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민주 지음 | 박정식 그림
쪽수 | 240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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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형 | 152*223 |
ISBN | 978-89-6545-225-6 03810 |
가격 | 15000원 |
발행일 | 2013년 9월 9일 |
분류 | 한국 에세이 |
*2015 원종린 수필문학상
책소개
섬세한 감수성으로 자신만의 수필 세계를 펼친 양민주 수필가의 첫 번째 작품집
2006년 문예지 『시와 수필』에 작품을 발표하면서 꾸준히 수필가의 길을 걸어온 양민주 수필가의 첫 번째 수필집. 생을 바라보는 조화로운 시선과 깊은 통찰로 자신이 경험한 삶의 조각들을 아름다운 문장으로 풀어냈다. 저자는 육친에 대한 강렬한 그리움, 평상심을 잃지 않고 자연의 이법을 따르는 삶, 타인의 입장에서 세계를 바라보는 유연한 태도 등 자신만의 고아한 수필 세계를 이 책에서 마음껏 펼쳤다.
한국 사회에서 가족은 빠질 수 없는 중요한 부분이다. 더구나 가부장 사회에서 아버지는 권위적이고 위압적인 존재였다. 그러나 양민주의 수필 세계에서 드러난 아버지는 다르다. 물려받은 약간의 전답에 농사를 짓는 거 이외에는 특별한 직업도 없고 가족을 가난으로부터 구출하지도 못한 못난 아버지이지만 한편으로는 한 푼이라도 절약하기 위해 남에게 얻은 커다란 구두를 신고 다녔던 희생적인 아버지였다. 저자에게 아버지는 자신을 지배하는 존재가 아니라 성장기의 추억과 고향의 향기를 간직하고 있는 감성적인 존재로 저자의 감수성을 길러주는 데 큰 역할을 한다. 이렇게 길러진 따뜻한 감수성은 책 곳곳에 섬세한 문장으로 만나 볼 수 있다.
내가 아버지의 편찮으신 몸을 부축하여 택시로 시골까지 모셔 가는 중에 신고 있는 새로 산 구두를 물끄러미 쳐다보시던 아버지의 모습은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고뇌에 찬 모습으로 무엇을 그리 생각하시는지 알지 못할 심연에 오롯이 갇힌 채 마른 낙엽처럼 굽어져 겸연스러웠다. 일순간 나도 모르게 울컥하여 차창 밖으로 고개를 돌렸다. 아버지는 시골에서 어머니의 간호를 받으시며 새로 산 신발을 신어 보지도 못한 채 한 달을 누워만 계시다 고이 눈을 감으셨다. 이제는 다정히 이름을 부르던 목소리도 들을 수 없게 되었다. _「아버지의 구두」중에서
다채로운 삶의 일화로 일상의 감각을 깨운다
수박 하나에도 장모와 처남이 있고 쥐 한 마리에도 절친한 친구와 컴퓨터 마우스가 있다. 이처럼 저자는 작은 것 하나에도 놓치지 않고 삶에 다양한 일화들을 위트 있게 들려준다.
딸과 함께 화장품 가게에 간 아내가 색상이 예쁜 제품을 입술 화장품으로 알고 발랐는데 종업원 아가씨가 눈 화장품이라고 짜증을 냈고, 이를 지켜본 아주머니는 “바쁜 세상에 그럴 수도 있지 왜 그러냐”며 아내를 두둔했고 딸은 이런 엄마가 창피하고 종업원이 얄미웠다고 한다.
아내, 딸아이, 아가씨와 아주머니의 관계는 세상의 평범한 구성원으로서 각자 맡은 바 일을 충실히 수행하는 우주의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다. 여기에서 내가 드라마의 작가가 되어 결말을 지어보면 이러한 관계를 사각관계라고 말하고 싶다. _「사각관계」 중에서
저자는 이러한 상황을 사각관계라고 표현하면서 각자의 역할에 충실했기에 때문에 생긴 일이라고 너그럽게 넘긴다. 결국 함께 사는 세상에 조화롭게 살기 위함인데 저자가 풀어낸 다채로운 삶의 이야기는 둔감해진 일상의 감각을 천천히 어루만지면서 삶의 여유와 따스함을 전달해준다.
풍부한 시적 감수성과 먹의 농담이 글에 녹아들었다
저자는 생에 대한 깊은 통찰뿐 아니라 빼어난 문장도 책에 고스란히 담았다. 세상 만물은 나름의 존재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말하며 주변의 것들에 생명을 불어넣고 관심을 가진다. 유년시절 농촌에서 자란 저자는 자연을 기억하는 순수한 마음과 도시에 살면서 느낀 쓸쓸한 감정을 삶의 일화 속에 균형 있게 풀었다. 다채로운 일화 속에 녹아든 저자의 풍부한 시적 감수성이 문장 하나하나에 잘 배여 있다.
해금강 입구의 바람의 언덕으로 이름값을 하느라 바람이 드세다.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안으면 요조숙녀라도 무 속바람 들듯이 바람이 들겠다. _「거제도 기행」 중에서
어머님은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봉인된 시절 앞에서 가뭄 든 가슴으로 마중물을 찾고 있는 듯하다. 일생 자식을 위해 애면글면 물을 대어주어 이제는 가뭄이 들어버렸다. _「가뭄」 중에서
또 하나 눈여겨볼 점은 그림이다. 20대 때 대한민국서예대전 대상을 수상하며 서예계를 놀라게 한 일화를 가진 범지 박정식 서예가가 저자와의 인연으로 아름다운 그림을 실었다. 글과 조화롭게 실린 그림은 글의 깊은 멋을 살려, 읽는 이의 즐거움을 더한다.
글쓴이 소개
양민주
1961년 경남 창녕 출생으로 2006년 『시와 수필』을 통해 등단하였다. 인제대학교 대학원 국문학과 석사과정을 졸업하였고 인제문화상을 수상하였다. 김해문인협회 부회장을 맡고 있으며 현재 인제대학교 기초대학 교학과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그림: 범지 박정식
1994년 대한민국서예대전 대상을 수상하였고, 6회의 개인전을 열었다. 대한민국서예대전 초대작가이다.
차례
제1부 아버지의 구두
아버지의 구두
삼세번의 프러포즈
소
유전과 환경
빛 좋은 개살구
내 나이는
적당한 바보
폐교
수수밭에 들다
부모 마음
제2부 악부
악부
자전거에 관한 단상
홍수
채란의 추억
무늬쥐똥나무
표고버섯과 표충사
착각
구멍 난 자루
면접인생
폐차장 가는 길
사각관계
제3부 가뭄
가뭄
낙동강
고향 친구
누나
전과자
은행나무
얼굴에도 단풍이 들다
거제도 기행
아프리카의 태양
역지사지
제4부 수박 한 통
수박 한 통
몰입의 풍경
쥐
구두 씨앗
한글과 웃음
끈
어울늪
오래된 신문을 보면서
동행
비에 물어보면
버드나무
해설: 그리움, 자유로움, 그 너머 무한-황국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