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화진 지음
쪽수 | 260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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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형 | 140*205 |
ISBN | 979-11-6861-152-8 03810 |
가격 | 17,000원 |
발행일 | 2023년 7월 7일 |
분류 | 여성문학 |
책소개
때는 이른바 S언니 시대!
그 시절 우리는 S언니와 S동생으로 연결되어 있었다
1970년대, 여성들의 이야기를 담다
『캐리어 끌기』로 다채로운 여성의 삶을 보여주었던 조화진 소설가의 장편소설 『S언니 시대』가 출간되었다. 이번 소설은 레트로풍으로 1970년대 시대적 변화를 겪는 사춘기 소녀 수자가 성장통을 겪으며 S언니들과의 관계를 통해 정체성을 확립해나가는 내용이다.
일명 시영언니와 시영동생이라 불리던 ‘수양’의 호칭이 이 시대에 와서는 S언니, S동생으로 불리며 남달리 친하게 지내는 일부 여학생 사이의 문화인 셈이었다. _p.57
‘S언니’는 step sister, 혹은 수양 언니의 준말로, 친자매만큼이나 가까이 지내는 사람을 뜻한다. 동네, 학교 선후배 간에 S언니, S동생을 만드는 것이 유행하던 1970년대. 청소년들은 공개적으로 S언니, S동생을 찾고 관계를 선언하며 친분을 과시하였다.
나의 사춘기, 그리고 너의 사춘기
겨우 한두 살 많을 뿐인 2학년이나 3학년 선배들은 점심 도시락을 재빨리 해치우고 1학년 교실을 돌아다니며 S동생 찾기에 열을 올렸다. 이른바 S언니 시대였다. 관례처럼 선배들이 ‘S언니 S동생’을 만들던 땐데, 그때만 해도 아직 유행이었다. S언니 S동생을 만들어 도시의 고등학교에 진학하면 몰라도 우리 학교와 붙어 있는 여고에 진학하면 계속 언니 동생으로 남아 친자매 같은 우정을 지속해 나갔다. _p.56
나팔바지와 미니스커트가 유행하고 높은 빌딩이 세워지며 새마을 운동이 주창되던 1970년대의 어느 날, 수자는 중학교에 입학한다. 급격한 몸의 성장은 수자를 혼란스럽게 만들었고, 수자는 모든 일을 냉소적으로 대하게 된다. 공작새가 구애하듯 친구 물색에 혈안이 되어 있는 친구들 사이에서 수자의 눈에 들어온 유경. 말수 없고 차분하고 범접할 수 없는 분위기를 풍기던 아이. 수자는 유경에게 다가가 둘도 없는 친구가 된다. 정순과 친구들의 시기, 질투 사이에서도 유경과의 우정을 이어가던 중, 수자는 유경이 알리고 싶어 하지 않던 비밀을 알게 된다.
여중생의 시선에서 바라본 S언니들
『S언니 시대』는 S언니라는 시대의 문화와 더불어 수자와 S언니들의 사연이 담겨 있다. 서울로 대학을 간 친언니 수이, 수자의 집에서 식모살이를 하는 수양 언니 정순, 글을 잘 쓰는 수자의 단짝 유경, 이대 나온 가정 선생님 문승희, 소설가가 되고 싶은 점방집 언니 등 중학생 수자의 시선에서 보는 언니들은 시대의 편견에 순응하거나 맞서며 자신의 삶을 걸어 나간다.
어른의 진입로에 선 수자에게 언니들이 걸어 나가는 길은 어떻게 보였을까. 그리고 수자 자신은 어떤 길을 걸어 나가기로 마음먹었을까. 몸의 변화와 마음의 변화를 함께 겪고 있는 여중생 수자는 어른의 세계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과 기대감을 안고 S언니들과 함께 나아간다. 그 속에서 수자는 선망, 질투, 냉소, 친밀, 체념, 쾌락 등 다양한 사회적·심리적 성장통을 겪으며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해나간다.
‘수자’ 사춘기 예민한 감성의 목격담
사춘기는 급격한 변화의 시기이다. 이 시기의 여성은 초경이라는 충격적인 경험을 피해갈 수 없다. 초경의 시작과 함께 변화의 시작을 알리는 수자의 이야기는 여성으로서의 체험과 맞닿아 있다. 이는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모든 여성이 경험하게 되는 보편적인 혼란이다. 조화진 작가는 이러한 여성의 경험을 책 읽기를 좋아하고 소설 쓰기를 즐기는 여중생 수자의 예민한 시선에서 섬세하게 묘사한다. 여성으로서 어른으로서 변화를 맞이한 수자는 자신보다 먼저 길을 걸어간 언니들을 바라본다. 그리고 새로운 삶의 방향을 찾는 언니들의 여정을 목격한다. 폭력적인 아버지에 의해, 여자는 시집이나 잘 가면 된다고 말하는 세상에 의해 정형화된 여성의 삶을 강요당하는 언니들. 눈부신 재능을 가졌음에도 사회로 진출하지 못하고 가정으로 주저앉고 마는 언니들, 그들의 기회를 가로막는 가부장적이고 폭력적인 세상. 수자는 이러한 과정을 자신의 일기에 기록한다. 그 기록은 수자의 상상력과 함께 소설로 구현되고 어쩌면 그들이 살았을지 모르는 가능성의 세계로 연결된다. 『S언니 시대』는 ‘수자’라는 한 여중생의 목격담을 통해 여성들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폭력이 만연하고 당연시되었던 1970년대를 돌아보고, 현재를 살핀다.
서로를 연결하는 S언니 S동생
1970년대 S언니 S동생과 같은 문화가 유행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이는 수양부모와 수양자식을 들이는 것이 당연시되었던 시대적 배경도 있었지만, 우정이 중요시되는 청소년기에 ‘S언니’라는 단어가 미약한 여성들을 강력하게 연결해주었기 때문이다. S언니의 존재는 가부장제에 꺾일 수밖에 없는 여성들에게 혼자가 아니라는 위로가 되어주었고, 부조리에 맞서 서로에 대한 증언을 가능하게 하였으며, 각자의 삶을 향한 응원으로 이어지게 만들었다. 비록 S언니들이 도달할 미래가 시대에 의해 좌절되어 찬란하지 않은 곳으로 가닿을지라도, 우정을 넘어서는 연대로 강력하게 연결된 S언니들의 여정은 계속해서 이어져 오늘날의 S언니들에게 닿을 것이다.
연관 키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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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p.11
중학교에 갈 준비를 하면서 겨울 동안 집에서 놀기만 하는데도 나는, 나 자신이 부쩍 크는 것이 실감 났다. 동시에 나의 삶이 조금 뻔뻔해지고 교활해지는 것을 느꼈다. 갑자기 커버려서 어른만이 가지는 프레임 안의 비밀에 쑥 들어선 것 같았다. 어른의 대열에 진입하는 느낌은 모호하면서 비현실 같지만 실은 어떤 종류의 쾌감이었다.
p.56~57
겨우 한두 살 많을 뿐인 2학년이나 3학년 선배들은 점심 도시락을 재빨리 해치우고(대개 2교시 쉬는 시간부터 도시락은 비워졌다) 1학년 교실을 돌아다니며 S동생 찾기에 열을 올렸다. 이른바 S언니 시대였다. 관례처럼 선배들이 ‘S언니 S동생’을 만들던 땐데, 그때만 해도 아직 유행이었다. S언니 S동생을 만들어 도시의 고등학교에 진학하면 몰라도 우리 학교와 붙어 있는 여고에 진학하면 계속 언니 동생으로 남아 친자매 같은 우정을 지속해 나갔다.
선배들은 얼굴이 희고 애리애리하고 예쁘장하고 교복을 깔끔하게 입는 애를 골라 “S동생 할래?” 먼저 구애했다. 1학년 애들은 선배가 맘에 드는지 안 드는지 판단할 새도 없이 찍히면 S동생이 되어야 했다. S자매가 된 다음엔 색색깔의 편지지에 편지를 써서 주고받았다. 이름이 촌스럽다며 미현, 애리, 미리, 수정 같은 예명을 쓰고 편지로만 예명을 불렀다. 편지에서만 예명을 쓰는 건 부끄러움을 타서였다.
p.104
“사모님, 여자가 애 안 낳고 죽었으니 처자가 가서 대를 이으면 몹시 좋아할 것이요. 논도 몇 마지기는 되지요. 일 년에 반은 쌀밥 먹는 집 흔치 않잖아요.”
나는 이 대목에서 눈이 휘둥그레졌다.
어른들이 쑥덕이면서 들먹이던 단어가 떠올랐다. 재취, 맞다. 정순을 재취로 보내려는 것이다. 오 마이 갓, 나는 속으로 고함을 질렀다. 그러면 재취 자리인 걸 엄마도 알고 있단 말인가? 건성으로 읽고 있던 책은 이미 안 본 지 오래다. 나는 책을 탁 덮고 일어났다.
정순은 텃밭에서 오이와 가지를 딴 소쿠리를 들고 나오고 있었다. 정순은 열아홉 살이었다.
p.168~169
웬만하면 남의 집 일에 참견 안 하는 동네 사람들까지 나서서 뜯어말릴 정도로 유경 아버지가 난폭하게 군 사건이 얼마 전에 있었다. 유경 엄마는 얼마나 얻어맞았는지 온몸에 성한 곳이 없었다. 날이 갈수록 심해지는 유경 아버지의 폭력을 보다 못한 이웃 사람들은 혀를 내두르며, 경찰에 신고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다.
유경 아버지는 안 패면 몸이 근질거리는 병이라도 있는지 주기적으로 매질을 한다. 유경 엄마는 악다구니 한 번 안 하고 얻어맞는다. 행패 끝에 유경 아버지가 지쳐 나가떨어져 자는 틈을 타서 유경 엄마는 보따리를 싸서 어디로 도망가버렸다. 그런 일이 있을 때마다 동생들을 끌어안고 방에 숨어서 울기만 하던 유경이 이번에는 아버지한테 악을 쓰고 대들었다.
저자 소개
조화진
경남신문 신춘문예 단편소설 「길 위에서」가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노트북에는 서랍 속처럼 칸칸이 원고가 들어 있는데 여행에세이, 연애소설, 짧은소설, 가요가사 등 여러 장르의 글들이다. 인디영화와 여행을 좋아하고, 어릴 때부터 빠져들었던 책 읽기는 소설 쓰기의 기초가 되었다. 소설집 『조용한 밤』, 『풍선을 불어봐』, 『캐리어 끌기』(2020 아르코 문학나눔 선정도서)를 출간했다.
목차
1부
나, 수자
새 학기
정순이
유경이
점방집 언니
유경의 비밀
여름방학
2학기
그녀, 문승희
2부
우리 집 식구
봄방학
2학년
수이언니
정순의 결혼
again, 유경
again, 나
에필로그
작가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