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임서가 들려주는 강호 이야기

임서 지음 | 한지연 옮김
쪽수
244쪽
판형
140*210
ISBN
978-89-6545-713-8 03820
가격
16,000원
발행일
2021년 3월 16일
분류
중국소설

책소개

최고의 문인, 최후의 고문(古文) 달인 임서
필기의 자유로움과 소설의 서사성을 모두 갖춘
중국 근대 필기소설의 서막을 연 작품집


책은 청나라 말기의 이름난 번역가이자 문학가인 임서가 직접 보고 들은 것에 대해 쓴 필기소설집이다. 필기는 격식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써 내려가는 일종의 수필형식으로, 작가들이 보고 들은 것과 감상을 기록한 것이다. 특히 청대 말기에는 고문으로 쓰여진 필기소설이 성행하였다. 『임서가 들려주는 강호 이야기(技擊餘聞)』는 임서가 경험하고 직접 들은 이야기 46편을 ‘나(余)’로 표현되는 1인칭 화자를 통해 들려준다. 책은 당시 필기의 자유로움과 소설의 서사성을 모두 갖추고 있어 중국 근대 필기소설의 서막을 열었다고 평가받았다.
이 소설집은 1913년 상무인서관에서 간행한 판본의 영인본을 번역한 책이다. 임서(1852∼1924)는 중국 근대에서 현대로 전환하는 시기에 대표 문인이자 지식인이다. 고문의 장법(章法)을 지키면서도 시, 소설 및 산문 창작에서 예술적 경지를 추구하여 문학가의 면모를 보여주었다. 그는 필기(筆記), 전기(傳奇), 사전(史傳) 등 전통 서사기법을 계승하여 작품을 창작하였는데 번역가로서도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신문화운동 시기 전후의 인물들 가운데 임서의 번역서와 저작의 영향을 받지 않은 사람이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임서는 중국 근대 소설을 이해하는 중요한 인물로 절대 과소평가할 수 없다.
책은 국내에 처음으로 임서를 소개하는 작품집으로 옮긴이의 정교한 번역을 통해 완역되었다. 옮긴이는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이야기마다 한글 번역 뒷부분에 「감상」을 첨부하였다. 중국 근대 소설을 처음 접하는 독자도 어렵지 않게 읽어갈 수 있다. 임서는 강호들의 일화에서 ‘협’과 ‘의’의 정신을 내세웠다. 이러한 정신을 통해 사람이 지녀야 할 윤리와 도덕적 가치관이 얼마나 중요한지 일깨워주고 격변의 시기를 헤쳐나가는 대안을 모색하고자 했다.


19세기 그때 그 시절, 임서가 들려주는 강호 이야기


실제로 임서는 “훤칠하고 튼튼한 몸집에 목소리가 커다란 종을 울리듯이 쩌렁쩌렁”했다고 한다. 무술 방면에서 전혀 문외한이 아니었고 젊은 시절에 푸칭 학권(鶴拳)의 원조이자 권위자인 세배(世培) 방휘석을 스승으로 모시고 권술과 검술 등 여러 무술을 익혔다고 한다.
책에 실린 이야기는 임서가 직접 듣고 경험한 내용으로 쓰여져 현장감과 사실감을 높였다. 중국 전통 무술의 여러 방면에 대해 자신이 보고 들은 인물을 등장시켜 내공, 외공, 경공, 기공, 점혈 등 다양한 무술 기술을 묘사했다. 여기에는 여러 계층과 직업, 나이를 가진 인물들이 등장한다. 저마다 칼, 창, 표창, 주먹, 발차기 등에 고수들이었다.
임서의 무술 이야기를 읽으면서 우리에게 익숙한 중국 현대 무협소설이나 협객영화에서 자주 보고 들은 장면들을 쉽게 연상할 것이다. 주지하듯이 무협소설은 중국문학의 중요한 전통이자 환상소설의 한 갈래로서, 문학사에서는 시대에 따라 협의소설, 검협소설, 영웅아녀소설, 협의공안소설 등 다양한 명칭으로 불린다. 특히 청나라 말기에서 중화민국 초기에는 군대무술과 전투기술을 의미하는 ‘기격(技擊)’을 소재로 한 소설 창작이 유행했는데, 이 때문에 임서의 소설을 가리켜 ‘기격소설(技擊小說)’이라고도 한다.
이 책이 출간되고 당시에 “소리는 귀에 들리는 듯하고 모습은 사진과 다름없다”라고 호평했다고 한다. 그때 그 시절 중국 땅에는 왜 그렇게 많은 무술 고수들이 있었는지, 또 고수들이 펼친 무술들은 어떠했는지 그 면면을 살펴보는 것이 흥미롭다.


중국 근대 필기소설을 이해하는 소설


중국은 개혁개방 이후 꾸준한 경제 성장에 힘입어 21세기는 중국의 세기라는 ‘중국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따라서 한국에서 ‘한류’와 상대하는 ‘화풍(華風)’도 즐기게 되었고, 중국 문학 예술작품도 쉽고 친근하게 감상할 수 있게 되었다. 여기에 중국 근대문학 작품은 언어, 문체, 사상, 철학, 문제의식, 사유방식, 세계관 등 여러 방면에서 징검다리 역할을 충실히 해왔다.
그렇지만 여전히 중국 근대문학 작품은 국내에 번역이 많이 안 되어 있어 한국 독자에게는 낯설고 어렵기만 하다. 고전문학과 신문학 사이의 과도기적 책임을 맡았던 중국 근대문학 작품에는 중국 고전과 현대 문학작품과는 차별되는 시대성, 역사성, 독자성, 작품성을 갖추고 있다. 독자들이 이 책을 통해서 19세기 중국 근대 모습을 알고 이해하며, 나아가서 ‘변화’의 시대를 살아가는 삶의 지혜를 얻기를 바란다.

 


첫 문장

광둥(廣東) 광저우(廣州)의 석(石) 어른은 아들 여섯을 두었는데, 모두 늠름한 장사였다.



책 속으로

P.19 “제 것을 남김없이 익혔습니다. 여섯째 도령은 온화한 품성을 지녔으나 주인어른의 재물을 충분히 지킬 수 있사옵니다. 바깥의 침입을 염려할 필요 없으시옵니다.”


P.31 “내가 그날 머리를 싸매고 일반 사람 차림새를 할 것이니 그대가 먼저 무술잔치로 가 있으시오. 잔치가 무르익을 즈음에 내가 그대를 대신하겠소. 마지막에 이기고 지는 것은 모두 내 일이니 그대와는 무관하오.”


P.86 진 효렴은 예부(禮部) 과거시험에 응시하러 갔다. 40년 전에는 관용 수레며 배가 없었기 때문에 육로로 걸어서 서울 순천부로 가야 했다. 하루는 배를 타고 강을 건넜다. 배에 도적 떼 한 무리가 탔고, 강 한복판에서 배에 탄 사람을 약탈할 음모를 꾸몄다. 배에 탄 사람들이 그 사실을 알고 두려워 벌벌 떨었다. 진 효렴이 웃으며 말했다.“저들을 놀라 자빠지게 할 방법이 있네.” 청


P.95 황장명은 노름을 좋아하고 남의 일을 자기 일처럼 해주는 사람이다. 그래서 실의에 빠진 자들이 그의 주변으로 많이 모여들었다. 다만 음양오행이니 길흉화복 따위를 믿었다. 어느 밤에 일을 나가려고 칼을 갈다가 칼 끝에 손가락을 베어 피가 났다. 황장명은 불길하다 여기고 칼을 두고 긴 채찍으로 바꿔 들고 나갔겠다. 그리하여 그날 밤으로 어떤 무과 효렴의 집으로 들어갔다. 효렴 형제 세 사람은 모두 힘센 장사로 이름이 났다. 황장명은 그들 재물에 군침을 흘리고, 자신의 무술로 그들과 겨뤄보고 싶은 마음도 품었던 터라.



저자 소개

지은이 임서(林紓, 1852~1924)


푸젠(福建) 푸저우(福州) 출생으로 고문(古文) 연구가, 문학가이자 번역가이다. 자(字)는 금남(琴南)이고, 호(號)는 외려(畏廬)이며 필명은 냉홍생(冷紅生), 여수(蠡叟), 천탁옹(踐卓翁), 육교보류옹(六橋補柳翁), 춘각재 주인(春覺齋主人) 등이다. 1882년에 거인(擧人)이 되었으나 진사(進士)에는 급제하지 못했다. 1900년과 1901년에 베이징(北京) 오성중학(五城中學)과 진타이서원(金台書院)에서 강학하였다. 일찍부터 시문에 능하여 동성파(桐城派)의 고문(古文)을 익혀 번역과 창작을 하였다. 뒤마의 『춘희』를 시작으로 셰익스피어, 디킨스, 스콧, 톨스토이 등 10개국 작가의 작품 180여 편을 고문으로 번역했고, 시집, 소설집과 수필집도 출간하는 등 왕성한 문학활동을 하였다.
주요 작품으로는 『금릉추(金陵秋)』(1914), 『건괵양추(巾幗陽秋)』(1917), 『외려의 필기(畏廬
筆記)』(1917), 『외려시존(畏廬詩存)』(1923), 『경화벽혈록(京華碧血錄)』(1923) 등이 있으며, 고문 연구 성과로는 『한유와 유종원의 고문 연구법(韓柳文研究法)』(1914), 『춘각재 논문(春覺齋論文)』(1916) 등이 있다.


옮긴이 한지연(韓知延)


부산외국어대학교 중국어학부를 졸업하고, 한국외국어대 학교와 중국 베이징대학교에서 중국현대문학 전공으로 석사학위와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현재 중앙대학교 아시아 문화학부에 재직 중이다. 중국근현대문학과 문화, 학술사상에 관심을 갖고 연구하고 있다. 저역서로는 『21세기 중국! 소통과 뉴 트렌드』(공저), 『문학@타이완』(공역) 등이 있으며, 논문으로는 「통섭의 시학: 錢鍾書 『詩可以怨』의 비교문학적 접근」, 「‘학문’으로서의 문학사 서술: 錢基博 『現代
中國文學史』의 新文學論을 중심으로」, 「보편적 詩心과 文心의 추구: 錢鍾書 『談藝錄』의 理趣論과 文學批評을 중심으로」, 「‘文心’과 ‘通變’: 錢鍾書 초기 중국고전문학 비평 연구」, 「胡適 ‘述學’의 學術史的 의미: 『中國哲學史大綱』에 반영된 述學 의식을 중심으로」 등이 있다.

 


목차

첫 번째 이야기_ 석씨 여섯째 도령
두 번째 이야기_ 쇠돌이 아지
세 번째 이야기_ 깨진 바리
네 번째 이야기_ 뛰는 놈과 나는 놈
다섯 번째 이야기_ 의적
여섯 번째 이야기_ 도적 두목 유팽생
일곱 번째 이야기_ 쇠로 만든 나막신을 신은 중
여덟 번째 이야기_ 민중의 영웅 엄변
아홉 번째 이야기_ 끝판왕 유군하
열 번째 이야기_ 뛰는 임 식재 위에 나는 자
열한 번째 이야기_ 스스로 처벌받은 홍애이랑
열두 번째 이야기_ 외과 의사 서안경
열세 번째 이야기_ 나무에서 떨어진 주 아저씨
열네 번째 이야기_ 효렴 진이구
열다섯 번째 이야기_ 물 위를 걷는 스님
열여섯 번째 이야기_ 칼잡이 황장명
열일곱 번째 이야기_ 도적 잡는 포졸 정칠
열여덟 번째 이야기_ 배불뚝이 곽련원
열아홉 번째 이야기_ 난 도적 이매
스무 번째 이야기_ 객사에서 만난 노인
스물한 번째 이야기_ 칭장 사람 상
스물두 번째 이야기_ 섭 셋째 큰할아버지
스물세 번째 이야기_ 뱃사공 노인
스물네 번째 이야기_ 사냥꾼 구삼
스물다섯 번째 이야기_ 도붓장수 녹록
스물여섯 번째 이야기_ 혹부리 영감
스물일곱 번째 이야기_ 파리의 힘센 장사
스물여덟 번째 이야기_ 퉁소를 잘 부는 서오
스물아홉 번째 이야기_ 헝산의 두 노인
서른 번째 이야기_ 탕 사부
서른한 번째 이야기_ 더저우의 길손
서른두 번째 이야기_ 배불뚝이 도적
서른세 번째 이야기_ 파리 거리의 두 묘기 달인
서른네 번째 이야기_ 시골 주막집에서 만난 아이
서른다섯 번째 이야기_ 타이후의 도적
서른여섯 번째 이야기_ 세배 방휘석 사부
서른일곱 번째 이야기_ 천산갑 양고
서른여덟 번째 이야기_ 우삼의 죽음
서른아홉 번째 이야기_ 가구 만드는 채종귀
마흔 번째 이야기_ 오장생
마흔한 번째 이야기_ 화산의 도사
마흔두 번째 이야기_ 사리탑 마당의 돌복숭아
마흔세 번째 이야기_ 못된 버릇을 고친 소사덕
마흔네 번째 이야기_ 임복호
마흔다섯 번째 이야기_ 효렴 왕우
마흔여섯 번째 이야기_ 하인 이씨


해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