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짬짜미, 공모, 사바사바

최문정 지음
쪽수
287쪽
판형
152*225
ISBN
978-89-6545-203-4 03810
가격
13000원
발행일
2012년 11월 30일
분류
한국에세이

책소개

실업센터 활동가로 일했던 최문정 씨의

좌충우돌 청춘기와 우리네 이웃들의 소박한 이야기


부산시 가야동 부산실업극복지원센터에서 민생상담과 주민교육 상담을 해 왔던 최문정 활동가. 그녀가 7년간 NGO 활동을 하며 겪었던 이야기와 함께, 저소득층 실업계층 이웃들을 상담하면서 겪었던 에피소드, 그리고 자신의 진솔한 청춘기를 담아냈다. 이 책에 실린 대부분의 글은 실업센터 회원 및 유관기관에 메일로 발송되었던 「활똥가 일기」라는 글을 모아 구성되었으며, 일자리를 잃고 좌절한 이들의 아픔과 눈물, 소소하지만 따뜻하고 유머 넘치는 저자의 일상을 함께 다뤘다.

또한 이 책은 ‘실업’이라는 주제에만 국한되지 않고 최문정 활동가 주변의 이웃(이주여성), 가족, 30대의 나이에 부모와 함께 살아가는 자신에 대해 담담하고 솔직하게 그려냄으로써, 독자들로 하여금 마치 한 편의 드라마를 보는 것처럼 활력이 넘치는 저자의 일상에 빠져들게 만드는 묘한 매력을 지녔다.


사람 때문에 상처받고 많이 아프기도 하지만

결국 그 상처는 사람을 통해서만 치유받을 수 있다고 믿습니다.


저자가 부산실업센터 입사 전, 자기소개서에서 썼다는 글이다. 받는 월급이 적지만, 보다 더 내담자의 입장에서 상담해 줄 수 있어 좋다는 긍정적인 마인드의 저자에게는 위트와 에너지가 넘친다. 이 책에 실린 다양한 그림은 모두 저자가 직접 손으로 그린 그림이다. 외롭고 힘들 때면 그림을 그렸고, 즐겁고 행복할 때면 글을 썼다는 그녀는 우리 사회에서 소외된 계층을 향해 손내밀며 묵묵히 ‘도움’의 가치를 전하는 사람이다. 여기 이 책에는 도전하는 청춘, 최문정 활동가의 7년의 청춘이 오롯이 담겨 있다.


일자리 때문에 그러시지예.

일이 없어서 큰일이네예. 우짜고 사십니까?


“양현자(가명) 씨, 실업센터 최문정입니다아.”

“아이고, 팀장님요. 아이고 먼저 연락한다카는 기 맨날 천날 팀장님이 먼저 하구로 하고.”

“아입니다, 원래 더 사랑하는 사람이 먼저 연락하는 거라던데예. 그건 그렇고 이는 요새 좀 어떠세예? 파산 신청한 건 결과 나왔고예?”

“이빨도 인자는 속 안 새키고 내꺼 맹키로 잘 있다 아입니꺼, 파산 그거는 2년이 다 돼가는데 말이 음네예.”

“그럼 그거 사건번호 갈카주이소. 제가 인터넷 뚜들기볼끼예.”

대학졸업반 시절, ‘그럴싸한’ 회사들을 뒤로 하고 우여곡절 끝에 부산실업극복센터에 입사한 저자에게 활동가의 삶이 늘 평탄했던 것만은 아니었다. ‘이번엔 정말 때려치울 거야’ 하며 의욕을 잃기가 수십 번이었고, 재정 상태가 어려운 시민 단체의 구조상 운영위원들로부터 ‘최문정 씨의 고용 문제’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되어 속상했던 일까지, 한 청년활동가로서 시민단체 활동을 하며 겪었던 고충과 함께 최문정 개인의 삶을 진솔하게 드러내고 있다.

근로기준법을 준수하지 않는 사업장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는 할아버지의 이야기와 무턱대고 실업센터 사무실에 찾아와 ‘당신들이 나 먹고 살게 돈 좀 달라’ 요구하신 아저씨, 그리고 며칠은 굶어 몸 상태가 좋지 않았던 한 자매와의 에피소드 등 우리 주변에서 쉽게 마주치지만 그들을 속내를 들여다보려 하지 않고 지나치기만 했던 이웃들의 내밀한 이야기들을 실업극복지원센터 상담가의 입장에서 조근조근 들려주고 있다.


아직 젊은데 이왕이면 칼퇴근 안 해도, 돈 좀 작게 받아도

신나게 일할 수 있는 곳 없을까?


“네가 짜달시리 뭐 하는 일이 있다고 토요일에도 사무실에 나가노?”

(중략)

“어떻게 그런 말을 해요? 내가 대기업 다니다가 휴일 출근한다고 했어도 이렇게 말했을 거예요? 내가 놀러나 다니는 사람 같아 보여요?”

자격지심이 하늘을 찔렀습니다. 말을 해놓고도 ‘너무 과했나?’ 하며 갸웃거리고 있었는데 그런 미안함도 잠시였습니다. 김 여사는 더더욱 순수하고 미소 띤 얼굴로 대답했습니다.

“어, 맨날 놀러 다니데.”

항복. 더는 할 말을 찾지 못하고 애꿎은 밥만 퍼 먹고 있었습니다.

이 땅에 발 딛고 사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이 사회에 의미 있는 일을 하며 사는 삶을 꿈꾸기 마련이다. 많은 젊은이들이 NGO 활동에 대해 공부하고, 이를 직접 실천하고 싶어 하는 이유가 그래서이다. 그러나 시민단체 일을 직업으로 삼는 이들은 많지 않다. 적은 월급과 아직은 시민단체에 대한 낮은 사회적 인식이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민 단체 활동이라는 것이 생각처럼 거창하거나 낯설기만 한 일만은 아니라는 것을 이 책은 보여주고 있다. 2006년부터 2012년까지 부산실업극복지원센터라는 시민 단체의 활동가로 활동해 왔던 저자는 그간의 활동 경험들을 하나하나 모아 책으로 출간하게 되었다.

이 책은 시민단체 활동을 궁금해하는 청소년과 대학생과 시민단체 운영을 궁금해하는 일반인, 그리고 우리 사회에 실업이라는 사각지대에 놓인 다양한 이웃들의 이야기를 궁금해할 이들 모두가 한번쯤 읽어볼 만한 책임이 분명하다. 아울러 많은 저자 또래의 청춘들에게도 이 책이 조용한 희망이 될 것이다.

 


글쓴이

최문정 

2006년부터 2012년 8월까지 부산실업극복센터에서 상근활동가로 재직했다. 상담활동가로 일하면서 이웃들의 이야기를 현장감 있게 전달하기 위해 「활똥가일기」라는 글을 써서 실업센터 회원 및 시민사회영역의 다양한 이들에게 이메일로 발송하였다. 그 일이 계기가 되어 2010년부터는 월간 『작은책』에 ‘실업극복희망일기’라는 제목으로 연재하기도 하였다. ‘활동가’라는 이름으로 글을 쓰기엔 아직도 자신이 한없이 작아 보이기만 한다는 의미에서 활동가는 부담되고 ‘활똥가’ 정도면 좋겠다고 스스로 이름 붙였던 것이다. 2011년부터는 「1mm발견」이라는 연재물도 새롭게 만들어 발송하고 있다는 그녀의 도전은 계속 진행 중이다.


 

차례

제1장 실업센터 상근 활똥가, 최문정입니다

활똥가의 하루 │ 최 양 있능교? │ 갑자기 남편이 생겼다. │ 같이 해서 행복합니다. │ 2010년 2월 1일, 그 날의 기억 │ 난 취업사기 피해자예요 │ 때려치울 준비만 몇 년째 │ 나눔쌀독의 탄생 │ 거품 물고도 기분 좋은 날 │ 아아, 마이크 테스트 │ 나가서는 말도 못하는 집안똑똑이 │ 달콤한 서울말에 정신을 잃고 │ 우린 아직 안 죽었어요.


제2장 7년의 청춘  

할아버지 월급 되돌려받기 대작전 │ 김 씨 아저씨, 우산은 비 올 때만 쓰자고요. │ 완전동안 언니, 기억하시죠? │ 상호야, 밥은 먹고 다니냐? │ 대체 언제까지 이러고 살아야 됩니꺼 │ 방 빼? 못 빼! │ 고백할게요 │ 곤이 아저씨, 스톱! │ 이 부장, 그러는 거 아이다! │ 이백억? 그거 얼마한다고

 

제3장 짬짜미, 공모, 사바사바  

나 쉬운 여자 아니에요! │ 나더러 앞집 아줌마라뇨 │ 짬짜미? 공모? 사바사바! │ 나, 부티나는 사람이야 │ ‘서비스센터 진상녀’가 될 뻔 했어 │ 이 정도는 돼야, 짜파게티 요리사지 │ 비자발적 채식주의 햄버거 만들기

 

제4장 김 여사, 나 좀 살려줘  

바람이 북쪽으로 불어야 하는 이유 │ 달력의 비밀 │ 엄마, 미안해 │ 나, 다단계 아니란 말이에요. │ 김 여사가 돌아온다 │ 어색한 부녀의 애틋한 통화 │ 니는 왜 검사할 생각을 안 하노? │ 평화를 앗아간 담배 한 개비 │ 먼저 지갑 열면 지는 거다. │ 당분간 보류 중인 독립프로젝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