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춘자 지음
쪽수 | 208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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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형 | 152*225 |
ISBN | 978-89-6545-407 6 03810 |
가격 | 14800원 |
발행일 | 2017년 03월 20일 |
분류 | 한국 에세이 |
*2017 세종도서 문학나눔 선정도서
책소개
"언젠가 나도 하나의 아름다운 풍경이고 싶다"
화가 김춘자가 들려주는 생명, 자연 그리고 예술
<자라는 땅>, <生>, <Breathe> 등 생명과 자연을 주제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화가 김춘자의 첫 번째 산문집이 출간됐다. 김춘자 작가는 1980년대부터 지금까지 부산 지역 화단에서 자신만의 작품세계를 확고히 구축하며 자유로운 붓질로 자연을 표현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무엇보다 식물과 동물 그리고 사람 등이 한데 어우러져 생生의 의미를 생각해보게 하는 작품들을 발표해왔다.
『그 사람의 풍경』은 47편의 산문을 통해 이러한 작품 뒤에 숨겨진 작가의 일상과 사색을 담고 있다. 생명의 숭고함을 온몸으로 받아들이고, 일상의 찰나에서 움트는 삶의 의미를 포착하여 ‘살아간다는 것’에 대한 생각들을 아름답게 표현했다. 작가는 산문집의 표지그림에 대해 “거짓 없이 순응하며 아낌없이 나누어 주는 자연의 심성에 닿아 있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어린 싹, 바람, 새, 꽃 등을 온몸에 담고 있는 사람의 모습이 진정한 아름다움이라 설명하며 자연에 대한 무한한 동경과 사랑을 표현했다. 동시에 문명에 젖어 생의 민낯에서 멀어져가는 자신을 반성하기도 한다. 진실한 아름다움에 대한 어느 화가의 동경과 고뇌를 만날 수 있는 산문집 『그 사람의 풍경』, 화가 김춘자가 전하는 평범한 일상 속 특별한 삶의 의미를 만나보자.
시간이 추억이란 이름으로 감춰 놓은 것들
얼른 그 자리를 벗어나 왔던 길을 돌아오며 친구가 건네준 작은 가지 한 개를 받아 베어 물었다. 아직 심장은 두근거리는데 입 안에 풋가지의 엷은 단맛이 번졌다. 그것은 가지 맛이라기보다는 그 어린 날 여름 새벽, 내가 처음 맛본 낯선 여행의 맛이었다.
달콤하고 알싸한 생에 대한 호기심의 시작, 그 맛. _「가지서리」p.26자신의 독특한 예술세계를 펼치는 작가들을 보면 생각의 시발점이 궁금해진다. 오랫동안 생명에 관한 그림을 그려온 화가 김춘자. 그녀의 작품은 어디서부터 시작한 것일까?
작가는 이번 산문집을 통해 자신의 작품 세계를 만드는 일상의 영감들을 보여준다. 친구를 따라 가지 서리를 했던 유년시절의 추억에서부터 지하철, 집 앞 산책로 등 일상의 공간에서 느낀 생각들까지 삶의 곳곳에 배인 영감들을 기록했다. 특유의 시선으로 지난 시간들을 더듬으며 추억, 사람, 그리움, 삶의 이야기를 섬세하고 깊이 있게 풀어낸다. 특히 시를 읽는 듯한 화가의 문장들은 머릿속에 그림을 그리듯 다가와 추억에 젖어들게 만든다.
“별을 잃고 야윈 우리들의 영혼은 밤마다 마른기침을 하며 뒤척인다”
순수에 대한 동경을 노래하다
도시는 춥다. 고층 빌딩 숲을 지나다 보면 빌딩에서 드리워진 그림자로 골목골목이 음지다. 건물과 건물 사이에 몰아치는 바람은 또 왜 그리 차가운지, 저절로 온몸이 움츠려 든다. 화가 김춘자는 부산에서 태어나 부산에서 활동하고 있다. 대한민국 제2의 도시라는 이름처럼 부산 곳곳에도 빌딩 숲이 세워졌고, 밤에는 별을 찾아보기가 힘들어졌다. 이런 도시의 삶을 살아가는 작가는 어떤 이야기를 전할까?
『그 사람의 풍경』은 수많은 욕망들이 날마다 새로운 하늘 집을 짓는 도시의 삶에 쓴소리를 아끼지 않는다. 또한 밤새 TV를 통해 흘러나오는 먹방(먹는 방송)을 보며 과식의 밤에 대해 논한다. 무조건 많이 먹고, 높이 짓는 도시의 과한 욕망을 들추며 우리가 진정으로 결핍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볼 수 있다.
“변질된 문명이 곪아 병든 사회의 뒷골목에 꽃들이 쓰러져 있어도 아무도 슬퍼하지 않는 현실이 안타깝다”는 작가의 말은 지금 우리들이 쉬이 지나갈 수 없는 오늘날의 풍경이 아닐까?
작품을 통해 나를 발견하는 일
자신의 삶을 궁구하는 인간의 모습은 아름답다. 그 속에는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희열이 있을 것이고, 때론 이유 없는 불안과 고통의 늪을 만날 것이다. 매일 자신의 생각과 감정들을 마주해야 하는 예술가들에겐 더 큰 진폭의 희열과 불안이 있지 않을까? 화가 김춘자는 이번 산문집을 통해 예술가로서의 삶과 작품에 대한 생각, 계속해서 걸어가야 하는 자신의 길에 대해 진지하게 이야기한다. 특히 개인전을 끝내고 불쑥 찾아온 심한 상실감, 성공과 예술 사이에서의 갈등 등 작품 뒤에 가려진 작가의 고뇌를 솔직히 담고 있어 인상적이다.
생명의 아름다움, 일상의 기억, 예술의 길 등 화가 김춘자의 삶의 풍경을 담은 산문집 『그 사람의 풍경』. 이 책을 통해 보통의 시간이 가지는 특별한 이야기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책속으로 & 밑줄긋기
p.34 어머니와 단절의 어둠이 내 몸을 가득 채워 밤마다 검은 장맛비가 내리는 꿈을 꾸었다. 꿈속의 모든 길들은 아래로만 향하고 나는 검은 깊이 쪽으로 쓰러져 일어서기 힘들었다. 그러나 언젠가부터 간장독 속 검은 간장 위에 뜬 흰 곰팡이 꽃처럼 내 몸 곳곳에 어머니와 함께한 시간들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 아름답고 그리운 시간들이….
p.91 만물이 태동하는 밤을 지키며 자라는 땅을 돌보고 찬양하는 일을 수행하는, 봄이 보낸 자식. 내 이름은 춘자다.
p.95 질펀한 봄꽃들에의 탄성, 그러나 이내 버릇없는 타성이 뼈에다 부질없는 낙서만 그어댈 뿐, 질문은 없다. 골목 어귀에서 문득, 이영주의 시집 『언니에게』와 맞닥뜨린다. 그녀의 낯선 문장 여기저기 불친절한 행간을 헤매다가 간신히 몇 개의 암시들을 주워 들고 집으로 돌아온다. 퉁명한 질문들이 잠결을 드나드는가 싶더니 언젠가부터 선반 위에 던져둔 알 수 없는 문장들을 꺼내 나의 뼈에다 대고 문지르고 있지 않은가. 그리고 그것으로 내 낡은 ‘폐쇄’를 툭툭 두드려본다.
p.106 수많은 욕망들이 날마다 새로운 하늘 집을 짓고, 문명의 꽃은 다투어 피어오르지만 순수의 결핍으로 별을 잃고 야윈 우리들의 영혼은 밤마다 마른기침을 하며 뒤척인다. 변질된 문명이 곪아 병든 사회의 뒷골목에 꽃들이 쓰러져 있어도 아무도 슬퍼하지 않는 현실이 안타깝다.
p.114~115 어깨 위에 촉촉한 여름밤이 내려앉고, 내 몸 속으로 녹아들어온 영롱한 벌레 소리는 모든 감각들을 잘고 부드럽게 두드려 깨웠다.
순수의 소리에 흠뻑 적셔진 내 영혼에 꺼져가던 불이 들어오고 점차 선홍빛으로 회복되어갔다. 둔감하던 심장이 여리게 꿈틀거리고 내 몸 저 깊은 곳에서 새로운 무언가가 다시 시작되려는 것 같았다.
p.123 꿈 , 순수, 고결한 신념, 순결한 사랑, 그리움 같은 별의 언어들이 우리에게서 하나, 둘 잊히고 사라져 우리의 영혼은 마침내 마른 나무껍질처럼 딱딱하게 굳어 갈라져버리고 마는 것이 아닐까 두렵다.
p.165 나는 빈 어둠이 되어 나무처럼 서서 겨울을 견딜 것이다. 내 밖에선 북서풍 매서운 바람이 불고 때론 진눈개비 흩날릴 뿐 아무도 나의 문 두드리는 이 없이 밤과 새벽이 석 달 열흘 교차하겠지. 긴 겨울의 무채색 풍경이 불러일으킨 우울감으로 안절부절 창가를 서성이겠지. 옆구리를 파먹어오는 고독으로 날로 야위어가겠지….
지은이 소개
김춘자
1957년 부산 출생으로 신라대학교 미술학과를 졸업했다. 개인전 18회, ‘80년대의 형상미술전’, ‘페미니즘아트세계해학의 독자성’, ‘상상력과 기호’, ‘식물성의 자유’ 등 다수의 기획초대전과 국내외 아트페어에 참여했고, 2009년 봉생문화상을 수상했다.
작가 블로그 : blog.naver.com/artchoon
차례
작가의 말
1
Are you artist?
노숙자의 미소
크레파스 사나이
천국의 아이들
가지서리
어머니와의 날들
골목의 시간들
나오시마 가는 길
벚꽃의 시간
문화를 거닐다
팔순 노모의 그림
2
내 안의 힐링
내 마음의 보석상자
톤레삽 호숫가의 집들
나만의 이브
비우기의 한 가지
나와의 대결
거처주의자
단순한 삶
내 이름은 춘자다
낯섦이라는 호기심
어처구니 없는 문학수업
3
짝사랑
생의 날것
벌레소리 산책
내 생의 여름
별이 도시에게
겨울 숲
사물들
미술은 과정이다
잠
청춘의 밤 그리고 새벽
그림 그리기는
나를 발견하는 도구
오래된 첫 저녁
4
어떤 야행
적당한 거리
강한 부드러움
겨울 나무의 말
당신에게
모란디와의 조우
불면과 달팽이
때론 쓸쓸함
친구
예술의 완성
나의 길
내 안의 땅
도판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