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겨울 해바라기

손화영 지음
쪽수
126쪽
판형
127*188 / 양장
ISBN
979-11-6861-057-6 03810
가격
13,000원
발행일
2022년 7월 22일
분류
산지니시인선 019

책 소개

사계를 아우르는 상실의 감각


박목월의 시지 <심상>을 통해 활동을 시작한 손화영 시인의 두 번째 시집 『겨울 해바라기』가 출간되었다. 『겨울 해바라기』는 표제작에서 느껴지는 이미지처럼 부질없는 기다림으로 세월을 보낸 후 까맣게 변해버린 시적 자아의 상실을 나타내는 시들이 포진해 있다. 이번 시집은 총 4부로 구성되어 봄, 여름, 가을, 겨울 각 계절에 포착한 저마다의 상실을 드러낸다. 화려한 색채를 잃었음에도 순환하는 계절을 따라 “날마다 조금씩 일어서고 싶은”(「겨울 해바라기」) 하루를 꿈꾸는 세계는 봄에서 겨울로, 겨울에서 다시 봄으로 순환하며 더디게 전진한다.


봄, 겨우내 품은 작은 소망


손화영의 시에서 두드러진 의식 현상은 상실의 감각으로 나타난다. 이는 한편으로 기억이나 추억과 연관되고 다른 한편으로 나날의 삶과 결부된다. 이미 지나간 기억을 상기하고 추억을 좇아가는 의식은 사라지거나 잃어버려 아쉬움을 남기거나 이룰 수 없어 부질없는 기다림을 갖게 하는 사건을 휘돈다. _구모룡(문학평론가)

1부에서는 생명이 움트고 씨앗이 날리는 봄을 테마로 시를 전개한다. 봄은 “더 이상/잃은 것도 버릴 것도 없는/단출한 삶의 한 모퉁이에서” “하이얀 꽃잎”(「바람이 되면」)을 꺼내 보게 만들고, “그 하나의 겨운 시작을 기다리며/겨우내 들고 다녔던 작은 소망”(「연꽃 씨를 심다」)을 퍼뜨리는 계절이다. 그리고 “또 하나의 계절을 맞고”(「봄비처럼」) 사계를 돌아 또다시 보내는 계절이다. 또다시 돌아온 봄. 화자는 “가버린 계절”(「계절을 찾아」)을 그리워하며 “허공에 뿌리를 내”(「물고기자리」)린다.


여름, 늙어가는 시간 속에 출렁거리는 존재


“상념을 따라 생겨난 물웅덩이 위에/어디서 왔는지 소금쟁이 한 마리”(「시간의 장막」)를 시작으로 여름 풍경을 보여주는 2부는 이미 지나가버린 시간을 주축으로 기억 혹은 추억을 회상한다. “빠르게 늙어가는 시간”(「늙은 방」)과 “시간의 잔해 속에 헛도는 불협화음”(「깨어진 시계」)에 주목하는 시편들은 추억의 고통에 사로잡힌 화자의 시간 의식을 보여주며 “채워도 채울 수 없는 빈자리”(「기다림이라는」)에 출렁거리는 존재의 비애에 가닿는다.


가을, 한 편의 그림으로 남은 갈망의 손


3부는 낙엽을 “붉게 타는 시간에 매달려/놓지 못한 작은 손”(「가을 편지」)이라 비유하며, “떨어지는 나뭇잎 무심결에 받아 들고는/문득 손바닥 위에서 불타는 이 가을이/기다렸다는 듯 다투어 떠나가는”(「단풍잎 사이로」) 모습을 바라본다. 이러한 경관 속에서 시인은 “더께더께 엉킨 세월을 닦고”(「낡은 책상」) 화자가 “조용히 내려놓는 갈망의 손”(「약속에게」)에 초점을 맞추며, “떠다니는 시간은/한 편의 그림으로 남아”(「단풍은 지는데」) 흘려보낸다.


겨울, 시간의 강을 여는 순환의 시작


타자의 기억이나 그에 속박된 나의 추억은 “끝없는 도돌이표의 길(「바다는」에서)처럼 재귀적 반복을 거듭한다. 물론 이러한 반복이 무익하지만 않음은 그와 더불어 존재는 더디게 전진하기 때문이다. 이제 시인은 낡은 갈망의 짐에서 놓여날 계기와 만났다. 시적 주체를 새롭게 세우고 마음을 들여다보는 과정을 통하여 더 큰 관심의 지평을 개진한다. 적어도 이 시집을 건너면서 시인이 한 차원 다른 시적 언어를 얻게 되리라 믿는다. _구모룡(문학평론가)

4부의 겨울은 모든 것이 지는 계절인 동시에 시작을 위한 마지막 발돋움이다. 겨울을 통해 “시간의 강이 열린다.”(「다시 산다는 것」) “고단한 길 위에 망각의 강으로 서서/다시 또 나를 살게 하는”(「노을길」) 이 지난하고 고독한 여정이 다시 시작되는 것이다. 사계의 끝자락에 선 겨울은 “날마다 떠나는 이의/돌아오기 위한 이별연습”(「외출」)이며, “다시 찾은 순환의 기쁨”(「다시 산다는 것」)으로 새로운 봄을 맞이한다.



저자 소개                                                          

손화영

울산 출생. 문학 박사. 박목월의 시지 <심상>을 통해 본격적인 문단 활동을 시작하였다. 대학에서 글쓰기 이론과 문학 이론 등을 강의하고 있으며 시집으로는 『자운영은 피는데』가 있다. 부산시인협회, 부산작가회의, 심상시인회, 한국예술가곡사랑회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책 속으로                                                          

앙다문 입술을 열고 묵언을 끝낼

그 하나의 겨운 시작을 기다리며

겨우내 들고 다녔던 작은 소망

언제쯤 말해나 줄까

_「연꽃 씨를 심다」 중에서


이른 아침 구름이 몰고 온

상념을 따라 생겨난 물웅덩이 위에

어디서 왔는지 소금쟁이 한 마리


하늘을 버티고 선 고고한 고집 하나로

미끄러지듯 당당하게 일렁거린다

_「시간의 장막」


여름내 벌거벗은 우울이

홀로 가지 끝에 올라

가슴을 태운다

_「가을 편지」 중에서


인내와 기다림의 날들 속에

까맣게 쏟아내는 외로운 다짐


죽어 화석이 되어 다시 사는 고독

_「겨울 해바라기」 중에서



차례                                                              

시인의 말 하나


제1부

봄이어서 | 잃어버린 마음 | 계절을 찾아 | 아카시아 | 봄비처럼 | 연꽃 씨를 심다 | 홀로 자라는 나무 | 바람이 되면 | 암남공원 | 물고기자리 | 흰나비 | 기다림이라는 | 민들레의 꿈 | 거짓말


제2부

시간의 장막 | 옥수수 한 알 | 세잎클로버 | 바다는 | 깨어진 시계 | 검은 방 | 진짜 거짓말 | 바다의 눈 | 피조개의 말 | 이기적 마주서기 | 유언비어 | 달밤 | 아직은 공사 중 | 산다는 것 | 골목에서 | 그래도 사람은 | 공중전화에게 | 퇴근길


제3부

가을 편지 | 망각의 강 | 외사랑 | 낡은 책상 | 단풍은 지는데 | 진주 목걸이 | 너의 의미 | 눈 먼 산 | 징검다리 | 단풍잎 사이로 | 거울아 거울아 | 약속에게 | 호수처럼 | 삶과 함께 부르는 노래 | 흐르는 푸른 별 | 넋의 노래 | 운문사 솔바람 길


제4부

겨울 해바라기 | 뱀과 꿈 | 믿음 앞에서 | 변명 | 그래, 이제는 | 잊혀지기 위하여 | 모순 | 길 위의 벽 | 아기와 웃음 | 다시 산다는 것 | 노을길 | 외출


해설: 상실의 감각과 마음의 정처-구모룡(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