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부산을 쓴다(개정판)

정태규 외 27인 지음 | 이상섭 엮음
쪽수
318쪽
판형
145*210
ISBN
979-11-6816-024-8 03810
가격
20,000원
발행일
2022년 3월 31일
분류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책소개

부산 공간을 소설로 담은 <부산을 쓴다> 개정판 출간


2008년 출간되었던 부산 공간의 미학을 소설로 담은 <부산을 쓴다>가 2022년 개정판으로 다시 출간되었다. 이 책은 당시 부산작가회의 소속 작가 28명이 참여하여 부산의 장소를 서사구조를 통해 장소의 역사적, 문화적 의미를 형상화하고 예술적 감동까지 담아내고 있다.

범어사, 태종대, 을숙도, 영도다리 등 현재에도 부산의 역사적, 문화적 의미가 살아 있는 장소 28곳이 부산을 대표하는 28명의 작가들과 연결되어 ‘부산의, 부산에 의한, 부산을 위한’ 테마소설집이 발간되었던 것이다. 즉, ‘소설로 쓰는 부산의 인문지리지’라는 의미를 가진다.

‘공간’과 ‘장소’는 다르다. 공간에 사랑하는 마음이 담겨야 비로소 장소가 된다. 경험적 역사와 문화적 의미가 서로 만날 때 단순한 공간은 경험적 장소가 되는 것이다. 부산이라는 공간을 장소로 만드는 이 28편의 작품을 통해 조연이 아닌 주연으로서의 부산이란 구체적인 장소를 만나볼 수 있다.


요산 김정한 선생의 문학정신 계승


<부산을 쓴다>는 2008년 당시 요산 김정한 선생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제11회 요산문학제 행사의 일환으로 기획되었다. 부산작가회의는 요산문학제 행사의 일환으로 부산의 주요 명소와 지역을 소재로 시와 소설을 써서 시집과 소설집으로 묶어 낸다는 기획을 세우고 여러 시인과 소설가들에게 작품을 의뢰하였다. 그 결과 부산에서 활동하고 있던 28명의 작가들이 28곳의 장소로 탄생한, 장소성이 살아 있는 28편을 묶어 발간되었던 것이다.

요산 김정한 선생만큼 부산과 낙동강을 사랑한 이도 드물다. 단순히 사랑한다는 수준을 뛰어넘어 요산은 거의 모든 작품에서 부산과 낙동강 주변의 실제 지명을 배경으로 삼음으로 해서 그곳의 문화적, 역사적 의미를 생생하게 살아 있는 생물이게 했다. 요산의 작품으로 인해 부산과 낙동강 주변 지역은 구체적인 생명성과 오롯한 문화성을 획득하게 된 것이다.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에도 구체적인 이름을 호명하며 작품 속에 공간의 의미를 오롯이 드러냈던 요산 김정한 선생의 이러한 문화적 정신을 계승하자는 기획 의도 하에 부산의 주요 명소와 지역을 소재로 <부산을 쓴다>가 기획되었다.


부산을 여행하는 또 다른 방법, 부산을 담은 테마소설집으로


이와 같은 각 지역의 장소성을 담은 테마소설집은 현재 다양하게 출간되어 있지만, <부산을 쓴다>는 이의 출발이라는 의미를 가진다. 

부산을 노래한 시는 간간이 시집으로 묶어져 나왔지만, 소설의 경우 집단적으로 지역을 화두로 한 창작물이 나오는 건 이 소설집이 처음이었다. 28명의 소설가들이 모두 제각각 친숙하거나 애착이 가는 공간을 선택하여 작품으로 형상화하고 있다. 개인적 체험이나 역사적 사실을 서사화하여 의미 없는 하나의 공간을 사람들의 기억이 묻어나는 구체적인 장소로 의미화하고 있다. 요산이 공간에 장소성을 부여함으로써 단지 하나의 공간에 불과했던 곳을 우리 문학의 중요한 장소로 의미화하였듯이 작품 28편을 통해 장소성이 살아 있는 부산을 만나볼 수 있다.

각각의 작품은 짧은 단편소설이지만 한 편 한 편마다 완결성을 가진다. 구포시장, 사직야구장, 용두산공원, 반송, 영도다리, 온천천 등 구체적인 지명을 호출하며 그 장소가 갖고 있는 역사성이나 문화성을 보여주고 있으며 각 소설마다 구체적인 장소성을 더욱 또렷하게 드러내고 있다.


장소의 혼과 구체적인 삶의 진실을 찾아서


부산작가회의 자문위원이자 문예지 <문학/사상> 편집인인 구모룡 교수는 발간사에서 이 책의 의의를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다.


지역문학은 지역이라는 구체적인 장소의 터 위에서 발생하고 생산된다. 지역문학이 그 지역을 드러내는 방식은 몇 가지 층위를 지닌다. 가장 먼저 지역의 장소를 나타내는 색인 기능을 하는 것이다. 많은 경우 구체적인 장소들은 이미지나 배경으로 활용된다. 그러나 이러한 색인으로서의 장소는 작품 속의 지역과 실재의 지리가 가지는 관련성을 알리는 흥밋거리에 불과하다. 무엇보다 장소 경험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하는 지역문학이 중요한 것이다. 실제 장소를 색인과 배경으로 하는 작품들은 여전히 많이 생산되고 있다. 하지만 기억과 경험이 없는 장소 예찬이 가지는 한계는 분명하다. 작품 속의 장소는 그 속에 등장하는 이미지나 사건 그리고 인물과 유기적 연관성을 지닐 때 의미가 있다. 지역문학의 장소성은 이러한 작품을 통해 유발된다.

그런데 장소는 지나치게 경험적이어서 시적 지향을 갖기 쉽다. 장소를 일체감을 부여하는 곳, 사물과 의식이 합일되는 지점으로 볼 때, 현대의 장소 상실은 비판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도시화는 원초적인 장소들을 해체하고 추상화한다. 이러한 가운데 장소 회복을 말한다면 그것은 동일성으로 회귀하는 시적 회감(回感)의 원리로 귀착한다. 유년, 향토성, 훼손되지 않은 고향 등이 지역문학의 주된 테마가 되는 것이다. 말할 것도 없이 이러한 테마도 중요한 지역문학의 자산이다. 장소의 혼을 그려 내는 위대한 시적 성취가 있기 때문이다.

지역문학의 장소가 의미를 발하는 또 다른 층위는 장소와 공간의 변증법이다. 종종 장소가 안정감과 위안, 합일된 의식을 부여한다면 공간은 불안정과 위협, 불화의 의식을 가져다주는 것으로 구분된다. 그래서 공간들은 주체의 경험적 진폭에 따라 장소로 바뀌게 되는 것이다. 이럴 때 장소와 공간의 변증법은 중층적인 형태로 확장된다. 소설로 지역을 쓴다는 것은 이러한 장소와 공간의 변증법을 염두에 두고 있다. 장소나 공간이 단순하게 배경이나 색인이 되는 것을 지양하고 구체적인 삶의 공간으로서의 지역을 탐문하고자 하는 것이다.

-발간사 중에서

요산 김정한 선생의 작품에서 주연은 장소와 공간이었다. 요산의 문학정신을 잘 되살려낸 이 소설집을 통해 요산 선생과 요산 문학정신이 독자들의 마음속에 또 다른 집을 짓게 되었으면 한다.




저자 소개                                                          

지은이: 정태규

정태규 작가는 1958년 경남 합천에서 태어났다. 부산대 대학원 국문학과를 졸업하고 부산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제1회 부산소설문학상과 제28회 향파문학상을 수상했으며, 부산작가회의 회장과 부산소설가협회 회장을 지냈다. 소설집으로 『청학에서 세석까지』, 『길 위에서』, 『편지』가 있으며, 산문집 『꿈을 굽다』, 평론집 『시간의 향기』 등을 냈다.


엮은이: 이상섭

1998년 국제신문 신춘문예, 2002년 창비신인문학상으로 등단했다. 소설집으로 『슬픔의 두께』, 『그곳에는 눈물들이 모인다』, 『바닷가 그집에서, 이틀』, 『챔피언』이 있으며, 르포집 『굳세어라 국제시장』, 『을숙도, 갈대숲을 거닐다』를 썼다. 2010년 백신애문학상, 2013년 봉생문화상을 수상했다.



 차례

                                                             

발간사 구모룡


1부

편지-동래읍성 정태규

마지막 인사-범어사 정인

야구장에서 돼지를 사냥하다-사직야구장 박명호

별을 향해 쏘다!!-온천천 김미혜

연꽃은 피고, 또 지다-두구동 연꽃소류지 이인규

온천장의 새벽-금정산 전용문

영혼들의 집-영락공원 유연희


2부

다시, 희망을-구포국수 이상섭

연인-을숙도 박향

일몰-삼락공원 김일지

물이 되어-녹산 수문 주연

설레는 마음으로-다대포 김서련

아름다운 숙자 씨-구포시장 고금란


3부

거기 없는 당신-서면 조명숙

가족사진-용두산공원 황은덕

아침바다를 만나다-영도·태종대 옥태권

시간의 꽃을 들고-부산진성 박영애

영도, 다리를 가다-영도다리 구영도

필름 세 통의 행방-초량 정형남

태양을 쫓는 아이-하얄리아부대 이정임


4부

모리상과 노래를-해운대 조갑상

반송을 만나는 두 가지 방법-반송 정영선

뜨거운 안녕-좌수영교 이미욱

빛과 그늘-광안리 문성수

낙농마을 이야기-황렬터널 정혜경

내 님을 그리사와-정과정비 이규정

매미가 울었다-수영사적공원 김현

월가(月歌)-이기대 나여경


편집후기 정태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