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나현 지음
쪽수 | 256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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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형 | 148*210 |
ISBN | 978-89-6545-543-1 03810 |
가격 | 15,000원 |
발행일 | 2018년 8월 20일 |
분류 | 한국에세이 |
*2019 문정 수필문학상 수상도서
책소개
누가 인정해주지 않아도 열심히 썼던 시절을 회고하며
삶의 애환, 상처, 환희 등을 원숙하게 다독이다
김나현 수필가의 세 번째 수필집으로, 저자가 살아오면서 경험한 삶의 애환, 상처, 환희 등을 원숙하게 풀어냈다. 쉽게 꺼내기 힘든 개인사의 상처도 글로 단정하게 담았다. 따끔거리며 읽다가 지나온 삶을 다독거리는 작가의 긍정에 힘이 난다.
저자는 자신의 근원을 찾듯, 과거로 거슬러 올라간다. 결혼하고 아이 낳고 살 때, 날마다 방바닥에 엎드려 쓰고, 지우고, 고치며 편지를 써서 라디오에 보냈다. 돌아보면 문장을 만드는 힘은 이때 다졌을 거라 생각한다. 이후 문예지에 글이 실리고 등단하기까지 삶을 돌아보며 수필가로 산다는 것, 수필가로 살아가는 삶에 대한 애정을 엿볼 수 있다.
특별한 삶일 수도 있고 평범한 삶일 수도 있다. 어찌되었든 자신의 과거를 이해하고 오늘을 만족하고 내일을 감사해하는 저자의 마음이 담백하게 전해진다.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계기는 물론, 일상의 다양한 일화를 솔직하게 보여준 저자 덕분에 읽는 이의 마음이 욕심 없이 맑아진다.
꾸밈없이 솔직하게 일상의 소란을 담다
저자는 일상의 소란을 꾸밈없이 솔직하게 드러낸다. 저자에게 올케가 셋이 있다. 그중 큰올케는 집안일을 도맡아하는 살림꾼이자 버팀목이었다. 친정아버지가 자리보전하셨을 때 큰올케는 읍내에서 이웃집 드나들듯 시골집을 드나들었다. 아버지는 쓰러진 그해를 넘기지 못할 것 같아 보였지만 올케의 지극정성 간호 덕분인지 병상에서 일어나 거동까지 했다. 그러던 큰올케가 뇌출혈로 쓰러져 대학병원에서 수술하고 입원하게 됐다. 걱정되는 마음에 올케를 만나러 병원에 갔는데 올케 머리를 반으로 가로지른 수술 자국이 선명하게 있었다. 이 모습을 본 저자는 불쑥 이기적인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올케를 걱정하는 마음보다 늙은 어머니는 누가 돌볼지 걱정부터 앞섰다는 것이다. 저자가 풀어낸 일화를 읽고 있으면 오히려 아름답게 꾸미지 않고 솔직하게 말해줘서 반갑고 고맙게 느껴진다.
자신을 찾아가는 유년 시절에 대한 고백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기 위해서는 나를 낳아준 부모와 내가 자란 환경에 대해 이해하는 게 필요하다. 이렇듯 저자는 자신의 문학에 빠질 수 없는 게 “고향”이라고 말한다.
할아버지와 생일이 같아 조기를 얻어먹을 수 있었던 겸상의 추억, 풀을 포식한 소를 몰고 돌아오는 길 아무도 없는 줄 알고 혼자 크게 불렀던 노래 <소양강 처녀> 등 고향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유년 시절에 대한 기억을 써내려갔다. 좋은 기억만 있지 않다. 혼자였던 시간, 외로웠던 시간도 있다. 작가의 유년 시절에 대한 고백은 지금의 자신을 이해하는 시간이 된다. 글을 읽는 이도 자신을 찾아가는 유년 시절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수필가로 살아온 세월에 대해 말하다
나 자신을 수필가라고 과연 말할 수 있을까. 저자는 질문을 안고 거슬러 올라간다. 라디오에 보낸 글이 방송에 속속 나오고, 문예지에 글이 실리고 본격적으로 대학교에서 수필창작 수업도 듣는다. 포털 사이트 칼럼 메뉴에 저자가 쓴 글이 추천 칼럼으로, 베스트 칼럼으로 종종 칼럼 메인에 오르기도 했다. 성실히 쓰고 노력하며 하나씩 일구어낸 이력들이 저자를 수필가의 삶으로 이끌었다.
세상과 사물에 대해서, 내면에 자리 잡은 고독에 대해서, 낯선 풍경을 바라보는 나 자신에 대해서 저자는 놓치지 않고 “스스로 경탄할 문장을 짓기를 갈망한다.”고 고백한다. 열심히 쓰려고 노력했던 저자의 삶을 책 곳곳에서 느낄 수 있다.
책속으로/밑줄긋기
p.26 출근 의식이 경건하기까지 했다. 그들 눈에는 흐드러진 벚꽃이 보이기나 했을까. 꽃이 피건, 지건, 오로지 본연의 업무에 충실하려는 무정물 같은 표정과 나풀거리는 꽃은 이질적이었다. 그 거대한 에너지의 흐름 속에서 셔터를 눌러대던 카메라를 슬며시 내려놓았다. 출근하고 있을 자식 생각에서다. 그들 삶의 최전선을 보며, 치열한 생존 현장 일선에서의 삶이 얼마나 힘들까 싶어졌다.
p.41 동백꽃 흥건한 이국에서 먼 시간을 거슬러 오른다. 속살을 스치던 겨울 바닷바람이, 갯내 풀풀 나던 그물망이, 그곳을 가림막 삼아 주저앉은 새댁이 어른거려 발길 서성인다. 그때나 지금이나 동백꽃은 무던히 붉다.
p.48 가끔 촛불을 켠다. 공기정화를 하기 위함일 때도 있지만, 썩 자주 있는 일은 아니지만 기도를 하기 위해서일 때도 있다. 오늘따라 초의 심지가 바닥에 납작 달라붙었다. 불꽃이 영 시원찮다. 가물가물 흔들리며 가녀린 숨을 할딱인다. 생의 애착처럼 검질기다는 생각이 든다. 불은 아궁이 불이든, 촛불이든 화르르 타올라야 불답다. 한번 열렬히 피어보지 못하고 스러지는 건 애달프다. 하물며 세상에 왔다가 가는 생의 불꽃이야 말해 무엇 하리.
p.83 가수의 꿈은 말 그대로 장래희망으로만 기록에 남았다. 소양강 노래 따라 내 사춘기도 돌아올 길 없이 흘러갔다. 요즘은 이 노래가 방송에서도 흘러나오지 않는다. 노래방에 가더라도 이 노래는 부르지 않는다. 그때 너무 많이 불러 질린 게 원인인지도 모르겠다. 노래의 실제 주인공이라는, 강원도 촌에서 올라와 가수를 꿈꾸었다는 소녀는 가수가 되었을까. 노래 속 처녀는 늘 처녀 그대로인데 부지깽이로 박자 맞추던 나만 변했다. 가수를 꿈꿀 게 아니라 노래 속으로 들어갔어야 했다.
저자 소개
김나현
경남 거창에서 출생했다. 2004년 『수필과비평』 신인상, 2014년 『여행작가』 신인상을 수상했다. 이외 정과정문학상, 수필과비평문학상, 천강문학상(동상)을 수상했다. 지금은 『여행작가』 편집위원을 하면서 『월간부산』 객원기자를 겸하고 있다. 수필집 『바람의 말』, 『화색이 돌다』, 시집 『달하』를 펴냈다.
차례
차례
작가의 말
1부 공간의 기억
절해고도 302
겸상의 추억
장식론
구둣발 소리
땅거미 질 무렵
나를 부탁한다
동백꽃 지고
공간의 기억
불꽃
광염狂炎
문장을 위한 고독
2부 나의 시간
내리는 눈발 속에서는
나의 시간
가을 불국사역
간판
소양강 처녀
족연族緣
고해성사
왕소금 아줌마
유라시아를 꿈꾸며
쌀의 힘
그리운 화포花浦
3부 일상의 아름다움
문턱
미운 새끼 경사났네
작심 석 달
삶의 부피
양심과 수치
호의은행
정보시대
익숙한 것의 소중함
사월, 그날의 바다
책 읽고 싶은 사람들
4부 그곳에 홀리다
블레드에서 감성을 회복하고
아무르 강변 노을 속에서
부다페스트의 기억
비 오는 라즈돌리노예역
모화毛火
푸른 푸껫을 만끽하다
5부 결핍을 읽다
방랑은 통로다
궁핍한 날의 벗
눈에도 굳은살 박인다
결핍을 읽다
꿈꾸는 액자
마니아가 된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