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갑상 지음
쪽수 | 400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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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형 | 152*225 |
ISBN | 978-89-6545-204-1 03810 |
가격 | 13,800원 |
발행일 | 2012년 12월 3일 |
분류 | 한국소설 |
*2013 만해문학상 수상도서 *2013 문화예술위원회 우수문학도서
책소개
학살과 폭력, 인간의 문제를 제기하는 장편소설
그동안 섬세한 통찰로 우리가 처해 있는 현실의 속살을 들여다보게 만든 중견작가 조갑상이 전작장편소설을 내놓았다. 6·25전쟁 당시 가상의 공간 대진읍을 배경으로 국민보도연맹과 관련한 민간인 학살을 다룬 소설 『밤의 눈』이다. 이 소설은 한국의 근현대사에 대한 둔중한 인식을 바탕으로 어둠과 침묵 속의 두려움, 슬픔, 공포를 건져올리며 또한 그 속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말을 잃거나 기억을 강제로 저지당했는지를 보여준다. 차분한 어법은 주체하기 힘든 두려움을 불러일으키는가 하면 외면하고 싶은 대목에서도 책장을 넘기는 손을 쉽사리 멈출 수 없게 한다. 아우슈비츠에서 살아남은 프레모 레비가 자전적 소설을 통해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하였다면 작가 조갑상은 처형의 현장에서 살아남은 ‘한용범’을 통해 망각되어가는 현실을 『밤의 눈』이라는 소설로 재구성하였다.
중견작가 조갑상이 10년을 고심해서 내놓은 작품
『테하차피의 달』 이후 3년 만의 작품으로 보이지만 저자 조갑상이 『밤의 눈』을 준비한 시간은 10년을 훌쩍 넘는다. 6·25전쟁이 발발한 1950년대부터 5·16쿠데타의 1960년대, 그리고 부마항쟁이 일어난 1970년대까지, 격동하는 한국의 현대사를 고스란히 다시 살아야 했기 때문이다. 이 10년은 전쟁과 혁명을 포함하여 구체적인 실체를 지닌 폭력이 정치의 영역까지 침범한 ‘폭력의 세기’였으며, 희생자인 국민이 오히려 국가의 표적이 되어 육체적·정신적 고통을 받아온 잔인한 현실이었다. 과거와 현재가 혼재되는 서술 방식을 채택함으로써 정치적 변화에 따라 달라지는 사건의 양상은 효과적으로 드러나고, 과거는 고착되는 대신 현실로 이끌려온다.
“시절을 탓하자니 분노가 가슴을 찢고, 운명이라기에는 너무나 허망했다.”
1972년 겨울, 소설의 두 주인공 한용범과 옥구열은 유신헌법 국민투표를 마치고 지인의 장례식에 참석했다가 근 10년 만에 조우한다. 잠깐 손을 맞잡고 인사를 나누지만 드러내놓고 아는 체할 수도, 반가워할 수도 없는 이들이 각자 집으로 돌아가며 그 여름을 회상하는 데서 소설은 시작한다.
한용범은 조부 대에 대진읍에 들어온 지주 가문의 셋째다. 부유하고 학식과 인품이 뛰어나며 정치적으로 중립을 지켜온 탓에 대진읍의 터줏대감이자 권력자인 지서주임·부읍장·방위대장·의용경찰대장 등 ‘사인방’에게 은근한 미움을 사왔다. 1950년에 6·25전쟁이 발발하고 대진에 해군첩보대가 파견되자 ‘사인방’을 비롯한 대진의 실력자들은 첩보대 대장 권혁 중사와 함께 한용범을 사상범으로 몰아넣는다. 한용범은 감금되어 혹독한 고문을 받고 보도연맹 가입자들과 함께 학살장소로 끌려갔다가 간신히 살아남지만 여동생 한시명이 처참하게 대살(代殺)당한다.
옥구열 역시 대진읍 사람으로, 아버지가 보도연맹 가입원이라는 이유로 처형당한 뒤 마산에서 운수업을 하며 살다 4·19혁명 이후 보도연맹 가입자 행방 공개를 촉구하는 침묵시위를 보고 유족회를 결성하기로 마음먹는다. 그는 한용범을 자문으로 초빙하고 자신은 대금유족회 회장이 되어 유족들을 모아 시신을 발굴하고 합동묘를 만드는 등 희생자 명예 회복을 위해 애쓰지만 5·16쿠데타 이후 국가 정세가 어지러워지자 ‘사망한 좌익분자를 애국자로 가장하고 군경이 양민을 학살한 것처럼 왜곡선전하여 국민을 오도’했다는 명목으로 한용범 등과 함께 체포되어 고초를 겪는다. 국가 차원에서가 아니라 유족들이 직접 결성한 유족회 역시 쿠데타 이후 합동묘가 파헤쳐지는 등 탄압을 받는다.
“전쟁 나고 근심 없는 사람이 어디 있나.”
국가는 전장에서 죽은 이들을 분류하여, 어떤 이들은 기억하고 어떤 이들은 망각할 것을 요구한다. 적과 싸우다 전사한 이들은 국민의 이야기로 기념되지만 대진에서 죽은 이들은 이러한 국민의 이야기와는 다른 이야기로 남게 된다. 하지만 저자는 『밤의 눈』을 통해 전쟁이 전방에서만 일어나는 게 아니라는 사실에 주목한다. 주둔 초반에는 ‘사인방’의 말에 비판적이었다가 점차 학살에 무감각해지는 권혁 중사, 남편은 전사하고 시아버지까지 좌익 성향을 띠었다고 잡혀가자 방위대장에게 의존하게 되는 한시명의 친구 양숙희, 아들의 입대를 볼모로 재산을 내놓으라는 협박을 받는 용주골 이 부자, 학교를 세우고 약자들의 권리를 지키려 애쓰다 대진읍 실력자들의 눈 밖에 나 살해당한 남상택 목사 등 한용범과 옥구열을 비롯한 그 시대의 사람들은 제각기 고통과 갈등을 안고 있다.
“가장 깊은 어둠 속에 밝음이 있을 것이었다.”
처형장으로 끌려가는 사람들의 공포스런 눈길과 그들을 지켜보는 하늘의 달이 소설 속에서 문득 ‘밤의 눈’으로 목격될 때, 우리는 목격자이자 증언자가 되어 이웃의 고통에 관한 ‘밤의 눈’을 떠야 하는 위치에 놓인다. 『밤의 눈』은 역사적 사건에 대한 기억 투쟁이며, 자유의 공간에 부여된 증언의 영역을 서술한다. 또한 국가의 가장자리를 탐문하고 그늘을 드러내며 국민의 공간이 지닌 분열과 양가성을 제시하는 문제적 소설이기도 하다. 이 소설을 통해 우리 시대에 만연한 침묵들이 이제 『밤의 눈』이 부려놓은 이야기와 더불어 삶으로, 역사로, 이름으로 대화할 수 있게 되었다고 선언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남영동 1985」와 「26년」등 잘못된 과거사를 재조명하고자 하는 영화들이 잇달아 개봉하며 세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또한 평화공원 조성, 합동위령제, 특별법 촉구, 피해 배상 판결 등 민간인 학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보다 직접적인 노력도 계속되고 있다. 『밤의 눈』은 이러한 노력의 문학적 일환이자 우리가 응당 함께 기억해야 할 고통의 기록이고, 희생을 위한 위로이다. 등장인물이 ‘따뜻한 가슴을 지닌 독자들을 많이 만나 위로받고 자유로웠으면 좋겠다’ 는 저자의 바람을 담았기 때문이다.
글쓴이 소개
조갑상
경남 의령 출생. 중앙대 문예창작학과와 동아대 대학원을 졸업했다. 1980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혼자웃기」가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다시 시작하는 끝』『길에서 형님을 잃다』『테하차피의 달』, 장편소설 『누구나 평행선 너머의 사랑을 꿈꾼다』를 냈고 산문집으로는 『이야기를 걷다』가 있다. 요산문학상과 이주홍문학상을 수상했으며, 현재 경성대학교 국어국문학과에서 소설을 가르치고 있다.
차례
머리말
망자가 산 사람을 만나게 하다 1972년
그해 여름 1950년
유족회 1960년
표적 1961-1968년
긴 하루 1972년
밤하늘에 새기다 1979년
해설-슬픈 국민의 증언/구모룡
작가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