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나는 나-가네코 후미코 옥중 수기(개정판)

가네코 후미코 지음|조정민 옮김
쪽수
384쪽
판형
140*205
ISBN
979-11-6861-030-9 03830
가격
18,000원
발행일
2022년 6월 1일
분류
외국에세이

★ 2022 서울국제도서전 ‘다시 이 책’ 선정도서 


영화 <박열>이 담아내지 못한 가네코 후미코의 생애


이 수기는 아무것도 소유하지 않았던 그녀가 

독자들에게 보내는 선물이다.


책소개

세상에 빛을 보게 된 아나키스트 가네코 후미코의 생애


1923년 일본의 관동대지진 이후, 조선의 독립운동가이자 아나키스트인 박열과 그의 아내 가네코 후미코는 천황 및 황태자 암살 혐의로 체포된다. 이때 가네코 후미코는 예심 판사에게서 재판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자신의 일대기를 쓸 것을 명령받는다. 이에 그는 자신의 생애를 기록하였으며 오로지 사실에 몰두하여 수기를 작성하였다. 재판이 끝나고 가네코 후미코는 해당 수기를 돌려받아 자신의 동료에게 보내고, 이 원고에 어떠한 미사여구도 사용하지 않기를 바란다며 출간 의사를 전달한다. 그의 생애를 담은 수기는 가네코 후미코가 스스로 생을 마감한 지 5년이 지난 어느 날 세상에 나오게 된다.

2012년 가네코 후미코의 생애를 담은 수기『나는 나』가 한국에서 번역·출간되었지만 판매 실적은 저조했다. 가네코 후미코의 생애를 다룬 의미 있는 책이었으나 그 생은 주목받지 못했다. 그리고 5년이 지난 2017년, 영화 <박열>이 개봉하며 창고 속에 묻혀 있던 『나는 나』는 세상에 빛을 보게 된다. 영화 <박열>이 주목받기 시작하자 대중들은 조선의 독립운동가 박열을 궁금해했고, 그와 동등한 관계에서 동거서약서를 작성한 가네코 후미코를 궁금해했다. 책은 영화가 그리지 못한 가네코 후미코의 유년·청년기를 담고 있다. 반역죄로 감옥에 갇혀 23년의 짧은 삶을 끝낼 때까지 누구의 딸, 누구의 아내가 아닌 ‘나’로 살기 위해 용기 내고 실천했던 ‘가네코 후미코’. 이 수기는 국가와 가부장의 이데올로기에서 벗어나 온전히 ‘나’ 자신으로 살아가기를 염원하고 실천했던 그가 남긴 치열한 삶의 기록이다.


​나는 나 자신이어야만 한다


영화 <박열>을 통해 재조명된 인물인 만큼, 사람들은 가네코 후미코를 이야기하며 박열의 아내라는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언론에서는 독립운동가였던 박열과 더불어 ‘대한민국건국훈장을 받은 일본인’이라는 이례적인 예로 후미코를 조명하기도 한다. 그러나 가네코 후미코가 박열의 아내라는 사실은 그가 지닌 수많은 정체성 가운데 하나에 지나지 않는다. 그는 자신의 욕망과 이상에 충실한 여성이었고, 힘든 상황에서도 끊임없이 배우고 익히며 나 자신이라는 독립된 존재로 살아가기를 염원했다.

가네코 후미코의 삶은 불행의 연속이었다. 가난하고 사이가 좋지 못했던 부모님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출생신고를 하지 않은 ‘무적자’였다. 취학 연령이 되어도 학교에 다닐 수 없었고 사설 학교에서 공부했으나 그마저도 생활고 때문에 오래가지 못했다. 아버지는 어머니의 여동생(후미코의 이모)과 새로운 가정을 꾸리고 어머니는 재혼을 거듭하면서, 후미코는 1912년 충청북도 부강에 살던 고모의 양녀로 조선으로 건너온다. 그러나 그곳에는 양녀가 아니라 식모의 생활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약 7년 동안 자살까지 결심할 정도로 가혹한 정신적, 육체적 학대를 받은 이후 파양되어 일본으로 돌아온 후미코는 배움의 뜻을 안고 도쿄로 상경하지만, 도쿄에서의 생활 역시 순탄하지 않았다. 신문팔이, 노점상, 행상, 식모 등 여러 직업을 전전하며 고학의 길을 이어가고자 했으나 고된 노동과 제대로 지급되지 않는 임금은 그에게 연필을 쥘 시간을 허락하지 않았다. 사회주의자, 부르주아, 조선인 유학생, 기독교도 등 여러 계층의 사람을 만나고 배반당하며 후미코는 절망했지만 결코 무너지지 않았다. 그는 그 고난을 딛고 자신을 성장시키는 계기로 삼으며 투쟁하였다.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나지 않고, 가는 곳마다 모든 환경 속에서 학대받을 만큼 학대받은 나의 운명에 감사한다. 왜냐하면 만약 내가 나의 아버지나 외할머니 외할아버지 집에서 부족함을 모르고 자랐다면, 아마 나는 내가 그토록 혐오하고 경멸하는 사람들의 생각과 성격, 생활을 그대로 받아들여 결국에는 나 자신을 발견하지 못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운명적으로 불운한 탓에 나는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리고 나는 벌써 열일곱 살이 되었다. 나는 이미 자립할 수 있는 연령에 달해 있다. 그렇다. 나는 내 삶을 스스로 개척하고 스스로 창조해야 한다. _<도쿄로>에서

삶을 개척해나갈 독자들에게 건네는 ‘희망’이라는 이름의 선물


새롭게 선보이는 『나는 나』 리커버는 누구보다 나 자신으로 살아가기를 원했던 그의 뜻을 받들어 가네코 후미코의 일러스트를 전면에 드러내었다. 불꽃처럼 짧은 생을 살아간 그는 자신의 어린 시절과 삶을 직접 훑으며 ‘무엇이 나를 이렇게 만들었는가’를 탐색한다.


나는 더 많은 세상의 부모들이 이 수기를 읽어주었으면 한다. 아니, 부모들뿐만 아니라, 더 좋은 사회를 만들고자 하는 교육가, 정치가, 사회사상가 모두가 읽어주었으면 한다. _<머리말>에서

그는 자신의 생을 기록하고 불살라 더 나은 사회를 만들고자 하였으며, 불운한 운명 속에서도 자신의 생을 꿋꿋이 살아갈 수 있다는 용기를 전해준다. 이 수기는 자기 자신으로 살아가기 위해 폭력적인 이데올로기에 맞선 한 여인의 투쟁이자, 주체적이고 독립적으로 23년의 생을 살아간 한 인간의 기록이며,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개척해나갈 독자들에게 건네는 가네코 후미코의 뜨거운 선물이다.


 한 줄 소개 

다이쇼(大正) 12년(1923년) 9월 1일, 오전 11시 58분. 돌연 수도 도쿄(東京)를 얹은 관동지방 대지 밑바닥이 격동하기 시작했다.


책 속으로 

모든 일에 열정을 갖던 당시 나는 고학을 해서 훌륭한 사람으로 성장하고 싶다는 것을 유일한 목표로 삼았다. 하지만 확실히 깨달았다. 지금과 같은 세상에서는 고학을 하더라도 훌륭하게 될 수 없다는 것을. 아니. 그뿐만이 아니다. 훌륭하다고 대접받는 사람만큼 별 볼 일 없는 사람은 없다는 것을. 주변 사람들이 훌륭하다고 말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나는 주변 사람들의 평가를 위해 사는 것이 아니다. 나 자신을 위한 진정한 만족과 자유를 얻어야 하지 않겠는가. 나는 나 자신이어야만 한다.

나는 너무나 많은 사람들의 노예로 살아왔다. 참으로 많은 남자들의 장난감으로 살아왔다. 나는 나 자신을 살지 않았던 것이다. 

나는 나 자신을 위한 일을 해야 한다. 그렇다. 나 자신의 일이다. 그러나 나 자신의 일이란 무엇이란 말인가. 나는 그것을 알고 싶다. 그것을 깨달아 실천하고 싶다. -p.360


나는 지금까지 이런 일을 입 밖에 낸 적이 없다. 하지만 나라는 존재가 이 세상에서 사라질지도 모르는 지금, 숨겨둘 필요도 없을 것이다. 나의 생활과 사상, 성격에 영향을 끼친 모든 것을, 지금 백일하에 공개해야 한다. 그것은 법관에게 나를 알리기 위해 필요한 것이지만, 그런 이유보다는, 더 큰 진리를 천명하기 위해서도 절대적으로 필요한 작업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p.224


아무리 우리 사회에서 이상을 가질 수 없다고 하더라도 우리에게는 자신을 위한 일이 있다고 나는 생각했다. 그것을 성취하든 성취하지 않든 그것은 관여할 바가 아니다. 우리는 그저 그것을 진정한 일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렇게 하는 것이, 그러한 일을 하는 것이 우리 자신을 위한 진정한 생활인 것이다. 

나는 나 자신을 위한 진정한 일을 하고 싶었다. 그렇게 함으로써 우리의 생활은 곧 우리와 일치된다. 먼 저편에 이상적인 목표를 두는 것과 다른 것이다. -p.363



저자소개 

저자

가네코 후미코(金子文子, 1903~1926)

1903년 1월 25일 요코하마시 출생. 아버지 사에키 분이치와 어머니 가네코 기쿠노 사이에서 장녀로 태어났지만, 출생신고를 하지 않아 ‘무적자’로 살았다. 

1912년, 당시 충청북도 부강에 살던 고모의 양녀가 되어 조선으로 건너가 약 7년간 생활한다. 이때 외할아버지 가네코 도미타로의 다섯째 딸로 입적한다.

1919년 4월 12일 조선을 떠나 일본으로 돌아온 후미코는 1920년 봄에 상경하여 신문팔이를 하면서 학업을 병행한다. 거리 연설에서, 학교에서, 일터에서 사회주의자들과 만난 것을 계기로 사회주의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특히 니힐리즘에 심취하였다.

잡지 『청년조선(青年朝鮮)』에 실린 박열의 시 「개새끼(犬コロ)」를 읽고 큰 감동을 받은 후미코는 1922년 4월경부터 박열과 동지로서 동거를 시작한다. 두 사람은 흑도회의 기관지 『흑도(黒涛)』 간행에 착수하여 1호와 2호를 발간하고, 흑도회가 해산한 이후에는 월간지 『후테이센징(太い鮮人)』(불량하고 불온한 조선사람이라는 뜻의 불령선인(不逞鮮人)을 빗대어 말함)을 발간한다. 그리고 1923년 4월에는 박열과 함께 ‘불령사(不逞社)’를 결성한다. 

관동대지진 직후인 1923년 9월 3일, 후미코와 박열은 보호검속 명분으로 구속되고 10월 10일 치안경찰법위법으로 기소된다. 1924년 2월 15일 폭발물취급벌칙 위반으로 추소, 이어 1925년 7월 17일 박열과 함께 대역죄 및 폭발물취급벌칙 죄로 기소된다. 1926년 2월 26일, 후미코와 박열에 대한 대심원특별형사부의 공판이 시작되고 3월 25일에는 사형선고를 받는다. 이어 4월 5일, 무기징역으로 감형되지만 7월 23일 우쓰노미야 형무소에서 목을 매어 자살하였다. 


역자

조정민

부경대학교 일어일문학과를 졸업하고 일본 규슈대학 비교사회문화연구과에서 석사과정과 박사과정을 마쳤다. 전후 일본문학이 패전 후 연합국의 일본 점령을 어떻게 기억하였는가에 대해 관심이 많아, 같은 테마로 동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박사학위논문을 한국어로 번역한 책『만들어진 점령서사』(산지니, 2009)를 출간하였다. 지금까지 전쟁, 점령, 민족, 젠더, 언어 등의 문제가 서로 교차하면서 어떤 위계가 만들어지고 또 무너지는지에 대해 주목해왔다. 가부장적 가족제도와 군국주의적 천황제의 억압과 통제에 추상적으로 대응하지 않고, 자신만의 철학을 분명히 실천했던 가네코 후미코의 삶에 감동하여 그녀의 수기를 번역하게 되었다. 현재 부경대학교 일어일문학부 일본학 전공 부교수로 있다.



차례

책을 펴내며-구리하라 가즈오

첨삭에 관한 희망

머리말


제1부 어린 시절

아버지

어머니

고바야시의 고향

어머니의 친정


제2부 조선

새로운 집

부강

이와시타 가문

조선 생활


제3부 다시 고향으로

고향으로 돌아가다

호랑이 굴로

소용돌이치는 성

안녕히 계세요, 아버지


제4부 독립

도쿄로

작은 외할아버지댁

신문팔이

노점상인

식모살이

거리의 방랑자

일! 나 자신을 위한 일!


맺음말

역자 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