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오늘은 눈이 내리는 저녁이야

김점미 지음
쪽수
148쪽
판형
127*188
ISBN
979-11-6861-001-9 03810
가격
12,000원
발행일
2021년 12월 31일
분류
산지니시인선 017
*2023 제43회 이주홍 문학상 수상

책소개

사랑과 존재에 대한 물음


김점미 시인의 신작 시집 『오늘은 눈이 내리는 저녁이야』가 산지니시인선으로 출간된다. 2002년 『문학과 의식』으로 등단해, 제7회 요산창작기금을 수상한 김점미 시인은 이번 시집으로 사랑과 기억에 대한 이미지를 구축하여 존재에 대해 물음을 던진다. 표제작 「오늘은 눈이 내리는 저녁이야」에는 이런 시인의 정서가 가장 잘 담겨 있다. “오늘”을 계속해서 반복하는 구절들은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카페 ‘아카시아’를 환기시킨다. 화자는 “눈을 감으면 가끔 폭설이” 내리는 환상 속에서 “너를 기억해보려” 한다. 시는 오늘을 반복해 부르며 오히려 먼 저편에 있던 기억을 불러일으킨다. 이러한 시인의 행위는 오늘에서 과거로 다시 오늘로 환기되어 지금, 여기, ‘나’가 있는 이유에 대해 질문하고 존재에 대한 물음을 던진다.


명암의 시간을 교차하며 나아가는 시편들


슬픔이나 이별이 있기에 기쁨과 만남이 더욱 소중하듯이 시는 상처나 상실의 기억을 바탕으로 삼는다. 조화로운 풍경은 단속적으로 나타났다 사라질 뿐이다. 삶이 그렇듯이 어떤 행복의 기억은 현실의 부조리하고 난해한 삶을 이겨내게 하는 힘이 된다. 시의 변증은 이처럼 상실과 회복, 추억과 오지 않는 미래의 긴장 속에서 진행한다. _구모룡(문학평론가)

기억 속의 사건들과 감정을 이미지로 형상화한 시편들은 기쁨과 슬픔을 모두 안고 삶에 대한 기행을 시작한다. 인간은 삶의 기억을 모으며 살아간다. 행복과 불행은 영원하지 않고 그렇다고 순간에 그치지도 않는다. 김점미 시인의 시 속에는 서로를 되비추는 명암의 시간들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자신의 앞에 놓인 생을 감당하고 있다. “태생의 연대를 끊어놓은 밥상에 앉아/거친 오독의 밥알을 홀로 씹었던 그날/오래된 추억 한 토막이/찢어진 문풍지와 함께 날아”(「식구」)가 버리는 불행한 경험과 “자신 속의 평화를 깨닫는 것,/세상의 평화를 만들어내는 것,”(「섬에 들다」)과 같은 평온한 경험을 반복하며 흔들리는 생을 건너가는 인간의 삶 전반을 톺아보고 있다.


시인의 손에 들린 캐리어 여행가방


나는 늘 플롯 없이 글을 써

제약과 규약과 계약 따위의 의미는

내 머리에 있지 않아

나의 이야기는

분절된 토막들의 나열이지만 나는

그것들을 끌어모아

땅을 파고 집을 짓지

― 「캐리어 여행가방」 부분

이번 시집에는 우리가 평소 볼 수 없었던 새로운 풍경이 가득 펼쳐지고 있다. 인도, 우붓, 독일 등의 이국적인 정경과 언어들도 그러하지만, 특히 그림, 동화, 시, 소설 등 다양한 예술 속에서 이색적인 풍경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시인은 “캐리어 여행가방”을 메고 새로운 감각과 지각으로 사물을 접하며 자유와 방랑을 만끽한다. 시 속에서 이루어지는 “플롯 없는” “새로운 여행”은 기존의 집이 아닌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게 만든다. 피카소를 만나 “예술은 날카로운 칼날에 베어 나갔지만 우리는 상처를 꿰매고 봉인할 능력을 가진 자들”(「피카소와, 그 오후를」)이라는 예술관을 획득하게 되기도 하고, 영화 속 주인공을 따라 “딥블루 드레스를 걸친 한밤에 키루나”에서 “감춰진 꿈을 노래하는”(「해변의 앨리스」) 파도 소리를 듣기도 한다. 시인은 여행 속에서 “분절된 토막들”을 끌어모아 “땅을 파고 집을 짓는다”(「캐리어 여행가방」) 『오늘은 눈이 내리는 저녁이야』는 시인이 플롯 없는 여행으로 쌓아올린 집들이 모여 만들어진 하나의 마을이다.



저자 소개

김점미

부산에서 태어났고 2002년 『문학과 의식』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한 시간 후, 세상은』이 있으며, 제7회 요산창작기금을 받았다.



책 속으로

네덜란드 설치미술가 플로렌타인 호프만은 강물 위에서 노는 커다랗고 노란 러버덕을 만들었지 일상에 지친 사람들은 호수 한가운데서 러버덕과 바람의 트위스트 추며 놀곤 했지 오늘같이 추운 날엔 얼어붙은 호수에 꼼짝없이 갇혀도 괜찮아

―「눈오리」 부분


가난한 서민의 가격 99센트는 가장 비싼 값으로 팔렸네.

서민과 가장 먼 소더비 경매장에서

딥티콘으로 구성된 그 슈퍼마켓은

자신을 통틀어도 못 가질 값 380만 달러의 사진이 되어

모범적인 자본주의 속으로 걸어가 버렸네.

―「99센트」 부분


오늘은 바람이 차고 햇살이 없었고 눈이 내리지 않아, 그래서 나는 눈이 내리는 멜랑콜리한 아카시아를 기억하고 그곳에서 너를, 눈, 물에 젖어 있는 우리를 기억하고

눈이 오는 오늘 저녁을 기억해, 오늘은 눈이 내리는 저녁이야

―「오늘은 눈이 내리는 저녁이야」 부분



차례

시인의 말 하나


제1부 눈을 감으면 가끔은 폭설이 내려

눈오리 | 수국 한 다발 | 쇠미역 | 오 분 후 | 얼굴 | 해변의 앨리스 | 그날 이후 | 행복한 도서관 | 99센트 | 나의 선물 | 오늘은 눈이 내리는 저녁이야 | 시인의 일요일 | 돌이킬 수 없는 | 아이로니컬한 | 피카소와, 그 오후를 | 물고기 키우기


제2부 내 글들은 내 방의 사물이 되고

동행 | 식구 | 덫 | 식구-화해 | 단단한 시간 | 바질을 키우다 | 채식주의자의 사랑법 | 캐리어 여행가방 | 그러나… 너는 아니? | 특별한 사면에 대하여 | 봄바람 | 빈 의자 | 그녀와 나 | 커피 혹은 흘러넘치는 그 무엇 | 여기 또는 그 어디에도 없는


제3부 그녀는 매혹적인 하프 연주자

흐르다, 살다 | 봄날의 서재 | 12월의 구름 | 검은 구토 | 미美, 장粧 | 그해, 잃어버린 계절이여 | 單線으로 오는 사랑 | 섬에 들다 | 아랍어 시험 | 아름다운 동행 | 릴리안 랑세프 | 차렷! 출발


제4부 지나고 나면 아무것도 아닐

너무, 아름다운 이별 | 지다, 부활하다 | 매화 사냥 | 그해 십일월 아침과 밤 사이 | 보통의 힘 | 언제나 네 시 사십사 분 | 늦어도 11월에는 | 지금, 그 자리에 서서 | 낙엽 지다 | 이국인의 태극기 | 나비나무를 아세요? | 내 속에 상영 중인 아주 특별한 영화 한 편-시인의 시작법 


해설: 사랑과 존재의 물음-구모룡(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