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촌놈 되기 : 얼치기 촌놈 30년 비록(秘錄) “남의 것이 내 것이다”

신 진 지음
쪽수
254쪽
판형
152*225
ISBN
978-89-98079-22-2 03810
가격
15,000원
발행일
2017년 9월 29일
분류
수필

책소개

“시골로 가고 싶지만 …” 망설이는 이에게


도시생활의 빡빡함과 여유 없음. 탁한 공기와 인간관계의 뻣뻣함. 갈수록 힘겹고 재미없는 나날. 무언가 탈출구는 필요한데, 벌어놓은 돈은 없고, 자식들은 맘에 걸리고, 부모님 모시기엔 여력이 없다. 어떻게 할 것인가? 이 책은 말한다. ‘용기를 내어라’. 삶은 단순치도 않지만 복잡하지도 않다. 시골생활의 꿈, 이모저모 고민으로 머리 복잡한 사람들에게 판단의 나침반 역할을 할 신진 시인의 시골생활 비법을 만나보자.


‘월든’과 ‘조화로운 삶’은 잊어라

이 책은 외국사례나 단편적이고 기능적인 부분에 치우친 기존 귀농귀촌 서적들의 한계를 극복하고 있다. 보수와 진보, 순응과 저항 어느 한쪽에 서지 않았던 자유로운 개인의 위대한 삶의 성취. 조용하고 담담하게 자신의 삶을 반추하며, ‘우주 속 인간이란 존재는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가?’ 끊임없는 질문과 해답을 찾는 과정에서 땀흘리며 이웃과 부대끼며 지내온 신진 교수. 시골생활 30여 년, ‘삶이란 무엇인가’의 결정체를 만날 수 있다.


얼치기 촌놈, 30년 비록(秘錄)‘남의 것이 내 것’


촌 생활의 일상을 시 한 수에 녹여내고, 선인들의 삶에 비춰보고, 동식물 자연의 생태계에서 인간 존재의 유한함과 무한함을 입체적으로 알아가는 얼치기 촌놈, 30년 생활 속에 터득한 비결. 남의 것이 내 것이란 말속에 ‘내 것이 남의 것’이란 말이 숨어 있음을 우리는 모르지 않는다. 이 책은 1부 귀농귀촌의 마음자리 2부 동식물과 더불어 살기, 3부 촌놈 되기, 사람 되기로 구성되어 있다. 저자 신진은 얼치기 촌놈으로 자신을 낮추고 있지만 강산이 세 번 바뀌는 세월 속 내공이 담긴 농촌 생활, 삶의 철학을 일상의 사색으로 담아내고 있다.


왜 촌놈 되기인가? 촌놈 되기=사람 되기의 길


‘촌, 촌놈, 촌스럽다’란 단어. 세련됨이 없이 어수룩한 사람과 장소를 지칭하는 이 말은 과연 온당한가? 가식과 허위를 벗고 기꺼이 ‘촌놈 되기’를 선택하는 길 속에 자유가 있음을 저자는 말한다. “일단 자연 가까이 닿으면 거울 앞에 서는 듯 나를 가까이 만나게 되고 구체적인 실천도 용이해지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그렇게 하지 않았더라면, 나는 지금도 남의 것을 탐내고 흉내 내기 바쁘게 살고 있을지 모릅니다. 자연은 현실 도피처이자 안식처이기도 하지만 대자적(對自的) 존재의 자유를 회복시키는 적극적인 공간이기도 합니다. 개체적 자유가 공동체적 연대이며 공동체적 연대가 곧 자유인 삶을 경험하는 과정, 거기에 나는 ‘촌놈 되기’라고 말을 붙여봅니다.” - 작가의 말 중에서


시인의 눈으로 본 촌과 촌놈, 촌놈 되기

촌 생활에서 경험하고, 느낀 갖가지 소회를 간간이 시로 담았다. 촌 이웃의 이야기가 한편의 드라마 같은 시(「농업인 장승옥 씨의 첫날밤」,「정삼자 여사의 마당 깊은 집」등)로 담겨 있기도 하고, 촌 생활의 정겨움이 담긴 풍경화 같은 시(「장닭」)도 보인다. 동물이나 식물을 대하는 촌 사람들의 모습에서 자연과 더불어 사는 사람들이 어떤 자세여야 하는가를 배우게도 된다. 작은 것을 따뜻하게 보듬는 촌놈 된 시인의 마음이 시를 통해서도 전해진다.


 


책속으로/밑줄긋기

p.25 이웃과 함께 울고 웃고 땀 흘릴 마음이 있다면, 집이 없어도 살아갈 집을 얻을 수 있고, 땅이 없어도 땅을 부칠 수 있는 데가 촌입니다. 대단한 건강 체질이 되지 못하는 이들도 어렵지 않게 살 만한 데를 찾아 살 수 있을 것입니다. 먼저 부질없는 욕심일랑 내려놓고 이웃에 마음을 열면 매운 텃세도 녹아내리고, 잡새도 똥개도 스승이 되고 친구가 될 것입니다. 한 되 주면 한 되 넘어 갚으려고 애들 쓰며 사는 많은 촌(村)님들을 이웃으로 모실 수 있을 것입니다.


p.31 컨테이너 집에서는 이웃이 더 가깝습니다. 이웃들이 집주인을 편하게 여기게 되고, 그러다보면 문밖 흙과 나무에게도 더 가까운 이웃이 됩니다.


p.33 내가 쓰고 남긴 컨테이너 하우스가 언젠가 제 할 일을 마치고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태어날 때를 상상할 때도 있습니다. 깨끗하게 뜯겨, 당당하게 새로운 자리에 드실 내 지킴이, 새로운 철의 모습, 분수에 맞춘 평안 위에 덤으로 얻는 부활의 쾌적감, 자위에 지니자 않을지도 모르긴 하지만, 이도 얼치기 촌놈이 맛보는 위안의 하나라 하겠습니다.


p.41 나는 내 아이들이 보잘것없는 조약돌들이 되었다 할지라도, 삶의 싱거운 맛도 아는 사람, 바람 따라 몸을 눕히기도 하고, 누웠다가는 일어서기도 하며 분수껏 살아가는, 풀꽃 같은 생명을 품은 존재들이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이웃들을 먹잇감으로나 여기면서 나를 중심으로 세상을 조작하려드는 탐욕스런 승리자가 되지는 않기를 바라는 겁니다.


p.68 가진 것이 다르고 성격이 다르고 원하는 바가 다를지라도 서로 다가가는 마음, 서로 존중하는 마음이야 말로 귀촌 초입의 마음이 아닐까 합니다.


p.110 기왕 촌살림을 택한 이라면 조용히 강, 산, 들의 질서 같지 않은 질서, 자유 같지 않은 자유의 맛부터 즐기시는 게 좋을 것입니다. 동물을 기르려면 자신의 기분에 따르기보다 판매용의 경우든 반려 목적의 경우든 환경에 맞추어 동물들의 입장부터 고려해야 할 것입니다.


p.111 얼치기 촌 것 되기― 너무 욕심 부리지 않고, 약간의 물리적인 손실은 감당하겠다는 마음이 있다면 누릴 거리가 많습니다. 요모조모 갖추겠다고 미루다가는 정자 지으려고 솔 심는 격이 될 것입니다. 준비는 여물게 하되 망설이는 데 버릇 들지 않아야 합니다. 전문 농어업인이 아닌 다음에야 준비라 해야 별 거 없습니다. 아는 만큼 즐기고 모르면 묻고 남의 것을 그에게 챙겨주는 단순한 마음가짐일 뿐. 어딘들 가서 살지 못하겠습니까? 눈 떠 보고. 코로 숨 쉬며 손발 움직이면 함께 살아가게 돼 있거늘.


p.186 ‘하면 된다.’는 성장 제일주의는 이제 ‘함부로 해서는 안 된다.’는 내적 각성, 참삶의 강으로 거듭나야 할 때입니다.


 


저자 소개

신진


부산 범천동에서 태어났다. 월간 『시문학』에서 시 추천완료(1974~1976)했고 1981년부터 2016년까지 동아대학교 국문학과, 문예창작과에서 문학 강의를 했다. 시집으로 『멀리뛰기』 등 8권을 펴냈으며 논저로 『한국시의 이론』 등 9권이 있고 창작동화 『낙타가시꽃의 탈출』을 펴냈다. 1987년 봄부터 강촌, 산촌에 주거지를 두고 요령껏 어정잡이 귀촌 생활을 해왔다. 시문학상, 봉생문화상, 부산시 문화상 외 다양한 문학상 수상 경력이 있다.




차례

책머리에


1장 귀농귀촌의 마음자리
문득 다다른 잡새들의 고향
철판 집, 값싸고 마음 편합니다
도시아이 촌에서 가르치기
바깥 농사, 남이 지어줍니다.
진짜 자연인
태극기를 바람에 휘날리세요
라보, 0.5톤의 우리집 애마
부동산 투기, 투자가 아니라 가로채기다
농투성이 부부의 너른 마당


2장 동식물과 더불어 살기
강변의 작은 동물농장
나만의 야성, 오리 사냥
반달가슴개의 추억
자연 마을의 침입자
체리피커와 진달래
선약(仙藥) 백초액
미운 병아리 삼총사
꿩대가리의 은신(隱身)


3장 촌놈 되기, 사람 되기
강을 살려라
산길 끝에는 사람마을이 있네
한 부부 홑벌이제를 제안합니다
헛소리, 사람사이의 벽입니다
먼지처럼 작고 가벼운 보석, 다다(DADA)
소박한 신성(神性), 정지용의 시「향수」
어정잡이 만세
밥딜런과 원효네 엄마의 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