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다다

서규정 지음
쪽수
140쪽
판형
127*188
ISBN
978-89-6545-355-0 03810
가격
10000원
발행일
2016년 5월 20일
분류
한국 시
*2016 세종도서 문학나눔 선정도서
*2016 최계락문학상 수상도서

책소개

거칠지만 자유롭게
낮은 곳에서 도약을 노래하다


거칠지만 자유롭게 자신의 시 세계를 펼치는 서규정 시인의 신작 시집 『다다』가 출간되었다. 등단 이후 일곱 번째 펴내는 이번 시집에서 서규정 시인은 현실과 정치에 대한 비판적 시선, 그리고 자신을 둘러싼 세계와의 관계를 투박하지만 서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시인은 “다른 시인들이 좀처럼 ‘문학’에 포함시키려 하지 않는 이야기들을 적극적으로 시화(詩化)”(고봉준, 해설)하는 편인데, 낮은 자세로 우리 삶 구석구석을 헤집으며 서정적으로 풀어내는 시어들은 읽는 이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이 봄날에 터지는 건 꽃망울뿐인데
남의 집에 들어가 눈뜨고 낮잠 자는 주인에게 놀라
그 자리에서 졸도한 좀도둑 같은, 뜬눈이 지키는 세월이다
목련화야 내 생애 단 한번만이라도
그대 발밑에 잠들고 싶어
(…)
얼마나 간이 커야 좀도둑이 되는 것이냐
길거리에서 손을 덜덜 떨며 훔친 것은
그대 어깨 위에 떨어진 머리칼 한 올
풀린 머릿결이 선율처럼 천상으로 가는 도중이, 아마 공중
이었지
바람이 분다, 한 바퀴만 더 돌고 갈래
-「감긴 눈이 더 감기려 할 때」

시인의 연륜과 결합한 서정적인 언어들

“거칠고 투박하다는 것도 살고 싶다는 삶의 포즈다.”


시인은 시집 첫머리 「시인의 말」에서 “거칠고 투박하다는 것도 살고 싶다는 삶의 포즈다.”라고 말한다. 비록 시인의 시가 세상에 대해 거칠고 냉소적일지라도 그 목적지는 사람다운 삶일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시인의 시는 연륜과 결합한 서정적인 언어들로 피어난다. 예컨대 만개한 벚꽃이 떨어지는 장면을 바라보면서 “추억과 미래라는 느낌 사이/어느 지점에 머물러 있었다는 그 이유 하나로도 너무 가뿐한”(「낙화」)처럼 생(生)의 가치를 긍정하기도 하고, 사랑에 대한 애잔한 감정을 “사랑이 살던 그 집의 울타리는 일생을 돌고 도는 강물이라서”(「그곳에 사랑이 살았다」)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이렇듯 시인은 강렬하지만 서정적인 목소리로 세상에 다가가고 있다.


만개한 벚꽃 한 송이를 오 분만 바라보다 죽어도
헛것을 산 것은 아니라네
가슴 밑바닥으로부터, 모심이 있었고
추억과 미래라는 느낌 사이
어느 지점에 머물러 있었다는 그 이유 하나로도 너무 가
뿐한
-「낙화」 전문

삶을 긍정하며 새로운 도약을 시도

 

나비야 나비
고맙다, 높이보다 바닥이라는 넓이를 살게 해준 그 공책을
하얀 나비라 부르는,
이 박차 막바지의 생, 내 최고의 직장은 공공근로였다만
다시 나비를 잡으려면 몰래몰래 다가가
집게손가락에 날개 끝이 닿을락 말락 하면

고개를 돌리고 입을 크게 벌려 하품 한 번 하고
사르르 눈을 감아 버릴 것
-「나비 잡는 법」

세상에 대한 시인의 냉소적인 시선은 한편으로는 삶에 대한 애정으로 볼 수 있다. 시인에게 삶은 “‘높이’를 향해 나아가는 과정이 아니라 ‘바닥’으로 대표되는 낮은 곳에 머무르는 일이다. 서규정의 시세계를 무엇이라고 부르건 그의 시가 ‘바닥’을 지향하고, ‘바닥’을 긍정하는 삶의 태도에 뿌리내리고 있다는 사실은 바뀌지 않는다. 이 긍정의 태도 속에서 ‘바닥’은 추락지점이 아니라 새로운 삶을 위한 도약대”(고봉준, 해설)가 된다. 이것이 시인의 시가 거칠지만 서정적으로 느껴지는 이유일 것이다.

 

 

지은이 소개

서규정


전북 완주 출생. 1991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으로 『참 잘 익은 무릎』, 『그러니까 비는, 객지에서 먼저 젖는다』등이 있다.

  

 

차례

시인의 말 하나


제1부


낙화 | 명랑 | 체류 | 생화 | 능사 | 간격 | 특산물 | 화문 | 점멸 | 미인도 | 못, 두들겨라 연못 | 盤松洞 | 사선에서 | 곧, 사과 | 평화 軍 | 하루 | 감긴 눈이 더 감기려 할 때 | 쪽박 위에서 또 내일을 | 신세계 | 역무원 | 안개 뒷문 | 그곳에 사랑이 살았다 | 반풍수 | 익명의 계절


제2부


미사일 쏘는 여자 | 접속 | 드디어 의자엔 앉을 것이 앉았다 | 해는 또 정오에 지네 | 가자, 가자행 열차는 붉은 노을에 맞춰 떠나네 | 사막에서 종이 울릴 때 | 방은, 방밖에 짓지 못한다 | 비 | 투혼 | 맨입 | 장미 패 | 위치의 위기 | 미행 | 도마 앞의 생 | 그 끝없이 청춘을 스쳐지나간 꽃잎들 | 매료 | 쇳물바다 | 황사, 미세먼지에 대한 재확인 | 新 공무도하가 | 가끔은, 보름달도 기러기 떼에 포위될 때가 있구나 | 항명 | 부름 / 한쪽 눈에서만 흐르는 눈물 | 파란 대문 | 두 팔이 여섯 시에 흘러갔네


제3부


피막 | 금빛 미륵의 세계 | 질문자에겐 가까이 가지 않기 | 귀곡사 | 한림 兄 | 방울이네 방 | 새들은 무조건 고향을 떠야, 고향이다 | 화염 | 미카 | 그때, 그 여자 나이 서른여섯 | 사약 | 기후, 그래 나는 아직도 불탄다 | 기후, 묻지 마 | 감격시대 | 노트야 놀자 | 영월 | 천 개의 바람 | 철시 | 백합부대 | 가짜야 오라, 오래 머물다 가지를 마라 | 1% / 이제 만나러 갑니다 | 삼각토론 | 책, 읽어주는 남자 | 나비 잡는 법


해설 | 낮은 곳에서 나비를-고봉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