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낙남정맥이란?
낙남정맥은 남해와 내륙을 구획하는 산줄기로, 낙남정맥을 기준으로 동쪽에는 낙동강, 서쪽엔 섬진강, 남쪽으로는 남해, 북쪽으로는 남강과 낙동강이 흐른다. 낙남정맥 시작점은 김해 낙동강이며, 종착점은 백두대간 시작점인 지리산이다.
산경표에 나타나는 1대간, 1정간, 13정맥
예로부터 우리에게는 고유의 지리학이 계승 발전되어오고 있었다. 그것이 <산경표>에 나타나 있는 대간과 정간이다. 우리 선조들은 산과 강을 하나의 유기적인 자연구조로 보고, 그 사이에 얽힌 원리를 찾는데 지리학의 근간을 두었다. 1769년 여암 신경준이 펴낸 <산경표>에는 1대간과 1정간, 13정맥으로 우리나라 산줄기를 설명하고 있다. 1대간이라 하면 물론 백두대간이다. 지리산에서 시작하여 백두산까지 올라가는 백두대간은 우리나라 지리의 근간을 이루는 산줄기로 수많은 단체와 산악회에서 종주를 시도하고 있다. 1정간은 북한에 있는 장백정간이고, 나머지 13정맥에는 청북정맥, 청남정맥, 해서정맥, 임진북예성정맥, 한북정맥, 한남정맥, 금북정맥, 금남정맥, 호남정맥, 낙동정맥, 낙남정맥, 한남금북정맥, 금남호남정맥이 있다.
산경도와 산맥지형도
우리나라 고유의 지리 개념인 산경도는 땅 위에 실존하는 산과 강에 기초하여 산줄기를 그렸기 때문에 산줄기는 산에서 산으로만 이어지고, 실제 지형과 일치하며, 지리학적으로 자연스러운 선이다. 반면 우리가 교과서에서 배워왔던 산맥지형도는 땅 속의 지질구조선에 근거하여 땅 위의 산들을 분류하였기 때문에 산맥선은 도중에 강에 의해 여러 차례 끊기고, 실제 지형에 일치하지 않으며, 인위적으로 가공된 지질학적인 선이다.
그렇다면 왜 우리는 산맥지형도를 배우고 있나?
산맥이라는 용어는 일제가 조선 강점을 기정사실화해가던 1903년 일본의 지리학자 고또분지로의 손에 의해 태어났다. 고또는 1900년과 1902년 두 차례에 걸쳐 14개월 동안 조선의 지질을 연구하여 <한반도의 지질구조도>라는 것을 발표하였고, 거기에 기초하여 태백산맥이니, 소백산맥 따위의 산맥 이름이 생겨나게 된 것이다. 1903년에 발표된 한 개인의 이 지질학적 연구 성과는 향후 우리나라 지리학의 기초로 자리 잡아 산경표를 대신하여 지리교과서에 들어앉게 되었다. 현실의 지리와 어울리지 않는 지질구조의 성급한 도입으로 지질학이 지리학의 뼈대로 자리 잡게 되었고, 우리나라 국토인식의 왜곡, 문화전통의 왜곡, 역사의 왜곡이 시작된 것이다.
산경표는 현재 시점에서도 유효한가?
사람이 살아가는데 땅과 물은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 능선에는 사람이 살지 않는다. 물가에서 산다. 물길이 커질수록 더 많은 사람이 모여 산다. 물 흐름을 따라 문화적 동질성을 갖는 반면 산은 장애물이었다. 강에 배를 띄우는 것보다 재를 넘는 것이 힘들었기 때문이다. 정맥과 대간은 물길의 경계임과 동시에 문화적 이질성을 구획하는 울타리이기도 하다. 물흐름과 산흐름을 자연스럽게 표현한 정맥과 대간은 이처럼 우리의 역사와 문화를 새롭게 바라보는 눈을 길러준다. 우리가 우리 역사를 이해하고, 우리 조상들의 삶을 이해하기 위해 산경표를 알아야 하는 이유다.
낙남정맥 트레킹
우리 지리서를 알아야 하고, 정맥 개념을 복원시켜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산악회나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백두대간 종주, 정맥 트레킹 등의 붐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2000년 8월 경남도민일보에서도 뜻을 같이하여 낙남정맥 종주 트레킹을 기획하였다. 2주에 한 번씩 시민들도 같이 참가한 낙남정맥 종주 트레킹은 20회에 걸쳐 이루어졌는데 김해 낙동강에서 시작하여 지리산 영신봉에서 끝나는 트레킹은 도상거리 231km, 실제 산행거리는 400km가 훨씬 넘었고, 정맥의 평균 해발은 300m가량이나 함안 서북산, 여항산, 마산 무학산 등은 700m를, 지리산 삼신봉, 영신봉은 1000m를 훨씬 넘는다. 하지만 남해안을 따라 오르락내리락하는 낙남정맥은 다른 정맥에 비해 비교적 높이가 얕고 완만하여 가벼운 트레킹 관광 코스로 개발하기에는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
경남도민일보 기자인 저자는 이 책에서 낙남정맥의 산에 기대어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을 인터뷰하고, 환경파괴의 현장을 고발하며, 한 발 한 발 정맥을 밟으면서 느끼는 감상을 재미있게 서술하고 있다. 일반인들이 쉽게 밟아볼 수 있는 관광 루트로 개발하기 위해 ‘이 길은 낙남정맥입니다’라는 푯말을 만들어 둔다든지, 지천으로 널려있는 야생화를 이용하여 ‘야생화 체험학습 공간’을 만든다든지, 한국전쟁 때 전투공간이었던 함안 서북산과 여항산은 역사의 현장으로 재현한다든지 하는 여러 가지 제안도 함께 하고 있다.
본문중에서
낙동강변에 있는 김해시 상동면 덕산리 고암마을 곡각지점(북위 38도 18분 533초, 동경128도 58분 845초) 메리2교 입구. 도저히 길이랄 수 없는 암벽이 낙남정맥 첫 시작점이다. - 28쪽
후발대에 끼이면 나중에 힘들다는 생각에 무턱대고 앞서 산행을 재촉했던 초보자들은 체력이 달려 완전히 후발대로 밀렸다. 챙이 없는 모자가 없이는 키를 넘지 않는 나무들을 비집고 들어가기가 어렵다. 장갑이 없이는 풀에 베이기 일쑤다. 등에 맨 배낭은 처진 어깨를 더욱 압박한다. 동신어산도 못간 후발대는 동신어산에 닿기 전인 첫 봉우리에서 기진맥진했다. 10시 무렵이었다. 그래도 선발대가 묶어놓고 간 노란 리본이 반가웠다. - 29쪽
"차 안 다녔을 때는 동네 사람들이 죄다 천주산을 넘어서 다녔지. 함안 칠원, 마산 구암, 창원(갑골) 갈 때도 천주산을 넘어야만 했능기라.??
천주산 아래 낙남정맥 북쪽에 위치한 창원시 북면 외감마을은 요즘 마을 중간을 가로지르고 지나가는남해고속도로 공사가 한창이다. 모두 감 따러 가고 마을에는 여든 넘은 노인들만 따뜻한 담벼락에 옹기종기 앉아 이야기꽃을 피운다. - 78쪽
도심에 캐럴송이 울려 퍼지는 크리스마스이브. 정맥에서 크리스마스이브를 만끽하려는 정맥꾼 '막내들'이 10구간 트레킹에 참여해 대견했다. 정영오(45·부동산월드)씨의 두 아들 한슬(15·마산해운중3)군과 한힘(12·마산월포초교 6)군, 그리고 황원호 기자의 아들 인준(11·마산월영초교5)군. 아직은 친구와 컴퓨터 게임이 좋고, 노는 것이 즐거울 아이들이 낙남정맥을 '느끼려' 동행한 것에 자꾸 눈길이 갔다. 더욱이 이 세 명은 힘들단 말 한마디 없이 묵직하게, 어른들과 똑같이 정맥을 탔다. -124쪽
저자 소개
이수경(경남도민일보 문화생활부 부장)
무료한 생활을 싫어하며, 역마살이 있어 나다니기를 좋아한다. 늘 낙천적으로 살려고 노력하며, 새로운 것을 찾는 작업을 즐겨 한다. 또 호기심이 발동하면 끝까지 추적하고 싶어 하며, 남이 해보지 않은 일에 무모하게 도전하려는 의욕이 강하다.
신문사 일을 한 지 올해 16년째. 세월은 많이 흘렀지만 이뤄놓은 것은 별로 없다는 생각에 낙남정맥 종주 트레킹에 도전했다. 현재는 경남도민일보 문화생활부 부장으로 일하고 있다.
차례
책을 내면서 _ 무모했지만 행복한 도전!
첫째걸음 - 아! 낙남정맥
낙남정맥이란 15
낙남정맥 종주 트레킹의 목적 16
낙남정맥 종주 트레킹, 누구나 할 수 있다 18
가이드 김병곤 씨의 도움으로 트레킹 시작 20
낙남정맥 선답자와 후답자들 21
낙남정맥에 올라보니 24
둘째걸음 - 낙남정맥 트레킹 구간
김해 구간(1~3구간) 씩씩하게 첫 발을 내딛다 28
창원 구간(4~5구간) 억새 너울대는 가을산에 흠뻑 취하다 60
마산 구간(6~7구간)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실패 80
함안 구간(8~10구간) 크리스마스이브를 낙남정맥에서 104
고성 구간(11~13구간) 함박눈을 밟으며 산토끼와 함께 132
사천 구간(14~17구간) 진달래 물결 타고 오르는 능선 162
하동 구간(18~19구간) 연둣빛 출렁이는 4월을 보것네 194
지리산 구간(20구간) 드디어 지리산 영신봉이다 212
셋째걸음 - 낙남정맥 종주 대장정을 마치고
9개월간의 종주를 결산하며 222
지리산 영신봉에서 낙남정맥 대장정 마쳐 226
정맥꾼의 말.말.말 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