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은양-김서련 장편소설

김서련 지음
쪽수
240쪽
판형
125*205
ISBN
979-11-6861-364-5 03810
가격
18,000원
발행일
2024년 8월 12일
분류
한국소설

책소개

작은 소도시 은양의 거대한 쓰레기 산

욕망과 비리가 만든 굳건한 성채를 무너뜨릴 수 있을까



쓰레기 산에 얽힌 욕망을 파헤치다


월간문학 신인상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한 김서련 소설가의 첫 장편소설 『은양』은 현대 사회가 직면한 환경 문제와 진실 추구의 중요성을 깊이 있게 탐구한 작품이다.

은양이라는 작은 지역의 신문사 은양매거진에서 기자로 일하고 있는 ‘나’는 우연히 희끄무레한 쓰레기 산을 발견한다. 쓰레기 산은 삼일건기에서 쌓은 건축폐기물이지만 지역 유지인 허이재의 막강한 영향력으로 이에 대한 기사는 단 한 줄도 나오지 않는다. ‘나’는 은양매거진에 이러한 기사를 쓰고 싶어 하지만, 주변인들은 기자 경력이 변변찮은 ‘나’에게 별로 기대가 없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나’는 은양매거진에 들어오기 전에 다니던 회사의 ‘그린워싱’ 사건을 떠올리는데…. 사회적 모순과 진실 탐구 앞에 ‘나’는 어떤 선택을 할까. 

소설은 눈에 보이는 쓰레기 산을 방임하거나 애써 간과하여 덮어두며 이익을 취하는 사람과 문제의식을 가지고 이를 고발하는 사람을 교차하여 서술하며 지역 사회의 여러 입장을 보여준다. 이를 통해 복잡한 현대 사회의 관계망 속에서 진실이 어떻게 다루어지고, 은폐되는지가 드러난다.


진실 보도를 향한 무거운 발걸음


『은양』의 ‘나’는 화장품 회사에서 일할 당시 신제품 마케팅 방향으로 자연 이미지를 제안한다. ‘나’의 의견이 채택되고 바람대로 마케팅팀에 합류하여 제품을 출시했지만 곧 그린워싱이라는 폭로를 당한다. 이후 ‘나’는 일을 그만두고 ‘은양’으로 낙향한다. ‘나’는 은양에서 마주한 쓰레기 산을 통해 과거와 자신을 돌아본다. 욕망에 의해 추동된 무지와 은폐. 이 사건을 제대로 밝혀 자신을 추스르고 싶지만 권력의 압력과 법적 위험 앞에서 ‘나’는 흔들린다. 직업 윤리와 개인의 안위 사이에서 고민하는 ‘나’. 이런 주인공의 내적 갈등은 독자에게 성과사회의 욕망으로 인한 무지를 극복하고 진실을 추구하면서 진정한 자신을 찾는 과정으로 다가갈 것이다. 


인간의 생애에 깊이 얽혀 있는 환경 문제


환경 문제는 개인의 삶에 얼마만큼 깊은 영향을 미칠까. 『은양』의 ‘나’에게는 환경이 트라우마이자 동력으로 작동한다. ‘나’가 회사를 그만두고, 연인과 이별한 가장 큰 원인은 그린워싱이며 ‘나’를 고뇌하게 만드는 것은 주변 환경을 오염시키는 거대한 쓰레기 산이다. 하지만 주인공의 내면 더 깊숙한 곳에는 지리산에 사는 아버지를 만나러 간 어머니와 남동생이 산사태로 사망한 사건이 있다. 갑작스러운 산사태는 지구 온난화로 인한 이상 기후와 연관이 있을 것이다.

‘나’의 이야기를 통해 소설은 환경 문제가 추상적인 개념이 아니라 개인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현실적인 문제임을 강조한다. 우리의 일상은 환경과 연결되어 있다. ‘나’의 일상과 감정, 그리고 주요 사건들에 녹아 있는 환경 문제는 자연보호에 대한 사회적 담론 형성에 기여할 것이다.


지역에서 전 지구적 문제를 다루다


소설의 배경 ‘은양’은 한국의 작은 소도시이다. 그러나 이 도시에 일어나는 문제는 은양에 한정되지 않는다. 개발과 환경 오염은 지구적 차원의 기후 위기로 이어지고, 쓰레기에 깔려 죽은 외국인 노동자의 죽음은 이주노동자, 계급 문제와 연결된다. 이처럼 소설은 다양한 사건을 사실적이고 자세히 묘사해 지역 사회 공론장의 왜곡을 보여주고 전 지구적 문제를 제기한다. 『은양』은 쓰레기가 만연한 세계의 문제를 구체적으로 묘파한 새로운 사실주의 소설의 한 양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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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 밑줄긋기                                                          

p9 아침 6시쯤, 연산동 사거리에서 좌회전 신호를 기다리고 있을 때였다. 무심코 고개를 든 나는 두 눈을 커다랗게 떴다. 4차선 도로 정면에 떡 버티고 있는 희끄무레한 산이 이상했다. 바로 옆 호위하는 듯 빙 둘러싼 3개의 푸른 산과 달리 나무 한 그루도 보이지 않았다. 민둥산인가. 눈을 크게 뜨고 몇 번이나 끔벅거렸다. 자세히 보니 산 높이는 다른 산의 4분의 3쯤이고 꼭짓점을 날카로운 무기로 싹둑 자른 것처럼 평평한 꼭대기엔 굴착기 3대가 우두커니 세워져 있다.


p77 사실 쓰레기 산에 대한 기사를 쓰려면 허이재를 취재하고 쓰레기 산에 대한 그의 말을 듣는 것이 객관적이다. 그런데도 허이재와 대면하고 싶지 않았다. 그가 두려웠다. 왜? 무엇보다 쓰레기 산에 대한 질문에 화를 내면서 큰소릴 지를 게 뻔했다. 그런 그와 대적할 자신이 없었다. 생각만 해도 온몸이 오싹했다.


p115 “정말 본인이 기자라고 생각하세요?”

구가 바로 치고 들어왔다.

“그럼, 아닌가요?”

나는 그를 쏘아봤다.

“그럼, 까는 기사 쓸래요? 쓸 수 있어요?”

“쓸 수 있어요.”

아니, 사람을 뭐로 보고. 나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럼, 써 봐요. 안 쓰잖아요.”


p200 나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백 주필은 아까부터 컴퓨터를 들여다보면서 계속 마우스를 작동하고 성은 기사를 쓰고 있었다. 정은 외근을 나갔고 조도 손님을 만나러 갔다. 백 주필과 성은 구의 말을 분명히 들었을 텐데도 무심한 표정이었다. 자신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듯 자기 일만 하고 있었다. 내 편은 아무도 없었다. 구는 잡아먹을 듯이 나를 쳐다보았다. A4용지에 적혀 있는 글을 응시했다. 이 세상에 나와 각서만 있는 것 같았다. 글이 살아 있는 것처럼 꾸물거렸다.


p206 지금까지 나를 지켜 준 것은 자연이었다. 방학 때 지리산에서 가족들과 보낸 시간, 해와 달과 산과 하늘과 구름, 햇빛, 푸른색 숲과 계곡에서 지낸 시간이 나를 보호하고 지켜 왔다. 은양은 다른 지역에 비해 인구 구성원이 다양했고 농촌에서 도시로 변해 가는 과정에 있었다. 그런 진행에 흔히 일어나는 일이 지금 벌어지고 있다. 바로 자연의 파괴다.


저자 소개                                                                    

김서련

경남 진영에서 태어났다. 부산대 대학원에서 현대소설을 전공했고 1998년 「나비의 향기」로 <월간문학> 신인상을 받으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슬픈 바이러스』, 『폭력의 기원』 <녹색전갈>, 2023년에는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우수출판콘텐츠에 선정되어 『나미브 사막 풍뎅이의 생존법』을 출간했다. 2003년 부산소설문학상, 2006년 김유정문학상, 2012년 요산창작기금을 수상했다.  현재 지역신문사인 <웅상신문> 대표 이사를 맡고 있다. 

저서로는 『나미브 사막 풍뎅이의 생존법』(2024), 『녹색 전갈』(2017), 『폭력의 기원』(2013), 『슬픈 바이러스』(2009) 등이 있다.


차례                                                              

1부 보이지 않는 것


2부 침묵


3부 욕망의 쓰레기


4부 대적하다


해설-쓰레기가 되는 삶의 진실(구모룡)


작가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