100년 전, 일제에 핍박받던 조선인들의 생활만큼이나 생과 삶의 방향을 치열하게 고민했던 당시 청년들의 마음을 작가는 이 소설을 통해 생생하게 그린다.
온갖 문물이 혼재된 도시 경성,
진고개 최고의 번화가에 자리한 카페 ‘경성 브라운’
때는 1910년대 후반, 일제강점기 경성에는 서양과 일본에서 들어온 진기한 물건들과 조선의 문화가 뒤섞이고, 일본의 순사와 가난한 조선 걸인, 부유하고 부패한 인사들이 혼재했다. 진고개에 위치한 카페 ‘경성 브라운’에서 일하는 여급 홍설. 그의 과거 모습을 기억하는 두 남자, 요한과 미스터 리는 자신의 마음을 빼앗았던 홍설을 이곳 경성에서 다시금 발견한다. 예전에 온몸을 던져 자신을 구해주었던 요한과 경성 생활을 접고 동경에서 새로운 삶을 살아보자 권유하는 미스터 리. 그러나 두 남자와의 조우에도 불구하고 홍설은 더 중요한 일을 앞두고 있었는데 바로 궁에 갇혀 감시를 받는 고종의 처소에 가배를 올리게 된 일이다. 황제의 처소에 자신의 가배를 올릴 수 있다는 기쁨도 잠시 그는 고종에게 망명을 위한 ‘소낙비’ 작전에 합류해달라 제안받는다. 목숨을 걸어야만 하는 위험천만한 작전과 마음이 이끌리는 사내, 찬란한 미래를 위한 동경행을 놓고 갈등하는 홍설. 과연 홍설은 혼란스러운 시대 속에서 어떤 선택을 하게 될 것인가.
경성의 봄과 아주 보통의 독립운동가들
독립운동가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굳건하고 강인하게 목숨을 바친 위인의 모습을 떠올린다. 흔들리지 않는 신념과 기개를 통해 나라를 지키고자 한 위대한 인물들. 『경성 브라운』의 인물들은 그러한 영웅적인 모습의 독립운동가들과는 사뭇 다르다. 나라를 잃은 청년으로서 비통해하면서도 혼란한 정세에 사랑과 질투의 감정을 느끼고, 거사를 앞두고는 죽음이 두려워 방황하기도 한다. 또, 친일파 아버지 밑에서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고뇌하며 괴로워하기도 한다. 『경성 브라운』의 인물들은 혼란스러운 시대 속에서 사랑에 대해 고뇌하고 나라의 안위에 불안해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선의 독립을 위해 두려움에 맞서 투쟁한, 아주 보통의 영웅들이다.
고예나 소설가는 이러한 보통의 청년 영웅들의 에피소드를 가독성 있는 문장, 상황에 알맞은 묘사, 흡인력 있는 전개 등으로 표현하였다. 또한 충실한 자료조사를 바탕으로 일제강점기 시대 경성의 문화와 풍경은 물론, 청년들의 심리와 독립운동에 얽힌 사건들을 생생히 그려냈다. 특히, 고종, 이완용, 신철 등 실존하는 인물들을 등장시키고, 역사적 사건을 모티프로 갈등을 고조시켜 소설 속 사건에 생동감을 더했다.
1910년 후반과 지금의 청년들에게는 같은 질문이 주어진다. 하 수상한 시대에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참혹한 시대, 미래에 대한 불안과 절망 대신 정의와 희망을 선택한 청년 영웅들의 이야기를 통해 이 질문에 대한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인물소개
홍설
동경에서 하층민의 삶을 살던 홍설은 자식의 죽음으로 인해 자살을 결심한다. 그러다 얼굴도 모르는 은인을 만나 목숨을 구하게 되고 조선에서 ‘경성 브라운’의 여급으로서 새로운 인생을 살게 된다. 은인(요한)이 죽었다고 생각한 홍설은 조선에서 만난 요한에게 알게 모르게 호감이 싹튼다.
요한
동지들과 큰 뜻을 품고 동경으로 건너가지만 모두 죽고 자신만 살아남자 죄책감에 시달린다. 자살을 결심하지만 한 여인의 목숨을 구해준 뒤 자신도 살아가기로 결심, 조선으로 돌아와 독립군의 본분을 숨긴 채 방물장수와 기둥서방 등 여러 가면을 쓰며 살아간다. 홍설에 대한 자신의 짝사랑을 숨기며 살아가지만 거사날이 다가오자 사랑과 대의를 두고 갈등한다.
명화
황제의 수라상을 들던 나인이었지만 국운이 다하자 저잣거리의 기생으로 생활한다. 요한을 짝사랑하여 홍설을 질투하지만 정의롭고 현명하다.
미스터 리
이완용의 손자라는 사실을 숨기고 사는 부유한 도련님. 홍설을 사랑하게 되면서 전에 없던 애국심이 싹튼다. 홍설을 두고 요한과 경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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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P.79
“우리의 공통점이 하나 더 늘었구려.”
“예?”
회상에 젖은 홍설의 얼굴이 단박에 현실로 돌아왔다.
“가배를 좋아하고, 덜 익은 고기를 좋아한다는 공통점 말이오.”
‘이 자는 상대가 미소를 잃지 않게 하는 재주가 있구나.’
홍설은 입가에 번지는 웃음만큼이나 마음 한구석이 무거워졌다.
“홍설 씨는 좋아하는 이성상이 어떻게 되오?”
“친일파만 아니면 됩니다.”
“케켁...”
미스터 리는 갑자기 목에 사레가 들렸는지 연신 헛기침을 했다. 홍설은 못 본 척 태연하게 접시를 비워나갔다.
P.139
미스터 리는 전속력을 다해 줄행랑을 치기 시작했다. 호흡이 가빠지고 심장이 조여오는 고통이 밀려왔지만 멈출 수 없었다.
전차에 올라탄 그는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고개를 드니 원 지사가 옆에서 자신을 쏘아보고 있었다. 그 옆에도, 또 그 옆에도 수십 명의 원 지사가 자신을 노려보았다. 천하의 매국노. 더러운 피. 욕설과 함께 돌팔매질이 날아왔다. 미스터 리는 가슴을 움켜쥐었다. 숨이 쉬어지지 않았다. 전차에서 굴러 떨어진 그는 동경 거리 한복판에서 있는 힘껏 비명을 내질렀다. 그러나 억겁의 원죄는 조금도 밖으로 새어 나오지 않았다.
P.210
“내가 경솔했소. 죽을 목숨인데 술도 마음대로 못 마시나 싶어 그런 것이니 부디 용서해주시오.”
요한의 음성은 떨리고 있었다. 명화는 그런 그를 차마 바라볼 수 없었다. 자신이 아는 요한은 항상 결단력 있고 거침없는 사내였다. 그런 그가 동요하고 있었다. 갈대처럼 흔들리고 있었다. 김구 선생에게 사형선고나 다름없는 말을 들었으니 마음의 갈피를 잡을 수가 없어 생전 보지도 않던 신수를 보고 왔으리라. 그러나 혼란만 가중될 뿐, 무엇으로 그의 마음을 달랠 수 있단 말인가. 무엇이 그의 마음을 추슬러줄 것인가.
그때 명화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그녀는 잠시 주저했으나 이내 고개를 들었다.
“술이 아닌 다른 음료를... 드시러 가는 게 어떻겠습니까...”
P.228
“다가오는 21일 저녁 7시, 친일파 대신들을 동반한 영친왕 부부가 경부선을 타고 떠날 것이다.”
황제는 이완용에게 들은 그대로 홍설에게 전했다.
“예상대로 야간에 움직일 모양이군요.”
관부연락선을 타본 경험이 있는 홍설은 승객들이 주간보다 야간을 선호한단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12시간 가까이 걸리는 여정이니만큼 지루함을 견디기에는 잠만큼 좋은 게 없기도 했다. 특히나 1등실은 휴게실과 식당까지 완비되어 있어 행장을 풀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세간의 이목이 거기로 쏠리는 그날이야말로 짐이 움직이기에 적기 아니겠느냐.”
홍설의 낯빛이 단박에 급물살을 탔다. 황제는 ‘소낙비’를 실행하겠다고 선언하고 있었다.
P.343
조선독립만세 대한독립만세 대한제국만세 등 제각기 부르던 구호는 곧 하나로 통일되었다. 누군가 흰 천에 대한독립만세라고 붓으로 써내린 독립기를 꺼냈다. 미처 준비 못 한 이들은 모자를 흔들었다. 붉고 퍼런 태극기가 등장하자 곳곳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까막눈인 아이도, 허리가 굽은 노인도, 젖먹이를 업은 아녀자도, 한복 차림의 기생도, 단발머리의 신여성도, 몰락한 양반도, 지게에 놋그릇을 진 장사꾼도, 땅뙈기 없는 소작농도 하나가 되어 같은 말을 원 없이 부르짖었다. 대한독립만세라는 단어가 입에서 발음되는 순간 이들이 느끼는 해방감이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그저 여섯 음절을 외친 것뿐인데 자신의 정체성이 절로 증명되었다.
추천사
『경성 브라운』은 경쾌하게 시작한다. 산미가 살짝 도는 연한 커피에 비유해도 될까? 주인공 네 사람은 모두 젊고, 매력적이고, 요령이 좋으며, 어디 가서 말로 질 사람들이 아니다. 일제라는 상황이 그들의 머리 위를 짓누르고는 있으나 작가는 신문물이 주는 활기와 격동기의 에너지, 바로 그 순간 다양한 인물 군상들이 품었을 당대에 대한 평가와 감각을 놓치지 않는다. 실존했던 역사 속 인물들이 픽션 캐릭터들과 자연스럽게 대화하고 논쟁을 벌인다. 초반 몇몇 장면들은 꽤 유쾌하기까지 하다. 소설은 독자들을 그렇게 끌어들인 뒤에야 네 남녀의 어두운 사연들을 소개하고, 그들이 휘말리게 되는 두 가지 음모를 풀어놓는다. 이야기는 얽히고 꼬이고 흥미진진해지면서 점점 무거워진다. 실제 역사가 어떻게 진행됐는지 아는데도 결말이 궁금해서 참을 수 없게 된다. 그리고 주인공들도, 독자들도 어려운 질문 앞에서 선택을 해야 한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에필로그에서는 어떤 커피 향보다 진한 여운이 독자들을 기다린다. _장강명(소설가)
저자 소개
고예나
1984년 부산 출생. 서울예대 문예창작학과 졸업. 이십 대 중반에 『마이 짝퉁 라이프』로 오늘의 작가상을 수상하며 등단했다. 그 외 장편소설 『우리 제발 헤어질래』, 『클릭 미』를 펴냈다. COVID-19가 세계를 강타하기 전 소설을 구상했다. 탈고를 끝내니 전염병이 물러갔다. 현재 유튜브 채널 <고작가의 휴먼레코드>에서 휴먼 스토리텔러로서 소설에 못다 한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목차
가면놀이
특별한 손님
봄비는 꿈결처럼
장마가 지나간 자리
추풍낙엽을 따라 흘러가듯이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1919, 경성의 봄
아름다워 이름난 꽃
에필로그
작가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