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교룡

표성흠 지음
쪽수
256쪽
판형
140*205
ISBN
979-11-6861-021-7 03810
가격
16,000원
발행일
2022년 3월 15일
분류
역사소설
*2022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문학나눔 선정도서
*2021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우수오디오북

책소개

조선시대 문필가 부부, 그들의 운명적 사랑과 문학

 

장편소설 『교룡』은 조선 후기, 한날한시 같은 마을에서 태어난 삼의당과 담락당 하립 부부의 운명 같은 사랑을 그리고 있다. ‘이용후생’ 실학에 바탕을 둔 소설 혼을 일깨우는 남편 하립과 노동의 기쁨, 자식의 죽음에 애통해하며 삶을 노래한 아내 김삼의당 시의 세계가 교차하며 문학 부부의 이상적 세계가 펼쳐진다. 

조선 후기 과거제도의 폐단에 회의하던 담락당 하립은 과거시험을 뒤로 하고, 김시습, 연암 박지원을 사표 삼아 문체혁신에 동참한다. 북학파(백탑시파)의 실용사상, 유득공, 홍대용, 최북 등 실학자들의 이야기와 천주학, 문체반정 등 시대적 배경 속에 한 지식인이 이용후생에 천착해 문학세계(산문, 소설, 명현소설)를 펼쳐나가는 과정을 면밀히 따라간다. 

하립의 아내 삼례는 결혼과 함께 삼의당 당호를 받고, 남편 담락당을 지아비로 받든다. 남편에 대한 사모곡(부치지 못한 시 편지), 농사의 기쁨, 자식의 죽음(셋째, 첫째 딸)에 애통해 하는 시 세계를 펼쳐 조선 후기 여류시인 가운데 가장 많은 작품을 남긴다.


시대를 따르며, 시대를 넘어선 여류 시인 김삼의당


몰락한 양반가 집안의 부부가 과거를 포기하고 진안 산골에서 자영농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몸에 익지 않은 농사일이 각인되어가는 과정. 그 힘든 생업인 농사일에 애쓰면서도 찌들지 않고, 땀의 의미와 삶의 정취를 글로 표현하는 균형감이 김삼의당의 시 한 편에 잘 드러나 있다.


날은 이미 정오

해가 내 등을 지져대고 땀방울은 땅에 듣고

가라지 낱낱이 호미질 긴 밭고랑을 다 매니

시누이 시어머니 보리밥을 지어 오셨네

맛난 국은 부드러워 흐르듯 숟가락질

자잘한 낱알로 마음껏 배를 불린다

배 두드리며 걷다가 노래하다 하니

음식은 수고하는 데서 나오는 것이지

교룡산 기슭의 가난한 양반집에서 태어난 삼례는 어린 시절부터 곧잘 노래를 부르고 시문을 읊어 주변 사람들을 놀라게 한다. 삼의당은 남편 하립이 과거 공부를 하는 동안 살림과 가계를 책임지며 실질적으로 집을 꾸려나간다. 남편의 과거 공부 뒷바라지에, 어린 아이들의 육아와 고된 시집살이까지 조선시대의 여성이 혼자서 감당하기 어려운 여건이었음에도, 삼의당은 노동의 숭고함과 남편에 대한 애틋함에 대한 시를 쓰며 자신의 생을 감당해낸다. (아래 인물 소개 참조)


현실에 발을 딛되 낭만을 잃지 않는 ‘꿈꾸는 사람들’ 


가난에 허덕이면서도 시를 읊으며 낭만을 그리는 삶을 놓지 않았던 삼의당·담락당 부부. 저자는 부부의 진득하면서도 시대를 뛰어넘는 사랑을 그려나가는 동시에 두 사람을 ‘발은 땅에 딛고서 머리는 하늘 높이 두고 사는 꿈꾸는 사람들’, ‘똑같은 꿈을 똑같이 꾸고 먹고 살던 작가들’이라 표현한다. 저자는 이 책이 꿈꾸는 독자들에게 바치는 소설이라며, 작가의 말에 다음과 같은 소회를 밝힌다.


“부제로 ‘삼의당·담락당의 운명적 만남’이라 이름 붙이기는 했지만, 저들의 행적이 아니라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인 작가를 부각시키는 데 주안점을 두고 개작—초고는 남원의 문화 콘텐츠로 시작—했다. 여기 이 주인공들은 실존 인물로, 시대를 뛰어넘는 사랑을 함으로써 남녀평등을 실천했고 순수학문을 탐구해 이상적인 삶을 추구했다. 발은 땅에 딛고서도 머리는 하늘 높이 두고 사는 ‘꿈꾸는 사람들’, 그것도 혼자가 아닌 부부가 똑같이 꿈을 먹고 살던 작가들…. (…) 인간은 너무 오묘하게 만들어졌기 때문에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놀라운 세상이 보인다. 자연과학이 밝혀내지 못하는 우주 자연 속의 비밀을 찾아 나서는 보물찾기, 숨긴 자는 창조주이고 찾는 자는 제2의 창조주인 작가다. 이를 보고 즐기는 자는 아마도 꿈꾸는 독자의 몫이 될 것이다.” -「작가의 말」 중에서


시대를 뛰어넘는 사상으로, 시대를 따르며 살았던 삼의당과 그의 남편 담락당, 꿈꾸는 자들의 이야기가 『교룡蛟龍-삼의당·담락당의 운명적 만남』을 통해 펼쳐진다.


남원, 진안을 잇는 유서 깊은 장소와 풍부한 설화


장소 : 남원, 진안 지역의 문화콘텐츠 발굴을 염두에 둔 이 소설에는 남원(교룡산성, 덕밀암, 유천마을 서봉방, 광한루, 요천, 인월 기와공장 등), 임실(오수의 개), 진안(마이산, 마이탑, 최치원의 사계정, 마량 ‘만취정’) 무주(최북), 장수(타루비), 함양 안음(안의현감 박지원), 금강, 섬진강 등 전북 내륙 일원의 유서 깊은 장소가 풍부하게 담겨 있다. 

설화 : 남원 만복사저포기, 임실 오수의 개, 산동마을 용유담 전설, 장수 타루비 이야기 등 전북 내륙 주요 지방에서 내려오는 설화가 이야기의 풍부함을 더해준다.


오디오북에 이어 종이책 출간 


장편소설 『교룡』은 2021년 ‘우수오디오북콘텐츠지원사업(KPIPA)’에 선정되어 음성으로 먼저 선보인 바 있다. 2022년 종이책으로 출간하여 두 사람의 생애를 글로써 담을 수 있게 되었다. 특히 신사임당, 허난설헌에 비해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한 조선의 여성작가 삼의당 김씨의 이야기와 문학을 담고 있어, 조선시대의 새로운 여성 작가를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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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 밑줄긋기                                                

첫 문장

잔치는 끝났다. 그러나 후렴잔치라는 것도 있다.



P.25

‘꿈꾸는 자를 만나야 해.’ 삼례는 반드시 오늘은 이 일을 결정지어야 한다, 마음먹는다. (…) 운명이 그렇게 정해졌다고. 자기네 세보에 적힌 그대로, ‘전생의 인연을 맺고 태어난’ 우리 두 사람이다. 거기엔 반드시 ‘우리’라는 말이 붙어 있어 어느 시기가 오면 자연스럽게 하나가 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를 하곤 했던 삼락당이었다. 삼례는 그러한 말을 하는 삼락당을 ‘꿈꾸는 자’라 불렀다.


P.27

      “그래서 미리 겁먹고 내려왔어?”

“그런 건 아니야. 천하의 삼락당이 그깟 일에 겁먹다니?”

“그러면 왜 내려왔어?”

“삼례, 네가 보고 싶어서.”


P.46

서로 색깔이 다른 두 객체가 만나 하나가 되자면 각자가 가진 포부를 굽힐 줄 알아야 한다. 길을 하나로 바로잡아야 옳게 갈 수 있다. 강물이 산언덕을 의지 삼아 그 안으로만 흐르듯 서로의 굽어짐 속으로 흘러가야 한다. 부부가 갈 길이다. 굽어든다고 체면 깎이는 일이 아니다. 바위가 있으면 바위를 돌아, 나무뿌리가 있으면 그 또한 돌아, 돌아가는 것이 강물의 흐름이다. 부부의 길은 강물처럼 흘러갈 일인 것이다.


P.106 

다 같은 말이라도 ‘아’ 다르고 ‘어’ 다르다. 풀잎이 어떤 데는 약이 되고 또 어떤 데는 독이 되듯 사람의 말이나 글도 때에 따라 달리 들린다. 내가 한 말도, 내가 쓴 글도 시시때때로 그 의미를 달리한다. 더군다나 글은 읽는 이의 마음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P.254 

옳은 세상 모든 것은 물 흐르듯 흘러간다. 나무가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어 씨앗을 퍼뜨려 숲을 이루듯 한 생애를 세세토록 전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그 후손의 역할이다. 완당(阮堂) 선생이 그랬다던가. 내게 ‘주어진 복을 다 쓰지 말고 남겨 후세에도 전해줄 일’이다. 지금까지는 그 복을 위해 살아왔지만 이젠 그 일을 접고 아이들이나 기를 일인 것이다.


저자 소개                                                          

표성흠

경남 거창에서 태어나 거창고등학교, 중앙대학 문예창작과, 숭실대학원 국어국문학과에서 수학하였다. 1970년 대한일보 신춘문예에 시 「세 번째 겨울」이 당선, 1979년 월간 『세대』 신인문학상에 소설 『分蜂』이 당선되었다. 한국일보사, 일요신문사, 민주일보사, KBS 작가실, 창신대학 문예창작과 교수 등을 거쳐 지금은 거창 <풀과나무의집>에서 후학들을 가르치며 지낸다.

지은 책으로는 장편소설 『목화: 소설 문익점』, 『토우』(전6권), 『월강』(전3권), 『오다 쥬리아』(전2권), 『친구의 초상』, 『놀다가 온 바보고기』, 시집 『농부의집』, 『은하계통신』, 『네가 곧 나다』와 창작집 『선창잡이』, 『매월당과 마리아에 관한 추측』, 『열목어를 찾아서』, 희곡집 『아버지 아버지 너무너무 괴로웠어요』, 시산문집 『우리들의 사랑은 바람이어라』, 여행기 『우리는 지금 트로이로 간다』, 동화 『태양신의 아이들』 등 120여 권이 있다. 장편소설 『교룡』은 표성흠 소설가와 아내 강민숙(동화작가)의 문학 혼을 하립, 김삼의당 부부에 투영한 전지적 작가시점의 역사소설이다.



인물 소개                                                          

김삼의당(1769~1823)

전라도 남원 서봉방(棲鳳坊)에서 태어나 같은 해 같은 날 출생이며 같은 마을에 살던 담락당(湛樂堂) 하립과 혼인하였다.

삼의당과 담락당 부부는 나이도 같거니와 가문이나 글재주가 서로 비슷하여 주위에서 천상배필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잘 어울렸다. 중년에 선영(先瑩)을 지키기 위해 진안 마령면(馬靈面) 방화리(訪花里)로 이주하여 거기에서 시문을 쓰면서 일생을 마쳤다.

가세가 궁핍하였기 때문에 경비를 마련하기 위하여 머리카락을 자르기도 하고 비녀를 팔기까지 하였으나 남편은 결국 등과하지 못하였다. 그는 평생을 두고 남편에게 권학하는 글을 많이 썼으며, 가장 규범적이요 교훈이 되는 글을 많이 썼다.

또 둘의 금슬은 좋기로 유명하여 다른 책에도 실릴 정도다. 『조선을 뒤흔든 16가지 연애사건』(이수광, 다산초당, 2011-08-16)에 사랑의 시를 남긴 부부라 기록되어 있다.

죽은 해는 알 수 없으나 6월 20일에 죽었다고 하며, 묘는 진안 백운면 덕현리에 그 남편과 함께 쌍봉장으로 하였다. 진안 마이산(馬耳山) 탑영지(塔影池)에는 시비 「담락당하립삼의당김씨부부시비」가 세워졌다. 문집으로는 『삼의당고』 2권이 1933년에 간행되었는데, 여기에는 시 99편과 19편의 산문이 수록되어 있다.



차례                                                              

1 월인천강지곡 

2 삼의당과의 약속 

3 매월당과 연암에 관한 강론 

4 춘래불사춘이라 

5 꿈속의 꿈 

6 나비야 청산 가자 

7 꽃이 있어 꽃이 내게로 오니 

8 수레바퀴 굴러가는 대로 

9 소설 이처사전 

10 만취정 이야기 


작가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