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그는 바다로 갔다

문성수 지음
쪽수
256쪽
판형
152*225
ISBN
978-89-92235-62-4 03810
가격
10,000원
발행일
2009년 4월 9일
분류
소설집
책소개
문성수 소설집 『그는 바다로 갔다』 출간 

지역적 장소를 단지 작품 배경으로써가 아니라, 그 공간적 의미를 작품 속에서 형상화하기 위해 늘 노력해 온 문성수 소설가의 소설집 『그는 바다로 갔다』가 출간되었다. 이 작품집은 중편인 「춤추는 나신」과 「출항지」, 「배는 돌아오지 않는다」, 「그는 바다로 갔다」 「탑에 오르다」 등 7편의 단편을 비롯 총 8편의 작품으로 이루어져 있다.

‘바다’의 공간적 의미와 인간의 존재론적 근원을 탐구하는 작품들

이번 소설 작품집은 ‘바다’의 공간적 의미와 인간의 존재론적 근원을 탐구하는 작품들로 구성되어 있다. 먼저 「출항지」, 「배는 돌아오지 않는다」, 「그는 바다로 갔다」 「선셋」 네 편이 바다를 소재로 하고 있다. 누구든 세상과 소통하고 이해할 수 있는 인식의 ‘창(窓)’을 가지고 있다면 ‘바다’도 그 중의 하나가 될 것이다. 그 ‘바다’가 지리적 장소로서의 매개물이 될 수 있고, 원형적 심상을 지닌 공간으로서의 추상성을 내포할 수도 있다. 육지와 경계선상에 놓여 끝과 새로운 시작이라는 순환적 의미가 생성되는 순간 바다는 우리에게 많은 가능성을 열어놓게 됨을 형상화하고 있다.
「탑에 오르다」,「바람 위에 앉아」, 「호접몽」은 여러 가지 삶의 비극에 대해 다루고 있다. 우리에게 처해진 삶의 비극은 여러 가지 방향에서 해석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운명적이든 역사적이든 사회적이든 자신의 내부적 성격 탓이든 간에 타자에 대한 폭력성은 우리의 일상적 현실 속에 늘 내재하고 있다. 그래서 폭력성은 근원적인 삶의 비극을 항상 배태하고 있는지 모른다.
중편 「춤추는 나신」에서는 자신에게 던져진 운명의 그물을 끊고, 보랏빛 세계로의 신분상승을 시도하다 끝내 좌절할 수밖에 없는 인물과 그러한 대상을 일방적으로 사랑하다 이룰 수 없는 사랑의 상처를 입어 번민으로 고통받는 비극적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작품 소개
「출항지」 

우리의 삶이 너무 지루하거나 고통스럽게 여겨질 때가 있다. 그래서 곤혹스런 일상을 떠나 알 수 없는 미지의 세계를 늘 꿈꾸며 나아가기를 열망하는지 모른다. 작품 「출항지」의 인물들이 그렇다. 부둣가에 있는 카페 <테네리페>에 모여드는 사람들, 선원들에게는 출항을 앞두고 그곳에 한 번 들려야만 무사항해를 할 수 있다는 묵계의 징크스가 있다. 그러나 선원이 아니면서도 늘 단골손님처럼 찾아와 무연히 앉아 있다 돌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잡지사 기자인 그는 그곳의 독특함을 특집으로 꾸미기 위해 취재하러 왔다가 그들의 행동에서 어떤 기이함을 느끼게 되고, 결국 출항을 앞둔 선원들을 바라보며 매몰된 자기 일상에서 벗어나 새로운 세계로 나아가려는 연습을 해왔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자기를 뒤돌아보게 된다. 그 역시 그들과 동류였음을 확인하고 그러면서도 떠나지 못하는 자신에게 절망감을 느낀다.

「배는 돌아오지 않는다」

‘바다’가 추상적 공간이 아닌 구체적 삶의 공간으로 의미화될 때, 그 바다는 두려움과 고통스런 삶의 현장이 되는 경우가 있다. 「배는 돌아오지 않는다」에서 김제호 사장은 대서양어장에서 함께 배를 탄 동생을 선상사고로 잃은 후, 바다는 밝은 미래로 채색되는 희망의 공간이 아니라 냉정한 삶의 현실로서의 바다, 그래서 타고 넘어야 할 고통의 바다로 재인식하게 된다. 그토록 선주가 되길 원했던 동생의 소원을 들어 배를 산 후, 그의 이름으로 선명을 지었지만 시신도 찾지 못한 그곳에서 언젠가는 불쑥 솟아올라올 것 같은 동생의 환영 때문에 대서양을 떠날 수가 없었고, 그곳만 고집하다 자국 경제수역에 대한 규제가 강화됨에 따라 변변찮은 어획량으로 회사를 접을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이게 된다. 그가 불행에 빠졌을 때, 가장 도움을 준 갑판장이었던 보승 강씨도 마찬가지이다. 현실에 제대로 발붙이지 못하는 그들에게 바다는 구체적 삶터가 되지 못한다. 다만 추상적 풍경으로 변해가고 있음을 숙명적으로 깨달을 뿐이다.

「선셋」

‘바다’가 권태로운 일상의 끝인 죽음의 공간으로 인식되기도 한다. 「선셋」에서 ‘나’는 비인간적인 현실에 대한 권태와 절망 속에서 길을 헤매다 등대가 있는 어느 외진 바닷가에 이르게 된다. 그곳에 있는 카페 <선셋>의 여인으로부터 어떤 구원의 실마리를 찾으려 하나 결국 그곳마저 또 다른 절망적 현실임을 깨닫고 바다라는 허무의 심연과 함께 함으로 구원의 빛을 얻으려 한다.

「그는 바다로 갔다」

바다에서 울려오는 원시음을 듣고 그간 고통과 방황의 질곡 속에 헤매다 새로운 방향의 가능성을 찾게 되는 계기로서의 ‘바다’가 있다. 「그는 바다로 갔다」에서 나는 어렵게 상고를 졸업한 은행원이다. 기댈 언덕 하나 없는 도시의 현실 속에서 가난한 어머니에 대한 부채감으로 미래를 허덕이며 살아야 한다는 고통이 젊음을 시들게 했고, 젊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삶의 우울과 생활의 곤궁이 뒤섞인 시꺼먼 개펄에다 인내라는 씨앗을 뿌려 꽃피게 할 수 없다고 느끼고 있다. 희망을 가지기엔 절망이 앞질러 가버리고 하루의 피곤이 심해 속으로 가라앉히는 일상으로 절망한다. 어느 날 어두운 숲길을 돌다 삼나무 밑에 웅크리고 앉아 있는 어떤 사내를 만난다. 그는 배의 통신사였고 육지에 남겨둔 아내의 부정으로 인해 정작 그가 통신을 주고받아야 할 내용 대신 다른 남자와 자면서 질러대는 신음소리의 환청 때문에 도저히 선원생활을 할 수 없어 배에서 내린 후 그만 삶의 방향을 잃어버린 남자였다. 그는 자신을 괴롭히는 신음소리의 환청을 몰아내고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어떤 소리를 갈구하고 있던 중이었다. 술에 취해 숲길을 걸어 자취방으로 내려오던 중, 그는 숲속에서 바다에서 울려오는 폭풍우의 원시음을 듣게 된다. 그가 그토록 갈구했던 그 소리는 정작 도시의 소음에 불과했지만 그는 거기서 환청을 몰아내고 다시 바다로 갈 수 있다는 가능성을 얻는다. 나도 그가 사라진 새벽녘에 도시를 덮어버린 안개 밑에서 그가 들었다는 원시음을 듣게 되며 다시 일어서고 싶다는 새로운 출항의 돛을 올리게 된다.

「탑에 오르다」

이 작품은 피해자와 가해자들이 한 사건을 놓고 시각을 달리해 해석하는 과정을 ‘탑’이라는 매개물을 상징화해 형상화한 작품이다. 「탑에 오르다」에 나오는 인물은 직장 여상사의 지위를 이용한 폭력과 자신의 우유부단하고 소심한 성격 탓으로 직장에서 쫓겨난 뒤 정신병원 신세를 지며 고통스런 나날들을 보내고 있다. 그러기에 그의 아내 역시 비극적인 삶의 고달픔을 느낀다. 현실의 폭력이 한 인간의 정신세계를 얼마나 황폐화시키는지를 보여주지만, 한편 그것은 타인과 부딪혀서 생긴 외상을 치유하는 길이기도 하다. 주인공은 전에는 고소공포증으로 결코 오를 수 없었던 탑에 결국 오를 수 있게 된다. 탑에 오르려는 노력으로 고통을 극복하려는 존재론적인 시도를 의미화한 것이다.

「바람 위에 앉아」

소설집에 실린 작품들 중에 가장 오래된 시간이 배경으로 나온다. 원시 시대라 할 수 있는 시ㆍ공간에서 펼쳐지는 ‘당구르(天君)’의 고뇌와 결심이 이 소설의 갈등 구조이다. 「바람 위에 앉아」의 주요 인물인 ‘당구르’는 원래는 누구보다 빨리 달릴 수 있고 사냥도 잘해 사람들은 그를 ‘바람 위에 앉아’라고 불렀다. 그러나 ‘노래하는 새’가 그를 당구르라 부르고 뭇 사람들이 따라 외칠 때부터 그는 사냥을 하지 않아도 좋았다. 다른 이들이 사냥한 짐승이나 겨집들이 따온 여름(열매)을 맨 먼저 가져와 바쳤기 때문이다.
차츰 ‘바람 위에 앉아’가 아니라 당구르가 되어 가며 자신도 모르게 목소리는 무게에 눌려 낮게 가라앉고 몸은 재빠르게 움직일 필요가 없었다. 마침내 그의 뜻이 곧 그들의 일이 되어 버렸다. 누구도 그를 거역하지 않고 몸을 낮춰 따랐던 것이다. 그러나 ‘숲이 낳은 애’로 말미암아 당구르는 원래 자신의 이름인 ‘바람 위에 앉아’에 걸맞은 존재로 거듭 태어나게 된다.

「호접몽」

민속촌에서 대장장이로 일하는 ‘김씨’는 대장간에서 일을 하다가 어느 날 문득 자기가 옛날의 진짜 대장장이로 되돌아간 것 같은 환상에 빠져들고, 또한 그가 내심 마음에 두고 있는 전통 혼례식에서 신부 노릇을 하고 있는 서 양 또한 민속촌 폐장이 되면 혼자 전통 가옥의 별채에서 비현실적인 의고체를 쓰면서 마치 사극에 나오는 배우처럼 연기에 몰입한다. 이 작품에서는 왜곡된 방식으로 꿈을 전유해 버리는 모습을 통해 꿈과 현실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인물의 심리를 다루고 있는 작품이다.

「춤추는 나신」

중편 「춤추는 나신」에서는 보랏빛 세계로의 신분상승을 시도하다 끝내 좌절하는 인물을 일방적으로 사랑하다 상처를 입어 번민으로 고통받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나’는 대학에 복학한 후 강의실에서 ‘그 애’를 처음 보게 된다. 그믐달같이 날카로우면서도 청순하고, 애절한 연민을 불러일으키면서도 요염한 그 애의 모습에 한눈에 사랑을 하게 된다. 그러나 그 애는 정작 나에게는 관심을 두지 않는다. 빈궁의 삶을 살면서도 미모를 무기로 해운대 관광호텔이나 부유층들이 자주 모이는 곳을 기웃거리곤 한다. 그런 그녀를 안타까운 아픔으로 따라다니다 그녀의 언니로부터 들은 이야기는 충격적이었다. 그녀의 어머니는 미모의 발레리나로 재벌의 아들과 만나 두 딸을 낳았지만 그것이 사기결혼이었으며 유명한 바람둥이였다는 충격으로 인해 정신병을 얻었고, 그로 인해 버림을 받아 부산으로 내려오게 되었다는 사실이었다. 결국 ‘그 애’도 신분 상승을 꾀하다 사법연수원생을 자칭하는 사기꾼의 마수에 걸려 그 충격으로 그만 자기 어머니와 같은 정신병에 걸리는 가혹한 운명의 그물에 갇히게 된다. 어렵게 만난 그의 언니로부터 그 애가 정신병원에 입원했다는 말을 듣고 그곳을 함께 찾는다. 그곳에서 ‘그 애’의 극도로 혼란된 과대망상장애로 인한 다인증과 발작 증세를 목격한다.


저자 : 문성수
1952년 부산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부산대학교 대학원에서 국어교육을 전공했다. 1989년 부산문화방송 신인문예상에 「아버지의 반지」로 가작 당선된 후, <문학21> 지에 「그는 바다로 갔다」로 신인상을 수상하였다. 그리고 2007년 「탑에 오르다」로 제12회 부산소설문학상을 수상했다. 그동안 각종 잡지 및 신문에 중·단편을 발표만 하였다. 현재 부산소설가협회 회장이다.

 
 차례
작가의 말

출항지(出航地)
배는 돌아오지 않는다
선셋(Sunset)
그는 바다로 갔다
탑에 오르다
바람 위에 앉아
호접몽(胡蝶夢)
춤추는 나신(裸身)

작품 해설-정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