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생각하는 사람들

정영선 지음
쪽수
280쪽
판형
148*210
ISBN
978-89-6545-515-8 03810
가격
14,800원
발행일
2018년 5월 24일
분류
한국소설
*말레이시아 저작권 수출
*2018 요산김정한문학상 수상도서

책소개

탈북자, 그들에게 남쪽은 정말 따뜻한 곳일까?
‘북한’이라는 징표를 가진 아주 ‘특별한 국민’
그들을 향한 끊임없는 구별과 배제 그리고 외로움에 관하여


부산소설문학상, 부산작가상, 봉생문화상을 수상한 정영선 작가의 장편소설 『생각하는 사람들』이 출간되었다. 작가 정영선은 2013년~2014년 북한이탈주민정착지원사무소 하나원 내 청소년 학교에서 파견교사로 근무했다. 2년의 시간 동안 탈북 청소년들의 삶을 지켜보며 남한사회에서 북한출신자들이 겪는 또 다른 문제들에 주목하게 됐다. 또한 단순 정착을 넘어 사회, 경제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주체적으로 자신의 삶을 그려나갈 수 있는 방안들에 대해 고민했다. 이 소설은 작가의 그러한 관찰과 고민의 결실이라 볼 수 있다.
21세기에도 여전히 자유로운 이동이 가능하지 않은 유일한 곳, 북한.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국경을 넘어 남한으로 온 사람들. 이 소설은 탈북자들을 소재로 하여 그들의 남한에서의 삶과 한국사회의 또 다른 어둠을 그려낸다. 주인공 주영은 간판 하나 제대로 걸리지 않은 출판사에 면접을 보러 간다. 그곳에서 만난 국정원 ‘코’는 그녀에게 인터넷 댓글 업무를 지시한다. 대선이 끝난 후, 코는 주영에게 탈북자들의 남한 정착을 위한 교육 기관인 유니원 계약직 자리를 제안하고, 주영은 유니원에서 근무하며 다양한 이유로 남한을 선택한 아이들을 만나게 된다.


그곳에 있는 사람들은 북한 사람도 남한 사람도 아니었다
그들은 단지 북한에서 온 사람들이었다


지난 4월 27일 남북정상회담 이후, 한반도의 비핵화뿐만 아니라 동해선과 경의선 철도 연결 등이 논의됐고, 30분 정도 차이가 났던 남북한의 시간 역시 서울 표준시로 통일되었다. 11년 만에 이뤄진 남북 두 정상의 만남은 한반도 평화의 바람을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종전과 통일의 염원이 높아지면서 자연히 북한의 삶, 북한의 사람들에 대한 국민적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그렇다면 북한 출신자들의 삶은 어떨까? 북한 사람도, 남한 사람도 아닌 사람들. 그들은 고향과 가족들과의 이산까지 각오하면서 결정한 선택의 끝에 자유와 행복을 누리고 있는 것일까?
소설 『생각하는 사람들』에서는 다양한 이유로 국경을 넘은 이들의 사연과 남한에서의 삶을 보여준다. 자유를 찾아 남한을 선택한 수지, 축구를 하고 싶었던 창주, 글을 잘 쓰는 선주 등 사람들의 각기 다른 탈북의 이유와 남한에서의 삶을 보여주며 한국 사회의 문제들을 정면으로 바라본다. 그들은 시시각각 찾아오는 외로움, 고립감과 함께 끊임없이 자신을 증명해야만 이곳에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강박에 시달린다. 소설에서는 선거 때마다 댓글 알바생으로 쓰이는 북한 출신자들의 모습을 만날 수 있다. 이는 반북의 증언자가 되어 보수적인 정치 활동에 참여해야 남한 사회의 의심스런 눈초리에서 자유로울 수 있음을 보여준다. 신자유주의적 논리로 모든 것이 작동하는 한국사회에서 이들에게 주어진 자유는 시장이 허용되는 범위에 불과한 데다, ‘북한’ 출신자라는 멍에는 매순간 이들을 옥죄어 온다. 작가 정영선은 브로커가 된 탈북자 병욱, 아들 창주가 학교생활에 적응하기 어려워한다는 걸 알게 된 금향 등의 이야기를 통해 북한 출신자들의 힘겨운 남한살이를 전한다. 경제적 어려움뿐만 아니라 자신들을 둘러싼 분단 구조가 이들에게 끊임없이 구별 짓고 배제하는 모습들을 보여주는 것이다.


멀리서 보면 안 보이지만
가까이 서 보면 투명한 유리벽이 엄청 두껍고 높았다
탈북자들은 온전한 한국인이 될 수 없었다


인도적이니 뭐니 해도 남한 사람들은 남한을 자랑하기 위한 도구로 공화국 사람들을 이용하는 것 같았다. _ p.123

꺼내 보기도 힘든 아픔이 있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 아픔을 꺼내 큰소리로 이야기하라고 한다. 그래야 이곳에서 먹고살 수 있다고 말이다. 소설 『생각하는 사람들』은 남한 사회가 어떻게 탈북자들과 관계하는지 보여준다. 탈북자들의 일상에 집중해 전개되는 소설을 따라가다 보면 남북체제 경쟁의 희생양으로 전락해버린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통일부에 따르면 한국으로 들어온 탈북자는 2018년 3월까지 3만 명(3,1531명)을 넘어섰다. 탈북의 양상 또한 경제적, 생계형에서 보다 나은 삶을 택하는 이민형 탈북으로 변하고 있다.
『생각하는 사람들』에 등장하는 ‘수지’라는 인물은 2010년부터 최근까지 대두되는 탈북의 양상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 현재 남한에서 A대학을 다니는 수지는 중국 단둥 유학을 다녀온 후, 자유로운 한국 생활에 대한 동경으로 탈북을 선택했다. 그녀는 태국을 거쳐 한국으로 왔는데, 고향에 계신 부모님이 해를 입지 않도록 하기 위해 이름은 봄희에서 수지로 바꾼다. 유학을 다녀올 만큼 북한 사회 내 꽤 괜찮은 집안에서 태어난 수지는 국정원 및 브로커의 관찰 대상이 되기에 충분했다. 국정원 코는 그녀에게 개인적인 접촉을 할 뿐만 아니라 주영을 통해 그녀의 정보를 파악하고자 한다. 또한 수지가 13국 국장의 딸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병욱은 부모님의 정보를 주겠다고 하며 그녀의 곁을 맴돌며 다시 고향으로 갈 것을 제안한다. 수지는 자유를 위해 한국행을 선택했다. 하지만 북한출신자라는 꼬리표는 그녀를 꾸준히 감시의 대상으로 만들고, 가족과 고향이라고 하는 지독한 그리움과 아픔을 반북의 증언으로 쓰고자 한다.


소설은 끝났지만, 결코 끝나지 않은 이야기


소설은 끝난 걸까 _ p.278 「작가의 말」 중에서

이 책의 마지막 장인 「작가의 말」은 다음과 같이 시작한다. 소설은 탈북자들의 현실과 문제들을 실타래처럼 엉키게 한 뒤 끝을 맺는다. 시인이 되겠다고 한 선주는 이제 퇴원을 했고, 축구를 하고 싶다던 창주의 꿈은 여전했으며, 자유롭고 싶다던 수지는 자신 앞에 드리워진 위험의 그림자를 보지 못한다. 작가 정영선은 이와 같은 상황들에 대해 “어쩌면 이제까지 쓴 것보다 더 긴 이야기 필요”할지도 모르겠다고 이야기한다. 여기에 “그들이 어디에 있든 무엇을 하든 불안과 갈등은 비슷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인다.
어떤 사건이 일어나고 마무리가 되더라도, 분단이라는 근본적 구조가 해결되지 않는 이상 북한출신자들의 이야기는 결코 끝을 맺을 수 없을 것이다. 소설 『생각하는 사람들』은 이들의 삶을 옥죄어 오는 분단이라는 구조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그들은 왜 자신의 출생지 때문에 차별받아야 하는가? 어쩌면 소설은 너무나 당연해 질문조차 하지 않았던 모든 고정관념에 질문을 던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분단의 극복 없이, 이 소설은 결코 끝날 수 없기에.



책속으로/밑줄긋기

p.35 그곳에 있는 사람들은 북한 사람도 남한 사람도 아니었다. 그들은 단지 북한에서 온 사람들이었다. 어쩐지 그물에 걸린 물고기 같기도 하고 하늘을 나는 새 같기도 했지만, 북한에서 왔다는 주홍글씨를 평생 달아야 한다는 점에선 똑같았다. 그들 대부분은, 천국의 문 앞까지 온 듯 감격한 표정이었는데, 고맙습니다와 감사합니다를 하루에 몇 번씩 하는지 자신들도 잘 모르는 것 같았다.


p.52 단둥에서 만난 한국 유학생들의 자유와 풍요로움이 부러웠는데 대통령을 공공연히 비난하는 게 가장 부럽고도 놀라웠다. 북한에서는 최고 존엄에 대한 어떤 비난도 용서되지 않았다. 2년짜리 비자였는데 1년 반 만에 귀국 명령이 내려졌다. 엄마는 수입의 반을 냈는데도 더 내라는 걸 거부했더니 밉게 보인 모양이라고 했다. 조선으로 돌아갈 생각을 하니 눈앞이 깜깜했다. 돌아간다면 장군님에 대한 칭송과 지시 사항 만 앵무새처럼 되풀이할 것이었다. 이제 다시는 그렇게 살고 싶지 않았다.


p.85 대부분의 남한 사람들처럼 선생님은 무척 친절했다. 친절한 말일수록 나쁜 소식이었다. 창주를 학교에 다니지 말게 하라는 말이었다. 고맙다고 인사까지 하고 나왔는데 교무실을 나서고 보니 그런 뜻이었다. 머리도 괜찮고 심성도 바른 것 같다며 칭 찬하는 듯이 말해놓고 학교에 오지 마라는 건 무슨 뜻일까, 실내화를 벗는 순간 머리 뒤가 뜨뜻해졌다.


p.115-116 병욱은 작년 댓글 사건으로 안전부의 정보원 일을 그만둔 준혁에게 반정부 댓글을 부탁했다. 그는 누구의 부탁인지도 묻지 않고 한국에 오랫동안 살았던 사람처럼 한국 정부를 비난하기 시작했다. 붉은 새, 어젤리아, 삽살개, 나의 소원 등 몇 개의 아이디를 쓰는 준혁의 댓글은 어떤 반정부 세력의 글보다 매서웠다.


p.179 한국에서도 연변에서처럼 브로커를 통해 아들에게 생활비를 조금씩 보냈는데 아들은 작년에 도저히 살 수 없겠다며 남한으로 오고 싶다고 했다. 6년 만에 만난 아들은 낯설었다. 작은 아버지 집에서 뭘 먹고 살았는지 키가 한 뼘도 자라지 않은 것 같았다. 얼굴에는 손톱 모양의 흉터가 곳곳에 박혀 있었다.


p.216 “여러 가지 생각을 하고 있는데 무슨 일을 하든 북한 사람들 이 자신들이 하고 싶은 일, 하고 싶은 말을 편하게 하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어요. 먹는 것도 중요하지만 말하는 것도 너무 중요한 것 같아요.”


p.252-253 유니원 맞은편에서 첫차를 기다렸다. 이제 다시 유니원 안으 로 들어갈 수 없다. 처음 이곳으로 올 때 탄 택시기사의 말처럼, 그곳은 아무나 들어갈 수 있는 곳이 아니기 때문이다. 다시는 갈 수 없는 곳을 가진 그들의 아픔이 조금씩 스며들었다. 선주, 수지, 기호, 명훈의 얼굴이 차례로 떠올랐다. 꼭 다시 당당하게 돌아오고 싶었다.


p.255 북에 아버지가 살아계신다는 사실은 머리에 돌을 이고 있는 기분이었다. 양자가 된 이후부터 아버지가 북한에서 내려오면 어떻게 할까 두려웠다. 아버지의 나이가 60, 70이 넘어가면서 그런 걱정에서 조금씩 벗어났다. 돌아가셨을 가능성이 많아졌다. 이제 80세가 넘은 어머니까지 돌아가시면 자신을 끌고 다닌 운명의 그림자가 조금씩 엷어질 것 같기도 했다.



저자 소개

정영선 소설가


1997년 문예중앙으로 등단. 소설집 『평행의 아름다움』, 장편소설 『실로 만든 달』, 『물의 시간』, 『부끄러움들』, 『물컹하고 쫀득한 두려움』 등을 집필했다. 부산소설문학상, 부산작가상, 봉생문화상(문학)을 수상하였으며, 2013~2014년 교육부 파견교사로 경기도 안성의 하나원(북한이탈주민정착지원사무소) 내 청소년 학교에서 근무하였다.



차례

1
코 / 안개 / 붉은색 하트 / 탈모
2
수제만두의 비밀 / 배추전 / 자본주의 혁명은 돈을 많이 버는 것 / 송치 / 배꽃 / 참가하지 않는 사람을 만나기 위한 모임
3
아버지가 보고 싶은 아이들 / 남편의 가족들 / 수지의 선택 / 변심 / 경계
4
선주 씨의 글 / 단둥으로 가는 두 가지 방법 / 끊지 못하는 전화 / 호두과자

해설 : 분단, 이산(離散), 그리고 탈북자」-김성경(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작가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