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춤추는 소나무

정경환 지음
쪽수
432쪽
판형
148*210
ISBN
978-89-98079-69-7 04810
가격
28,000원
발행일
2022년 12월 22일
분류
예술문화총서 08

책소개

명징한 역사의식, 

인간에 대한 성찰,

창조적 연출기법이 돋보이는 

정경환식 희곡의 세계



정경환식 희곡의 문법, 연출의 세계 


희곡작가이자 연출가인 정경환이 2009년 첫 희곡집 「나! 테러리스트」 발간 이후 13년 만에 두 번째 희곡집을 발간한다. 희곡에 연극성과 문학성을 함께 담으려고 하는 정경환의 이번 희곡집에는 그가 2010년부터 쓰고 연출한 작품 중 대표작 6편을 담았다.

「이사 가는 날」, 「돌고 돌아 가는 길」, 「나무 목 소리 탁」, 「오늘 부는 바람」, 「옷이 웃다」, 「춤추는 소나무」 등의 작품은 자유바다 소극장, 부산시민회관 소극장, 대학로, 연우무대, 청춘나비아트홀 등에서 꾸준히 공연되었다. 정경환 작가는 과거부터 현재까지 다양한 인물들을 통해 인간에 대한 성찰과 작가만의 희곡 연출 기법을 보여준다. 


모든 이야기는 인물로 시작한다. 아직도 화해 못한 세상에 초라하고 남루한 나의 삶과 닮은 인물들이 나의 작품에 등장했다. 이 인물들을 통해 나는 무엇을 얻고자 했던가. _「서문」 중에서

삶과 죽음, 다양한 인간 군상에 대한 성찰 


인간은 누구나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영향을 받고, 여기에서 행복해지기도 하고 불행해지기도 한다. 사람들은 살아가면서 어쩔 수 없이 겪게 되는 일을 피할 수는 없는 것이다.

표제작 「춤추는 소나무」는 바다 한가운데 홀로 흔들리는 소나무와 같은 ‘무송’과 스스로 감옥처럼 살아가는 해변의 술집여자 ‘해연’의 이야기다. 엄마의 대한 고통스런 마음으로 삶을 끝내려는 무송을 구한 해연. 그들은 우연으로 만나 서로의 과거와 상처, 불안, 현재가 닮았다는 것을 알고 서로를 위로한다. 두 인물의 부모, 자식에 대한 고통과 상처는 관객(독자)들의 공감을 불러내며, 그것을 외면하지 않고 정면으로 바라보고 인정하기를 조언한다.

「나무 목 소리 탁」의 주인공 ‘고민우’도 마찬가지다. 어머니의 부재에 대한 이유를 말해주지 않는 아버지에 반항하는 민우는 군대에서도 적응하지 못하고, 횟집에서 요리사로 일하며 살아간다. 그곳에서 만난 스님, 창녀와 함께 여행을 다니며 깨달음을 얻는 민우의 여정을 따라가며 관객(독자)들은 자신에게 있는 원인 모를 고통과 분노, 그로 인한 업과 인연에 대해 생각해보게 될 것이다. 


작가는 이 극을 통해서 땅과 하늘이 세상 만물을 이루는 하나인 것처럼, 생명의 태어남과 죽음에 대해서도 하나로 보고 있다. 인간은 어디서 오고, 어디로 가는 것일까. 「나무 목 소리 탁」은 인간으로 태어나 우왕좌왕하면서 고향으로 돌아가는 여정을 그린 이야기이다. _배진아(극작가)

빛과 어둠, 과거와 현재의 대화


연극은 인간의 행위를 인간이 모방하는 예술이다. 작가는 이를 관통하고 무대 위에서 사회적, 역사적 메시지를 재현한다.

「이사 가는 날」은 196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급변하는 한국 사회에서 전혀 다른 삶을 살아온 두 가족의 이야기를 그린다. 양심을 지키며 살아온 가족에 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잘 먹고 잘사는 데에만 몰두하는 가족의 대비. 이 작품은 그들 사이의 갈등이 심화되는 걸 그리며 실제로 그 시대를 살아온 관객(독자)들에게 중요한 메시지를 던진다. “앞만 보고 달려온 당신(기성세대), 이제는 뒤를 돌아보며 진정한 행복의 가치를 모아야 한다.” 스토리 위주의 전개는 고도성장의 빛과 어둠을 사실적으로 표현하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2011년 부산연극제 최우수 작품상과 한국극작가협회 올해의 한국희곡상을 수상한 「돌고 돌아 가는 길」은 과거와 현재의 동일성을 길 무대와 평면 무대를 통해 표현한다. 일월산 관광개발 사업 중에 사연이 담긴 비석과 무덤이 발견되고, 그 사연 속 조선시대로 돌아가며 이야기가 전개된다. 임진왜란이 발발하고, 의병을 모아 왜구와 맞서 싸우는 의병장 ‘조 진사’와 식솔들을 데리고 도망가는 ‘장 현감’의 대비되는 모습은 그저 잘살기 위해 산을 무분별하게 개발하려는 현재의 사람들과 겹쳐 보인다. 개발을 진행하려는 건설업자 ‘장수복’이 자신의 조상 장 현감을 내세워 공사를 빨리 진행하려는 행태. 이는 장 현감의 모습과 교차되며 이 사업이 정말 우리에게 필요한 것인지, 우리에게 진정 소중한 것은 무엇인지 생각하게 한다.


두 작품은 1960년대 산업화 시대, 임진왜란이라는 혼란한 사회를 살아가는 가족들을 대조적으로 표현하여 관객들에게 극의 주제를 명확히 전달하면서도 당시를 그려내는 정경환 작가의 통찰력까지 느낄 수 있게 한다.


장막 안에 빛을 쏟는 무한의 생각


누구나 바다 한가운데에 홀로 서 있는 듯한 고독의 순간이 찾아올 때가 있다. 정경환은 자신의 정서적 기억들을 끄집어내어 인물을 만들고, 이 인물들을 통해 삶을 이야기한다. 

2016년 한극연극협회 올해의 베스트작품상을 수상한 「옷이 웃다」는 ‘옷’의 의미를 다양한 인물을 통해 표현한다. 현대인들은 옷에 많은 의미를 부여하고, 자신의 부족함을 옷으로 채우려 한다. 사람들은 각자 다른 개성을 가지고 있지만, 현대인들은 그 개성은 잊어버린 채 거꾸로 옷에서 자신의 의미를 찾으려 한다. 작가는 이에 주목하여 옷 뒤에 숨어 사는, 옷을 만드는, 옷 수선을 하는 사람을 무대 위에 세워 ‘옷’이라는 소재를 통해 상처 입은 관객(독자)들에게 위로의 말을 건넨다. 


남자의 옷이 사회적 압력을 재는 척도가 될 수 있고, 자숙의 옷이 인생의 음미할 만한 사치가 무엇인지를 보여주었다면, 손님들이 옷을 고쳐달라는 요구는 끊임없이 자신의 인생을 수선해야 하는 삶의 일단을 연상시킨다. 억지를 부리며 수선비를 깎는 여자나, 허세로 자신을 감싼 여인이나, 심지어는 죽음 속에서 옷을 살려야 했던 자숙의 남편은, 옷을 고치고 그 옷으로 자신의 인생을 고쳐야 한다는 절박한 의미를 묻게 만들고자 했던 인물들이다. _김남석(부경대 교수, 연극평론가)

2인극이라는 독특한 형식의 극인 「오늘 부는 바람」은 한 여자가 작곡가에게 노래를 만들어달라는 부탁을 하는 장면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이 작품은 여자 배우의 역할은 1명이지만, 남자 배우의 역할은 작곡가, 남편, 아버지 등 다역으로 연출했다는 특징이 있다. 과거에 강간을 당하고 결혼하여 모난 성격의 남자와 함께 가정을 이루며 살아가는 여자의 모습을 작가는 안쓰러운 시선으로 바라보면서도 적절한 시점에 음악을 사용하여 분위기를 풀어낸다.


정경환식 희곡 세계는 직설적이면서도 인간의 모습을 꿰뚫어 보는 서사 창작 방식이 돋보이며, 이것이 희곡집으로 탄생한 것은 공연 관객뿐만 아니라 많은 독자를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를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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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 밑줄긋기                                                

P.39

딸: 잘 있는데 잘살고 있는데 저는 왜 불렀어요? 아무것도 변한 것 없으면서… 저 자식은 아직도 아버지 닮아가지고 정신 못 차리고 있고. 아버지는 옛날 그대로고… 저 얼마나 싫었는지 아세요? 우리 가족.

엄마 나는 왜? 어떻게 우리 집 식구는 모이면 싸우냐?… 다 그 사람들 때문이잖아? 

딸: 그분들이 왜요? 그 사람들이 왜요? 뭐 잘못했다고 그러세요?

엄마 그게 언제 때 이야긴데 이젠 그만해도 되지 않느냐 이거지 내 말은.

_「이사 가는 날」 중에서


P.109

아비: 이놈아! 당당히 과거에 합격해서 벼슬길로 나서면 이 아버지 체면도 서고 얼마나 좋으냐. 우리 집안도 뽄새도 나고, 아이고 부족한 놈!

아들: (객석을 보며) 개천에서 용 난다. 과거야 집안에 아무것도 없는 것들이 오직 공부 하나에 매달려 출세하겠다는 것이죠. 하지만 저야 꼭 그렇게 할 이유는 사실 없지 않습니까? 아버님도 잘 아시면서.

_「돌고 돌아 가는 길」 중에서


P.194

민우: 너 안 가?

영란: 안 가… 스님은요?

스님: 구름처럼 바람처럼… 탁발승이 갈 곳이야 많지요. 오라는 데는 없지만…

민우: 스님은… 고향이 어디입니까?

스님: 부모를 떠나 출가한 중이 고향이 어디겠소? 산입니다. 산속 깊은 절…

민우: …전 고향이…. 바다가 보고 싶습니다.

영란: 바다 좋네. 넘실대는 파도… 끼륵끼륵 갈매기… 이 답답한 가슴 시원하게 뻥 뚫리 게… 오케이 렛츠 고!

_「나무 목 소리 탁」 중에서


P.290

녀석: 기억해? 우리가 처음 만난 날… 이 노래가 나오더라. 그때 알았어. 우리가 지금 여기에 있는 것은 우리의 잘못도 노력도 결정도 아니라는 것.

여자: 그럼 뭐냐고?

녀석: 운명! 시시하게도 이 말밖에 그걸 설명할 수 없어. 아무리 내가 세상과 다르게 살아 볼려고 해도 안 되는 그 무엇… 그것이 운명이라는 거야.

여자: 운명?

_「오늘 부는 바람」 중에서


p.341-342

자숙: 사람은 왜 옷을 입었을까? 왜?


호남자, 여자 옷을 입고 갑자기 나타나 파티에 합류한다.


호남자:     (들어오며) 정답, 부끄러워서… 발가벗고 있으면.

모두: (놀라서 자리를 내어주며) 어머.

자영: 아니, 발가벗고 있어도 부끄럽겠지만 (호남자의 차림을 보며) 그것도 안 부끄럽진 않겠네.

영지: 나도 정답, 자기 과시하려고.

자영: 그것도 맞네. 명품 입으면 마 내가 뭐 된 것처럼 봉봉거리며 뜨거든.

박: 용기! 이런 것도 보여 줄라고. 힘! 권력! 이런 것 가지고 가오 잡을라고.

_「옷이 웃다」 중에서


p.398-399

대학생: 미안해 군대 가야 돼. 그동안 잘 놀았어. 고마워.

여자: 무슨 말이야? 나 기다릴게.

대학생: 기다리지 마. 우린 여기까지야.

여자: 왜? 우린…

대학생: (입에 손을 대며) 그만… 나, 너 거짓으로 산다는 것 알아. 진즉 알고 있었지만 너무 잔인한 것 같아서… 말 못했어… 어떻게 말하냐… 너 대학생 아니지 음대생도 아니고…. 그 집에 식모살이한다는 걸.

_「춤추는 소나무」 중에서



저자 소개                                                          

정경환

1963년생. 극작가, 연출가.

극단 자유바다 예술감독.

1993년, 창작극만 하겠다는 일념으로 극단을 창단.

희곡, 뮤지컬, 시극, 무용극, 오페라 등 70여 개의 작품을 창작하고 연출했다.



차례                                                              

서문


이사 가는 날

돌고 돌아 가는 길

나무 목 소리 탁 

오늘 부는 바람

옷이 웃다

춤추는 소나무


작품론 | ‘자랑도’ 섬으로부터 불어오는 소리-배진아

작품론 | 옷에 대한 가녀린 수다-김남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