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범 지음
쪽수 | 112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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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형 | 127*188 |
ISBN | 978-89-6545-760-2 03810 |
가격 | 12,000원 |
발행일 | 2021년 11월 10일 |
분류 | 산지니시인선 010 |
책소개
삶의 빚을 노래하는 시,
죽음을 직시하며 생성하는 사물들
조성범 시인의 신작 시집 『다음에』가 산지니 시인선으로 출간되었다. 부산문학상, 정과정문학상, 금샘문학상 등을 수상한 조성범 시인은 이번 시집을 통해 삶이라는 주제에 깊게 파고들며 시의 지평을 넓혀 나간다. 탄생의 순간을 기록하고, 유년의 기억을 회상하고, 언젠가 찾아올 죽음에 대해 성찰하는 시편들은 피고 지는 자연스러운 이치를 거스르지 않으며 새로운 사유 속으로 우리를 인도하고 있다.
족적을 남기기 위한 탄생
죽음으로 가는 여정
도상(途上)의 존재인 인간의 삶은 다른 생명과 마찬가지로 죽음에 이르는 과정이다. 시인은 바로 이같이 하이데거의 명제를 숙고한다. 죽어가는 사물은 모든 생명체이다. 결코 피할 수 없는 죽음이 있기에 “제 것” 혹은 자기 동일성에 대한 염려를 멈출 수 없다. 시의 길은 이러한 과정이다. (…) 조성범의 시는 길 위에서 생성한다. 늙어가는 존재의 시간과 더불어 사물에 관한 사유가 깊어지고 있다. 그에게 시의 지평과 삶의 지평은 분리되지 않는다. _구모룡(문학평론가)
‘사람은 죽는다’는 기본 명제를 시인은 직시하고 있다. “피고 지는 이치”(「그날은」)를 배운 시인은 탄생과 죽음이라는 주제를 깊게 파고들며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삶에 대해 궁구한다. 시집의 첫 시 「탄생」은 그러한 주제의식을 선명히 드러내며 한 인간의 삶과 시집의 시작에 “꾹! 첫 족적을 남긴다”(「탄생」) 첫 족적으로 삶의 시작을 알린 생명은 죽음으로 가는 여정을 위해 발길을 옮긴다.
삶의 과정에 녹아 있는 기억
유년과 육친에 대한 기억은 시작의 선후 문제를 떠나서 시인의 의식 저변을 형성하는 시편으로 나타난다고 볼 수 있다. 현재와 다른 과거가 만드는 간격이 서정의 의식 현상을 유발하는데, 이는 앞에서 보았듯이 생명에 대한 넓은 인식으로 확장된다. 생명현상, 사물의 이치, 참된 삶에 대한 자각은 유년의 순수 지각과 무연하지 않다. _구모룡(문학평론가)
기억은 우리가 살아온 삶에 대한 흔적이다. 그렇기에 기억의 근원에는 언제나 삶이 존재한다. 시인의 시에 녹아 있는 유년 시절과 육친에 대한 사유는 탄생의 순간과 지금껏 살아온 삶, 다가올 죽음을 함께 아우르며 그 궤를 함께한다. 때문에 과거에 대한 회억은 죽음으로 가는 과정의 한 부분으로 자리하여 앞으로 살아갈 삶에 대한 생명의 인식으로 확장되고 있다.
사물의 이치 속에 담긴 사유
타관의 삶이란 산간 오지가 원산지가 된 간고등어처럼 적도 바꿔야 하는가. 하루가 멀다 하고 제수 장을 보는 오십년 종부 부산댁. 바다의 기억이 들썩일 때면 날마다 삼킨 설움이 간이 되어 종갓집 후일담이 되길 소원한다. 여덟 번째 제삿날, 제상에 올린 간고등어 앞에서 갓을 쓴 제주가 축문을 읽는다. ― 「안동 간고등어」 부분
시인은 시적 공간을 새로이 구축하거나 억지스럽게 이미지를 형성하지 않는다. 시에는 자연에서 생명력을 품고 살아가는 존재들이 등장한다. 일상생활이나 자연에서 관찰할 수 있는 소재들을 통찰한 시편들은 상황과 이치를 거스르지 않고 자연스럽게 우리를 생각지 못했던 새로운 지점으로 데려간다. 시들은 시인의 시선을 머금고 독자에게 질문을 건네며 자아에 대해 스스로 성찰할 시간을 마련해준다.
저자 소개
조성범
울산 울주군 월평에서 태어나 그곳에서 약 100일을 보내고 지금까지 부산에서 살고 있다. 현대시문학과 아동문학평론으로 등단, 시인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경영과 사회공헌활동가, 생태학, 교육협동조합에 관한 일을 하였다. 현재 한국문인협회 해양문학연구위원, 부산문인협회사무국장, 부산시인협회 회원, 현대시문학 작가회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문학과 관련된 상으로는 한국해양문학공모전 최우수상·부산문학상대상·정과정문학상·금샘문학상 수상 외 공모전에 다수 입상하였다. 비문학상으로는 부산예총 공로상·시장표창 3회(부산시장 2회, 강릉시장 1회) 주요기관장 표창, 사회봉사단체상, 대통령 휘호 등을 받았다. 시집으로는 『갸우뚱』, 『달그락 쨍그랑』, 『결』, 『다음에』 외 수상 작품집과 몇 권의 공저가 있다.
책 속으로
조각칼을 댈 때마다 산통을 참는
산모의 이갈이 같은 소리가 난다
훗! 훗! 몇 번의 호흡을 불어놓고
탯줄을 끊듯 고정대에서 목도장을 뺀다
그래, 세상은 거꾸로 시작하는 것이지
신기한 것이지 그래서 울지
혈통 같은 인주를 묻혀
꾹! 첫 족적을 남긴다
― 「탄생」 부분
저 손에 잡히면
남아나는 게 없다
끝내 물을 쏟는 어항
붕어 세 마리 콩 찧고 방아 찧고
아이는 물장구를 치며
좋아 죽는다
붕어는 숨이 차 죽을 지경
죽는다는 걸 안다면
두 살이 아니다
― 「두 살」 전문
질 때 춤을 추다니
갑자기 내 생이 환하다
― 「벚꽃 지는 날」 전문
차례
시인의 말 하나
제1부
탄생 | 다음에 | 무엇을 보았기에 | 박 바가지 | 어머니와 된장 | 사과꽃을 따며 | 벽과 벽지 | 추수 | 억새밭 사물놀이 | 다가가기 | 흙의 힘 | 노인과 허수아비 | 잃어버린 마음 | 묻기에 | 틈 | 달동네 | 윤달 | 생의 끝이라도
제2부
구분이 될까요 | 가오리연 | 돌아보기 | 악몽 | 그래서 | 다른 방법 | 무엇입니까 | 그날은 | 폐가 | 과정의 끝에서 | 무엇이 되어 | 타임캡슐 | 계보 | 거스름돈 | 변해보기 | 껍질을 까며 | 일 없는 날이 오면 | 홰를 쳐!
제3부
미안했다 | 그때가 좋아서 | 반반의 가슴에 | 새를 끈으로 | 두 살 | 우리 동네 정자 | 그렇구나 | 감자꽃을 얻다 | 벚꽃 지는 날 | 기대어본다 | 나를 찾듯 | 눈, 진달래 | 사랑니 | 좋겠니더 | 비유 | 봄
제4부
고분군 | 같아진다 | 밥풀을 쓰며 | 송장메뚜기 | 안동 간고등어 | 뿌리를 품고 | 워디 | 저래야 먹고 산다 | 운 좋은 그날처럼 | 작은 가슴 | 샛바람 불면 | 악어와 악어새 | 굉장한 | 오월
해설: 생성하는 사물과 시적 사유-구모룡(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