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갑상 지음
쪽수 | 320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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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형 | 140*210 |
ISBN | 979-11-6861-100-9 03810 |
가격 | 20,000원 |
발행일 | 2022년 11월 01일 |
분류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책소개
조갑상 소설가의 두 번째 소설집,
24년 만에 재출간
지나온 시간 속 소시민의 삶을 돌아보다
일상 속 어두운 기억에 대한 우직한 천착
만해문학상 수상 작가 조갑상 소설가의 두 번째 소설집 『길에서 형님을 잃다』(1998)가첫 장편 소설 『누구나 평행선 너머의 사랑을 꿈꾼다』(2003)와 함께 재출간된다. 소설가는 이번 재출간을 위해 작품 수록의 순서도 바꾸고 문장을 다듬으며 완성도를 높였다.
내가 자란 부산 수정동 일대와 그 겨울 강원도 화천의 파월교육대, 되새 떼를 만나러 갔던 쌍계사, 위해에서 발해만을 건너 대련으로 가던 밤배. 그리고 한 분씩 세상을 떠나는 종형들. 무엇보다 내 곁에 오래 계시다 막 떠나신 부모님. 우리는 기억하므로 존재한다. -재발간에 붙여- 중에서
소설집 『길에서 형님을 잃다』는 2000년 이전에 발표한 소설들로 채워져 있다. 중견 소설가 조갑상은 유교적 가치관의 변화, 월남전, 파월교육대, 마을의 구멍가게에서 팔던 통일콩 등 한국 사회가 지나쳐온 면면을 소설 속에 기록했다. 또한 급격하게 변화하는 사회 속 소시민의 일상적 삶과 그 삶에 짙게 드리워진 허무의식 혹은 존재론적 고독을 집요하게 추적했다. 저자는 어제같이 선명한 장면들을 다시금 불러내어 우리에게 선사한다.
변화하는 한국적 가치관과 소시민들의 공허함
표제작 「길에서 형님을 잃다」는 제사나 성묘 등 절대적인 유교적 가치관이 무너지기 시작하던 시대적 상황을 그려냈다. 사업에 실패하고 7, 8년을 숨어다니던 문중 종가 큰형님의 소재가 밝혀진 것을 기회로 사촌동생들은 그를 찾아뵈러 나선다. 그러나 오랜만에 뵌 큰형님은 더 이상 옛날 종가집 ‘형님’이 아니었다. 형수님이 아닌 다른 여자와 함께 살며 가톨릭 신자가 된 데다 그나마 유교 가풍을 유지시켜온 종가와 종답을 팔려고 한다. 사촌들은 종가를 유지하고 싶지만 경제적 어려움에 처해 있는 형님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이 없다. 그들은 돌아오며 형님을 영영 잃어버린 기분을 느낀다. 역동적인 과도기 속 한국적 가치관의 변화에 휩쓸린 시민들의 혼란과 공허함이 녹아 있다.
익명화와 사물화되어가는 인간관계, 빗나간 사랑
「불안한 조깅」, 「익숙한 순례자」, 「거세된 사랑」, 「나는 이유를 알고 싶다」, 「지나간 시간은 없다」는 빗나간 사랑을 주제로 한다. 「불안한 조깅」과 「익숙한 순례자」는 익명화와 사물화되어가는 인간관계를, 「거세된 사랑」은 격렬하고 이기적인 사랑 뒤에 남은 죄의식을, 「나는 이유를 알고 싶다」는 사랑의 잔해와 어긋난 사랑이 다시 만나는 지점에 집중했다. 「불안한 조깅」은 교통사고로 죽은 아내의 불륜을 알게 된 뒤 그때부터 시작된 불안 때문에 아침마다 조깅을 하는 남자의 뒤틀린 심리가 잘 그려져 있다. 「거세된 사랑」에는 젊은 시절 이기적인 사랑을 상대에게 강요했던 남자가 사랑했던 여자의 투병 소식을 듣고 옛사랑을 떠올리는 이야기다. 뒤늦게 그녀를 찾아 나서는 남자의 죄의식과 용서받을 수 없는 과거를 담아냈다.
저마다의 가슴속 그림 하나
「보스니아에 대한 꿈」, 「중국산행」, 「그때도 그런 생각은 한 적이 없어」, 「기다림을 위하여」, 「더 큰 비밀」은 저마다의 가슴 속에 그림 하나가 있음을 보여준다. 어두운 기억 혹은 빛바랜 과거가 그림처럼 박제되어 존재하는 것이다. 특히 「보스니아에 대한 꿈」은 전쟁을 후경에 두고 출생의 비밀을 이야기한 작품으로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보도기자가 20년이 넘도록 소식을 모르는 친구를 갑자기 찾아 나서는 이야기다. 그는 친구의 죽음을 확인하고는 그의 아내를 만나고 싶다는 욕망에 시달린다. 「그때도 그런 생각은 한 적이 없어」는 절망에 막 도달한 인물이 절망의 긴 터널을 빠져나온 인물에게 보내는 복잡한 심리를 살폈다. 함께 근무했던 동료와 재회한 ‘나’는 그와 함께 유동으로 여행을 떠나며 그와의 과거를 떠올린다.
조갑상 소설가의 신작 장편소설 『보이지 않는 숲』과 함께 작가의 초기 작품 『누구나 평행선 너머의 사랑을 꿈꾼다』, 『길에서 형님을 잃다』가 재출간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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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p29 그 남자처럼 나도 뒤로 걸었다면 진작부터 당신을 볼 수 있었겠지요. 이제는 당신 얼굴을 어쩔 수 없이 보아야겠군요. 그게 아무 소용없는 서로 간의 부담일 뿐일 테지만.
p45 결국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내게 주어지는 자료가 그냥 코드숫자로 보이게 해야 하는 것이다.
p71 “한마디만 제발 해주세요!” 결국 여자를 골목에 세워둔 채 돌아서며 그는 울었다. 사랑은 아니더라도 너를 이해한다는 말 한마디도 왜 못 해주는 걸까.
p100 결국 나는 당신의 아이를 낳을 수 있다. 그냥 잠시 만난 거로 족했지만, 와이셔츠 단춧구멍 만한 자리를 내가 차지할 수 있는 것으로 과분했지만 이제는 그럴 수 없다. 전부가 아니면 안 된다.
p129 그들이 탄 차는 앞으로 죽죽 뻗어나갔다. 그들이 아주 오랫동안 서로 다르게 보내온 시간들이 어둠으로 재빨리 사라졌다.
p151 물론 그런 생각은 아주 한참 뒤, 이데올로기라는 말조차도 모르고 배를 타고 총을 쏘아댔던 베트남이 내게는 무엇이었을까, 나는 잘못된 전쟁에 잘못 뛰어들었던 게 아닌가 하는 자책이 고개를 들었던 30대를 통과했기에 도달할 수 있었을 것이다.
p181 나는 또다시 보스니아에 대한 꿈을 꿀 수는 있을 것이다. 사라예보의 공동묘지에서나 어느 이름 없는 구릉의 묘지를 헤매면서 어머니를 찾을지도 모른다.
p207 “아니, 그때도 그런 생각을 한 적은 없어.”
p236 “알아요. 다 안다고요. 그런데도 갑갑하고 자꾸 불안해요.”
p259 통일콩 한 줌의 비밀을 움켜쥐고 있는 순철이 같은 애를 이기기 위해서 나는 보다 더 큰 비밀을 내 스스로 간직해야 했고, 어쩌면 브로치 하나의 누명을 덮어쓰고 살아갈 누나에게 우리 가족을 대신해서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p276 그게 장손에 대한 애정이거나 장손의 특권이라고 창수는 이해했다. 어쨌거나 장손은 보호되어야 한다는 심사가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집안 구성원을 지배하고 있었던 건 사실이었다.
p310 장자상속은 물론이고 아들상속에 프리미엄을 두는 게 다 이유가 있는 것인데 세상은 다른 쪽으로 변해가고 있다는 말이었다.
p316 “어쩐지 형님을 잃어버린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형수에게 돌아올 리도 전혀 없고 집안에 얼굴을 내밀 것 같지도 않고.”
저자 소개
조갑상
1980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혼자웃기」가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다시 시작하는 끝』 『길에서 형님을 잃다』 『테하차피의 달』 『병산읍지편찬약사』, 장편소설 『누구나 평행선 너머의 사랑을 꿈꾼다』 『밤의 눈』을 냈다. 일반 저서로는 『이야기를 걷다』 『소설로 읽는 부산』 등이 있다. 요산문학상과 만해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목차
불안한 조깅
익숙한 순례자
거세된 사랑
나는 이유를 알고 싶다
지나간 시간은 없다
中國山行
보스니아에 대한 꿈
그때도 그런 생각은 한 적이 없어
기다림을 위하여
더 큰 비밀
길에서 형님을 잃다
작가 후기
재발간에 붙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