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누구나 평행선 너머의 사랑을 꿈꾼다

조갑상 지음
쪽수
320쪽
판형
140*210
ISBN
979-11-6861-101-6 03810
가격
20,000원
발행일
2022년 11월 01일
분류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책소개

조갑상 소설가의 2004년 요산문학상 수상작, 19년 만에 재출간

상처 입은 사랑, 깊은 회환, 현실에 발 딛지 못하고 겉도는 한 남자의 방황



지독한 다가감, 끝내 도달하지 못하는 사랑


만해문학상 수상 작가 조갑상 소설가의 첫 번째 장편소설 『누구나 평행선 너머의 사랑을 꿈꾼다』(2003)와 두 번째 소설집 『길에서 형님을 잃다』(1998)가 재출간된다. 소설가는 이번 재출간을 위해 여러 차례 문장을 다듬으며 완성도를 드높였다.

장편소설 『누구나 평행선 너머의 사랑을 꿈꾼다』는 2004년 요산문학상 수상작으로 도달할 수 없는 사랑에 빠진 사람의 열망과 비극의 이야기이다. 

김창기는 아이의 죽음 이후 아내와 틈이 생겼다. 이때 같이 교사 생활을 했던 이선재에게 연락이 왔고 지속적인 만남을 가진다. 김창기의 아내가 둘의 만남을 눈치채면서 부부 사이는 더욱 위태로워진다. 사실 아내와의 틈은 이선재나 아이의 죽음이 원인이 아니었다. 김창기의 마음이 청년 시절 진실로 사랑했지만 이루어지지 않은 정희옥을 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먼 시간이 지난 지금, 평행선처럼 닿지 않았던 김창기의 마음이 비로소 정희옥에게 도달할 수 있을까?


세상에 존재하는 하나밖에 없는 길


작중 인물 김창기는 인생 전반에 걸쳐 정희옥을 갈망한다. 그의 세상에 존재하는 하나밖에 없는 길은 정희옥을 사랑하는 것이다. 그의 시선과 감정은 모두 젊은 시절 이루지 못한 사랑을 갈구하며 과거에만 머물러 있다. 현재를 바라보지 못하는 그는 끊임없이 하강할 수밖에 없다. 아이의 죽음으로 멀어진 아내는 비행기 사고로, 정희옥은 지병으로 세상을 떠난다. 외도 상대였던 이선재는 그의 곁에서 사라진다. 그는 결국 홀로 남는다.



지독하게 다가갔지만 끝내 도달하지 못하는 사랑이 있다. 그러면 그 사랑은 잘못인가. 사랑이 죄가 되고 어떻게 우리의 삶까지 어긋나게 하는가?-재발행에 붙여

이 소설은 애틋한 사랑 이야기임과 동시에 상실의 이야기이다. 사랑으로 인해 삶이 어긋난 남성의 자기반성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는 무엇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지만 해답을 찾으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은 채 살아간다. 잘려 나가 버린 듯 보이는 그의 영혼은 아내, 이선재와 정서적 교류를 하지 못했고 둘을 떠나게 만든다. 과거에 머물러 있는, 해답을 찾지 않은 그는 결국 새로운 삶을 살지 못하고 유예 중인 삶을 살아간다. 이처럼 조갑상은 사랑에 상처와 회한의 감정을 담아내며 또 다른 사랑의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


부정교합, 부부


『누구나 평행선 너머의 사랑을 꿈꾼다』는 치밀한 구성이 돋보인다. 소설은 김창기 딸의 교정 진료에서 시작된다. 윗니와 아랫니가 어긋나는 부정교합은 처음부터 어긋난 채 시작했던 김창기 부부를 떠올린다. 



두 개의 선로는 어긋난 채 다른 길을 간다. 그것은 윗니가 아랫니를 덮지 못하고 어긋나는 부정교합하고는 전혀 다르다. 그는 문득 아내와 자신의 관계를 딸애의 치아가 닮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본문에서

딸의 진료는 대학 병원 의사가 바뀌면서, 다른 치과에 방문하면서 점점 밀려난다. 이는 싸우기만 할 뿐 결론을 내리지 못하는 김창기 부부의 모습과 닮아 있다. 또한 병원이라는 장소는 자연스럽게 투병 중인 정희옥을 떠올리게 만들며 독자에게 정희옥의 정체를 조금씩 알려주는 계기가 된다. 차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클래식은 베트남 전쟁의 간호 장교 막사에서 흘러나온 클래식을 연상시키고 이는 자신을 베트남으로 가게 했던 정희옥을 떠올리게 만든다. 이처럼 이 소설은 소재와 장면이 긴밀하게 연결되어 김창기의 삶의 궤적과 심리를 낱낱이 보여주며 사랑의 본질에 대해 생각해볼 기회를 제공한다.


한 장의 흑백 사진이 있는 바다


김창기의 삶을 따라가다 보면 부산의 어제를 만날 수 있다.



그는 다리와 섬을 바라보면서 담배를 피우다 영도로 가는 도선을 타기로 했다. 다리가 두 개나 놓였지만 자갈치와 대평동을 잇는 도선은 여전히 주요 교통수단으로 한몫을 하고 있었다. -본문에서

부산 중구와 영도구를 잇던 도선은 현재 운영하지 않지만 소설에선 여전히 움직인다. 도선뿐만 아니라 광복동, 송도 등의 옛 풍경도 책 속에서 살아 숨 쉰다. 소설 속에서는 인물들이 존재하는 공간이자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장소이다. 살아 움직이는 부산의 과거와 마주하는 것은 재출간의 또 다른 의미이다.

또한 이 소설에는 영화 <닥터 지바고>, <데미지>, <아빠는 출장 중>이나 1997년 대한항공 801편 사고 등이 등장한다. 누군가에겐 익숙할 수도 있고 누군가에겐 낯설 수 있는 이 소재들은 독자에 따라 추억과 과거의 향수를 불러일으키거나, 낯선 과거의 매력에 빠질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할 것이다. 



 조갑상 소설가의 신작 장편소설 『보이지 않는 숲』과 함께 작가의 초기 작품 『누구나 평행선 너머의 사랑을 꿈꾼다』, 『길에서 형님을 잃다』가 재출간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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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 밑줄 긋기                                                        

첫 문장 대한항공 801편이 추락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김창기는 혼자였다.


p29 잘못은 죽은 아이에게 있었다. 아내가 잘못된 건 아니었다. 아이가 죽었을 때부터 그들 부부는 모든 게 잘못되기 시작했다. 그들은 지금도 그 연장선상에 서 있었다. 한번 끊어진 철로는 다음 기차를 타고 오는 사람을 위해서 복구될 뿐 끊어진 철로를 지나는 사람들은 그저 곤두박질칠 뿐인 것이다.


p82 김창기가 여자를 찾아가는 이 길은 반복이 아닌가. 아주 오래 전에 있었던 일을 그가 되살릴 수밖에 없다면, 그건 분명 반복이다. 이 도시의 얼기설기 뒤섞인 도로망의 어느 부분을 헤집기 위해 애쓰는 김창기는 그게 어쩔 수 없는 자신의 인생 그 자체라는 사실을 알기나 할까. 지금 찾아가는 이 길이 바로 그런 게 아닌가. 지나간 시간을 되살리며 그는 다시 살고 있는 것이다. 그러기에 어떠한 길에서도 직진만 할 수는 없는 것이다.


p178 여자에게 가는 길은, 김창기 자신이 이렇게 여자를 지키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서는 유리를 깨는 수밖에 없었다. 그 소리. 유리창이 박살나는 소리. 그는 금단과 금기의 세계를 날카로운 파열음과 가슴을 찔러대는 고통을 통과함으로써 깨뜨릴 수 있었다. 그는 산산조각 난 유리조각에 기어이 피투성이가 되고 말았다.


p260 여자의 소식을 들은 뒤로 김창기 자신의 모든 이성과 감정의 실타래는 모조

리 헝클어져 버렸거나 매듭이 끊어져 버린 건지도 몰랐다. 한동안 까맣게 묻혀졌던 여자와의 시간이 되살아나면서 그는 형편없이 뒤엉켜버린 실타래의 매듭을 찾기 위해 안절부절못하고 있는 건지도 몰랐다.


p291 그렇지 않다고, 잘못은 자신에게 있다고, 또 어쩌면 운명의 잘못이라고, 미친 사랑이라 하더라도 사랑할 수밖에 없다는 그게 잘못이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는 한마디도 할 수가 없었다.



저자 소개                                                                    

조갑상


1980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혼자웃기」가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다시 시작하는 끝』 『길에서 형님을 잃다』 『테하차피의 달』 『병산읍지 편찬약사』, 장편소설 『누구나 평행선 너머의 사랑을 꿈꾼다』 『밤의 눈』을 냈다. 일반 저서로는 『이야기를 걷다』 『소설로 읽는 부산』 등이 있다. 요산문학상과 만해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차례                                                              

프롤로그


1 부정교합, 부부

2 영원한 스커트 밑의 극장

3 침대는 가구가 아니다

4 직진만 할 수는 없다

5 찾아가야 할 시간은 엘리베이터의 속도와 관계가 없다

6 곰탕과 수육, 그리고 일상

7 그들만의 세계, 또는 기억의 늪

8 부부간에 미리 이야기해야 할 것

9 세상에 존재하는 하나밖에 없는 길

10 곰탕의 김처럼 인생이 녹아내리는 두려움 속에서

11 한 장의 흑백 사진이 있는 바다

12 아내와의 문제도 딸의 치료처럼 유예된다면

13 에스컬레이터에 발을 얹고

14 누구에게나 빗나간 사랑은 있다

15 가장 나중에 있는 것

16 아내에게 정말로 잘못한 일

17 해야 할 일과 인정해야 할 것

18 마지막 끈을 놓다


에필로그

작가 후기

재발간에 붙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