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나는 바다로 출근한다-인터뷰를 통해 만나는 해양 전문가들의 성공과 성취

김정하 지음
쪽수
304쪽
판형
145*212
ISBN
979-11-6861-190-0 03810
가격
19,800원
발행일
2023년 11월 15일
분류
인문에세이

책소개 

인생 역정과 꿈의 무대 바다,

그곳에는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온 해양인들이 있다


지구 표면의 70%를 차지하고 있는 바다. 바다는 미지의 공간이면서 무궁한 가능성의 공간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많은 사람이 바다를 삶의 터전으로 삼아 살지만, 그런 해양인에 관한 인식은 소극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다. 심지어 해양인을 ‘뱃놈’이라고 부르는 등 그들을 천시하고 해양직업을 부끄럽게 여기는 시선 또한 존재한다. 30여 년간 해양문화를 연구해온 김정하 교수는 그러한 편견에 부당함과 의문을 느끼고 해양인에 대한 세간의 인식을 개선하고자 바다로 향했다. 그리고 1년간 부산을 중심으로 전국의 각종 해양수산 관련 현장의 실무자, 전문가, 애호가를 만나 인터뷰를 나누고 해양인들의 일과 삶을 듣고 정리했다.

『나는 바다로 출근한다』에는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오며 다양한 해양 분야에서 전문가가 된 25인의 삶이 녹아 있다. 그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저자는 해양인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전적인 오해와 오류의 소산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독자들은 이 책에 소개된 해양인들의 이야기를 통해 넓은 해양직업의 세계를 경험할 것이다. 해양의 의미와 가치를 지켜온 그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읽으며 해양수산 종사자에 대한 사회의 편견을 바로잡기를 기대한다. 


일터이자 배움의 터전,

바다에서 일하고 바다를 배우는 사람들


1부는 바다를 배경으로 묵묵히 일해온 사람들의 삶을 들여다본다. 여성에게 힘들고 위험하다는 인식이 일반적인 바닷일이기에 바다에서 자신의 분야를 개척해온 여성 해양인의 이야기는 더욱 주목할 만하다. 50년 넘게 영도에서 물질을 해온 해녀들은 세월의 변화에 따라 작업 방식에 변화를 겪었다. 어장의 황폐화를 피부로 느끼는 그들은 바다 오염으로부터 생존하기 위해 스스로 환경의 파수꾼이 되어 경종을 울리는 한편 해녀 어로문화를 지키고 알리는 데도 열심이다. 오랜 시간 바다를 누빈 선박에 들러붙어 있는 해조류와 녹을 떨어내는 ‘깡깡이아지매’에게 깡깡이질은 자부심 어린 직업이다. 깡깡이질은 여성에게 힘들 뿐 아니라 남들에게 알리기 부끄러운 직업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그럼에도 40년간 깡깡이질을 하며 자식을 키우고 생계를 일군 강애순 노인의 삶은 ‘조선 강국’이 된 우리나라의 선박수리업을 떠받쳐온 여성 근로자의 모습 그 자체이다.

국내 최초의 여성 선장인 전경옥 선장은 미래의 한국 해운업계에서 여성의 역할이 무엇인지를 떠올리게 만드는 상징적 인물이다. 여성 해기사의 평균 승선 기간과 체력에 대한 선입견과 싸우며 열악한 해운환경에서 살아남은 그는 여성 해기사의 교육과 인력 활용, 복지정책을 마련하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이 외에도 오랜 세월 바다와 함께한 숭어들이 어로장, 수산물 경매사, 항로표지원과 크레인 기사, 부산항 도선사 등 바다를 삶의 터전으로 삼아 일하는 사람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담았다.

2부에는 바다의 문화와 기술을 연구하는 사람들의 인터뷰를 실었다. 이들은 바다와 인간이 함께 잘 살아갈 수 있도록 끊임없는 고민과 연구를 거듭하고 있다. 인간의 건강을 위협하고 어민의 재산 손해를 발생시키는 ‘바다의 병’ 적조를 막기 위해 한평생을 바친 해양연구자는 오랜 기간의 연구 끝에 황토가 적조 퇴치에 큰 효과를 발휘한다는 것을 알아내 어민들의 피해를 줄이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바닷가의 미관을 해치고 쓰레기가 쌓이게 할 뿐 아니라 추락사고의 주범이기도 한 테트라포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신공법 방파제 개발자들의 노력도 엿볼 수 있다. 이와 함께 한국의 바다가 지닌 역사를 파고드는 해양사학자와 이순신 장군의 정신을 널리 알리기 위해 힘쓰는 전 헌법재판관, 예비 선원을 길러내는 교수의 인터뷰를 실었다.


즐거움과 가능성의 공간 바다,

바다의 문화를 지키고 미래의 바다를 준비하다


바다는 생존과 배움의 공간임과 동시에 문화의 공간이기도 하다. 부산의 송정은 서핑을 위해 매년 많은 사람이 모이는 곳이다. 이곳이 서핑의 성지로 자리 잡은 데는 송정 앞바다에서 한국 최초의 서핑을 시작한 송정서핑학교 서미희 대표의 노력이 있었다. 서미희 대표는 독학으로 파도 읽는 법을 터득해 서핑학교를 열고 전국에 서핑학교 운영시스템을 보급했다. 박수현 수중사진가는 바다에 매료되어 30년 넘는 세월 동안 2천 회 넘게 바다로 뛰어들었다. 위험과 두려움을 이기고 바다로 뛰어들어 해양생물을 소개하는 그의 작업을 통해 바닷속 기후변화로 인한 수중 생태계의 변화도 짐작할 수 있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국내 유일의 범선 선장, 해양가요 연구자, 남해안별신굿 예능 보유자의 이야기를 통해 바다의 문화를 연구하고 지키려는 사람들의 노력을 엿볼 수 있다.

21세기의 바다는 해양산업 발전, 해양오염, 기상이변 등의 문제에 대처해야 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4부에서 저자는 바다의 미래를 도모하는 해양인을 만난다. 조형장 해양건축사는 서울의 세빛둥둥섬이나 제주의 선상 호텔처럼 부산에도 해양건축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말한다. 바다의 곡선미를 살린 ‘마리나 복합시설’로 학계와 업계의 인정을 받은 그의 최종 목표는 해양건축을 통해 바다를 재창조하는 것이다. 해저로봇 개발자 이판묵 박사는 세계에서 네 번째로 무인잠수정을 개발해 해저를 관측하는 데 성공했다. 해양로봇 개발이 아직 활발히 이루어지지 않는 국내 상황이지만 그는 인내를 가지고 해저로봇이 실용화될 미래를 준비한다. 이 외에도 4부에서는 미래의 복합문화공간이 될 어촌과 크루즈 관광이 활성화될 미래를 그리는 해양인, 극지 개척을 위해 노력하는 연구자의 이야기도 만날 수 있다.


해양인들에게 이처럼 바다는 인생 역정과 꿈이 펼쳐진 무대였다. 때로 사회적 편견과 오해로 인해 그들이 하는 일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기도 했지만,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 끝내 한 편의 역전 드라마를 썼다. 『나는 바다로 출근한다』는 바다를 지키는 현재와 미래의 해양인들에게 건네는 힘찬 응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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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속으로/밑줄긋기                                                    

p46-47 깡깡이는 보통의 여성들에게는 힘에 겨운 노동이었다. 뱃전에 늘어뜨린 줄에 매달려 덜렁대는 디딤틀 ‘아시바(足場)’에 걸터앉아 뱃전의 녹을 긁고 떨어내는 작업에는 극도의 위험이 뒤따랐다. 자칫 디딤틀에서 떨어졌다간 십중팔구 불구 아니면 식물인간이 되었다. 녹을 떨어내느라 망치로 쇠판을 치는 ‘깡—, 깡—’하는 공명음(共鳴音)은 고막을 울리다 못해 잠결에도 환청이 되어 울렸다. 뱃전 외판에 새로 칠해진 페인트 냄새를 참는 일이나 좁고 어두운 선박 구석과 탱크에 들어가 청소하는 일은 더욱 힘들었다. 공기가 부족한 탱크 내부에는 질식해 생명을 앗아갈 위험이 언제나 도사리고 있었다.

_「깡깡이질 40년, 조선강국 태동의 역사」


p100 도선사는 부두 접안 시 거대한 힘으로 밀고 당기는 선박과 예인선 양자의 힘을 매 순간 머릿속에서 정확하게 계산해내야 한다. 특히 파도가 높고 조류가 강한 날에는 더욱 빠르고 주도면밀하게 상황에 대처해야 한다. 그러자면 빠르고 정확한 판단과 능숙한 외국어 구사력은 물론, 강한 책임감과 집중력, 순간 대처능력에 강인한 체력까지 빈틈없이 갖추고 도선에 임해야 한다.

_「도선사 15년, 봉사·후배 육성에도 앞장서다」


p170 김학균 박사가 연구에 나서던 즈음만 해도 적조가 발생하면 양식장 운영자인 어민들로선 속수무책이었다. 기왕에도 햇빛에 그을린 얼굴이 더욱 짙은 흙빛이 된 채 초점 잃은 눈으로 먼 하늘만 쳐다볼 뿐이었다. 이를 어촌 현장에서 목도한 김학균 박사는 적조에 맞서는 싸움에 나서 어민을 구하기로 마음을 굳혔다. 정신분석학자 칼 G. 융의 말대로 시련을 감내하고 이겨내며 얻은 능력으로 공동체의 운명을 감당하는 일에 나서기로 했던 것이다.

_「적조에 맞서 어민의 눈물을 닦아준 한평생」


p190 과연 몰려오는 파도는 그를 밀어내기는커녕 도리어 함께 밀려가고 밀려오며 어우러지기를 반복했다. 멋진 파도를 타고 나니 넋 빠진 사람처럼 웃음이 나왔고 한밤중까지도 온몸에 흐르는 전율을 느꼈다. 파도가 자신이 되고 자신이 파도가 되는 물심일여(物心一如), 무아지경(無我之境)을 경험했다. ‘한국 1호 여성서퍼’의 탄생이었다.

_「송정 파도 공부해 ‘서핑 성지’ 일군 한국 서핑의 대모」


p266 ‘신은 건축가를 창조하고 건축가는 건축으로 세상을 창조한다’는 말이 있다. 이제는 건축가가 바다를 다시 창조해야 할 때이다. 해상·해저 주거지나 인공섬만이 아니라 해저도시와 해저오락장, 해상 공장과 농장, 해저터널과 해저케이블, 해상교량, 해상공항 등의 건설 모두가 그 창조 영역에 들어갈 해양건축이다. 더구나 해역의 환경 파괴나 자연 훼손을 최소화하면서 그런 창조물들을 안착시키려면 전문가로서 해양건축사의 역할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_「파도 곡선 그리는 손놀림, 21세기 ‘바다의 문명’ 짓다」


 저자 소개                                                             

김정하

한국해양대학교 명예교수. 강원도 홍천에서 태어나 서강대학교 철학과 졸업 후 서강대 대학원에서 민속학과 국문학을 전공했으며 신춘문예에 소설이 당선되었다. 한국해양대 동아시아학과 교수로 28년간 재직하며 해양문화를 비롯한 지역문화와 도시민속, 근현대문화를 연구, 강의하며 도시재생과 축제, 문화유산보존 등 문화행정에도 조언을 보탰다. 저서 『바다를 담아낸 소설과 민속』 외에 공저 『해양인문학이란 무엇인가』, 『도시마을의 민속문화』 등, 소설집 『그림자는 없다』, 논문 「어촌민속 전승에서의 어촌계 역할과 전승 양상」, 「도시마을민속의 타자성과 주체성」, 「개항지 도시민속의 식민주의에 대한 비판적 고찰」, 「근대산업화기 여성근로자의 산업민속」, 「부산의 지역축제를 위한 지역민속 활용방안」 등이 있다.



 차례                                                                  

서문 해양인들의 삶을 ‘해양인 열전’으로 남기며


1부 바다에서 일하다

물빛만 보고 숭어 떼의 움직임을 읽다-숭어들이 어로장 김관일

물질 50년, 바다밭 황폐화에 맞서온 억척의 삶-영도 해녀 이정옥

깡깡이질 40년, 조선강국 태동의 역사-깡깡이아지매 강애순

공동어시장 새벽 깨우는 경매 지휘관-수산물 경매사 김대회

항만 공중 컨테이너 하역의 달인, AI는 못 따라올 그 30년 짬밥-크레인 기사 안종식

등댓불로 뱃길 밝힌 36년-항로표지원 김종호

언젠가는 여성 해기사에 대한 편견을 씻어낼 수 있다고 믿어요-국내 최초 여성 선장 전경옥

도선사 15년, 봉사·후배 육성에도 앞장서다-부산항 도선사 한기철

초대형이든 소량이든 정성을 다하는 화물 운송-포워딩 선두주자 양재생

300m 독에서 325m 컨선 만든 역발상-한국 조선업 레전드 장창근


2부 바다를 배우다

장보고 연구 대가, 바다의 개방성에서 한국의 미래를 찾다-해양사학자 강봉룡

이순신 정신, 판결·추모사업으로 실천-이순신 연구가 김종대

‘백경호’ 지키며 한국 수산업의 혼을 심은 선장을 길러내다-실습선 선장 이유원

적조에 맞서 어민의 눈물을 닦아준 한평생-적조 연구 과학자 김학균

안전사고 막고 경관 살리는 일석다조 방파제-신공법 방파제 개발자 김상기


3부 바다와 놀다

송정 파도 공부해 ‘서핑 성지’ 일군 한국 서핑의 대모-송정서핑학교 대표 서미희

해양생물에 매료되어 34년간 바다에 뛰어들다-수중사진가 박수현

‘범선 붐’의 돛을 펴다-국내 유일 범선 선장 정채호

선박공학자가 지켜온 바다의 노래-해양가요 연구자 박명규

대를 이어 바다 섬긴 무속업, 무형문화재로 빛나다-남해안별신굿 예능 보유자 정영만


4부 바다를 꿈꾸다

문화·레저 접목으로 어촌 살리기에 나선 38년 어항 전문가-어촌 전문가 류청로

파도 곡선 그리는 손놀림, 21세기 ‘바다의 문명’ 짓다-해양건축사 조형장

미지의 심해에 발을 내딛다-해저로봇 개발자 이판묵

블루오션 크루즈산업, 준비하는 자에게 열린다-크루즈 연구자 황진회

35년간 극지 개척, 세종·다산·장보고기지를 짓다-극지연구 과학자 김예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