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광모 지음
쪽수 | 224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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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형 | 148*210 |
ISBN | 978-89-6545-501-1 03810 |
가격 | 15,000원 |
발행일 | 2018년 5월 11일 |
분류 | 한국소설 |
*2018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문학나눔 선정도서
책소개
“내가 언제 가장 행복했을까요?”
다양한 이야기를 전하는 삶에 대한 비릿한 물음들
한국소설 신인상, 부산작가상을 수상한 정광모 작가의 소설집 『나는 장성택입니다』가 출간되었다. 이번 소설집은 총 7편의 단편 소설로 구성되어 삶과 인간을 향한 깊이 있는 시선을 엿볼 수 있다. 특히 리얼리즘을 표방한 작품에서부터 스릴러와 역사적 인물의 내면을 결합한 작품, 노인 문제를 현대 이슈인 빅데이터와 결합시킨 작품 등 독특한 소재와 설정으로 다채로운 이야기를 선보인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표제작 「나는 장성택입니다」는 실존 인물인 ‘장성택’을 주인공으로 하여 운명의 소용돌이 속에 놓인 한 인간의 삶과 행복에 대해 자문한다. 이 밖에도 ‘교도소’와 ‘외출’이라는 소재를 통해 관계에 대한 상처와 아픔을 은유적으로 담고 있는 소설 「외출」, 애완동물의 모습을 몸에 새기는 주인공으로 하여 새길 수 없는 사랑의 쓸쓸함을 이야기하는 「너의 자리」, 치매 걸린 엄마의 과거를 통해 상실의 무게를 되짚어보는 「집으로」 등의 작품은 소재와 상황을 통해 삶의 공허함과 아픔을 녹여내고 있다. 이번 소설집에서는 독특한 상상력과 분위기로 압도하는 소설 세 편도 함께 실려 있다. 「자서전의 끝」은 복수라는 소재를 통해 스릴러적 분위기를 자아내는 작품으로 자서전 대필을 위한 만남으로 시작해 시대의 아픔이 어떻게 한 개인의 삶을 멍들게 하는지 보여준다. 그리고 그 아픔이 복수라는 이름으로 변하는 모습을 담아내고 있다. 「아오이 츠카사를 위한 자세」는 선정적인 인터넷 방송과 개인의 삶을 교차하며 보여준다. 포르노와 고독이라는 소재를 통해 이상과 현실의 괴리에서 느껴지는 현대인의 슬픔을 읽을 수 있다. 끝으로 나이가 들어도 죽지 않는 미래를 배경으로 한 소설 「마론」은 인구 포화 상태로 인해 노인들의 삶을 평가해 격리(지상낙원 혹은 형벌)시키는 미래의 모습을 담고 있다.
“나는 행복했을까요. 불행했을까요.
나는 으스대었을까요. 아니면 초라하게 기가 죽었을까요.”
장성택이라는 실존 인물을 통해
지독한 운명 앞에서 선 남자의 고독을 들여다보다
장성택. 석 자의 이름만으로도 사람들은 그가 누구인지, 어떤 삶을 살았는지 기억해낸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정치인이자 군인, 조선로동당의 고급간부. 김정일의 매제(김경희의 남편)이자 김정은의 고모부인 그는 2013년 12월 3일 모든 직위에서 배제되고 출당 조치 당했으며, 12일 특별군사재판 후 사형이 집행됐다. 우리가 아는 것은 여기까지다. 소설 「나는 장성택입니다」는 이러한 사실을 바탕으로 한 개인의 내면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질문한다. 한때 북한 2인자로 불렸단 장성택, 운명이 소용돌이가 덮칠 때마다 그는 권력에 가까워졌고, 개인의 삶과는 멀어졌다. 과연 장성택은 행복했을까?
그게 과연 내 진실일까요? 일단 무사히 또 하나의 험준한 산을 넘었다는 안도감은 얻었지만 나는 내 자신도 미처 깨닫지 못한 깊은 절망감과 앞이 보이지 않는 거대한 벽을 마주한 듯한 기이한 무력감에 시달렸습니다. 이상한 허탈이었습니다._본문 중에서
작가는 실존 인물을 통해 인간의 삶 자체에 대한 의문을 던진다. 저마다 가지고 있는 꿈이라는 실체 없는 막연한 희망과 권력 앞에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꿈틀거리는 욕망, 그리고 이를 한꺼번에 덮어버리는 절망, 고독, 무기력함 등 삶 속에서 휘몰아치는 다양한 감정들을 섬세한 필체로 보여준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슬퍼하는 것밖에 없었다"
아픔 끌어안는 저마다의 방법에 대해
어쩌면 삶이란 그 자체가 고통인지도 모른다. 누구나 아픔 하나쯤은 가슴 속 깊이 숨겨둔 채 꾸역꾸역 오늘을 버티고 있으니 말이다. 소설집 『나는 장성택입니다』에 수록된 작품들은 무언가에 결여된, 무언가에 아파하는 사람들이 등장한다. 하지만 그들의 아픔은 결코 표면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다만 어떠한 상황과 소재를 통해 짐작할 수 있을 뿐이다.
「외출」은 교도소에서 8년 만에 외출하는 주인공의 시점으로 진행된다. 8년의 시간만큼이나 변한 사회에 그가 발을 디딘 순간, 8년 전 그녀와의 순간들이 하나하나 떠오른다. “우린 끝났어” 하며 차갑게 던지던 그녀의 목소리와 함께 주인공을 교도소를 집어넣은 그 사건까지. 주인공은 새로운 교도소로 돌아가며 생각한다. 다시금 저 지옥 같은 인간관계 들어갈 수 없을 것 같다며. 그리고 다시 교도소에 들어서는 순간 말도 안 되는 안도감을 느낀다.
「너의 자리」는 반려 동물을 몸에 새기는 주인공 나의 이야기다. 키우던 개와 고양이가 죽을 때마다 나는 몸 한 구석에 그들의 모습을 새기고, 평생 함께할 것을 다짐한다. 그러던 중 친구 순으로부터 옛 애인 조홍석이 호스피스 병동 중환자실에 입원해 있단 소식을 듣게 된다. 그를 만나러 병원으로 향한 날, 나는 조홍석으로부터 “자신을 등에 새겨달라”는 말을 듣는다. 나는 매몰차게 “널 위한 자리는 없어”라고 이야기하며 돌아서는 순간 아프고, 힘들었던 지난 사랑들이 떠오른다.
「집으로」는 치매에 걸린 엄마의 이야기다. 엄마는 계속해서 집에 가고 싶다는 말을 한다. 엄마가 말한 집은 학천 옆 골목에 있는 작은 집이었다. 나는 그곳을, 그리고 그곳에서 엄마가 보내온 시간들을 알지 못했다. 이후 엄마의 증세는 계속해서 나빠졌다. 자개농을 붙잡고 망치질을 하고, 모든 질문에 “어제부터” 또는 “몰라”라고 대답한다. 나는 찬숙이모로부터 결혼 전 엄마가 살았던 그곳, 학천 옆 작은 집에서의 삶을 듣게 된다.
다양한 소재, 재기발랄한 상상력으로 무장한 정광모의 소설
죽기 전에 해야 할 일, AV배우를 사랑하는 남자, 노인이 죽지 않는 사회 등 소설집 『나는 장성택입니다』는 다양한 소재와 독특한 상상력이 인상적인 작품집이다. 먼저 스릴러적 분위기를 자아내는 「자서전의 끝」은 자수성가한 박경 여사의 자서전을 대필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녀가 살아온 시간들을 하나씩 반추하며 자서전이 채워지고 있는데, 피난을 오기 전 살았던 해주 마을에서의 시간들은 빈 칸으로 남아 있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박경 여사는 한국 전쟁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 발작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박경 여사가 발작을 일으킨 후 깨어나던 날, 그녀는 오래전 공책에 적어둔 ‘호주 왕립연대 제3대대. 앨런 로비 중사’라는 말을 운전기사에게 전한다.
현실과 이상의 괴리에서 오는 고독과 슬픔을 전하는 소설 「아오이 츠카사를 위한 자세」는 선정적인 인터넷 방송, AV배우, 고시원 등의 소재를 사용해 메시지를 전한다. 연철은 AV배우 아오이 츠카사의 열렬한 팬이다. 그러던 어느 날, 아오이 츠카사 측으로부터 독특한 초청을 받게 되고, 이를 계기로 현서가 진행하는 인터넷 방송에도 나가게 된다. 연철은 인터넷 방송의 인터뷰를 통해 아오이 츠카사와의 환상적이었던 만남과 포르노 작품에 참여했던 일화를 이야기한다. 연철이 아오이 츠카사를 동경하게 된 이유, 그가 포르노 작품에 빠질 수 밖에 없는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연철은 현서의 질문에 ‘고독’이라고 답한다.
죽지 않는 것. 그것은 과거에서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인류가 가져온 이상이자 변치 않는 꿈이었다. 과학과 의료의 발전은 이 이상을 조금씩 현실로 가져오고 있고, 진시황도 누리지 못한 불로장생의 꿈이 머지않은 미래에 펼쳐질지도 모른다. 나이가 죽지 들어도 죽지 않는 미래 세계를 배경으로 한 소설 「마론」. 이 작품은 마론의 심판일을 맞이한 노인들의 이야기를 보여준다. 죽지 않는 노인들의 생애를 평가해 지상낙원으로 보내거나 형벌을 집행하는 마론. 작가는 죽음이 사라진 세상에 마론이라는 신적 존재를 만들어 알 수 없는 끝을 향해 가는 사람들의 불안과 환희, 무조건적인 찬양을 보여준다. 이 작품은 지난 1월 KBS 라디오 문학관을 통해 소개되기도 했다.
책속으로/밑줄긋기
p.29 그녀의 독기 어린 얼굴이 떠올랐다. 우린 끝났어. 그렇게 간단히 끝날 수 있는 관계가 남녀관계였다. 나는 저 바깥의 그런 인간관계 속에 다시 들어갈 수 있을까? 그 지옥 같은 지옥 속에.
p.44 호주 왕립연대 제3대대. 앨런 로비 중사. 앨런 로비. 박경은 오래전에 그 말을 공책에 소리 나는 대로 적어두었다. 영어를 모르는 박경은 그 말 뜻을 언젠가는 알아내리라 다짐도 했으나 자신과의 그런 약속이 으레 그렇듯 오래 묵혀 있었다. 이제 박경의 기억에 박혀 있던 낯선 말뭉치의 뜻을 알아내었다.
p.87 나를 네 등에 새겨 줘. / 그는 당혹스러워하는 내 얼굴이 부정적인 반응인지 눈치껏 헤아리며 덧붙였다. / 특별대우를 바라는 건 아냐. 개와 비슷한 크기에 비슷한 명암으로. / 나는 그에게 얼굴을 바짝 갖다 대었다. / 무슨 자격으로? / 자격이야…… 없지만, 네 등에 있으면 편안할 것 같아. 걔들도 그렇게 보이는데.
p.113~114 노을이 끝난 잿빛 하늘로 어둠이 차올랐다. 엄마 발걸음과 몸짓은 처음 시작할 때처럼 돌연히 그쳤다. 엄마는 여기 무슨 일이지 하는 넋 나간 얼굴로 우두커니 어둠을 향해 서 있었다. 학천 다리 아래로 산책하는 사람이 대화를 도란도란 나누며 지나갔다. 엄마가 내게 말했다. 집으로 가자. 네. 엄마, 집으로 가요. 엄마는 내 손에 이끌려 순순히 엄마가 사는 집으로 돌아왔다.
p.132 나는 행복했을까요. 불행했을까요. 나는 으스대었을까요. 아니면 초라하게 기가 죽었을까요. 나는 그 경계에서 줄타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나는 행복하면서 불행했습니다. 뽐내면서 동시에 풀이 죽었습니다.
p.172~173 연철은 생존을 위해서 뭐든지 해내야 하는 바깥 세상에 심한 공포를 느꼈다. 죽을 때가 되어서야 그 공포가 사라질 것 같았다. 연애도 어느 정도 진행되면 그다음 단계가 너무 명확하게 보여 포기하고 말았다. 연철의 삶은 점점 좁아드는 문이었다. 짙어만 가는 고독이기도 했다. 연철이 말한 고독은 그런 것이었다. 결코 타인과 하나로 된다는 게 불가능한. 그건 고립이기도 했다.
p.192 그것은 노인 인구가 늘어난 시대에 맞게 어쩔 수 없이 당해야 되는 불쾌한 정리 코스다. 따라서 마론의 선택을 받는다는 것은 한 인간이 살아온 전 과정을 국가가 인정한다는 것이며 본인은 물론 자식들도 큰 영광으로 여겼다.
저자 소개
정광모
부산 출생으로 2010년 『어서 오십시오, 음치입니다』로 한국소설 신인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부산대학교를 거쳐 한국외국어대학 정책과학대학원을 졸업했고 저서로 『또 파? 눈먼 돈 대한민국 예산』이 있다.
● 소설집 『작화증 사내』로 2013년 부산 작가상을 수상
● 2015년 장편소설 『토스쿠』로 아르코문학창작기금 수상
● 2015년 『작가의 드론독서1』
2016년 장편소설 『토스쿠』
소설집 『존슨 기억 판매 회사』,
2017년 『작가의 드론독서2』
차례
외출
자서전의 끝
너의 자리
집으로
나는 장성택입니다
아오이 츠카사를 위한 자세
마론
작가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