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근찬 지음
쪽수 | 272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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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형 | 152*255 |
ISBN | 979-11-6861-193-1 04810 |
가격 | 22,000원 |
발행일 | 2023년 11월 11일 |
분류 | 하근찬 전집 8 |
★2021년 작가 탄생 90주년 기념 <하근찬 전집> 최초 출간★
★2023년 하근찬 전집 3차분 발간★
제8권 『산의 동화』,
1982~2002년 발간된 10편의 단편작품 수록
단편적으로 알려졌던 소설가 하근찬,
그의 문학세계를 새롭게 조명하다
한국 단편미학의 빛나는 작가 하근찬의 문학세계를 전체적으로 복원하기 위해 ‘하근찬문학전집간행위원회’에서 작가 탄생 90주년을 맞아 <하근찬 문학 전집>을 전 22권으로 간행한다. 한국전쟁 이후 한국소설의 백미로 꼽히는 하근찬의 소설 세계는 단편적으로만 알려져 있다. 하근찬의 등단작 「수난이대」가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으로 이어져온 민중의 상처를 상징적으로 치유한 수작이기는 하나, 그의 문학세계는 「수난이대」로만 수렴되는 경향이 있다. 하근찬은 「수난이대」 이후에도 2002년까지 집필 활동을 하며 단편집 6권과 장편소설 13편을 창작했고 미완의 장편소설 3편을 남겼다. 하근찬은 45년 동안 문업(文業)을 이어온 큰 작가였다. ‘하근찬문학전집간행위원회’는 하근찬의 작품 총 22권을 간행함으로써, 초기의 하근찬 문학에 국한되지 않는 전체적 복원을 기획했다.
원본과 연보에 집중한 충실한 작업,
하근찬 문업을 조망하다
하근찬 문학세계의 체계적 정리, 원본에 충실한 편집, 발굴 작품 수록, 작가연보와 작품 연보에 대한 실증적 작업을 통해 하근찬 문학의 자료적 가치를 확보하고 연구사적 가치를 높여, 문학연구에서 겪을 수 있는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
하근찬 문학전집은 ‘중단편 전집’과 ‘장편 전집’으로 구분되어 있다. ‘중단편전집’은 단행본 발표 순서인 『수난이대』, 『흰 종이수염』, 『일본도』, 『서울 개구리』, 『화가 남궁 씨의 수염』을 저본으로 삼았고, 단행본에 수록되지 않은 알려지지 않은 하근찬의 작품들도 발굴하여 별도로 엮어내어 전집의 자료적 가치를 높였다. ‘장편 전집’의 경우 하근찬 작가의 대표작인 『야호』, 『달섬 이야기』, 『월례소전』, 『산에 들에』뿐만 아니라, 미완으로 남아 있는 「직녀기」, 「산중 눈보라」, 「은장도 이야기」까지 간행하여 하근찬의 전체 문학세계를 조망한다.
8권 『산의 동화』
전쟁을 기억하고 기록하는 하근찬의 시선
제8권 『산의 동화』는 1982년부터 2002년 사이, 하근찬의 생애 후기에 발표된 단편소설 10편이 수록되어 있다. 중년 이후의 인물이 일상에서 다양한 계기로 인해 전쟁의 기억을 떠올리는 이야기 등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을 기록한 작품들이 수록되었다. 전시체제 속에서 학교교육이 군대식 계급과 훈련 등 강압적으로 운영되어 고통을 받다가 해방이 되어서야 일상의 자유를 얻었다거나, 반동으로 몰려 교도소에 수감된 아버지를 꿈에서 만난 다음 날 학살의 현장에서 아버지의 시신을 찾은 일화 등 하근찬의 만년의 작품에서 나타나는 전쟁은 문자 그대로의 ‘기억’으로 존재한다.
산에서 잃어버린 손목시계가 과연 그 자리에 그대로 있을 것인가에 대해 내기를 하는 가족의 일상적인 모습을 담은 표제작 「산의 동화」 외에도 영혼이나 유령, 텔레파시 등 신비한 체험으로 전쟁기억을 불러오는 「신비한 물결」과 「심야의 세레나데」, 전쟁의 기억이 끊임없이 변화하는 현실을 잘 보여주는 「사십 년이 흘러간 뒤에」와 「두 일본인」은 물론 하근찬의 말년에, 그의 시선으로 바라본 주변의 일상을 담은 「가랑비」, 「슬픈 장난감」, 「나체 이러쿵저러쿵」, 「헌책에서 대 전집으로」, 「옛 제자」 등이 수록되어 있다. 해설에는 서영인 문학평론가가 참여하여 기존 연구 성과에 현대적 관점을 더함으로써 현재적 의미를 밝히고 있다.
「사십 년이 흘러간 뒤에」와 「두 일본인」은 전쟁의 기억이 당시의 경험으로부터 떨어져 나와 끊임없이 변화하는 현실을 잘 보여주는 대표적인 작품이다. 「사십 년이 흘러간 뒤에」의 소설가 한원길은 해방으로부터 40년이 흐른 뒤, 일본을 방문한다. 깨끗하고 친절한 선진국이 된 일본은 과거에 우리를 지배한 원수의 나라였다는 선입관과는 다른 인상을 남긴다. 「두 일본인」에서 교사 한재명은 과거의 기억 속 두 일본인에 대한 에피소드를 소환한다. 자신을 파면한 이시바시 교장과 자신이 복직할 수 있도록 도와준 오카야마 시학관에 대한 기억이다.
전쟁과는 떨어진 일본의 모습과 전범국가로서의 일본, 양면의 기억을 소환하여 하근찬은 전쟁의 기억과 화해하는 방법, 과거와 현재의 괴리를 해결하는 틈을 만들어낸다. 전쟁을 일으키고, 학살을 자행하고, 식민지인을 억압했던 국가와 그러한 체제 속에서 자신의 윤리를 지키며 살아갔던 사람들을 동일시하지 않는 것이다.
첫 문장
달이 조금 있기는 했으나, 산길은 어두웠다.
연관 키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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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p.39
“하하하…….”
혜선은 재미있다는 듯이 또 까르르 웃었다.
그러자 현이도,
“맞아. 누나 말이 맞아. 등산하는 사람들은 마음씨가 깨끗하기 때문에 시계를 가져가지 않는단 말이야. 틀림없어. 다음 일요일에가면 틀림없이 있을 거야.”
하고 누나 편을 들었다.
_「산의 동화」 중에서
p.95-96
“저기 양 선생이 앉아 있잖아요. 피아노 앞에…….”
“뭐라고요? 허허허…… 오늘 밤 송 선생 머리가 좀 어떻게 된 게아니요? 양 선생은 무슨 양 선생…….”
“아니, 안 보여요? 저기 앉아 있잖아요. 저기…….”
분명히 양 선생 그녀가 다소곳이 피아노 앞에 앉아 있는 것이었다. 목이 하얗고 긴 그 뒷모습을 불빛이 저렇게 분명히 비추고 있는데, 조 씨는 안 보인다니, 어이가 없었다. 자기 머리가 어떻게 됐으면서 날더러 머리가 이상하다니, 기가 막혔다.
_「심야의 세레나데」 중에서
p.133
“응, 오카야마 시학관이 이번에 전라북도 학무국장으로 영전이 되어 간다는 기다. 그러면서 같이 가자는 거 앙이가. 복직을 시켜주겠다고…… 학무국장이면 복직쯤 문제가 없지.”
“그 양반 병 주고 약 주네예. 언제는 파면을 시키더니, 이제와선복직을 시키 주겠다고? 얍삽한 왜놈이지 뭥교.”
“그런 소리 말라구. 그때는 자기 힘으로 어쩔 수가 없었다는 기라. 징계위원이 세 사람이었는데, 두 사람이 파면을 주장해서 도리가 없었다지 뭐고.”
_「두 일본인」 중에서
p.226
“현철아, 앞으로 혼자 공부를 하면서 어려운 일이나 무슨 상의할 일이 있으면 언제라도 좋으니까 선생님을 찾아오너라. 알겠지?”
“예, 선생님.”
현철이는 그만 자기도 모르게 두 눈에는 눈물이 왈칵 솟구쳐 나왔다.
집으로 돌아가는 현철이는 마치 이제 앞길이 훤히 열린 것 같은느낌이어서 기분이 마냥 좋아 걸음이 가볍기만 했다. 날고 싶은 기분이기도 해서 냅다 소리를 내어 노래를 부르기도 하였다.
_「헌책에서 대 전집으로」 중에서
작가 소개
하근찬(河瑾燦, 1931~2007)
1931년 경북 영천에서 태어나 전주사범학교와 동아대학교 토목과를 중퇴했다. 1957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수난이대」가 당선되었다. 6.25를 전후로 전북 장수와 경북 영천에서 4년간의 교사생활, 1959년부터 서울에서 10여 년간의 잡지사 기자생활 후 전업 작가로 돌아섰다. 단편집으로 『수난이대』 『흰 종이수염』 『일본도』 『서울 개구리』 『화가 남궁 씨의 수염』과 중편집 『여제자』, 장편소설 『야호』 『달섬 이야기』 『월례소전』 『제복의 상처』 『사랑은 풍선처럼』 『산에 들에』 『작은 용』 『징깽맨이』 『검은 자화상』 『제국의 칼』 등이 있다. 한국문학상, 조연현문학상, 요산문학상, 유주현문학상을 수상했으며 1998년 보관문화훈장을 받았다. 2007년 11월 25일 타계, 충청북도 음성군 진달래공원에 안장되었다.
차례
발간사
신비한 물결
산의 동화
가랑비
사십 년이 흘러간 뒤에
심야의 세레나데
두 일본인
슬픈 장난감
나체 이러쿵저러쿵
헌책에서 대 전집으로
옛 제자
해설 | 전쟁의 기억, 만년의 글쓰기-서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