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문학/사상 8호 : 트랜스로컬

문학/사상 편집위원회
쪽수
240쪽
판형
148*225
ISBN
ISBN  : 979-11-6861-187-0 03800
ISSN  : 2765-7167
가격
15,000원
발행일
2023년 10월 30일
분류
문학/사상

책소개 

로컬의 횡단과 접선, 새로운 사상의 탄생


주류 담론이 지배하는 환경에 반격을 가하고, 담론의 지형을 뒤흔든다는 취지로 창간한 『문학/사상』이 8호를 발간한다. 이번 호 ‘트랜스로컬’에서는 『문학/사상』이 끊임없이 견지해온 로컬을 지속적으로 호명하고 또 실패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로컬 속에서 희망을 지탱하는 삶에 주목한다. 아리프 딜릭의 말처럼 거듭 로컬을 소환하는 까닭은 그것이 처한 곤경을 가능성으로 전환하려는 과정에 있다. 로컬은 몸의 감각과 일상, 생활의 구체가 자리하는 경험적 삶이 실현되고 지속되는 장소이다. 근대를 경험한 로컬은 끊임없는 종속과 수탈을 겪으며 소멸을 경험한다. 그렇기에 과거로부터 내려온 모순을 폐기할 수 있는 가능성의 장소가 된다. 구체적 세계와 공간을 토대로 로컬의 삶이 중첩되고 그렇게 생성된 다성성의 세계는 로컬을 두껍게 사유하게 만든다. 『문학/사상』 8호에서는 이러한 구체성이 녹아 있는, 경험적 삶이 실현되는 장소인 로컬을 직시하며 그들의 횡단과 접선에 주목한다.


로컬에 부여된 종속과 착취, 그리고 모순



이번 호로 여덟 번째를 맞는다. ‘문학 슬래시 사상’이라는 이름으로 4년, 그 이름 아래, 그 시간 동안 우리가 겨눈 채로 벗어나지 않았던 동시에 불가항력적으로 붙들린 채 있었던 것, 모종의 해결책을 얻지 못하고서 암중모색(暗中摸索) 하고 있었던 과제상황, 달리 말해 실패와 좌초의 궤적을 그리면서도 무릅쓰고 조형해내고자 했던 문제설정. 그것은 ‘로컬’이었다. 혹은 위기와 위험이 중층적으로 침탈하는 땅, 즉 ‘지역’이었고, 사회적 오욕의 낙인을 찍는 비가역적인 폭력의 투하지, 즉 ‘지방’이었다.

 —『문학/사상』 8호를 내며, 그 앞뒤를 살피며

비판비평에서는 그동안 『문학/사상』이 사유해왔던 지역에 대한 사유를 확장하여 로컬을 횡단하고 접선하여 그 사이의 차이와 모순을 지각한다.

구모룡은 「접촉지대 부산을 사유하는 작가들」에서 비대칭적 관계가 유지되는 접촉지대 부산을 사유하고, 트랜스 로컬을 통해 비판적 로컬주의에 비등하는 성취를 보여준 정영선, 박솔뫼, 김숨의 소설을 조망한다. 그는 모옌의 글을 빌려 고향을 이야기하는 일이 고향의 찬가에 그치지 않아야 함을, 로컬을 통하여 새로운 사상을 생성해야 함을 강조한다.

김만석은 「해안선의 사상-트랜스로컬 공간의 창안을 위하여」에서 아시아태평양의 해안선을 따라 국민 국가와 자본의 폭력으로부터 내쫓긴 자들의 지혜와 삶 그리고 예술을 통해 세계를 구상하려는 장소의 창안, ‘해안선의 사상’이 필요하다 주장한다. 이에 김정한과 현기영의 소설을 살피며 제주 4.3을 다룬 소설을 통해 대안적 장소로서의 제주 창안을 제안한다.

김서라는 「<전일그라프>의 이미지 그리고 광주와 전남의 낙차들」에서 1970년대 <전일그라프>에 실린 사진 하나를 매개로 기획된 이미지와 광주와 전남의 낙차를 해석하고 1970년대에 담긴 로컬 속 내부 식민지와 그 사례를 분석한다. 그는 도시와 농촌의 위계화된 관계를 드러내는 이미지를 통해 로컬의 정체성 구축, 지역 간의 분열, 나아가 농촌을 착취하는 시스템에 대해 사유한다.


대중문화 발상지로서의 로컬


현장비평에서 장상은과 이중기는 로컬의 발상과 로컬을 뛰어넘어 확산시킨 영향의 토대로서 지역을 조망한다.

현장비평 「조대영 비디오 아카이브」에서 장상은은 광주 아시아문화전당에서 진행된 기획전 <원초적 비디오 본색> 전을 통해 조대영의 비디오 컬렉션을 살피고 지역 영화의 발전을 알아본다. 또한 가요제를 통한 광주발 대중가요의 성장을 살피며, 지역 내외부의 헤아릴 수 없는 관계망을 통해 경험되는 지역 대중문화에 주목한다.

작가론 「‘영천’을 무대로 한 하근찬 작품의 숨은 이야기」에서 시인 이중기는 『하근찬 전집』의 기획자이자 하근찬의 전작을 탐독한 자로서, 「수난이대」로만 수렴되었던 하근찬의 전체 작품 세계와 그의 생애에 주목한다. 또한, 하근찬 작품 세계가 구상된 공간인 영천과 그 입말에 대해서도 사유하며 하근찬 문학의 새로운 일면에 주목한다.


우리의 역사와 세계는 이곳에서


시에는 박승열, 서영처, 신정민, 최백규, 최영철의 신작 시를 각 2편 수록하였다. 소설에 수록된 정광모의 「마지막 전화」는 전화 상담사인 ‘나’의 이야기와 그의 내담자들의 이야기를 통해 현대 사회에 놓인 문제를 짚고 있다.

서평에서는 로컬의 장소성과 그 속에서 삶을 살아내는 사람들의 내밀한 세계를 확인하며 그들의 역사와 미래를 향한 희망을 이야기한다.

황은덕은 그레이스 M. 조의 『전쟁 같은 맛』을 통해 사적이고 내밀한 과거가 우리 현대사와 맞물려 있는 이민 1세대, ‘양공주’라 불리던 어머니의 생애사를 살피고 연구하는 학자의 모습을 보고 자아와 세계를 새롭게 바라본다.

정미선은 박사라의 『가족의 역사를 씁니다』를 읽어나가며 재일코리안으로서의 ‘가족의 역사’를 훑는다. 재일코리안이라는 복잡하고 모호한 위치성 속에서 역사의 시공간을 체험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을 살피며, 그는 ‘당신의 가족 이야기는 어떠한가요?’ 질문을 건넨다.

김대성은 정영선의 『아무것도 아닌 빛』을 읽으며 빨치산과 디아스포라뿐 아니라, 누군가를 기다리며 주변을 보살펴왔던 조향자의 돌봄을 수행한 삶을 직시한다. 그는 조향자의 돌봄을 통해 그 속에 쓰이지 않았으나 분명히 담긴 정동적 평등을 바라본다. 

양진오는 조현준·전민규의 『기록을 찍는 사람들』을 통해 대구 남산동의 작은 인쇄골목을 걷는다. 대구 원도심의 장소성을 재현하고, 지역 공동의 기억을 공유하는 기록을 읽으며 그는 공간을 삶의 장소로 바꿔낸 장인들을 조망한다.


연관 키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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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로컬에 관한 문제의식은 시간적으로 현재의 리얼리티를 담보하기 위하여 과거를 향할 수 있으며, 공간적으로 다양한 문화와의 일상적이고 복합적인 상호교섭을 전제한다. 이 지점에서 트랜스 로컬의 방법과 실험이 요청된다. 트랜스 로컬은 단지 로컬 사이의 횡단을 의미하는 바는 아니다. 서로의 차이와 모순을 지각함으로써 자본의 조작적 파편화에 대응할 수 있다는 대안적 의의를 지닌다. (…) 박솔뫼와 김숨은 트랜스 로컬을 통하여 비판적 로컬주의에 비등하는 성취에 이를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들의 접근 방법이나 생산한 형식이 접촉지대 부산을 말하는 문학과 문학사상을 더욱 풍요롭게 하리라 예감한다.

_구모룡 「접촉지대 부산을 사유하는 작가들」


오키나와는 일본의 행정자치단체로 들어와 있지만, 일본에 없는 장소이고 따라서 오키나와가 실질적으로 일본에 완전히 편입되거나 그렇지 않거나 간에, 불가능한 삶에 대한 잠재성(류큐공화사회, 곧 국가가 아니라 사회)이 실현될 수 있는 장소가 된다는 것이다. 이런 사정은 오키나와만이 갖는 특수한 성격이 아니라, 제주나 광주, 부산, 마산에서도 그리고 또한 대만, 홍콩에서부터 필리핀, 태국, 베트남,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에서 광범위하게 펼쳐져 있는 것이기도 하다. 혹은 모든 아시아태평양의 해안선을 따라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고쳐 쓸 수도 있다. 자본과 국가가 로컬의 경계를 손쉽게 뛰어넘어 수탈과 폭력을 손쉽게 실현하는 것과 다른 흐름을 형성하고 구성하는 장소의 창안이 절실한 것이다. 

_김만석 「해안선의 사상-트랜스로컬 공간의 창안을 위하여」


도시가 개발될수록 농촌에는 낙후된 이미지가 씌워졌으나, 이 낙후한 이미지를 지우기 위한 여러 가지 시도가 이어져왔다. 지금에 와서 농촌은 도시와 상반된 이미지로서 힐링과 치유의 공간으로 재개발되고 있다. (…) 농촌은 도시 사람들을 위한 힐링 장소는 아니다. 도시 또한 첨단과 미래도시의 이미지로 포섭될 때, 도시의 현실이 은폐되는 것은 물론 지역과의 관계가 결여된 채 고립될 수밖에 없다. 지역을 특정 이미지에 종속시키는 방식으로 개발하는 일은 도시에서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흔하게 이용되는 브랜딩작업이다. 도시를 하나의 상품으로 만들어 관광이나 지역개발의 영역에서 다루는 것이다.

 _김서라 「<전일그라프>의 이미지 그리고 광주와 전남의 낙차들」



저자 소개                                                          

구모룡 편집인

1982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평론이 당선된 후 문학평론가로 활동해 왔다. 『앓는 세대의 문학』 『구체적 삶과 형성기의 문학』 『한국문학과 열린 체계의 비평담론』 『신생의 문학』 『문학과 근대성의 경험』 『제유의 시학』 『지역문학과 주변부적 시각』 『시의 옹호』 『감성과 윤리』 『근대문학 속의 동아시아』 『해양풍경』 『은유를 넘어서』 『제유』 『시인의 공책』 『예술과 생활』(편저) 『백신애 연구』(편저) 『폐허의 푸른빛』 등의 저서가 있다. 


윤인로 편집주간

『신정-정치』 『묵시적/정치적 단편들』을 지었고, 『이단론 단편: 주술제의적 정통성 비판』 『국가와 종교』 『파스칼의 인간 연구』 『선(善)의 연구』 『일본 이데올로기론』 『일본헌법 9조와 비폭력』 『정전(正戰)과 내전』 『유동론(遊動論)』 『세계사의 실험』(공역) 『윤리 21』(공역) 『사상적 지진』 등을 옮겼다.


김만석 편집위원

역사적 ‘바다’와 ‘해안선’, ‘군도’에 대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이 과정에서 만난 혁명, 항쟁, 봉기들을 가시화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김서라 편집위원 

전남대학교 대학원 박사과정(철학)을 수료했다. 광주·전남 일간지 <광남일보>에서 2021년 미술평론에 당선되었다. 광주의 예술가, 연구자들이 모인 '광주모더니즘' 연구공동체 일원이자, 광주에서 나고 자란 청년여성연구자. 공간정치와 지역의 문화에 대해 관심을 두고 연구하고 있으며, 광주모더니즘 안에서 멤버들에 기대어가며 겨우 지역에서 산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배워가고 있다.


목차                                                              

트랜스 로컬: 어디에 슬래시를 그을 것인가 

—『문학/사상』 8호를 내며, 그 앞뒤를 살피며

∑ 시

코끼리와 나/밤의 드라이브 

박승열 시인


가자 장미맨션/마리오네트 

서영처 시인


뱀이 운다/마음을 분석해줄 공식이 있다면 

신정민 시인


야행성/절벽

최백규 시인


한계선 꽃게들/기어간다 기어온다 

최영철 시인


∏ 비판-비평

접촉지대 부산을 사유하는 작가들 

구모룡 문학평론가


해안선의 사상—트랜스로컬 공간의 창안을 위하여 

김만석 독립연구자


〈전일그라프〉의 이미지 그리고 광주와 전남의 낙차들 

김서라 광주모더니즘, 미술평론가


∮ 소설 

마지막 전화

정광모 소설가

Ⅹ 현장-비평

조대영 비디오 아카이브—흘러들고 넘쳐나며 또한 스며들기 

장상은 방송작가


∬ 작가론

‘영천’을 무대로 한 하근찬 작품의 숨은 이야기

이중기 시인


∞ 쟁점-서평

‘엄마와 엄마 같은 사람들’의 정의 회복을 위한 글쓰기 

『전쟁 같은 맛』, 그레이스 M. 조

황은덕 소설가


기억의 공간형식과 우리 집 역사 쓰기의 방법적 질문들 

『가족의 역사를 씁니다』, 박사라

정미선 전남대 HK연구교수


강을 따라, 깜빡이는 궤적을 따라—정영선의 『아무것도 아닌 빛』을 돌봄 서사로 읽어야 하는 이유

『아무것도 아닌 빛』, 정영선 

김대성 문학평론가


우리들의 기록은 사랑이어라 

『기록을 찍는 사람들』, 조현준, 전민규 

양진오 대구대 문화예술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