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지리산둘레길 그림 편지

이호신 지음 | 이상윤 그림
쪽수
256쪽
판형
176*248
ISBN
978-89-6545-488-5 03810
가격
20,000원
발행일
2018년 2월 27일
분류
국내여행에세이

책소개

지리산둘레길 10주년을 기념하며
지리산 품에 안긴 두 명의 순례자, 그 동행의 기록


지리산둘레길은 제주올레길과 더불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숲길이자, 걷기 문화의 주역으로 자리매김한 순례길이다. 2008년 ‘생명평화’와 ‘동서화합’이라는 나눔과 화해의 정신을 기반으로 지리산 주변 3개 도 5개 시군 120여 개 마을을 환(環)형으로 연결하여 조성된 지리산둘레길은 올해로 10주년을 맞이하였다.『지리산둘레길 그림 편지』는 십 년 넘게 지리산 자락에서 신명나게 살아가고 있는 지리산 지킴이들의 생생한 ‘지리산 그림 이야기’이다. “발로 그리고 발로 쓴 지리산 이야기”(도법 실상사 회주), “이런저런 시류나 세파에 휘둘리지 않고 지리산 자락에서 한 세상을 살아내며 아름다움을 가꿔온 사람들 이야기”(박두규 시인), “우직한 신명이 빚어낸 둘레길 예찬 이야기”(서명숙 제주올레 이사장).

‘길 위의 화가’ 이호신 화백의 풍부한 지리산 실경 산수와 ‘둘레길 지킴이’ 이상윤 이사의 성찰이 빚어낸 『지리산둘레길 그림 편지』는 ‘생명’과 ‘평화’라는 화두로 자연과 사람이 만나기를 소망하는 지리산살이에 공감하는 뜻 깊은 기록이기도 하다. 이 화백의 지리산 절경과 둘레길 지킴이의 성찰이 어우러진 한 권의 책 속에서 지리산의 빼어난 풍경과 더불어 그 속에 새겨진 삶의 현장이 생생하게 드러난다.


지리산 예찬을 넘어서,
스물한 통의 수묵 편지에 담긴 풍경과 사람


24개월 동안 지리산둘레길 21구간을 직접 걸으며 써내려간 스물한 통의 수묵 편지 안에는 지리산 예찬을 넘어선 지리산의 풍경과 삶의 체험이 공존한다. 지리산을 순례길 삼아 삶을 돌아보는 것은 순간의 감탄으로 지리산 절경을 감상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지리산 주변을 감싸며 만들어진 옛길, 고갯길, 숲길, 강변길, 논둑길, 마을길, 계곡길 속으로 직접 걸어 들어가 그림으로 새기고 글로 쓴 이 책에는, 둘레길의 사계절뿐만 아니라 그곳에 깃들어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와 그들이 일구어낸 삶의 터전이 담긴다. 둘레길의 풍경과 호흡하며 내딛는 두 순례자의 걸음은 풍경 속 사람살이의 장면들을 함께 포착해낸다. 걷는 이의 삶과 걷는 이가 바라보는 삶이 이어지는 매 순간마다 지리산둘레길 21구간의 이야기는 예찬을 넘어선 성찰의 걷기로 가득 채워진다.


“스물하나의 둘레길 구간을 함께 걸은 두 순례자가 내놓은 화두는 끝이 없다. 산과 들과 강과 마을, 길, 차, 역사, 생명, 공동체, 고향, 생명 등 지리산 자락이 품어 안은 깨알 같은 존재들을 낱낱이 깨워 살뜰하게 일으켜 세운다. 거기에는 지리산에 깃들어 사는 사람들의 삶이 있다. 두 순례자는 지리산 자락을 둘러싸고 굽이굽이 휘도는 길들을 지나며 삶의 터전인 마을에 담긴 시공간의 두께를 만나고, 곡식 한 톨과 녹차 한 잔에 담긴 노동의 의미와 가치를 생각하며, 전쟁의 비극 뒤에 서린 서늘한 낭만과 죽음 뒤에 깃든 평화의 염원을 갈구하고, 대자연의 풍광과 가녀린 생명의 뜻에 두 손을 모았다.”
(김준기,「추천의 글-‘지리산 마음 순례’의 뜻을 오롯이 담은 편지」중에서」)

눈으로 보고, 마음으로 그려보는 지리산둘레길 21구간
지리산이 품은 역사의 흔적과 세상살이 속으로


두 사람의 걸음이 빚어낸 지리산둘레길 위에는 자연의 순리, 역사의 흔적, 지리산을 삶의 터전으로 삼아 살아가는 사람들이 한데 어우러져 있다. 각 구간마다 흔히 등장하는 마을의 ‘당산나무’. 지리산을 둘러싼 고을에는 마을의 수호신이 깃들어 있다는 당산나무가 곳곳에 아직도 남아 있다. 수백 년 세월의 흔적을 간직한 당산나무 아래를 지나는 두 사람은 나무 아래 길을 멈춘다. 이 화백은 화첩을 꺼내 스케치를 하고 동행한 둘레길 숲지기는 그 모습을 사진에 담으며 잠시 휴식을 취한다. 그 쉼 속에는 수백 년 세월을 견뎠을 당산나무의 내력과 마을의 안녕을 빌었던 옛사람들의 삶과 그 삶을 이어가는 현재의 삶이 공존한다. 지리산 자락에 지어진 사찰을 지나며 역사적 부침을 생각하고 우리네 자화상을 떠올리는 것은, 둘레길을 걸으며 나를 성찰하는 일인 동시에 시대와 단절되지 않으려는 노력이기도 하다. 빼어난 지리산 산천을 바라보며 감탄하다가도 그곳에 계획된 댐 건설 사업에 가슴 아픈 우려를 표하는 마음도 이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행여 글로 담기지 못할까 우려하는 마음이 화첩으로 옮겨오기도 한다.


계절의 순환을 따라
지리산이 품은 생명의 흐름과 세상살이 속으로


역사와 세월이 흐르는 지리산둘레길 위에는 자연의 순리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는 계절의 흐름이 더해진다. 바람과 빛의 흐름에 따라 매번 새로운 색을 품는 산과 강을 보며 걷는 길 위에서 계절은 봄, 여름, 가을, 겨울이라는 사계로 호명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지리산둘레길의 풍경을 화첩에 담은 이 화백과 그를 안내한 동행인이 가장 자주 바라본 곳은 ‘섬진강’에 뛰어든 ‘지리산’의 물빛이다. “산수를 그리는 화가로서 나는 언제나 현장의 아름다움을 증언하고 싶기에 소명감을 느낀다.”고 말하는 이 화백의 붓 끝에는, 계절의 흐름을 따라 흐르는 섬진강의 물빛이 있고 그 속에 뛰어든 지리산의 풍경이 있다. 동행인은 성찰의 길 위에서 그 겨울을 함께 겪으며 “생각을 명징하게 한다.”라고 말하기도 하고, “햇살이 좋은 날”이라고 낮게 감탄하기도 한다. 몸소 지리산 순례자가 된 두 사람이 그리고 써낸 지리산둘레길 그림 이야기 속에는 지리산이 품은 자연의 흔적과 그 속에 깃든 삶의 체험이 공명한다. 지리산둘레길의 새로운 동행자가 되는 첫걸음, 이 화백의 화첩 속 풍경으로, 그 풍경과 어우러진 성찰의 기록으로 무심히 빠져드는 일일 것이다.



책속으로/밑줄긋기

p.16 금계에서 동강으로 이호신 화백의 그림을 따라 둘레길을 걸어보자. 마을과 호흡하고 있다. 살가운 사람 냄새가 뒤따른다. 함양안내센터에서 동강으로 길을 잡으면 먼저 의평마을이 있고, 의중마을이 이웃해 있다.


p.80 때와 철에 맞춰 들꽃들이 제자리에서 환하다. 지금이 꽃자리, 지금 여기가 진리의 자리! 오랜 가르침이 그렇게 전해지는데….

내 자리, 지금 자리를 얼마나 못마땅해하는가!


p.137 나라가 어지러울 때일수록 민초는 단단해진다. 가슴에 품은 꿈을 석물로 만들거나 이야기로, 노래로 담아 전한다. 경계를 넘어 무경계의 경지, 그들은 이미 알고 있었다. 나누고 싸우는 일은 권력을 독점하기 위한 전쟁 놀음이라는 것을….


p.156 장날, 인근 논밭과 산에서 채취된 농산물과 임산물을 팔고 있는 노점상 어깨 위로 눈이 내린다. 시리고 추운 겨울 지리산, 인월장에 옹기종기 모여 생존의 거룩함을 이어가는 사람들이 기댈 곳은 이웃과 지리산이다.


p.172 생명은 들숨과 날숨 사이라지. 깊이 마시고 깊이 내쉰다. 그만큼 깊어지는 걸음이 된다. ‘몇 번을 더 맞이할 수 있을까?’ 이 화백이 묻는다. ‘무엇을요’. 생애에 맞이할 수 있는 봄을 세어보란다. 온전히 봄을 맞이한 적이 많지 않다. 이번이 마지막일지 모른다. 늘, 하루하루가….


p.191 삶이란? 시대마다 그 뜻을 묻는 이들이 있었다. 절박한 세월을 사는 이 들은 고통과 공포를 견디며 애절하게 원했다. 일상의 평안과 행복을… ‘식구들과 오순도순 다리 뻗고 사는 일이 왜 그리 먼지…’ 이 길 위에서 못나서 버림받거나 뜻이 다르다는 이유로 외면당한 이들을 떠올려본다. 조선의 불교인, 빨치산, 한센인. 이 길 위에 드리워진 우리의 그림자이다.


p.201 마을, 사람, 길. 모든 게 익숙한 곳이다. 길에서 만나는 모든 게 정겹다. 어쩌면 세상의 모든 것들은 스스로를 알고, 나아가 세상으로 열린다. 그리고 무심한 듯 제자리를 빛내고 있다.


p.225 둘레길이 옛 사람들의 마음을 다시 추스르는 기회를 만들었다. 지리산 곳곳이 문화재이다. 늘 물질과 이익을 위해 아옹다옹하는 현세적 욕망 속에서도 그 밑바탕에 불씨처럼 반짝이는 깊은 ‘사랑’을 꺼내려 탑을 쌓거나 부처를 새기던 문화인들의 흔적이 곳곳에 즐비하다. 또한 공동체 의식이 녹아 있는 유무형의 존재들이 지리산이기도 하다.



저자 소개

그린이 : 이호신


화가 이호신(玄石, 검돌)은 이 땅의 자연과 문화유산을 재발견하고 오늘의 삶을 ‘생활산수화’로 발표해왔다. 지리산자락(산청)에 귀촌하여 지리산권의 자연과 인문기행을 통한 그림순례를 지속하고 있다. 19회의 개인전을 열었으며 『길에서 쓴 그림일기』『숲을 그리는 마음』『우리 마을 그림순례』『산청에서 띄우는 그림 편지』『그리운 이웃은 마을에 산다』『지리산진경』『화가의 시골편지』『근원의 땅, 원주 그림순례』등을 내었다. 주요 작품이 국립현대미술관, 대영박물관, 이화여대박물관 등에 소장되어 있다.


글쓴이 : 이상윤


사단법인 <숲길> 상임이사로 ‘지리산둘레길’을 운영관리하고 있으며 ‘한국걷는길연합’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청소년시절 그려왔던 지리산으로 귀농하게 되면서 생명과 환경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섬진강과 지리산 사람들’ ‘지리산권시민사회단체협의회’ 등에 참여, 시민활동가로 살고 있으나 언제나 소박한 농사꾼을 꿈꾸고 있다.



차례

지리산둘레길 그림 편지를 열면서

01 세사를 시름하던 이들의 진입로
우리 또한 이곳이 고향이었지… 함양 금계~동강
02 섬지뜰, 생명의 끈을 잡은 하심下心의 길
오늘 하루를 묵묵히 채우는 일상 구례 오미~난동
03 섬진강에 깃든 꽃대궐
아이들 웃음꽃 끊어지지 않기를… 하동 삼화실~대축
04 길바닥에 놓여 있는 우리의 자화상
한바탕 지나는 꿈같은 봄날, 고향을 만났다 구례 산동~밤재
05 차茶 익는 길에서
서로가 볕이 되는 날, 온 세상이 부춘富春이다 하동 화개 부춘~가탄
06 증오와 두려움을 넘어서는 싱그러운 초록
비극을 기억하며 평화를 새긴다 함양 동강~산청 수철
07 시대를 넘어서는 삶의 흔적
뜨거운 날, 자신을 냉철하게 돌아보는 길 산청 운리~덕산
08 산이 강이며, 마을이 숲이다
‘지리산둘레길’을 걷는 것은 경계를 허무는 일 구례 송정~하동 가탄
09 이 길 위에 펼쳐진 내 가는 길
날마다 자신을 돌아보는 수행자의 길 산청 수철~성심원
10 낮은 자세로 사람들이 추수를 한다
우리 스스로 절개와 품격을 지닌 사람이다 구례 오미~방광
11 울긋불긋 옷을 갈아입은 숲길
무심한 자연의 흐름을 따르는 행복을 맛보자 하동 위태~하동호
12 장엄한 민중의 서사시 한 편 읽을 수 있는 곳
지금도 백성들은 일상의 무사를 빌고 빈다 남원 운봉~주천
13 판소리 가락과 장돌뱅이들이 가져온 세상 소식
해맑은 발걸음 한 걸음 옮기면 희망이 줄지어 오겠지… 남원 운봉~인월
14 두고 온 고향을 만나는 행운
늙어가는 산촌이 다시 환해지기를… 하동읍~서당
15 맘껏 펼쳐진 자연의 신비
숲과 섬진강, 그리고 들판 가득 생명이 넘실거린다 하동 부춘~대축
16 자주 멈춰 이름 불러주는 아름다움
가까이 살피며 걸으니 더 많이 보인다 구례 송정~오미
17 길 위에 드리워진 우리의 그림자
어둠을 뚫고 빛의 세계로 가는 여정 산청 성심원~운리
18 제자리를 빛내고 있는 무심함
그래 고향, 남명이 찾은 지리산이기도 하지 산청 덕산~하동 위태
19 산촌마을 짙게 배어 있는 사람냄새
지친 우리가 안길 곳은 이곳, 지리산! 하동 하동호~삼화실
20 자연의 섭리 따라 사는 사람들의 기억
소소한 일상을 사는 이들이 위로받을 수 있는 곳 구례 방광~산동
21 몇 백만 명이 걸었고 걸을, 이 길의 의미
서로 연결된 모든 존재 속으로 거침없이 걸어가자 남원 인월~함양 금계

지리산둘레길 그림 편지를 닫으면서
그린이 글쓴이 후기
추천의 말 - 김준기(지리산프로젝트 감독, 제주도립미술관 관장)
지리산둘레길 전체 지도 / 구간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