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익서 지음
쪽수 | 304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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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형 | 148*210 |
ISBN | 978-89-6545-180-8 03810 |
가격 | 13,000원 |
발행일 | 2012년 6월 29일 |
분류 | 한국소설 |
*2012 성균관문학상 수상도서 *2012 문화예술위원회 우수문학도서
책소개
구도(求道)를 위한 섬으로의 자기 유폐 - 『한산수첩』
『새남소리』, 『민꽃소리』, 『소리꽃』 등 그동안 우리 전통음악과 예술가들의 혼이 담긴 소재로 ‘예술가 소설’의 획을 그었던 중견소설가 유익서가 소설집 『한산수첩』을 발간하였다. 한산도에 매력을 느껴 자발적 유배를 선택한 그가 한산도에 머물면서 꾸준히 창작활동에 전념해온 결과물을 모은 것이다. 소설은 한결같이 주류사회에서 정착하지 못하고 상처받은 자들의 고독한 정서를 그려나간다. ‘사랑’(「그 못난 사람」, 「죽도 별신굿」)과 ‘죽음’(「꽃배」, 「바람신」), ‘예술’(「통학선」, 「국화무늬 그림자」), ‘운명과 자기의지’(「더듬거리는 필연」), ‘보여지는 것과 감추어진 진실’(「대장경 일화」)이라는 제법 굵직한 주제를 통해 다양한 각도로 사유하는 구도자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굵은 붓으로 그린 여덟 폭의 동양화 같은 소설
“쉬지 않고 흐르는 물을 거스르며 굳건히 같은 자리에 서서 영구히 아픔을 견디고 앓아야 하는 섬도 예외가 아니라네. 지구의 내재적 리듬을 가장 생생히 느낄 수 있는 곳이 어디라 생각하나. 속으로 영구히 아픔을 견디며 앓고 있는, 섬이라네.”(「통학선」, 42p)
속세와 단절하며 아픔을 견디는 ‘섬’ 속에서 소설 속 인물들은 예술의 본질이나 사건의 진실과 같은 ‘깨달음’을 얻기 위해 스스로 청한 고행을 겪게 된다. 이들은 스스로가 회고와 사유를 거듭함으로써 ‘섬’이라는 고립된 장소 내에서 그간 우리가 간과해왔던 중요한 진실들을 깨닫게 한다. ‘외로움’이 자신의 자양분이라고 당당하게 말하는 소설가 유익서. 이 소설집이 본인의 이야기와 더욱 닮아 보이는 이유는 그래서이다. 굵은 붓으로 그린 여덟 폭의 동양화처럼 선이 아름답고 여백이 많아 깊은 사유를 요하는 여덟 가지 각기 다른 소설 속에는 섬에서 살아가는 주변인의 깊은 고민이 담겨 있다.
세속 너머를 헤매는 상처받은 사람의 고독한 보행
유익서의 소설은 대체로, 엄격한 자기 응시 속에서 숭고한 세계를 꿈꾸는 고독한 사람들의 이야기다. 무참하게 상처받은 자의 가망 없는 외로움이, 세속 너머의 저 어딘가를 낭만주의적인 동경 속에서 헤매게 한다._전성욱(문학평론가)
유익서가 이번 소설집에서 그리고 있는 주요 정서는 ‘고독’이다. 소설은 ‘섬’ 속에 고립되어 살아가는 개인들의 속살을 가감없이 비추고 있다. 홀로 이상을 꿈꾸며 외골수의 길을 고집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좇다 보면, 그간 유익서가 글을 쓰면서 고뇌해 왔던 성찰과 사유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별신굿’, ‘오구굿’, ‘영등할만네 제’와 같은 지역의 향토문화와 ‘바람신’과 같은 전설, 예술가들이 겪는 고통, 한산도의 지역적인 배경과 같은 독특한 소재들은 유익서 소설집 『한산수첩』만의 특징이라 할 수 있다. 게다가 소설 곳곳에는 추리적 재미까지 살아 있어, 끝까지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매력을 가지고 있다. 「대장경 일화」에 등장하는 화자가 홀로 섬에 머물며 산책을 통해 여러 가지 성찰을 하는 것에서 엿볼 수 있듯, 유익서의 소설은 삶과 예술, 사랑과 운명에 대한 깊은 사유를 드러낸다.
작품 소개
「그 못난 사람」은 유익서가 2010년 통영국제음악제 개막작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체>를 본 감흥으로 쓴 소설이다. ‘나’는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체>를 관람했던 여자와 우연히 한산도로 가는 배를 같이 탔고, 몽돌해수욕장에서 다시 그 여자를 만나게 된다. 그녀와 대화를 하게 된 ‘나’는 이윽고 <오르페의 유언>이라는 작품을 그녀와 함께 공연해 올렸던, 여자의 ‘그 못난 사람’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체’ 같은 신화 속 영원한 사랑에 대해 환멸을 느끼는 여자는 현실보다 관념의 세계 속에 천착했던 옛 남자로 인해 괴로워하고, ‘나’는 그 이야기가 마치 자신의 이야기인 양 아프게 받아들인다.
「통학선」에서 주인공 ‘나’는 한동안 연락이 뜸하던 화가 친구 휘의 근황이 궁금해, 비진도로 직접 떠난다. 삼원색의 가장 심오한 색감을 얻기 위해 시행착오를 거듭하기도 하고, 모든 존재의 형상 과정에 대해 탐구하고자 한 ‘휘’에게 세상은 그저 냉혹하기만 했다. 심지어 휘의 아내는 “세상에 쓸모없는 존재”라 휘를 힐난하기도 했다. 돈이 되지 않는, 단지 ‘훌륭한’ 화가였을 뿐인 휘는 결국 비진도의 선유도에서 죽음을 맞이하고, 휘의 딸아이는 아버지가 찾고자 한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내고자 한다. 이처럼 「통학선」은 예술의 본질을 탐구하는 유익서 소설의 전형을 따르고 있는 수작이다.
「더듬거리는 필연」은 낚시터에서 만난 한 사내의 이야기이다. 광고계에서 이름을 날린 사내는 박물관에서 우연히 보게 된 돌멩이 하나에 대한 광고카피를 써서 이름을 드날리게 되고, 책 외판원이 흘리면서 던진 말 한마디를 기억했다가 카피에 적용하는 등 무수한 우연을 거듭하여 성공가도에 오르게 된다. 하지만 그것이 우연일 뿐, ‘의지와는 상관없이 남의 의지와 그 작용에 의해 흘러온 것 같아 허망하다’고 단언한다. 사내의 말을 듣고 ‘나’는 우연과 필연의 실체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국화무늬 그림자」는 지역 방송국 PD인 김기승이 자신의 아버지인 김장후 시인을 소재로 다큐멘터리 제작을 맡게 되는 이야기로부터 시작한다. 취재를 하던 중 많은 지인들이 한 선생이야말로 김장후 시인에 대해 가장 믿을 만한 사실을 알려줄 사람이라고 추천한다. 그러나 한 선생은 취재를 요청하는 김기승에게 느닷없이 수련 이야기를 꺼낸다. “수련 잎과 그 그림자를 찍은 것인데, 수면 위의 수련 잎은 둥그런 모양인데 물속에 그려진 그림자는 국화무늬를 짓고 있었네. 잎은 둥그런 말굽 모양인데 그림자는 국화무늬라니……,” 아버지의 좋은 면만 담고 싶었던 김기승에게 한 선생의 이야기는 형상과 내면, 그 차이의 숨은 뜻을 헤아리게 되는 계기를 제공한다.
「죽도 별신굿」은 사랑을 포기하면서도 예술에 대한 집념을 떨치지 못하는 여자와 그 여자에게 예술에 대한 집념을 불러일으켜 주었던 한 남자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마을길 초입에 포구나무라 불리는 나무 한 그루가 있는데, 마을 사람들은 이 나무의 이상한 모양에 대해 “이 섬과 풍상을 견디며 고락을 함께 해 왔기 때문이라”고 한다. 아버지의 출생지여서 마을과 인연이 깊은 ‘그’는 죽도 별신굿의 행중 일원인 해금을 타는 여자와 정을 나누게 된다. 그녀는 ‘그’와 함께 낯선 도시로 떠나지만, 이미 해금과 자신을 이미 떼려야 뗄 수 없는 운명으로 받아들이며 결국에는 마을로 돌아간다.
「꽃배」는 죽은 자가 죽음으로써 꽃피운 이야기의 허구성과 그 허구성으로 인해 세상을 속이는 것의 난처함에 대해 묻고 있는 소설이다. 개인 블로그 ‘무지개 섬나라’의 ‘꽃배’ 이야기는 ‘나’의 유쾌하지 못한 한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 그는 아끼던 후배 영비가 죽고서, 상주가 남긴 영비의 소설을 읽게 된다. 그러나 이야기는 진실과 같으면서도 다른 부분이 많았고, ‘나’는 당혹스러워 한다.
「바람신」은 한국전쟁 당시 점령당한 추봉도의 비극적 역사가 낳은 혼혈 여성의 삶을 그리고 있는 작품으로, 오구굿에서 무녀의 목소리를 대신하여 죽은 ‘조문례’의 일대기를 나타내 보이고 있다. 돈과 같은 물신만을 최고의 가치로 생각하는 “대명천지 문명사회”에서 굿이나 무녀와 같은 미신을 믿고 살아가는 마을 사람들의 “손에 잡을 수도 없고 눈에 보이지도 않는” 정신적 가치와 자연에 대한 경외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대장경 일화」는 ‘나’의 한산도 유배 계획으로부터 시작한다. 한산도 생활 중 자연스레 시작한 산책에서 한산사라는 절을 만나고, 그곳에서 ‘나’는 스님의 가슴속 이야기를 듣게 된다. 일제강점기 일본의 대장경 유출 시도를 저지했던 많은 사람들이 있었지만 그들은 희생되고, 그 이야기는 소리소문 없이 묻혔다는 것이다. 이처럼 「대장경 일화」는 ‘사실과 진실’, ‘보여지는 것과 숨겨진 이야기’, ‘역사와 야사’, ‘소설과 실화’의 경계에 대해 탐구하는 작품이다.
작가소개
유익서
부산 출신으로 중앙대 국문과에서 문학을 공부하다 동아대 법학과로 옮겨 법학을 공부했다. 1974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단편 「부곡」, 1978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단편 「우리들의 축제」로 등단한 후, 고도의 상징과 알레고리로 시대상황을 비춰낸 『비철이야기』,『표류하는 소금』,『겨울환자』,『바위물고기』 등의 소설집과 우리 전통음악의 우수성과 고유한 아름다움의 근본을 밝혀 미학적으로 승화시킨 『새남소리』, 『민꽃소리』, 『소리꽃』 3부작을 비롯하여 『아벨의 시간』, 『예성강』 등의 장편소설을 세상에 내놓은 바 있다. 대한민국문학상 신인상, 이주홍문학상, PEN문학상 등을 수상했고, 한동안 동아대학교 문예창작과에서 후진 양성에 힘썼으며, 이즘은 단국대학교 대학원과 서울시교육청 문학교육센터에서 소설을 강의하고 있다.
차례
그 못난 사람-한산수첩 8
통학선-한산수첩 7
더듬거리는 필연-한산수첩 6
국화무늬 그림자-한산수첩 5
죽도 별신굿-한산수첩 4
꽃배-한산수첩 3
바람신-한산수첩 2
대장경 일화-한산수첩 1
해설
작가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