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로마인 이야기 : 중세 유럽의 설교 예화집

찰스 스완 지음|장지연 옮김
쪽수
224쪽
판형
127*188
ISBN
978-89-6545-258-4 03890
가격
14000원
발행일
2014년 6월 30일
분류
기독교 역사

책 소개

셰익스피어, 보카치오, 초서에게 영감을 불어넣은 중세 예화문학의 정수


2014년 08월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큰 관심과 환영을 받았다. 교황을 ‘록스타(rockstar)’라고 부르기도 하는 현재와는 달리 중세 유럽에서 교황은 말 그대로 황제였고, 기독교의 영향력 역시 막강했다. 종교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중세 유럽인들의 삶을 잘 보여주는 가치 있고도 흥미로운 이야기 모음집인 『로마인 이야기』(Gesta Romanorum)가 출간되었다. 13세기 말에서 14세기 초에 편집되었다고 추정할 뿐 저자나 편찬 시기는 명확하지 않으며, 다양한 판본과 필사본이 존재하는 『로마인 이야기』는 동양과 서양의 이야기 전통의 융합, 대중적 이야기의 기독교화 확립, 중세 후기 로망스와 알레고리 문학의 발전에 기여했다는 점에서 유럽 문학사에서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15세기 이후 『로마인 이야기』에 나오는 모티프들이 포함된 대표적인 문학 작품으로는 보카치오의 『데카메론』, 제프리 초서의 『켄터베리 이야기』, 셰익스피어의 『베니스의 상인』 등이 있다.

 


일상 속의 성스러움을 발견하게 하는 신비로운 고전


『로마인 이야기』는 중세 유럽의 설교 예화집이다. 이해하기 쉬운 예를 통해 교훈을 전하는 방식의 이야기들을 예화라고 하는데, 13세기 이후 기독교적 맥락에서 예화를 사용하는 경우가 급격히 늘었다. 중세 후기에 설교용 예화 모음집이 다량 유통되는 동안 각 이야기의 끝에 기독교적 해석을 더하는 형식으로 자리 잡았기에, 이 책도 전통을 따라 40편의 이야기말미에 해설을 덧붙이는 방식으로 구성하였다.


『로마인 이야기』의 교훈은 하느님의 섭리, 현세의 덧없는 삶과 죽음 후의 영생, 교인이 지켜야 할 기본 덕목, 진실한 믿음과 같은 기본적인 기독교 교리들이다. 그러나 당시 성직자들은 평범한 신자들에게 종교적, 도덕적 가치를 쉽게 전달하기 위해 성서 이야기뿐만 아니라 비기독교적이고 통속적 이야기에도 기독교적 해석을 가미해 사용하였다.


플리니우스(Plinius) 황제에게는 세 명의 아들이 있었는데, 황제는 이들을 매우 사랑하였다. 그는 자신의 나라를 물려주기를 원하였고 세 명의 아들을 불러 이와 같이 말하였다. “너희들 중 제일 게으른 자가 이 나라를 물려받을 것이다.”

첫째 아들이 말하였다. “그러면 왕국은 당연히 제 것입니다. 왜냐하면 저는 불 옆에 앉아 있다가 다리를 빼내는 것이 너무 귀찮아서 다리가 불타버렸기 때문입니다.”

둘째 아들이 말하였다. “왕국은 당연히 제 것입니다. 왜냐하면 제가 밧줄에 목이 매달려 있고 손에 칼이 있어도 저는 너무 게을러서 손을 들어 밧줄을 끊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셋째 아들이 말하였다. “왕국은 제 것입니다. 왜냐하면 저는 형님들보다 더 게으르기 때문입니다. 제가 침대에 누워 있을 때 물이 한 방울씩 제 눈으로 떨어졌습니다. 계속해서 떨어지는 물방울 때문에 눈이 멀 지경이 되었어도 저는 머리를 오른쪽으로나 왼쪽으로 조금이라도 돌릴 수 없었습니다.”
이 말을 들은 황제는 셋째 아들이 제일 게으르다고 판단하고 그에게 왕국을 물려주었다.

―친애하는 이여, 왕은 악마를 상징하며, 세 명의 아들은 타락한 인간의 각기 다른 부류들을 상징한다.(「이야기19 게으름」 전문)

『로마인 이야기』 역시 종교적 이야기보다는 일반 민담에 가까운 이야기들이 더 많이 수록되어 있다. 이는 대중의 관심을 쉽게 끌 수 있거나 이미 잘 알려진 이야기들을 통해 종교적 교훈을 이끌어내는 것이 딱딱한 교리 교육보다 훨씬 더 효과적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이야기 모음집이라는 특성상 일관된 주제에 얽매이지 않고 다양한 이야기를 한 권으로 묶었다. 제목 『로마인 이야기』에서 알 수 있듯 많은 이야기가 로마 황제나 기타 인물의 실명을 드러냈지만 등장인물이나 시대적 배경은 로마와 아무 상관이 없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는 시대적으로 동떨어진 인물들이 같이 등장하는 경우도 있다.


소크라테스는 심히 낙담하고 좌절한 나머지 근처의 숲으로 들어가서 소리치며 괴로워하였다. 그때에 알렉산더 대왕이 그 숲에서 사냥을 하고 있었고, 대왕의 수행원 중 한 병사가 철학자를 보고는 그에게로 말을 달려가 물었다. “당신은 누구요?” 소크라테스가 대답했다.“나는 내 주인의 하인이오. 그리고 내 주인의 하인은 당신 주인의 주인이오.” (「이야기 11 소크라테스」 중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지혜를 읽는 방법


역자 장지연 교수는 『로마인 이야기』의 라틴어 원저명인 Gesta Romanorum(게스타 로마노룸)은 직역하면 ‘로마인들의 업적’이 되지만 역사적 사실이 아닌 허구이며 개인의 업적을 다루는 이야기가 아니므로 ‘로마인 이야기’로 번역하였고 밝혔다. 중세 유럽은 사회 전 영역에 걸친 종교의 영향력으로 인해 암흑시대로 불리기도 하지만 당시 사람들이 자신의 눈을 가리는 어둠을 배척하는 대신 경외하였다는 사실, 보이지 않는 신성함을 일생에 걸쳐 의심 없이 믿고 따랐다는 사실은 흥미롭다. 현명한 독자들이라면 『로마인 이야기』속에 숨겨진 눈으로는 볼 수 없는 믿음, 오래된 많은 지혜와 교훈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지은이 소개

편저자 : 찰스 스완(Charles Swan, ?~1838)


영국 링컨셔 출신의 목사. 케임브리지 대학교 졸업, 1824년부터 1825년까지 캠브리안 군함(HMS Cambrian)의 군목 역임. 1831년에 스탬포드의 성 마이클 교회(St. Michael’s Church)의 교구목사로 부임.


역자 : 장지연


서울대학교 영어영문학과 졸업. 런던대학교 고전학과 학사와 석사 졸업. 케임브리지 대학교 박사.(고전학, 중세 라틴어 문법학 전공) 서울대학교, 연세대학교 강사. 현재 부산외국어 대학교 지중해지역원 HK조교수로 재직 중. 주요 논문으로는 「『로마인 이야기Gesta Romanorum』의 동양이야기 전통」, 「『바를람과 요사팥』 라틴어 두 판본의 비교」, 「『일곱 현자 이야기』, 『센데바르』, 『신드반』 비교 연구」 등.

 

 

차례

역자 서문

이야기 1 노파의 간계
이야기 2 죽음의 힘
이야기 3 목매달기
이야기 4 착취
이야기 5 죄인을 용서하기
이야기 6 죽음을 항상 기억하기
이야기 7 완벽한 삶
이야기 8 고백
이야기 9 지나친 오만
이야기 10 탐욕의 섬세함
이야기 11 소크라테스
이야기 12 세상의 즐거움
이야기 13 눈을 멀게 하는 탐욕
이야기 14 화합
이야기 15 주제넘은 행동
이야기 16 악마의 간계와 하느님의 판결
이야기 17 그레고리우스 교황 이야기
이야기 18 하느님의 은혜
이야기 19 게으름
이야기 20 세 가지 경구
이야기 21 은혜를 잊지 않기
이야기 22 악마의 속임수
이야기 23 지옥에 이르는 탐욕
이야기 24 플라키두스의 신심
이야기 25 배은망덕
이야기 26 하느님의 정의
이야기 27 진실된 우정
이야기 28 부유함
이야기 29 양심
이야기 30 불침번
이야기 31 영혼의 상처
이야기 32 두려움
이야기 33 범법자를 벌하기
이야기 34 저주를 피하는 방법
이야기 35 극도의 두려움
이야기 36 나이팅게일의 충고
이야기 37 영원한 죽음
이야기 38 본성
이야기 39 세 개의 보석상자
이야기 40 풀겐티우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