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문학평론가 김남석 시 비평집 출간
문학평론가 김남석 교수(부경대 국문과)가 시 비평집을 출간하였다. 젊은 비평가답게 문학뿐만 아니라 연극과 영화에도 관심이 많아 다방면에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시에 대한 애정을 과시하고 있다. 현재 우리 문단은 시의 홍수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늘어난 계간지, 등단 기회의 확대 등으로 인해 시가 범람하고 있는데, 이러한 범람이 꼭 바람직한 현상은 아니다. 특히 중요한 것은 올바른 시, 탁월한 시, 미학적으로 뛰어난 시 등을 추려내는 눈과 글이다. 김남석의 이 시 평론은 우리 시단의 시에 대한 하나의 기준을 마련해 줄 것이다.
어려운 시에 대한 통렬한 비판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책에서 저자는 어려운 시쓰기의 경향에 대한 비판의 입장에 서 있다. 요즘의 시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고 진단하고, 그럼에도 시단과 시 비평은 너무나 유연하게 이를 해결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시의 문법이 어려워지고, 고급화되어 어려워지며, 지나치게 주관적인 사고에 매몰되어 시의 기본적 합의를 어기기 때문에 어려워지는 시에 대해서 비판할 뿐만 아니라 시 비평에서 있어서는 이러한 개인화를 함부로 옹호하며, 허술한 시집을 함부로 칭찬하고, 정교한 시집들은 어렵다는 이유로 손쉽게 해석하고 의미 부여해버리고 있다고 비판한다. 그래서 시 해석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문제는 정직함이라고 주장한다. 시의 해석 과정에서 부딪히는 난관을 어떻게 극복했는지 밝힘으로써 한 근의 시를 천 근으로 다는 어리석음을 방지할 수 있다고 믿는다.
시를 읽는다는 것은, 수수께끼를 풀기 위한 지적 모험과도 유사하다. 시는 감추어진 시어들을 찾아 의미의 징검다리를 연결했을 때에만, 맞은편 강안에 도달하는 것을 용인한다. 거꾸로 이야기하면 시인들은, 시를 읽고자 하는 이들이 적정한 상상력으로 감추어진 시어들을 찾고 시어들의 흐름에 유의하며 동시에 시의 깊이를 측정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이들을 가리킨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요즘 세상의 풍조는 이러한 보편적인 합의를 어기는 것에 더욱 관심을 쏟고 있는 듯하다. 시를 읽을 수 없도록, 시의 맞은편 강안에 도달할 수 없도록, 시어들을 깊숙이 감추거나 고의로 건널 수 없도록 만드는 시들이 출몰하고 있다. 그들은 의미의 저쪽 강안에 도달하는 것이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고 주장하는 듯하다. 혹은 누구나 한 편의 시를 읽으면 도달하는 강안이 다를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는 듯하다. 일견 생각하면 그들의 생각에도 일리가 있어 보인다. 어떻게 한 편의 시를 읽고 동일한 해석을 얻을 수 있겠는가?
하지만 다시 생각하면, 그것은 궁색한 답변일 수밖에 없다. 읽기 쉬운 시를 써야 한다는 논리는, 시를 읽고 도달하는 해석의 지평이 같아야 한다는 뜻이 아니다. 시라는 장르는, 아니 문학 자체는, 어떠한 경우에도 같은 해석을 얻기 힘들다. 그럼에도 시는 보편타당한 합의점을 이끌어낼 수 있어야 한다. ‘나’의 정신세계와 ‘너’의 정신세계가 다르니 어차피 이해는 불가능하지 않겠느냐는 단정은, 문학이 개성의 실현이면서 동시에 보편의 구현이어야 한다는 기본적인 원리를 이해하지 못하는 소치라 할 수 있다. 문학은 분명 동의할 수 없는 세상과의 단절에서 시작하고 또 그러해야지만, 궁극에는 그 세상과 어떤 방법으로든 다시 소통하려는 행위임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서문 중에서)
독자와 소통하는 쉬운 글쓰기
흔히들 비평은 읽기 어렵다고 한다. 하지만 김남석의 비평글은 술술 읽힌다. 그것은 쉬운 글쓰기를 이야기하는 저자의 철학 때문일 것이다. 한 편의 시를 읽는다는 것은 해석되기 이전의 이쪽 강안(江岸)에서 시의 강을 지나 맞은편 해석의 강안으로 나아가는 것을 뜻한다고 할 때, 김남석의 시 평론을 통해 독자들은 좀 더 쉽게 시의 강을 건널 수 있을 것이다. 시의 강을 건너 맞은편 강안에 있는 의미의 세계와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원하는 시는 한동안 고민하면 이해할 수 있는 시이다. 궁리하고 상상하고 또 지적 모험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건널 수 있는 시이다. 그 시를 읽고 우주와 세상과 집단과 타자 그리고 자아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순간이다. 나는 시라면, 아니 잘 쓰인 시라면, 그런 순간을 맞이할 수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 그리고 시 비평은 그 순간을 실현시킬 수 있도록 돕는 비평이어야 한다고 믿는다. 이것이 내가 생각하는 시이고, 동시에 시 비평이다. 그렇게 보면 이 세상에는 어려운 시들이 너무 많다는 생각이 든다.(서문 중에서)
저자 소개
김남석
1973년 서울에서 출생해서 1992년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에 입학하였고 동대학원 같은 학과에서 석사학위(2000, 「오태석 연극의 미학적 지평」)와 박사학위(2003, 「1960~70년대 문예영화 시나리오의 영상 미학 연구」)를 받았다. 석사과정 중에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문학평론 「여자들이 스러지는 자리―윤대녕론」이 당선되어 문학평론가가 되었고, 대학원 시절부터 틈틈이 쓰던 연극평론으로 연극평론가가 되었으며, 2007년에는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영화평론 「경박한 관객들―홍상수 영화를 대하는 관객의 시선들」이 당선되어 영화평론가가 되었다. 2005년부터 국립부경대학교 국어국문학과의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현재 부산에 살면서 부산영화평론가 협회 회원·부산국제연극제 집행위원으로 일하고 있으며, 2000년도부터 편집해온 계간 문학·문화잡지 『리토피아』의 상임편집위원으로 변함없이 활동하고 있다. 연극과 영화에 관심이 많아 새로운 드라마 시대를 대비하며 학생들과 다양한 양식의 드라마를 연구하고 있고, 문단의 오래된 전통을 존중해서 틈틈이 시와 소설에 대한 비평을 쓰고 있다. 이 시 비평집은 현란한 언어와 다양한 개성을 지닌 2000년대의 시들을 주로 읽어내려 했던 마음의 기록이다.
차례
서문
제1부 어려운 시들
어려운 시들―젊은 시의 경향에 대하여
현란한 언어들―젊은 시의 경향에 대하여·2
젊은 시인들의 의식세계―넓이에의 강요·1
제2부 우리 시의 다른 미래들
우리 시의 다른 미래들
지역의 시를 읽다―늘어가는 지역 잡지들을 위하여
만화와 시
제3부 아름다운 언어들
번져가는, 묻어나는―손택수의 시 세계
말(言)로 그린 그림―박성우의 시 세계
연민의 시학―이대흠의 시를 읽고
세 시인이 살아가는 방식―허형만, 노향림, 장석주의 시
시선(視線)들의 미묘한 차이―문인수, 최춘희, 정우영의 시
세상으로 난 편지길
제4부 찬란한 가능성들
파열된 기억의 핵
80년대를 바라보는 방식에 대하여
사라지는 것들―이영광의 신작시
내 안의 마녀, 그리고 남자들―김지유의 시 세계
단정함과 어긋남―하재연, 고현정, 김언, 박진성의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