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이렇게 웃고 살아도 되나(개정판)

조혜원 지음
쪽수
256쪽
판형
148*210
ISBN
979-11-6861-159-7 03810
가격
18,000원
발행일
2023년 7월 13일
분류
자연에세이

책소개

당장 보따리 싸서 시골 가 살겠다는 사람이 

무더기로 나타날까 걱정스럽다”

_윤구병|농부 철학자 


사계절 가득 담은, 이야기가 있는 산골 요리부터 

철 따라 흥미진진하게 이어지는 산살림, 들살림까지!

깊은 산골, 하얀 집에서 펼쳐지는 알콩달콩 작은 행복 이야기


2020 우수환경도서로 선정된 『이렇게 웃고 살아도 되나』의 개정판이 출간되었다. 산골의 작은 행복을 담은 초판에 이어 『이렇게 웃고 살아도 되나』(개정판)에는 산골의 사계절을 담은 자연 음식 레시피가 추가되었다. 


두루 널리 나누면 좋겠다고 여겨지는 먹거리 이야기들에 레시피를 추가했습니다. ‘식약동원’이라는 옛말처럼, 음식이 곧 약이 된다고 저는 생각하고 또 믿습니다. 자기가 서 있는 곳이 어디든지 간에 모두가 잘 먹고 건강하게 지낼 수 있는 사회가 되기를, 높푸른 산골 하늘 아래서 마음 다해 바랍니다. _「개정판을 펴내며, 음식이 곧 약이 되기를 바라며 건강 레시피를 담습니다」 중에서

『이렇게 웃고 살아도 되나』(개정판)은 서른을 훌쩍 넘겨 서울 생활을 접고, 아무 연고도 없는 외딴 산골에 첫발을 디딘 용감한 여자의 이야기다. “잘한 선택일까, 과연 여기서 살아낼 수 있을까.” 걱정 반, 설렘 반으로 깊은 산골짜기 언덕 위의 하얀 집에 깃든 지 어느덧 5년. 그리고 또 5년의 세월이 지났다. 작은 텃밭과 골골이 이어진 산골짜기를 벗 삼아 놀면서 일하고, 일하면서 글 쓰는 알콩달콩 재미난 이야기를 이 책에 담았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철 따라 흥미진진하게 펼쳐지는 맛깔스런 산살림, 들살림은 고달픈 일상에 지쳐 아슬아슬 버티며 사는 이들에게 따뜻한 위로와 잔잔한 감동을 안겨주면서, 살아가는 의미를 찬찬히 되돌아보게 한다.


“간장 고추장만 있으면 신의 손맛을 내는”  

이야기가 있는 산골 요리 열전   


책 곳곳에서 맛깔나게 넘실대는 신토불이 음식, 철 따라 달라지는 싱그럽고 소박한 상차림은 보는 사람마다 입안에 침이 가득 고이게 한다. 문만 열고 나서면 도처에 반찬이니, 불쑥 손님이 찾아와도 시장 대신 텃밭이나 산으로 장을 보러 간다. 절로 난 냉이, 쑥부쟁이, 고들빼기를 뜯고 고사리, 머위, 취 같은 산나물을 무치며 맛있는 선물을 내준 자연에 대한 끝없는 예찬이 이어진다. 

입맛 당기는 봄나물 향기가 그대로 전해지는 듯한 나물 열전은 “간장 고추장만 있으면 신의 손맛을 내는 산나물 요리사”라는 감탄을 자아내고, 힐링을 위해 찾아온 한여름 손님은 “마음부터 따뜻하게 풀리는 산골 밥상”을 마주하며 힘겨운 몸과 마음을 다잡는다. 풍성하고 넉넉한 가을 먹을거리가 펼쳐지면 ‘박전, 무, 가지, 대봉… 다 먹고 싶다!’는 간절한 바람이 절로 일어난다. 겨울맞이를 앞둔 백 포기 넘는 김장과 메주까지, ‘평생 안 할 것만 같던 살림살이’들을 손수 만들어 소중한 이들과 나누는 모습에서 ‘먹고산다’는 말이 왜 나오게 됐는지, ‘잘 먹어야 잘산다’는 말이 지닌 의미까지 함께 되새겨볼 수 있다. 이번 개정판에는 냉이국수, 박잎전, 구절초꽃차, 한겨울 쑥버무리 등의 제철 요리법이 추가되어 건강한 밥상을 집에서도 맛볼 수 있다.


주말농장 한번 해본 적 없는 혜원네 부부, 좌충우돌 소농으로 거듭나다


작은 텃밭이지만 나도 엄연히 농사꾼이다. 땅과 지구를 살리고 지켜갈 고귀한 소농! _ p.60

씨 뿌리고, 김매고, 거두고. 작은 일 하나까지 손이 가지 않는 게 없는 농사일. 무엇보다 비와 바람과 햇빛의 도움이 있어야만 하는 일이기에 노동의 땀방울은 자연에 대한 감사함으로 영근다. 이 책은 소농으로 살아가는 젊은 부부의 이야기로 가득 채워져 있다. 하루 종일 텃밭에서 쇠뜨기와 씨름하고, 고라니의 당근밭 습격 덕(?)에 이른 당근 수확을 하기도 하며, 벌레 먹은 배추를 보며 꽃다발보다 예쁘다고 감탄 아닌 감탄을 하기도 한다. 조금은 서툴고 어설프지만 자연을 통해 배워나가는 삶을 통해 보석처럼 빛나는 생의 가치를 느낄 수 있다.


제대로 된 농부라면 망사배추를 보면서 애가 타야 맞을 텐데. 이걸 어째, 난 저 모습이 꽃처럼 아름답고 꽃보다 더 멋지게 보이니. 자연이 만든 예술작품 아니겠나! _ p.184

『이렇게 웃고 살아도 되나』에 나오는 농사일들은 한 편의 재미난 놀이처럼 보인다. 서툰 농부의 손으로 열매를 맺는 농작물들을 바라보는 경이로움이 있기 때문이다. 오랜 시간 온몸으로 자연과 호흡하며 일궈나가는 노동이 어찌 고단하지 않겠냐마는, 자연과 더불어 사는 삶에서 오는 행복과 평온이 일렁인다. 혜원네 부부가 먹을 만큼만 짓는 소박한 농사 이야기를 통해 자연스럽게 살아가는 삶과 생명의 소중함까지 엿볼 수 있다.


행복을 미루지 말자는 작은 물음 “이렇게 웃고 살아도 되나?”


“살아가는 순간순간을 사랑하며 살고 싶어서” 늦은 밤, 어느새 또 흔적을 남기게 된다는 산골 혜원. 한바탕 글쓰기를 마치면 알아주는 이 없는 산골 노동이 왠지 더 보람되게 느껴진다. 무엇보다 “인터넷으로 마음을 ‘접속’해 준 사람들이 긴 이야기에 귀 기울여주고, 소박한 행복을 자기 일처럼 안아줄 때면” 자연과 더불어 하나하나 배우고, 나누는 기쁨이 더 크고 벅찬 행복으로 다가온다. 그렇기에 “무시 밥상만으로 훌쩍 건강해진 기분에 또 행복한 웃음이 터진다. 무 뽑을 때도 헤벌쭉 무 반찬 먹는 내내 방글방글. 무 하나로 얼굴에서 웃음이 떠나질 않는다”며 무 하나로 무한 행복해지는 마음을 감추지 않고 드러낸다. 

벼랑 끝에 내몰린 듯 힘겨운 하루하루. 일상의 작은 행복을 유예한 채 더 큰 행복만을 좇아 버둥거리는 삶은 결국 우울함과 걱정에 둘러싸인 비루한 나날들로 점철되기 십상이다. 삶에 대한 만족도는 떨어지고 미래에 대한 불안감은 날이 갈수록 증폭되면서 ‘소확행, 워라밸’이 사람들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작은 행복이 다가오는 순간을 오롯이 느끼며 감사하고, 그 시간을 다른 이들과 나누면서 삶의 의미를 찾아 조금씩 나아가는 산골 혜원. 서두름이나 지름길이 없는 자연 속에서 하루하루를 즐겁고 행복한 날들로 채워가는 그이의 이야기는 웃음을 잃어가는 현대 사회에 작은 물음표를 던진다. “이렇게 웃고 살아도 되나?” 글쓴이는 그 물음에 대한 답을 스스로에게 슬며시 건넨다. “산골짜기 혜원, 힘들 때도 많았고 앞으로도 벅찬 일 많을 테지만 오길 참 잘했어. 이렇게 자주 웃잖아. 그걸로 충분해, 지금은…. 그래, 여기가 네 삶터야.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곳, 살아갈 곳.” 


책속으로 / 밑줄긋기                                                  

P.21     저마다 맛과 향은 달라도 갓 뜯은 봄나물에서 풍기는 이 내음만큼은 서로 비슷한 무언가가 있다. “나, 어린 봄나물이에요!” 하고 외치는 인증 향기 같다고나 할까? 한가득 봄나물 데쳐서 무치니 한 접시쯤 나오네. 비릿한 머위향, 약간 씁쓸한 쑥부쟁이, 살짝 달큰한 개망초가 어우러진 이 맛. 딱 봄나물 맛이로다. 


P.97      사람 먹을거리로 쓸모없게 된 덕에 저리도 환하게 피어난 당근꽃. 살아가는, 살아 있는 모든 것들에 의미가 있음을 대신 말해주는 것만 같다. 모자람이 있기에 다른 무엇이 그 자리를 채우게 되는 거라고, 모자란 나를 다독여주는 것만 같다. 


P.133      부추김치 한 접시에 막걸리 한 병 비우니 부추 하나만 바라보고 움직인 하루가 마무리됐다. 날마다 먹는 일로 꽉 찬다. 도시에 남았더라면 평생 안 먹고 살았을지도 모를 음식들을 끊임없이 만들고 먹는다. 먹고산다, 먹고 산다. 사는 데 먹는 일은 이토록 중요한 거였어.


P.138~139  끊어질 듯 아픈 허리를 안고 하늘을 본다. 쏟아지는 땀과 함께했던 밭매기. ‘하면 되는’ 일이구나. 해도 해도 안 되는 일 천지인 세상살이에 이만큼 정직한 일이 또 있을까. 얼굴 아래로 수없이 떨어지던 땀방울도, 잔뜩 젖은 옷도 모두 귀하게만 느껴진다. 코끝이 시큰, 가슴은 뻐근. 내가 왜 이러지? 밭일 처음 해보는 것도 아닌데….  


P.182     초록빛 스러진 자리마다 문득문득 버섯들이 눈에 밟힌다. 봄부터 여름까지 싱그러움 자랑하던 꽃과 풀과 나무들. 살아 있는 많은 것들이 생을 다하는 가을 산에, 보일 듯 보이지 않을 듯 흐르는 생명의 기운이 버섯을 타고 내 몸과 마음으로 천천히 흘러 들어온다.


P.207     그러고 보니 엄마 살아계실 때 음식 한번 제대로 해드린 적이 없네. 하늘까지 갈 수 있는 택배가 있다면, 그래서 이 김치라도 맛보여드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P.232     네온이 불타는 도시, 하늘까지 닿을 듯 치솟은 네모난 빌딩. 그 사이로 별 볼 일 없이 살았던 시간들이 별빛 따라 아른거린다. 거대한 우주에서 지구별보다 더 크다는 저 별들, 저마다 사연이 있겠지. 거기서 보면 먼지처럼 작을 내 안에도 온갖 이야기가 펼쳐지니까. 문득 떠오르는 농성장의 밤하늘. 그리고 높은 탑과 시린 천막에서 나처럼 별을 보고 있을 사람들. 밤하늘 어둠 속에 빛나는 수많은 이야기에 애틋한 그네들 사연도 담겨 있을까.


P.238~239  우리 부부 산골로 떠난다고 처음 말씀드렸을 때 꼭 가야 하느냐며 몇날 며칠을 울기만 하셨던 시어머니. 솔직히 그땐 속이 좀 상했다. 무슨 귀양 가는 것도 아닌데 왜 그러시냐고 짜증 섞인 대꾸도 좀 했다. 삐딱한 며느리답지. 보내주신 소중한 먹을거리들 행복하고 감사하게 잘 먹는 것으로 그때 흘리신 눈물을 조금씩 닦아드리고 싶다. 잘 먹고 있으니 잘 살고 있는 거라고. 그러니 더는 걱정하지 마시라고…. 


저자 소개                                                         

조혜원 

기타 치며 노래 부르기, 책에 기대어 마음 보듬는 순간을 아낌없이 사랑한다. 어릴 적 희망은 가수였으나 초등학교 때 가창 시험 점수가 너무 낮아서 미련 없이 꿈을 접었다. 대학 시절 강의실보다 더 많은 시간을 노래 동아리에서 보내며 사람과 음악 그 사이에서 청춘의 봄날을 누렸다. 햇병아리 취재기자로 시작한 사회생활은 출판사 편집자로 끝을 맺었다. 좋아하는 글자와 늘 마주하며 먹고살 수 있는 삶이 고맙고 행복했다. 마지막 일터를 서른 후반에 불쑥 그만두고는 서울을 떠나 작은 산골짜기에 둥지를 틀었다. 철 따라 흥미진진하게 펼쳐지는 산살림 들살림을 벗 삼아, 밭을 일구며 글농사도 짓는 산골 작가로 살면서 가끔 울고 자주 웃는 하루하루를 맞이하고 있다. <여성신문>에서 취재기자로 일했고 어린이 잡지 <개똥이네 놀이터> 편집장을 지냈다. 삶의 전환점에서 나를 찾아 떠난 여행 이야기 『살짜쿵 휴양림』을 펴냈으며, 대한민국 개발 잔혹사를 다룬 『여기 사람이 있다』에 공저자로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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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개정판을 펴내며

여는 글 


1장  새봄이 주는 행복

냉이국수 신세계에 빠지다

“저, 어린 봄나물이에요!”

“저 산은 내게 뜯어 가라 하네~♪”

“꽃바구니 옆에 끼고 찔레꽃 따는 아낙네야~♬”

“차도녀가 ‘차덖녀’로 등극했나이다!”

맛도 때깔도 품격 있는 자연산 두릅

고사리손 닮은 고사리순 “이 맛에 꺾지!”

‘어, 취한다’ 매혹 넘치는 취 향기

“그냥 풀만 뽑게 해주세요, 네?”

온갖 곡식 살찌우는 곡우다!

“봄나물은 배신 때리는 경우가 없네!”

산삼이라도 캐는 기분이야

“아, 짜! 근데 자꾸 손이 가”

“빨래 말리고 가는 바람 빠바밤~♬”

건강과 웃음 주는 명아주 지팡이

‘귀신새’ 이름값 톡톡히 한 호랑지빠귀

어른을 위한 행복한 자연놀이   


2장  여름이 주는 행복

딸기 맛이 짭짤해요!

오디 따러 ‘오디’로 갈까? 

당근밭 고라니 습격 사건! 

마늘쫑 뽑기도 무침도 모두 ‘쫑!’

“감자에 싹이 나고 잎이 나서 묵찌빠!” 

한동안 ‘가지가지’ 하게 생겼다 

난장판에서 살아남은(?) 토마토  

‘엄마야, 호박밭에 뱀 나왔다!’  

매실액, 꼭지 따기가 젤 힘들어  

‘시행착오님이 언젠간 답을 주시겠지?’

한여름 산골밥상의 백미 

먹을 때 기쁘면 뭐든 좋은 음식! 

“자연 음식 많이 많이 드셔요” 

“배추도사님 무도사님께 비나이다~” 


3장  가을이 주는 행복

“밤이 깊었네, 밤을 다 깠네~♬”   

둥글넓적한 우리 집 복덩이들  

장수댁네 박 두 개나 터진 날! 

보물찾기처럼 설레는 고구마 캐기  

“한두 뿌리만 캐어도 대바구니 철철~♬” 

‘탁탁 타다닥’ 깨가 쏟아지는 소리  

껍질부터 씨까지 다 쓰는 대봉마님 

신선이 어머니에게 준 꽃 구절초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나니 

귀한 능이버섯 ‘능히’ 땄노라 

“망사배추가 꽃보다 아름다워~♬” 

“무시로, 김장할 때 그때 먹어요~♪”  

애벌레도 산도 다 같은 생명인데…

서로 다른 마늘 싹이 더 좋아 


4장  겨울이 주는 행복

달콤살벌하고 긴장 넘치는 김장 

산골살림 끝판왕 울퉁불퉁 메주  

부부 눈 청소단 출동!

“썰매를 타고 달리는 기분~♬♪”  

동물 천국에 깃든 행복한 이방인 

“된다, 도끼질이 된다!” 

그리운 겨울손님과 나물밥상  

“오늘도 눈 오는 밤 이 맛에 산골 사네~♬” 

떠올라라, 오백 원짜리 딱 그만큼만!  

‘산골새댁 사전에 노동소외는 없다!’

산골짜기 혜원 도시 금단 극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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