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아이 캔 두 이모-김우남 소설

김우남 지음
쪽수
168쪽
판형
125*190
ISBN
979-11-6861-222-8 03810
가격
16,000원
발행일
2023년 12월 20일
분류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책소개

모르고 지나쳐 왔던 일상 속 작은 것들의 소중함

인간사의 따스한 온기를 지닌 단편들


삶을 열심히 살아내는 사람들이 전하는 희망


김우남 소설가가 작은 것들의 소중함을 이야기하는 단편집 『아이 캔 두 이모』로 돌아왔다. 전작 『뻐꾸기 날리다』, 『릴리 그녀의 집은 어디인가』 등의 소설들이 주로 아프고 소외된 사람들을 다루었다면, 이번 소설집에는 우리 인간사의 따스한 일상과 온기를 지닌 4편의 단편소설이 담겨 있다. 

스스로 한글을 배우며 배움에 대한 끈을 놓지 않은 이모의 삶을 담은 「아이 캔 두 이모」, 아프리카돼지열병을 불식시키기 위해 불철주야 애쓰는 수의사를 주인공으로 한 「해 뜰 날」, 어느 날 개 열 마리를 데리고 시골로 내려온 막내며느리와의 화해 과정을 담은 「연(緣)-누런 뱀과 매우 단단한 똥」, 모니터링 아르바이트를 통해 비판보다 융화를 배우는 「모니터링하는 시간」까지.

김우남 소설가는 해당 단편들을 통해 차갑고 고독한 사회에서도 우리를 지탱하게 하는 따스함이 어린 인물, 그리고 그 마음을 이야기한다. 자신의 삶을 열심히 살아내는 인물들은 자신뿐 아니라 타인의 삶까지 긍정적이게 만든다. 그리고 이러한 인물들의 온기는 소설을 읽는 독자들에게도 전해져 오늘보다 내일을 더 나은 희망으로 나아가게 할 것이다.


언제나 배움의 자세로 임하는 이모 


아이러니하게도, 요즘 들어서는 글을 읽을 줄은 알지만 쓸 줄은 모르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어요. (…) 우리나라 학생들도 문장을 이해하는 문해력이 많이 뒤떨어졌고 속어나 비문을 공식 서류에 그대로 사용하고 있어요. 학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다 보면 그런 경우를 많이 봐요. 앞으로는 더 큰일이지요. 배우지 못해서, 배우고 싶어서 평생 안달을 하는 이모 같은 분이 계시는 반면에……. 이모의 마음을 1%라도 이해할 수 있다면 이런 현상이 안 일어날 텐데 말이죠._「아이 캔 두 이모」 중에서

한국의 문맹률은 실상 0%에 육박하지만 글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인 문해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뉴스를 최근 자주 접하고 있다. 표제작 「아이 캔 두 이모」는 나에게 원더우먼 같던 이모가 한글도 배우지 못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나’가 끝없는 배움의 자세로 성실히 삶에 임하는 이모의 이야기를 편지의 방식으로 회상하고 있다. 계란에 든 제습제를 소금인 줄 알고 찍어 먹던 이모, 락스로 과일까지 씻어 먹던 이모가 커피라는 영단어를 알게 되기까지 노력해온 과정과 삶들. 소설은 이모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가 당연하게 접하고 있던 안온한 배움에 대해 성찰하고, 영어를 모르는 사람을 배려하지 않는 위험 안내 등 한 번쯤 되돌아봐야 할 우리 사회의 문제점 또한 놓치지 않고 꼬집는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을 뛰어넘는 책임감과 직업의식


「해 뜰 날」은 실제로 가축 방역을 담당했던 조철민 수의사를 모티프로 한 소설이다. 연극배우인 철희는 공들여 준비했음에도 무산된 연극을 뒤로하고 머리도 식힐 겸 산천으로 가 지인의 농촌 일을 돕기로 한다. 그곳에서 각종 전염병과 열병으로부터 동물을 보호하고 더 큰 피해를 막기 위해 불철주야 뛰어다니는 수의직 공무원 주승민을 만나게 된다. 그리고 그를 돕는 과정에서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직업정신에 대해 다시 돌아본다. 소설은 방역현장을 책임지는 수의사, 가축방역관들이 현저히 부족한 현실 속에서 그들에게 밀어닥치는 과중한 업무와 비난, 그럼에도 일을 놓을 수 없는 그들의 책임감과 직업정신을 담고 있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해도 가축방역관이 극소수인 우리 사회의 열악한 현실과 함께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를 지탱하게 만드는 가치가 무엇인지에 대해 소설은 말하고 있다.


예민하고 경직된 마음을 부드럽게


「연(緣)―누런 뱀과 매우 단단한 똥」과 「모니터링하는 시간」은 나와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그들과의 화해 과정을 그린 단편들이다. 

「연(緣)―누런 뱀과 매우 단단한 똥」 남편을 보내고 조용한 시골로 내려와 홀로 살아가고 있던 오순자 여사는 어느 날 갑자기 집으로 쳐들어온 막내며느리와 열 마리의 개 때문에 골치가 아프다. 눈치 보는 막내며느리가 안쓰럽기도 하지만 시끄럽게 개 짓는 소리에 이웃들이 말이라도 걸어오면 민망하고 못마땅한 것은 어쩔 수 없는 일. 게다가 장이 좋지 않은 순자는 며칠째 변을 보지 못해 심기가 매우 불편하다. 

「모니터링하는 시간」 친구의 소개로 모니터링 아르바이트를 하게 된 주부 선미는 이 일이 자신의 적성에 딱 맞다고 느낀다. 권태롭고 짜증스럽던 집안일에서 벗어나 새로운 일자리를 획득했다는 기쁨과 더불어 조사하고 평가하는 일에 대한 사명의식은 의욕을 고취시켜 주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그녀의 만족감과 달리 함께 일하는 사람들은 대충 조사지를 작성하거나 근무시간에 농땡이를 피우기도 한다. 선미는 그런 그들을 불만 어린 눈길로 바라보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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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이모는 글을 모른다고 했지만 내가 볼 때 한글뿐 아니라 영어 알파벳도 쓸 줄 알았어요. 게다가 미군부대에서 일을 해서 그렇다고는 하지만, 가게에 온 외국인 손님을 보고 ‘나이스 미츄’ ‘웨어 아유 프롬’ ‘웟 두유 워너 잇?’ 같은 말이 술술 나오는 걸 봤거든요. 그러니 이모가 아주 늦게까지 한글을 몰라서 애를 먹었다는 건 상상하지도 못했어요. 단지 엄마나 이모 나이의 어른들이 그렇듯이 국민학교에서 겨우 한글과 숫자를 터득하고 더 이상 교육을 못 받은 걸 가지고 그렇게 말하는 것으로 알았죠. (…)

그때 이모는 마치 한글을 하나둘 깨친 어린애가 엄마한테 잘한다고 칭찬받으려고 하는 모습이었어요. 또 이모가 왜 그러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어요. 그래요,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그게 한 자 두 자 쓰고 또 써서 스스로 터득한 한글이니까 맞는지 확인해보고 칭찬받고 싶은 거였군요. 그 일은 사실을 몰라서 이모를 오해했던 일 중 하나랍니다.

_「아이 캔 두 이모」 중에서


우리 집사람이 날 보고 뭐라는 줄 알아? 수의사가 아니라 장의사라고 농담을 해. 나도 부득이 가축을 살처분해야 할 때가 많이 있거든. 내가 가축을 죽인다고 생각하면 그 일을 절대로 못 해. 그래서 그때마다 나 자신에게 주문을 걸곤 해. 이건 죽이는 일이 아니다, 사람을 살리고 더 많은 가축을 살리는 길이다, 전염병으로 씨가 마를 수 있는데 이건 불씨를 보존하고 보관하는 유일한 길이다, 하고.

_「해 뜰 날」 중에서


막내 얼굴이 요즘 부쩍 상해 있었다. 마음 다잡고 새로 벌인 일이 잘 안되는 것 같았다. 지난번 내려왔을 때 마당가를 서성이며 받는 전화 내용이 심상치 않아 보였다. 게다가 개 문제만 해도 그랬다. 갑자기 불어난 개 열 마리를 서울에서는 도저히 키울 수 없어서 잠시 시골집으로 데려가는 거라고 했지만 그건 핑계 같았다. 무슨 일이 생겼는지 알 수는 없지만 집도 절도 없는 신세가 된 게 틀림없었다. 오 여사는 모든 게 저 지지리 복 없는 며느리 탓으로 여겨졌다.

_「연(緣)—누런 뱀과 매우 단단한 똥」 중에서


‘근데 누군가 레코딩을 한다고? 몰래카메라처럼 우리들의 행동을 지켜보고 있는 제삼자가 있을 수도 있다는 말인가?’ 

선미는 오히려 그러기를 바랐다. 나는 성실하게 모니터로서의 임무를 해내고 있는데 다른 이는 빙글빙글 놀이시설을 타며 놀고 있다면 그건 공평하지 않잖은가. 놀이시설을 모니터하는 날이 아닌데도 탈것 속에 앉아 있거나 엉터리로 모니터를 한다면 효과는커녕 거짓정보로 인해 큰 문제가 생길 수 있지 않은가. 그런 점에서 선미가 현장에서 목격한 가죽자켓은 모니터 요원으로서 문제가 많았다.

_「모니터링하는 시간」 중에서


추천사                                                             

소설 속 철희는 공무원의 노고를 직접 목격한 후 자신의 연극 활동을 열심히 하는 계기를 마련한다. (…) 이 글을 쓰고 있는 10월 현재 ‘림프스킨’이라는 소 전염병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어려운 시대를 살고 있는 젊은이들이 실화를 바탕으로 한 단편소설 「해 뜰 날」을 통해서 이 사회가 어떻게 지탱되고 있는지 깨닫고, 인생의 참다운 가치를 생각해보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그러면 언젠가 쨍하고 해 뜰 날이 오지 않을까.

 _이계삼(경기도 도시주택실장, 전 경기도시공사 광교 신도시 사업본부장)


저자 소개                                                          

김우남

본명 김희숙. 경남 하동에서 태어났다.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에 입학하여 5.18광주민주화운동 당시 법정대 학생회장으로서 정치적, 사회적 인식의 지평을 넓혔다. 문예출판사 편집부에서 근무하다가 대학원에 진학하여 ‘초정 박제가의 정치사상’을 연구했다. 

2001년 단편소설 「거짓말」로 실천문학 신인문학상을 받으며 소설가로 등단했다. 소설집 『엘리베이터 타는 여자』 『굿바이, 굿바이』 『뻐꾸기 날리다』 장편소설 『릴리 그녀의 집은 어디인가』 여행문집 『다시 사막에서 열흘』(공저)을 출간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및 경기문화재단 우수도서, 문학나눔에 다수 선정되었다. 직지소설문학상, 노아중편문학상, 이화푸른문학상을 수상했다. 

nim1977@hanmail.net


목차                                                              

아이 캔 두 이모 

해 뜰 날

연(緣)—누런 뱀과 매우 단단한 똥 

모니터링하는 시간


추천사 

작가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