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심지층 저장소

아네테 훅 지음 | 서요성 옮김
쪽수
320쪽
판형
135*210
ISBN
979-11-6861-298-3 03850
가격
19,800원
발행일
2024년 4월 30일
분류
외국 과학소설

책 소개

“훅은 소설에서 잘 등장하지 않는 핵폐기물 영구저장과 같은 미래의 문제를 독창적으로 다루었다.”

_율리안 쉬트(스위스 라디오 텔레비전 SRF 문학비평가)


“훅은 스위스에서 가장 흥미로운 작가 중 한 명이다.

대담하면서도 우울한 이번 소설에서 작가는 핵폐기물을 처리하는 수도원을 발명한다.”

_〈아르가우어 신문〉


“『심지층 저장소』는 다양한 문학적 비전이 번뜩이는 작품이다.”

_〈베오체트 주간신문〉



인류를 위협하는 핵폐기물과 방사능

그에 대한 아네테 훅의 문학적 상상력과 대답


장편소설 『빌헬름 텔 인 마닐라』로 스위스 연방문화부가 수여하는 스위스 문학상을 수상한 독일어권 문학의 떠오르는 소설가 아네테 훅이 핵폐기물 문제를 다룬 소설 『심지층 저장소』로 다시 한국 독자들을 만난다. 전업 작가로 활동하기 전까지 필리핀, 상하이, 한국 등의 해외 체류, 대학 강사, 노조 간사, 언론인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경험은 그의 독특한 작품 세계와 주제를 형성하였다. 『심지층 저장소』는 전 세계가 직면한 핵폐기물 문제를 다룬 소설로, 환경 문제를 해결하고 지속 가능한 지구를 만들기 위한 저자의 문학적 고민의 결과물이다. 도무지 해결할 길이 없어 보이는 기후위기와 핵발전소. 그 가운데 저자는 많은 사람이 외면하고 싶어 하는 핵폐기물 문제를 파고들어 소설을 써 내려갔다. 이 작품으로 아네테 훅은 “사회문제를 판타지와 함께 책임감 있게 잘 표현했다”는 평을 받으며 2022년 스위스 쉴러 재단이 수여하는 쉴러상을 수상하였다.


핵폐기물의 위협으로부터 인류를 지키기 위해 모인 다섯 인물

그들이 펼쳐 보이는 분투, 실패, 대안의 세계


핵폐기물을 임시로 관리하던 어느 컨소시엄은 5인의 회원에게 ‘누구도 방사능으로 죽어서는 안 된다’는 임무를 내린다. 재정 컨설턴트 페트라, 마닐라의 간호사였던 베티, 러시아 핵물리학자 아나톨, 핵발전소 기술자 쿠어트, 프랑스의 언어학자 셀린. 세계 각지에서 모인 다섯 인물은 안전한 핵폐기물의 저장을 통해 인류를 지키고 미래 세대를 보호하기 위한 계획을 세운다. 그들은 중세 수도원의 지식 전달 방식을 차용해 그들이 진행하는 연구와 기록이 수 세기가 지난 뒤에도 보존될 수 있도록 한다. 다섯 주인공은 수도회에서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각자의 트라우마와 수도회에 오기까지의 일들을 떠올리고, 공동체 생활을 통해 서로를 위로하며 유대감을 형성하기 시작한다. 수도회의 취지에 동감한 신입 회원이 점점 늘어나며 소설 속 인물들은 불완전한 개인에서 점차 세계시민으로 성장한다.

그러나 프로젝트를 맡긴 컨소시엄의 책임자가 갑작스럽게 계약을 파기한다. 진행되고 있던 작업이 중단될 위기에 처하자 수도회 회원들은 모두 책임자의 명령에 반발하며 핵 연구 문서와 기계장치를 들고 미지의 대륙으로 향한다. 전혀 경험하지도, 예상할 수도 없는 핵재앙 앞에 놓인 이들의 삶의 터전은 지켜질 수 있을까?


실제와 상상이 뒤섞인 세계가 보여주는 불안한 미래


저자는 소설에서 전 세계의 핵발전 산업에서 꾸준히 제기되어 온 폐기물 저장 문제를 사실적으로 파고드는 한편, 상상력을 발휘해 일종의 ‘사고 실험’을 전개한다. 이는 소설 곳곳에 삽입된 다섯 주인공의 ‘시나리오’를 통해 드러난다. 회원들은 저장된 핵폐기물이 야기할 미래의 여러 시나리오를 상상한다. 핵연료봉이 그 위험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초보자나 심지어 마피아의 수하에 놓이는 상황, 핵폐기물이 나태함과 무관심의 희생양이 되는 상황, 정부가 사라지거나 핵 유해물질이 세포 활동을 방해하고 염색체를 파괴하여 끝내 인체를 기형으로 만드는 상황이 펼쳐진다. 이런 학습 과정과 더불어 회원들은 과거의 핵발전소 사고들을 연구하면서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고 한다.

저자는 소설에서 인물의 입을 빌려 가능한 미래를 상상함과 동시에, 미국 스리마일섬 핵발전소, 미국 칼즈배드 핵폐기물 저장소, 일본 도카이무라 핵폐기물 저장소 사건과 같이 실제로 핵을 관리하지 못해 발생했던 역사적 재난을 짚어내고 현 산업의 기술적, 재정적, 정치적 과제 또한 생생하게 설명한다. 실제와 상상이 뒤섞인 『심지층 저장소』의 세계는 현실적인 디스토피아를 통해 독자가 가깝게 당도해 있는 불안한 미래를 직면하고 고민하게 만든다.


문학이 우리 사회의 문제와 만날 때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에너지 생산을 위해 널리 쓰여온 핵은 이제 사용 후 처리 문제로 국면을 바꾸었고, 본격적인 포스트 핵 담론의 서막이 열렸다. 대부분 국가에서 핵폐기물은 원전 내에 임시 보관되어 있다. 핵폐기물을 영구히 지하 저장소에 매립하는 방법이 현실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데, 이 경우에도 생존 환경의 안정성은 보장받지 못한다. 결국 핵의 치명적, 지속적 위협은 아직 우리 곁을 떠나지 않고 있다.

저자는 소설에서 어떤 특효약이나 기술이 방사능 피폭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희망을 갖는 일은 무책임하다고 보여준다. 그는 우리가 알면서도 미루어왔던 심각한 핵폐기물 처리 문제를 소설 속의 사건들로 옮겨 놓는다. 작품의 문체는 불길하면서도 비유적이다. 공간과 풍경은 사실적이고, 시제는 과거와 현재, 미래를 자유롭게 넘나든다. 저자는 미래를 상상하며 초현실적 분위기를 조성함으로써 핵폐기물 처리에 대한 사유를 확장하고 있다.

『심지층 저장소』는 본질적으로 문학이 우리가 발 딛고 살아가는 세상을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을지에 대한 이야기다. 그리고 역사적 사실과 작가의 상상력의 조화를 통해 독자가 삶의 문제, 사회의 문제, 글로벌한 이슈에 가까이 다가가게 한다.


연관 키워드                                                        

#핵폐기물 #원자력발전소 #핵처리문제 #SF소설 #스위스소설 #환경문제 #과학소설 #재난문학


책 속으로                                                           

p26 초안 작성자는 과거로의 여행을 허락했다. 페트라는 시대에 뒤떨어진 황폐한 유럽에 수도원을 설립한 아일랜드의 방랑 수도승에 대해서 읽었다. “수도원이야말로 지식을 보관하면서도 그것을 대대로 전달할 수 있는 지금까지 가장 잘 알려진 방법이다”라고 초안에 적혀 있었다. “목표는 100만 년.” 그러면 방사능은 더는위험하지 않을 것이다. 수도회는 시간의 흐름을 견디며 최종 저장소에 닥칠 위기들, 이를테면 지진과 정신 박약, 갱단의 싸움이나 운석 충돌, 침식을 경고할 것이다.


p91 정식 입회 면접은 진행되지 않았지만, 셀린은 즉시 이들의 일상을 눈치챘다. 기상해서, 졸린 눈으로 집 앞으로 나와서, 베티 왕 뒤에 서 있기. 목 근육을 스트레칭하고, 한쪽 다리로 서 있다가, 양발로 휴식하고 난 다음 주먹을 펴고, 번개처럼 빠르게 뒤로 당기기. 부엌에 있는 일과표는 일목요연했다. 셀린은 누가 요청하지도 않았는데 주간 근무에 이름을 기입했다. 부엌에서 아침 식사를 하고 함께 거실로 갔다. 안락의자에 모여 대화를 나누곤 하는 영국인 교수실 같았다. 각각은 태블릿을 들고 있으며, 빔프로젝터는 책장에 은밀하게 놓여 있었다. 마치 무에서 유가 창조되는 것처럼 그래픽과 표가 벽에 나타났다. 우리는 서로 가르치고 배웠다.


p131 발전소의 직원 조직은 쿠어트에겐 또 다른 기계, 아니 기술과 말끔하게 상호 작용하는 아름다운 시스템으로 보였다. 각 부품은 최고 품질을 자랑했고, 완벽하게 나사로 조이고 기름칠을 했으며, 세척할 때에도 과학적인 지식에 바탕을 두었다. 그렇게 되어야만 했다. 쿠어트는 밝은 미래 속에서 일하고 있다고 느꼈다. 


p206 연구자들은 형제자매들에게 새 눈을 넣어 제대로 색깔을 볼 수 있도록 했다. 그러면 그들은 방사능으로 오염된 나뭇잎을 먹고 부수고 배설하는 뿔진드기를 인식했다. 방사능은 빛났다. 각 요소와 동위원소도 다른 색으로 빛났다. 흙 속의 똥이 거듭 용해되어 풀의 관으로 올라오면, 나무에서도 그 똥은 빛났다. 그때 잎맥이 활성 물질을 운반하면 잎맥은 빛을 발했다. 우리는 방사능 오염 지역을 더 안전하게 다닐 수 있도록 이 맑은 눈을 재차 발명해 내고, 그러면 방사능은 명백해지고, 투명해지고, 덜 신비로울 것이다….


p277 최초의 5인과 모든 직책들은 세포가 분열하듯 사라졌다. 우리는 지식을 확장하고 매우 다양한 장소에서 다시 다섯이 되기 위해 증식하기 시작했다. 우리는 세 명씩 네 번이나 멀리 여행했다. 쿠어트와 아나톨은 남아메리카에서 가상실험장치를 다시 세우고, 셀린은 중국의 대도시에서 사막으로 이주를 기다리며, 페트라는 제네바의 프랑스어권 주변 지역에 머문다. 그는 변호사, 신탁관리인과 연락을 유지한다.


저자 소개                                                          

지은이 아네테 훅(Annette Hug)

아네테 훅은 1970년 스위스 취리히에서 태어났다. 취리히에서 역사학과 음악학을 전공했으며, 이후 필리핀 대학에서 여성학과 개발학으로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훅은 한국어와 프랑스어로 번역된 장편소설 『빌헬름 텔 인 마닐라』로 2017년 스위스 연방문화부의 스위스 문학상을 수상했으며, 『심지층 저장소』로는 2022년 스위스 쉴러 재단이 수여하는 쉴러상(Schillerpreis)을 수상했다.


옮긴이 서요성

한양대학교 독어독문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독일 빌레펠트대학교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대구대학교 문화예술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며, 독일 마인츠대학교 객원교수와 한국브레히트학회 회장을 지냈다.

역서로는 「도축장의 성 요한나」(『브레히트 선집』), 『빌헬름 텔 인 마닐라』 등이 있다. 저서로는 『가상현실 시대의 뇌와 정신』(제34회 한국과학기술도서상 저술상 수상), 『공연예술의 초대』가 있고, 논문으로는 「변증법적 연극-브레히트의 후기극에 대한 이해」, 「프로이트의 정신분석적 치료과정에서 대화의 의미와 정신분석학 개념들의 형성들에 대한 고찰」 등이 있다.


목차                                                              

한국 독자들께


1. 계획

2. 페트라와 베티의 재회

3. 수도회의 임무

4. 수도회의 회원

5. 베티의 과거 1

6. 베티의 과거 2

7. 추가 합류

8. 수도회의 일상

9. 수도회의 성장

10. 수도회의 평화

11. 출발


역자 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