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옥태권 창작 소설집 『달콤쌉싸름한 초콜릿, 이야기』 출간
읽는 즐거움을 주는 소설가 옥태권의 창작 소설집 『달콤쌉싸름한 초콜릿, 이야기』가 나왔다. 『달콤쌉싸름한 초콜릿, 이야기』는 제목 그대로 형태와 빛깔은 다르지만, 달콤쌉싸름한 이야기가 주종을 이루고 있으며 소설의 영원한 주제인 사람과 삶에 대해 그리고 가장 치열한 삶의 형태인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상처받은 사람들, 사랑을 잃어버린 사람들이 사랑의 본질을 찾아가는 과정과 함께 삶의 길 찾기, 역사와 권력, 일상성, 남자와 여자 등이 씨줄과 날줄로 직조되어 있는 창작집으로 무엇보다 읽는 재미에 충실한 것이 이 소설의 특징이다.
옥태권 소설은 무엇보다 재미있다. 빠른 전개와 탄탄한 구조, 말의 묘미를 통해 독자들에게 읽는 즐거움을 선사하며 허를 찌르는 반전을 통해 또 한 번 강한 여운과 따뜻한 감동을 준다.
달콤쌉싸름한 사랑과 삶에 대해 다루고 있는 소설
『달콤쌉싸름한 초콜릿, 이야기』는 소설의 영원한 주제인 사람과 사랑에 대한 이야기다. 최근의 소설 풍토를 일컬어 흔히 서사는 사라지고 묘사만 능한 시대라는 말들을 하곤 한다. 한마디로 이야기가 사라졌다는 것이다. 그래서 최근의 소설에는 허무맹랑한 말장난과 지리한 묘사만이 만연할 뿐, 정작 필요한 사람은 실종된 형국에 처해 있다.
이 소설집은 이야기 자체에 충실하다. 사랑과 감동이 사라진 자리를 대신하고 있는 ‘엽기’와 ‘발칙한 상상’을 걷어내고,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오고가는 ‘달콤쌉싸름한 사랑 이야기’를 통해서, 사랑의 본질을 느끼게 해주며 일상성에 매몰된 현대인들에게는 가슴 한 자락을 씻어주는 소나기 같은 시원함을 준다.
한 번 잡으면 놓을 수 없는 흡인력으로 다가오다
『달콤쌉싸름한 초콜릿, 이야기』는 「글 써 주는 여자」 「남자의 눈물」 「세상은 아침에 고분고분하다」 등 단편 7편과 「논개는 없다」 중편 1편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8편의 작품은 각기 다른 맛과 색깔을 지닌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저자는 이번 창작집의 주제인 ‘사랑’에 대해 다음과 같이 이야기하고 있다.
존경하는 선배 허균은 소설 쓰는 이유를 ‘세상에 불만이 많아서’라고 했다지만, 그것이 어디 조선시대에 국한된 얘기겠는가. 세상을 불만스럽게 만든 장본인은 곧 사람이며, 그러한 불만의 대부분은 ‘사랑’과 관련되어 있다고 나는 믿는다. 그것이 결핍이든, 과잉이든, 혹은 무모함이든…….
연전에 발간한 첫 창작집이 작가로서의 정체성과 바다에 대한 부채감 혹은 의무감의 소산이었다면, 이번 창작집의 화두는 ‘사랑’이다. 진부하고 낡은 주제이긴 하지만, 인류가 삶을 유지하는 한 영원히 탐구하고 재생산해야 할 주제임은 분명하다. 단적으로 말해 삶이란, 죽음을 회피하기 위한 몸부림일지도 모른다. 그런 삶에 의미를 부여하는, 가장 치열한 형태의 삶이 곧 사랑이 아닐까.
내가 만든 사랑 이야기, 이름하여 ‘달콤쌉싸름한 초콜릿’의 맛이 독자여러분의 입맛에 맞을지는 잘 모르겠다. 그러나 순도가 높은 초콜릿일수록 쌉싸름한 맛이 감돈다는 것과, 쓴맛을 경험하고 난 뒤에 느끼는 단맛이 더 강하다는 사실도 함께 기억해 주었으면 좋겠다.
입에 넣는 순간 사르르 녹는 초콜릿은, 초콜릿이 아니다. 그대 마음의 입으로 베어 문 한 조각, 쌉싸름한 맛에 움찔하다가도 점점 달콤하게 저며 오는 색색의 맛을 느낄 줄 알아야 한다. 그 맛을 따라가다 보면, 번지수를 찾지 못해 방황하던 잃어버린 그대의 사랑이 거기에 있을 것이다.
한 번 잡으면 놓을 수 없는 흡인력으로 사랑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으며 다 읽고 난 뒤 가슴이 따스해짐과 깊은 여운을 느낄 수 있다.
사는 냄새가 물씬 나는 옥태권표 소설
시인 정일근은 옥태권과 그의 소설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한다.
소설가 옥태권 형은 ‘바다 사나이’다. 섬인 고향 경남 거제에서 태어나 아시아의 대표적인 항구를 가진 부산에서 살며 소설을 쓴다. 그는 ‘사관과 신사’ 출신이다. 한국해양대학교를 나와 오대양 육대주를 누빈 바다 사관 출신이며, 그런 생의 이력으로 하여 어느 자리에서도 신사로서의 품위와 예의의 진지함을 지키는 소설가다. 그러나 이번 창작집의 주인공들은 그런 품위와 예의 뒤편에서 끊임없이 갈등하는, 사는 냄새가 물씬 나는 ‘사람 옥태권’의 목소리를 들려준다. 아내와 싸우고 영화 <정복자 펠레>를 보며 혼자 눈물을 흘리고, 소설을 읽어 주는 여자에게 ‘옷을 벗어 주실 수 있으신지요?’라고 부탁을 하는 등, 그의 소설 속에서만 만날 수 있는 주인공들이 우르르 튀어나와 읽는 우리들을 신나게 하고, 슬프게 하고, 그리고 생각하게 한다. 또한 장삼이사張三李四의 눈높이 맞춘 작품들이 이 창작집의 미덕이어서 누구든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 것이다. 지금 당장, 아무 페이지나 펼쳐보시라. 소설가 옥태권이 들려주는 이야기의 바다에 빠져 이 책에서 손을 뗄 수 없는 당신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작품소개
「글 써 주는 여자」
인간 내면에 잠복한 훔쳐보기의 특성을 여성적 화자를 내세워 간결하고 리얼하게 묘사하여 ‘읽는 즐거움’과 ‘상상의 짜릿함’을 함께 맛볼 수 있는 작품.
「남자의 눈물」
유교적인 가풍에서 가부장적인 교육을 받고 성장한 주인공이 겪은 갖가지 눈물의 에피소드를 통해서 눈물의 참다운 의미를 깨닫게 되는데….
「달콤쌉싸름한 초콜릿 이야기」
IMF로 실직한 이후 학교 앞에서 분식집을 하고 있는 주인공을 둘러싼 음식의 맛과 문화적 상징으로서의 초콜릿, 그리고 그것과 관련된 과거의 우울한 기억들이 함께 버무 려진 말 그대로 달콤쌉싸름한 초콜릿 이야기.
「길 찾기」
사촌누나의 집을 찾아 가는 여정과 사촌누나의 결혼 생활을 통해서, 진정한 ‘길’의 의미를 탐색하는 방법을 모색한 이야기.
「화이트 크리스마스 선물」
시드니 소재의 상사 주재원인 주인공이 부인과 함께 파티에 참석했다가 부인이 외국인들에게 윤간을 당하게 되고, 방황하던 주인공은 시맨스클럽에서 시름을 달래다 초로의 목발사내를 만나 그가 내민 술잔을 먹고 몽환상태에서 그의 선물을 받게 된다. 그런데 그 선물은 다름 아닌 자신의 부인이었으니….
「세상은 아침에 고분고분하다」
머슴 출신이던 주인공이 자신의 굴레를 벗어나 직업을 전전하다 개인 택시기사로 정착하게 되고, 이 과정에서 교통정리를 하게 된다. 교통정리를 하면서 자신의 삶을 억눌러왔던 권력의 실체를 접하게 되는 순간, 과거 주인집 손자인 영식이 나타나며 암울했던 과거의 기억이 되살아나는데….
「부탁」
친척 간의 사랑이란 다소 도발적인 주제를 담고 있는 소설로, 매부의 호의를 갚기 위해 대신 군대를 지원한 동생과 죽어가는 동생의 목숨을 살리기 위해 자신의 묏자리를 잡아놓고 호상을 부탁하는 아버지 간에 벌어지는, 피를 나눈 형제보다 더 뜨거운 정에 관한 이야기.
「논개(論介)는 없다」
잡지사 기자인 주인공이 ‘논개’를 주제로 한 기획 특집을 위해 취재하는 과정에서 알게 된 논개에 대한 새로운 진실과 역사적 상징에 관한 얘기. 동행 취재를 떠난 두 남녀의 사 랑과 주인공의 잃었던 사랑 찾기.
저자 소개
옥태권(玉泰權)
1961년 경남 거제 출생으로 한국해양대학을 졸업한 지 10년 만에 동아대 국문과에 다시 들어가 학부부터 대학원까지 마치고 문학박사를 취득했다.
범양상선(주)에서 3년간 승선근무한 뒤, 월간 《해기》 편집장, 부산해양고 교사를 거쳐 현재 부일전자디자인고등학교 교사로 재직 중이며 한국해양대학에 출강하고 있다.
1994년 국제신문 신춘문예 단편소설이 당선되어 등단했으며, 국제신문에 두 번의 중편 소설-「논개는 없다」, 「오나시스에게 독배를」-을 연재했고, 창작집 『항해를 꿈꾸다』, 『해양소설의 이해』 등의 저서를 펴냈다. 현재 《해양과 문학》 편집주간과 부산소설가협회 사무국장을 맡고 있다.
E-mail : monster-ok@hanmail.net
차례
글 써 주는 여자
남자의 눈물
달콤쌉싸름한 초콜릿, 이야기
길 찾기
화이트 크리스마스 선물
세상은 아침에 고분고분하다
부탁
논개(論介)는 없다
작가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