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펭귄의 이웃들

오영이 지음
쪽수
256쪽
판형
135*200
ISBN
979-11-6861-095-8 03810
가격
14,000원
발행일
2022년 10월 07일
분류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책소개

가정은 누구에게나 안전한 공간일까?


가정의 붕괴, 폭력의 감염

무너지는 삶에 스러지는 이들


가족 안에서 일어나는 폭력과 소외의 문제를 끈질기게 탐구하는 오영이 소설가가 소설집 『펭귄의 이웃들』을 출간했다. 가정폭력은 사그라지지 않는 사회 문제다. 아동학대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있지만 2021년, 무려 40명의 아이가 아동학대로 세상을 떠났다. 가정폭력 역시 신고 건수는 점차 낮아지고 있지만 명절 연휴 기간에는 4천여 건의 신고가 접수된다. 왜 가정폭력은 근절되지 않을까. 가정이 사적인 공간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사적인 공간에 들어가기는 쉽지 않고, 그 속에 폭력은 방치된다. 오영이는 이 사적 공간을 내밀하게 묘사하여 은폐된 폭력을 그린다.


피하고 싶도록 불쾌감을 주는 사람들을 외면하면 세상은 쾌적해진다. 그들의 게으름과 무능과 어리석음을 탓하며 소외하면 그만이다. 하지만 그렇게 없는 척, 못 본 척 피해 가기만 하고도 여전히 인간이 살아남을 수 있을까? 아니 살아남기 이전에 진정 쾌적할 수 있을까? 도처에 위험이 이렇게 널려 있는데. -「작가의 말」

오영이는 ‘해피 엔딩’을 그리지 않는 소설가이다. 그의 소설은 독자에게 불쾌감을 줄지언정 현실을 외면하지 않는다. 가려진 누군가를 찾아내고 그려낸다. 『펭귄의 이웃들』에 실린 6개의 단편은 특히 여성과 아이들의 시선으로 그려진다. 우리 사회의 약자인 이들은 울타리로 기능해야 할 가정에서 오히려 절벽으로 내몰리고 있다. 독자들은 이 소설집의 섬세한 내면 묘사를 통해 폭력, 방치, 가정의 부재와 소외를 마주할 수 있다.


가정 속에 유기된 아이들


표제작 「펭귄의 이웃들」은 초등학교에 입학해야 할 아이의 시점으로 전개된다. 아이의 아버지는 모종의 이유로 집을 떠났고 홀로 남은 어머니는 일자리를 구하는 대신 사채를 쓴다. 빚을 변제할 능력이 없는 그녀는 현실을 부정하며 자학한다. 어머니의 폭력은 아이에게도 쏟아진다. 아이는 폭력을 홀로 감당하지만 결코 어머니의 탓을 하지 않는다. 어머니의 슬픔을 덜어주기 위해 노력하며 허들링 하는 펭귄처럼 누군가가 자신을 보살펴 주기를 바랄 뿐이다.

「촉법소년」은 가출한 어머니와 재혼한 아버지에게서 버려진 중학생 소년의 이야기이다. 소년은 할아버지와 함께 살지만 할아버지는 명목적인 보호자일 뿐이다. 아이는 방치된다. 폭력을 휘둘러도 촉법소년이기에 처벌받지 않고 가정과 학교의 관심도 받지 못한다. 외면과 방치 속 소년은 바른길을 걸어갈 수 없고 우리에게 이렇게 말한다.


“아저씨, 벌을 안 주시는 건 정말 감사하지만 말이에요. 벌 받을 짓을 안 하게 좀 해주면 안 돼요?”


비틀린 가정을 유지하는 여성


「스톡홀름 신드롬」은 허울뿐인 가정을 유지하는 여성이 서술자로 등장한다. 그녀는 값비싼 명품으로 자신을 치장하지만 정신은 메말라 있다. 남편은 끝없는 불륜으로 가정을 외면하고 그녀는 겉모습과 돈에 의해 사람을 판단한다. 노숙인에게 납치당했을 때도 그녀는 흐트러진 자신의 모습을 견디지 못한다. 하지만 치장한 방어기제는 노숙인의 이야기에 무너지고 자신이 걸친 명품이 짝퉁 같다고 느낀다.

「잊히고 있는 집」은 건망증이 심한 가정주부의 이야기이다. 그녀는 창문 닫는 것을 잊어 수건을 바람에 날려 보내고 아이의 실내화를 어디에 두었는지 기억하지 못한다. 남편과 아이는 그녀에게 짜증을 낼 뿐 도울 생각은 하지 않는다. 그녀는 자신을 이렇게 만든 건망증의 원인을 찾고자 한다. 그리고 건망증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수단이었음을 깨닫는다.


 돈과 자신을 거래하다


「아무도 모른다」는 고된 삶에서 벗어나기 위해 성공한 사업가의 아내 자리를 뺏은 여성 화자의 목소리로 그려진다.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열심히 공부했고, 국립대학을 졸업했지만 가난은 여전히 그녀의 발을 붙잡는다. 본처를 내몰고 사장의 아내 자리를 차지하여 부유한 삶을 누리지만 그녀가 예상하지 못한 존재가 있다. 바로 전처의 아이. 그녀는 아이에게서 나약하고 견디기만 할 줄 아는 자신의 모습을 보고 폭력을 휘두른다.

「조건만남」은 조건만남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여성의 고독을 그렸다. 룸살롱에서 만난 남편의 학대를 견디지 못해 이혼한 그녀는 생계를 위해 조건만남을 한다. 그녀의 삶은 황폐하다. 한곳에 오래 머물 수 없고 미래도 보장되지 않는다. 몸을 자본으로 한 그녀의 생업은 비참하다. 편의점에서 우연히 만났던 앞집 노인의 무연고 고독사는 그녀의 미래같아 섬뜩하다.


연관 키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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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 밑줄긋기                                                         

p39  아이는 눈을 꼭 감고 이를 앙다물었다. 빌고 매달리는 대신 견딜 준비를 하는 거였다. 순간 뒷목을 타고 찌르르 쥐가 났다. 어린 게 벌써부터 견디려 들다니…. 침대에서 이를 앙다물고 남편의 거친 숨결을 견뎌내던 내 모습도 지금 이 아이 같았을까? 나도 더는 어쩔 수 없어지는 순간이 또 오고 말았다._「아무도 모른다」


p73        ‘허들링’을 어떻게 쓰는지 가르쳐달라고 해야겠다. 하지만 그것보다 먼저, 동그랗게 모여서 허들링을 하는 펭귄들처럼 누군가 엄마와 나에게도 따뜻한 안쪽 자리를 한 번쯤 양보해주면 참 좋겠다._「펭귄의 이웃들」


p105  이렇게 작아져 버린 운동화를 다시 신을 때마다 내가 어떤 기분인지 이 아저씨들이 알까? 신발을 다 신고 일어서자 발톱이 빠질 듯이 아팠다.

“그런데 말이에요. 아저씨, 벌을 안 주시는 건 정말 감사하지만 말이에요. 벌 받을 짓을 안 하게 좀 해주면 안 돼요?”_「촉법소년」


p133  내가 투명인간이라도 된 건가 싶어 고개를 돌려가며 내 몸을 살펴본 적도 있었지만 이제 익숙한 풍경이다. 욕실 딸린 방 하나와 거실 하나가 전부인 오피스텔에 산다는 건 가족과 함께 살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이웃이라고 인사를 하는 일이 없다는 게 특징이라는 걸 알기에 어색하지도 않다._「조건만남」


p174  최상류층만 가질 수 있는 명품들에 둘러싸여 있으면서도 늘 고독하던 내 모습이 무심하게 나를 내려다보던 누드와 겹쳐진다. 한 번 눈물이 솟기 시작하자 봇물이 터진 듯 걷잡을 수가 없다. 직수입된 명품으로 치장하고 있으면서도 짝퉁 취급을 받는 것만 같다._「스톡홀름 신드롬」


p204  어항 속은 평화로워 보였다. 아침마다 조그만 스푼으로 먹이를 떠서 넣어주기만 하면 언제까지나 평화롭기만 할 곳이었다. 그러나 한 방울의 이물질이라도 섞여 들면 그 고즈넉한 평화는 지극히 불안해진다. 단 한 방울만으로도. 그리고 그것은 서서히 어항을 잠식해간다. 건망증 따위로 외면할 수 있는 게 아닌 것이다._「잊히고 있는 집」



저자 소개                                                                    

오영이


2009년 『문예운동』, 2012년 『한국소설』, 2015년 『동리목월』 신인문학상 수상. 2019년 성호문학상(본상) 수상. 2022년 BFC 부울경 스토리 IP 공모전 당선.

소설집 『별들은 이제 섬으로 간다』, 『독일산 삼중바닥 프라이팬』, 『모자이크 부산』(공저) 등 출판.

현재 경성대학교, 가야대학교 외래교수로 출강.



차례                                                              

아무도 모른다 

펭귄의 이웃들 

촉법소년 

조건만남 

스톡홀름 신드롬 

잊히고 있는 집 


해설: 사랑, 감정 복원과 회복의 서사_정미숙(문학평론가)


작가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