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시인의 공책

구모룡 지음
쪽수
208쪽
판형
140*205
ISBN
978-89-6545-536-3 03810
가격
13,000원
발행일
2018년 7월 10일
분류
인문 에세이
*2018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문학나눔 선정도서

책소개

문학 평론가의 눈으로 들여다본 세계의 깊이와 넓이
문학, 철학, 사회, 장소, 부산 … 주제를 넘나드는 사유의 향연


1982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평론이 당선된 후 부산을 거점으로 문학 평론가로 활동해온 구모룡의 에세이집 『시인의 공책』이 출간됐다. 시론과 문학비평을 전공한 저자는 부산 문학 평론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감성과 윤리』, 『은유를 넘어서』 등 여러 권의 비평서를 출간하며 지방-지역-세계라는 중층적 인식 아래 문학과 문화에 대한 이해의 지평을 넓히는 활동을 했다.
구모룡 인문 에세이 『시인의 공책』은 저자가 기존에 가졌던 고민에서 조금 더 범위를 넓혀, 인문적 사색과 통찰을 만날 수 있다. 특히 ‘문학, 철학, 사회, 장소, 부산’ 등 다양한 주제의 글들은 에세이 형식을 지향하지만 그 이상의 깊이 있는 고뇌와 사유를 보여준다. 저자는 밀도 높은 글들을 통해 때로는 시보다 더 아름다운 문장으로, 때로는 사회를 해부하는 날카로운 시선으로, 우리의 공명을 흔들어놓는다.


하얀 공책에 차곡차곡 써내려가듯
공(空)으로 향하는 문학에 대한 사유


‘공책 하나만 들고 온 세상을 서술할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읽지 않은 책들이 더 많은 서재에 갇혀 온갖 가려움에 시달리며 나의 영혼은 낡아만 간다. 언제쯤 글쓰기의 모순에서 헤어날 수 있을까?’ ‘그 누군가 내 글을 읽지 않는다면 내 글은 빈 여백과 다를 바 없다. 다행히 그 누군가가 내 글을 읽는다 하여도 그가 생성하는 의미가 전부 내 것이라고 우기지 못한다.’ _ p.5 「서문: 글쓰기의 여백」 중에서

저자는 다른 사람의 활자와 문장을 쉴 틈 없이 읽어야만 빈 여백을 빽빽이 채워나갈 수 있는 ‘글쓰기의 모순’에 봉착한다. 그는 긴 고민 끝에 하얀 공책에서 답을 찾는다. 텍스트의 본디 모습이 아무것도 쓰여 있지 않은 텅 빈 ‘공책’과 다름없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이다. 이와 같은 깨달음은 이 책의 전체 메시지와도 닿아 있다. 『시인의 공책』은 공(空)의 사상에서 출발해 1부 「시인의 정의」에서는 시인으로서, 나아가 문학을 하고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가져야 할 태도와 추구해야 하는 선한 가치에 대해 서술한다.


촛불 집회부터 후쿠시마 사태까지
통찰과 사색의 글을 통해 사회를 보듬다


‘자기의 몸을 녹이면서 타오르는 촛불은 희생과 정화의 이미지를 가진다. (…) 촛불은 어둠에 맞서는 빛이자 따스한 온기이다. 단독자로서 홀로 타오르면서 자기를 응시하지만 결코 홀로 버려지지 않는 공동의 삶을 갈망하게 한다.’ _ p.56 「촛불에 대한 잡감」 중에서

2부 「장미의 이름으로」에서는 위의 글처럼 촛불 집회에 대한 단상, 거리 민주주의 정신, 고향에 돌아가지 못하는 디아스포라에서 볼 수 있는 전체주의와 파시즘 등 우리 사회 곳곳에 퍼져 있는 낮은 곳으로부터의 저항과 외침에 주목한다.


‘모든 삶의 방식이 문화이고 그 삶을 표출하는 형태가 문화이다. 문화는 개인들이 삶에 의미를 부여하고 소통하는 실천의 행위이다. 열린사회일수록 이 같은 문화가 만개하는 것이 당연하다. (…) 새로운 장르, 기성을 부정하는 스타일, 자유로운 몸짓들이 매체를 채우고 거리를 떠돌도록 내버려두어야 한다.’ _ p.99 「문화는 진보한다」 중에서

3부 「문화는 진보한다」에서는 ‘문화’를 모든 삶의 방식이며 삶을 표출하는 형태라고 정의하며, 개인들이 삶에 의미를 부여하고 소통하는 실천의 행위로 서술한다. 저자는 후쿠시마 원전 사태, 멋과 삶의 관계, 여름날 화려한 비키니 차림과 대비되는 시민 의식, 모두가 열중인 몸 담론에 이르기까지 우리 사회 곳곳에 염증처럼 퍼져 있는 크고 작은 ‘문화’와 관련된 문제들을 파헤치며 지식인으로서의 가감 없는 이야기를 전한다.


우리는 어떤 장소에 살고 있는가
장소와 인간의 관계를 정의하다


‘우리가 사는 도시를 구체적으로 인식한다는 것은 어찌 보면 무감각해진 우리의 의식을 깨치는 일과 무연하지 않다. 그동안 우리는 반복되는 변화를 경험하면서 의미 있는 장소가 사라지고 공간이 획일화되는 과정을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을 갖게 된지 모른다.’ _ p.174 「북항을 바라보며」 중에서

4부 「장소의 혼, 장소의 멋」에서 저자는 어쩌면 너무 가깝게 있었기에 인식하지 못했던 ‘장소’의 정체성에 대해 말한다. 근대에 들어 달라진 아파트 등의 주거 장소성과 우포 늪, 황학대 등 부산·경남 지역의 사라져가는 장소에 대해 서술하며 안타까움과 각성의 메시지를 전한다.


‘한국현대문학의 메카로서의 부산! 이는 나만의 공상이 아니다. 리얼리즘, 모더니즘, 해양문학, 추리문학 등 모든 영역에서 부산은, 한국현대문학의 중심적 가치들을 만들어 왔다. 문제는 이 소중한 가치를 부산이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가 하는 것이다.’ _ p.183 「부산은 현대문학의 메카다」 중에서

5부 「부산, 문화의 오아시스」에서는 오랫동안 부산에서 활동한 지식인으로서 부산 곳곳의 장소성과 그에 따른 부산의 과거, 현재, 미래를 이야기하며, 부산은 ‘늙은 도시’라는 기존의 패러다임에 대해 문화 정책과 도시계획을 통해 새로운 문화로 활력을 이끌어내고자 한다. 또한 임시 수도로서 찬란한 문화를 꽃피웠던 부산에서 전개된 리얼리즘, 모더니즘 계열의 현대문학, 바다를 옆에 둔 지리적 특성과 1960년대 근대화와 더불어 부산에서 본격적으로 전개된 해양문학, 근대의 과학 정신을 바탕으로 하는 추리문학까지 부산 지역에서 전개된 문학과 그 특성을 이야기하며, 부산 문화의 미래와 결부시킨다.



책속으로/밑줄긋기

p.15 위선과 위악의 아름다움을 말하고 있지 않다는 것은 누구나 알 수 있다. 악의 도전 앞에서 굴하지 않는 선이야말로 진정한 아름다움의 거처이다. 아름다움과 선함은 서로 분리되지 않는다. 시인의 정의는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자유가 선한 실천으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빛난다. 그럴 때 사적인 정의는 공적인 정의로 비등한다.


p.24 시가 죽었다고 단언하지 말자. 시가 사라지고 있다고 한탄하지 말자. 우리가 시를 잊고 있다고 염려하지 말자. 마음에 시정을 품은 누구나 시인이다. 다시 시심을 일깨우는 일을 칠곡 할머니들이 하지 않았는가?


p.32 소설은 함부로 쓰는 것이 아니다. 적어도 우리가 사는 세상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다른 세상을 꿈꿀 수 있는 사람들이 쓰는 문학 장치이다. 만일 어떤 진실을 찾아 가는 소설가가 있다면 그는 적어도 이 세상이 거짓을 가득 차 있다는 생각을 품은 사람이다. 그러니 우리는 ‘소설 쓰지 마라, 소설 쓰느냐’고 함부로 말하지 않아야 한다.


p.43 그러면 인문학자만 읽고 쓰며 사는 것인가? 그렇지 않다. 우리 모두는 읽고 쓰며 살아야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다. 나은 삶이라는 게 뭐냐. 우리 사회에서는 사회적인 성공을 많이 이야기한다. 이제 사회적인 성공이 아니라 개인적인 성취로 삶의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 읽고 쓰며 사는 일은 어느 누구의 삶이든 다 관여한다.


p.99 모든 삶의 방식이 문화이고 그 삶을 표출하는 형태가 문화이다. 문화는 개인들이 삶에 의미를 부여하고 소통하는 실천의 행위이다. 열린사회일수록 이 같은 문화가 만개하는 것이 당연하다. 거리예술이 꽃피고 다양한 빛깔의 하위문화가 활성화된다. 닫힌사회일수록 문화를 규정하고 한정하거나 가두어두려 한다. 문화정책에 권력이 개입하여 특정 경향들을 배제하고 문화지구 또는 문화거리라는 미명 아래 예술가와 청년들을 감금한다. 그러나 설거지가 문화이듯이 노숙인의 삶이나 폭주족의 행태도 문화가 아닐 수 없다. 새로운 장르, 기성을 부정하는 스타일, 자유로운 몸짓들이 매체를 채우고 거리를 떠돌도록 내버려두어야 한다.


p.183 한국현대문학의 메카로서의 부산! 이는 나만의 공상이 아니다. 리얼리즘, 모더니즘, 해양문학, 추리문학 등 모든 영역에서 부산은, 한국현대문학의 중심적 가치들을 만들어 왔다. 문제는 이 소중한 가치를 부산이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가 하는 것이다.


p.174 우리가 사는 도시를 구체적으로 인식한다는 것은 어찌 보면 무감각해진 우리의 의식을 깨치는 일과 무연하지 않다. 그 동안 우리는 반복되는 변화를 경험하면서 의미 있는 장소가 사라지고 공간이 획일화되는 과정을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을 갖게 된지 모른다. 황학대 주변에 사는 사람들이 황학대의 날개가 잘리고 인근 바위들이 매축되는 것은 안타깝지만 도로가 나서 편리할 것이니 어찌 하겠는가,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처럼 우리 또한 무감각과 타성의 늪에 빠져 있지는 않은가?



저자 / 역자 소개

구모룡


1959년 밀양에서 태어났으며 대학과 대학원에서 시론과 문학비평을 전공하였다. 1982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평론(「도덕적 완전주의―김수영의 문학세계」)이 당선된 후 문학평론가로 활동해왔다. 무크지 <지평>, 비평전문계간지 <오늘의 문예비평>, 시전문계간지 <신생>에 관여하였다. 지방-지역-세계라는 중층적 인식 아래 문학과 문화에 대한 이해의 지평을 넓히고 있다. 저서로 『앓는 세대의 문학』, 『구체적 삶과 형성기의 문학』, 『한국문학과 열린 체계의 비평담론』, 『신생의 문학』, 『문학과 근대성의 경험』, 『제유의 시학』, 『지역문학과 주변부적 시각』, 『시의 옹호』, 『감성과 윤리』, 『근대문학 속의 동아시아』, 『해양풍경』, 『은유를 넘어서』, 『제유』, 『예술과 생활』(편저), 『백신애 연구』(편저) 등이 있다. 1993년부터 현재까지 한국해양대학교 동아시아학과 교수로 일하고 있다.




차례

서문 | 글쓰기의 여백

1부 시인의 정의
시인의 정의(正義)
패터슨의 공책
잠든 시심을 깨우다
시인과 배우의 철학
소설 쓰지 말라고?
사진의 진실
술 취한 작가를 기다리며
읽고 쓰며 살기
증언의 목소리들
진실을 갈망하는 문학

2부 장미의 이름으로
촛불에 대한 잡감
다시 바로 서는 촛불
장미의 이름으로
봄날은 간다
벚꽃은 어떻게 아름다운가
연등(燃燈) 아래서
누가 고향을 노래하는가
문제는 자동차가 아니다
해고된 경비원 박 씨를 생각한다

3부 문화는 진보한다
문화는 진보한다
멋이라는 삶의 혁신
몸 담론, 어디로 가고 있는가?
해수욕과 비키니
금서의 문화정치
후쿠시마와 재난의 사상

4부 장소의 혼, 장소의 멋
장소의 혼, 장소의 멋을 찾는 길
마음을 움직이는 공간이 있다
아파트가 의미하는 것
추상적인 너무나 추상적인
가을 우포를 그리며
북항을 바라보며
황학대, 풍경의 상처

5부 부산, 문화의 오아시스
소설가 정태규
부산은 현대문학의 메카다
하멜과 해양문학
해항도시 부산과 해양문학
부산 오페라하우스가 설 자리
부산, 문화의 오아시스
부산은 늙은 도시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