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사려니 숲의 휘파람새

장미영 지음
쪽수
272쪽
판형
135*200
ISBN
979-11-6861-168-9 03810
가격
17,000원
발행일
2023년 8월 24일
분류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책소개

단절된 우리 시대의 풍경 속

흐릿해지는 진실과 거짓, 선과 악의 경계


현대인이 겪는 혼란과 모순된 심리를

섬세한 시선으로 그려내는 장미영의 첫 소설집


‘말하지 않음’, ‘말해지지 않음’의 가장자리에 맴돌고 있는 진실은 무엇일까? 등단 이후 꾸준히 현대인의 모순된 심리와 사람 사이의 관계를 탐색해온 장미영 소설가가 첫 소설집 『사려니 숲의 휘파람새』를 출간했다.

“7편의 소설들은 ‘말함과 말하지 않음’의 간극에서 발생하는 진실과 거짓에 대한 의문을 던지고 있다.” 오현석 문학연구자는 해설 「언어의 가장자리에 머무르는 진실들」을 통해 “혼란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동시대의 독자들을 끊임없이 진실과 거짓 판단을 해야 할 심판대에 올려서 시험하고 있다”며 소설을 상찬한다.


기억, 사랑, 죽음, 환상… 세상의 소리에 무뎌지지 않기 위해 애썼다. 내 마음 같지 않은 세상이 조금은 내 마음 같았으면 싶었다._「작가의 말」 중에서

저자는 일곱 편의 작품을 통해 자기 자신, 또는 타인과의 사이에서 이유 모를 혼란과 관계 변화를 겪는 현대인들의 심리를 섬세하게 그린다. 막막한 현실 속에서도 꿈을 좇기를 시도하며 타인과 연결되려 하는 청년, 누구의 것인지 모르는 기억으로 인해 혼란을 느끼는 가족, 진실을 사실대로 밝히지 않음으로써 남을 기만하는 인물들. 『사려니 숲의 휘파람새』에 실린 단편을 통해 독자들은 선과 악이라는 윤리적 경계를 넘나들며 진실과 거짓은 어떻게 나뉘는 것인지 고민하게 될 것이다.



무기력한 현실 속 자신의 꿈을 좇는 청년들


표제작 「사려니 숲의 휘파람새」의 주인공 지웅은 남들보다 소리에 민감해 작은 소리까지 구분할 수 있다.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하며 하루하루 무기력한 삶을 살던 지웅에게는 좋아하던 휘파람새 소리를 들으러 길을 떠났다 생을 마감한 아버지의 기억만이 강렬하게 남아 있을 뿐,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추구할 의지도 열정도 없다. 어느 날 지웅이 사는 빌라에 한 여자가 이사 온다. 여자의 집에서 나는 작은 소리에도 귀 기울이며, 지웅은 그녀에 대한 궁금증을 키워간다.


꽃, 동물, 새, 모든 것들은 말이야 소리로 자신의 존재를 알리지. 우리와 다른 점이 있다면 거짓이 없다는 거야.(64쪽)

「그룹 헤로인」은 예술과 사랑의 경계에 선 인물을 주인공으로 한다. 김준은 예술을 통해 진짜 나를 찾고 싶어 하는 청년이다. 자신이 속해 있는 밴드 ‘헤로인’의 리더 병화 형을 예술가로서 존경하는 준은 어느 날 자신의 여자친구 가인과 병화 형의 불륜 장면을 목격한다. 하지만 준은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는다. 오히려 모든 주변 관계를 정리하고 진정 자신이 원하는 예술을 찾아 병화 형의 집으로 향한다.



거짓은 어떻게 진실이 되는가


「거짓말의 기원」은 최근 대두되고 있는 교사와 학부모 간의 갈등을 다룬 소설이다. 민서 엄마는 민서 귀의 상처를 이유로 어린이집 담임 선생님인 주인공에게 어린이집 운영과 관리에 대한 문제를 제기한다. CCTV를 통해 아무 일이 없었음을 확인했는데도 민서 엄마는 지속적인 민원 제기와 함께 어린이집 홈페이지에 글을 쓰고 주인공을 고소하기에 이른다. 스트레스로 인해 정신과 상담까지 받게 되는 주인공은 끝이 보이지 않는 싸움에 점점 지쳐간다.

「타로텔러」는 미래를 예견하는 무당 엄마의 능력을 이어받았지만 신내림을 거부하고 타로텔러로 살아가는 주인공의 이야기다. 자신의 의지와는 다르게 타인의 미래를 볼 수 있는 그녀는 타로점을 보러 온 손님을 큰 위험으로부터 구하기도 한다. 그러나 자신이 미래를 볼 수 있다는 사실을 철저하게 숨긴다. 그녀는 자신의 운명을 끊임없이 거부하지만, 자신의 운명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안다.

「우리 동네 현보」에는 상반되는 두 인물이 등장한다. 늘 웃고 다니는 말더듬이 현보는 동네 사람들의 구박을 받는 인물이다. 현보의 동생 현수는 형과 달리 똑똑하고 합리적인 인물이다. 동네에서 도난 사건이 발생하자 사람들은 현보의 말에는 아무도 귀 기울이지 않고 현수의 말에는 적극 동조한다. 현수는 사람들의 고정관념을 이용하여 자신이 저지른 범죄를 형에게 뒤집어씌운다. 주인공 연희는 현보와 현수를 통해 사실이 아님에도 진실이 되고 사실임에도 거짓이 되는 현실을 목격하고 절망한다.


사실과 진실 사이 거리는 얼마나 될까. 사실이라도 믿어 주지 않으면 거짓이 된다. 하지만 거짓이라도 믿어 버리면 곧 진실이 된다. 믿어 주지 않는 진실, 믿어 버린 거짓. 한참을 멍하니 있었다.(233쪽)

웅크리고 있던 기억의 파편을 대면할 때


「끝나지 않은 약속」의 주인공 진수는 딸 채영을 홀로 키우며 지낸다. 아내 수진은 채영을 낳고 뇌종양으로 세상을 떠났기 때문에 채영은 태어나서 한 번도 엄마를 본 적 없다. 분명 채영의 기억에 엄마는 없는데 어느 날부터 채영은 자꾸 생전 수진의 모습과 너무나도 닮은 아줌마 이야기를 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아줌마와 대화하고 선물을 받고, 수진과 진수가 살았던 돌산마을을 찾아가기도 한다. 진수는 채영을 통해 피하려 했던 과거 수진의 기억과 마주한다.


오늘이 그날인 것 같다. 수진에 대해 이야기를 해 줘야 할 시간이 왔다. 나는 방으로 들어갔다. 서랍에서 수진과 나의 손수건을 꺼내 바지 주머니에 넣었다. 그러고는 채영이와 함께 밖으로 나왔다. 나는 채영이를 목말 태웠다.(104-105쪽)

「붉은 벽돌집」은 해리성 무감각증을 진단받고 과거의 기억으로부터 단절된 채 삶을 살아가는 청년의 이야기다. 청소 일을 하는 준상은 붉은 벽돌집의 청소를 맡는다. 가출 청소년들이 어지럽힌 벽돌집 안에서 준상은 남겨진 물건들을 보고 갑작스러운 과거의 기억을 마주한다. 수많은 장면으로 인과성 없이 쪼개진 기억은 선후관계도, 원인과 결과도 없다. 의식 곳곳에 박힌 기억은 시시때때로 준상을 혼란스럽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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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 밑줄긋기                                                          

p15 아이들을 좋아해서 시작한 일이었는데 점점 아이를 돌보는 게 노동처럼 버겁기만 했다. 아이의 공격적인 행동에 대해 조심스럽게 조언을 건네면, 절대 자기 아이는 그럴 리가 없다며 오히려 내가 아이를 싫어한다는 것의 다른 표현이 아닐까 의심했다. 그러고는 원장에게 나에 대한 못마땅한 점을 성토하기도 했다. 이후 나는 아이들의 개별적인 행동 문제에 대해서는 일절 입을 닫았다. 어차피 모두 귀한 아이들이었고 나름 다 잘난 자녀들이었으니까.

_「거짓말의 기원」


p58 돌이켜 보면 아버지 때는 그래도 꿈이라도 꿀 수 있었던 괜찮은 시절이었는지 모른다. 사람들은 인정하지 않았지만 아버지는 꿈에 살고 꿈에 죽었다. 스물아홉, 꿈조차 꾸기 어려운 지금의 나. 오늘만큼은 아버지가 나보다는 행복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_「사려니 숲의 휘파람새」


p85-86 “상상 속의 아줌마인지,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아줌마를 만났다고 해. 나에게 소개도 시켜 주던데. 어린이집 엄마들을 자주 본 이후부터인 것 같아. 자기가 친구들과 다르다는 걸 알게 된 듯해. 자기 환경에 대한 객관화랄지, 혹시 말이야, 엄마 생각에 헛것을 보는 걸까? 하하, 내가 미친놈이지, 말을 해 놓고도 너무 나갔나 싶군.”

_「끝나지 않은 약속」


p116 약이나 상담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다. 모든 게 안개처럼 뿌옇기만 했다. 나는 내가 누구인지 잘 모르겠다. 오늘의 내가 어떤 어제를 살았던 인간인지. 엉켜 있는 생각의 덤불 속에 여러 개의 내가 웅크리고 앉아 있다.

_「붉은 벽돌집」


p151-152 운명은 바꿀 수 없다. 그렇다면 그 운명을 말해 줄 이유도 없다. 운명이 아니라, 그저 앞날을 미리 보고 싶은 거라면 그 역시 별 의미가 없다. 상황에 따라, 의미에 따라, 인간의 미래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으니까. 말해 준들 무엇이 바뀔까. 그럼에도 우리는 다양한 해석의 세계를 통해 용기, 희망, 치유의 기쁨을 얻고 싶어 한다. 어떤 길이, 또 다른 길이 있을지, 아무도 알 수 없다. 여자가 타로를 치는 건 다만 선택지를 좀 더 폭넓게 보여 주기 위한 것일 뿐이었다.

_「타로텔러」


p193 나는 형 옆에 나란히 누웠다. 잠이 든 형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나는 형이 점점 더 좋아졌다. 동시에 부럽기도 했다. 스물두 살, 기타를 배워 보겠다는 꿈을 가진 나에게 여전히 병화 형은 리치나 커트 코베인, 건즈 앤 로지스 같은 실력 있는 뮤지션과 다름없었다.

_「그룹 헤로인」


p233 “사실 자체는 중요하지 않아. 중요한 건 말이야. 사람들이 어떤 사실을 믿느냐는 거지. 어린 데다 모자란 사람 말을 누가 듣기나 한대? 좀 더 크면 연희 너도 알게 될 거야.”

_「우리 동네 현보」


저자 소개                                                                    

장미영

서울에서 태어나 부산에서 살고 있다. 2019년 국제신문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사려니 숲의 휘파람새」가 당선되어 등단했다. 2006년 동서문학상 가작을, 2012년 천강문학상 우수상을 수상했다. 어린이집 교사로, 강아지 달이의 엄마로 지내고 있다. 『월든』의 작가 헨리 데이비드 소로와 가수 브라이언 아담스, 숲과 바람을 좋아한다. 저서로 테마소설집 『모자이크, 부산』(공저)이 있다.



차례                                                              

거짓말의 기원

사려니 숲의 휘파람새

끝나지 않은 약속

붉은 벽돌집

타로텔러

그룹 헤로인

우리 동네 현보


해설: 언어의 가장자리에 머무르는 진실들_오현석

작가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