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문학/사상 3호 : 오키나와, 주변성, 글쓰기

구모룡 외 지음
쪽수
199쪽
판형
145*225
ISBN
978-89-6545-732-9 03800
가격
15000원
발행일
2021년 6월 15일
분류
비평론

책소개

비평지 『문학/사상』 3호 출간,
로컬에 대한 다양한 시각과 진실성으로


담론의 장을 마련하고 그 지형을 뒤흔든다는 기획 아래 창간된 비평지 『문학/사상』의 3호가 출간됐다. 2호에서 주변성의 개념과 그 이행을 위한 질문을 던졌다면, 이번 호에서는 주변부성을 좀 더 심화시키고 그 갈등과 모순에 접근하기 위한 구체적인 담론을 펼친다.


3호는 전보다 한 걸음 더 발전해 ∏비판-비평의 수가 하나 더 늘어 총 네 편의 글로 특집이 구성되었다. 도미야마 이치로, 사키하마 사나, 곽형덕, 심정명이 글에 힘을 실어주었는데 이들 모두 일본과 한국에서 연구와 담론을 이끌어 가고 있는 이들이다. 오키나와에 관한 폭력과 지배 그리고 주변성에 입각한 문학이 특집을 이루며 독자에게 국민국가와 지역, 그 관계에 대한 관찰의 시간을 선사한다. 또한 특집이 마무리를 짓는 자리에 구모룡 교수의 날카로운 제주 Ⅹ현장-비평을 실었다. 이어지는 ∞쟁점-서평에서는 주변부성을 여실히 드러내며 구체적인 곳에서 찾는 진실을 마주한다. 우리는 3호로 말미암아 다양한 시각으로 로컬의 시작에 좀 더 접근하기 위한 기획을 해볼 수 있다.


일본과 한국을 횡단하는 오키나와 담론과 오키나와 문학, 그 주변성


특집에서 우리는 네 명의 사유를 엿볼 수 있다. 도미야마 이치로는 자신의 글 『시작의 앎』을 연장하며 오키나와에 관한 일본인들의 경계와 무지를 인지하고, 균열의 회복에 집중하는 과정을 읊는다. 특히 모자란 일본의 역사 인식을 문제 삼아 ‘안다’고 하는 삶의 영위에 대해 고뇌한다. 오키나와의 평화는 일본의 것이 아닌 자립된 그들의 몫이며 이것을 발언함으로써 무지를 인정하고 오키나와와 일본 두 관계성에 집중하며 회복을 논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사키하마 사나는 이하 후유의 ‘일류동조론’을 재독하여 이하 후유 그가 일본과 오키나와의 관계에 대해 반복적으로 물음을 제기하여 사후에도 많은 독자를 매혹시켜 왔음이 분명함을 이야기한다. 이하 후유는 제국적 평등을 위해 오키나와의 신기지 건설이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그것이 옳고 그르다를 논하기 전에 중요한 것은 오키나와인과 일본인, 둘 사이에 대한 동등한 몫을 요구했다는 점이다. 그의 사상적 도전을 ‘신화 다시 쓰기’라 표현하는 사키하마 사나로 말미암아 이하의 텍스트야말로 혁명이며 폭력적인 주변부성에 대항하는 비폭력이자 인식적 평화라고 받아들일 수 있다.


이어서 곽형덕은 한국에서 진행하는 오키나와 문학 연구가 지니는 ‘유사성의 함정’을 논파하고 그에 따른 올바른 방향을 제시한다. 지배당한 식민지라는 아픈 과거를 공유하고 있는 한국과 오키나와는, 그 역사적 유사성으로 국민국가와 지역이라는 스케일의 한계를 뛰어넘어 버린다. 그러나 엄연히 다른 역학 관계 속에 있으므로 다양한 주변 국가와의 주변성을 확립시켜 여러 관계를 이해하고 고찰하여야 한다고 말해준다.


오키나와에 반복되는 폭력과 저항하는 힘의 존재를 메도루마 슌의 작품을 보며 끌어내고 있는 심정명은 그가 오키나와 신기지 건설에 어떤 식으로 대항하고 있는지 설명한다. 소설가인 메도루마 슌은 작품과 함께 다양한 육체적 행위로 시위를 표현한다. 그의 고독한 저항은 우리에게 ‘시작의 앎’의 의미를 깨달으라고 말하는 듯하다.


동아시아 지중해와 제주 해녀 로드


‘Ⅹ 현장-비평’으로 ‘동아시아 지중해와 제주 해녀 로드’를 실은 구모룡은 제주라는 텍스트를 읽어내는 시각에 대해 말한다. 제주를 제주의 관점으로 보면서 자기중심에 갇히지 않는 방법을 모색해야 하며, 제주 안의 주체이자 타자인 해녀는 여성문화라는 차원에서 재해석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방법으로서의 제주’라는 관점이 필요한 현 시점에, 타자의 관점이 아니라 제주의 관점에서 제주를 바라보고 해석하자고 제안한다. 이렇게 바라보면 해녀 문화의 동아시아적 위상이 보인다. 제주 해녀가 일본열도의 연안에서 남중국해를 경유하여 발해만에 이르고, 한반도의 남해와 동해를 거쳐 블라디보스토크를 오간 사실에서 제주라는 로컬과 한국이라는 네이션, 동아시아라는 리전, 세계라는 글로벌로 시야를 확장해 볼 수 있으며, 이렇게 로컬에서 동아시아지역으로 시좌를 넓힐 때 새로운 국면이 열린다고 말한다.


주변부성의 본질에 육박하는 단단한 글쓰기


어긋난 듯 비슷함을 띠는 네 개의 서평들은 한결같이 단단한 글쓰기를 보여주고 있다. 나름대로 공통적인 지표를 그리며 부유하고 있는 글들은 독자에게 충분한 사유의 기회를 주며 우리 주변의 본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 한다. 문학평론가 강희정은 『억척의 기원』으로 역사적, 사회적 소수자들의 구술과 그에 대한 청취가 그들과의 진솔한 대화로서 시작되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홍명교 기자는 『우한일기』를 읽고 코로나19 세태가 보여주는 중국 사회의 모순을 짚어준다. 중국이 이루고 있는 로컬적 폐쇄가 얼마나 우매한지, 오늘날 중국 사회가 ‘자유’를 이루고자 하는 행위가 어떤 상실과 딜레마를 상기시키는지 이야기하며 저자의 소시민적 의지를 느끼게 해준다. 안상학의 『남아 있는 날들은 모두가 내일』을 읽고 그의 시를 날카롭게 짚는 김만석 평론가는 어떤 풍경의 생성을 공통된 내장기관의 연결을 통해서 구성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어서 존재와 기억에 따른 ‘내장풍경론’을 이야기하며 새로운 모습으로, 변용된 신체로서 시를 바라보는 일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절박한 삶』은 다섯 명의 탈북 여성에 대하여 이야기한다. 그들은 정영선 소설가가 하나원에 근무하던 시절 만난 교육생이다. 『절박한 삶』의 저자는 북한 이주 여성의 이야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인터뷰를 하는 자신의 모습까지도 독자에게 보여주는데, 정영선 소설가는 이것이 효과적인 메시지 전달을 위한 고민의 결과라고 말한다. 항상 질문과 충고를 받는 탈북민은 더 이상 배제와 차별의 대상이 아니며, 도리어 그들이 우리에게 질문을 던지는 존재가 되고, 한국 사회를 비추는 거울이 된다고 날카롭게 짚어준다.



첫 문장

문학과 사상의 대화 혹은 문학 안의 사상과 사상을 사유하는 문학을 지향하며 이제 3호를 내게 되었다.


책 속으로_권두시

점유의 공화국


할 말 많은 새들이 잠을 깨운다 중구난방 회합장이 된 이 집 지붕은 누구 것인가, 하품을 늘어지게 하며 잠깐 물어보는 사이에도 날아오고 날아간다 한 뙈기 텃밭은 무료급식소, 옆집 굴뚝에 세 사는 참새들이 내려와 종종 끼니를 때운다 까치가 가끔씩 입맞춤해도 잔디들은 군말이 없다

황금조팝 겨드랑이에서 노란 혀들이 솟아나고 있다 납작 엎드려 한파를 견디던 잔디도 옆으로 손을 뻗는다 본격적으로 거주지를 넓혀갈 때다, 지도자의 진군 나팔소리 없어도 알아서들 기어간다 잔디는 횡렬종대로 어깨를 겯고 침울한 기분을 떨치려는 듯 부추가 허리에 힘을 준다 수심이 깊어진 마늘과 수태 중인 달래가 동거한다

등기권리증이 통하지 않는 거주지
텃밭 공화국엔 형형색색 깃발들이 진동한다
인민들이 기지개를 켠다 지렁이도 나비도
말없이 대화하는 자유민주주의 공화국
추위와 배고픔을 증명하지 않아도 기초수급은 된다

뿔이 나고 있다 안간힘으로 밀어올리는 푸른 비명, 숨어지내던 갓도 깃대를 세우고 사철나무에 더부살이하던 더덕도 혀를 내민다 잔디들이 어깨 겯고 으쌰으샤 웃음을 터트린다 뽕나무 그늘 한 귀퉁이에서 꽃마리가 흥분해 잎을 떨고 제비꽃이 수줍게 환호한다 잔디가 파고들어도 개망초가 밀어붙여도 집집이 일가를 이루었다

옹색한 지하방 붙어 잘 수록 따닥따닥 새끼들만 늘었다 단결심 좋은 잔뿌리들은 안온한 거주처, 온몸이 굴삭기인 지렁이들도 새끼를 쳤다 바위가 엉덩짝 하나 내주어 고향도 출처도 모르는 꽃양귀비도 돌나물도 문패를 달았다 아무도 명령하지 않고 집행하는 이도 본 적 없지만 법은 지켜진다 아무도 찌르지 않는다 화살나무와 화살나무 사이 화살이 빽빽해도 상사화 잎과 긴병풀꽃은 무사하다

연푸른 혀들이 공중을 소요하는 사이
붉고 노란 꽃무데기들이 두세두세 산비얄을 내려온다
싸리순과 산고추나물 산달래 몇 덩거리가 내게로 이사왔다
덜퍽진 비닐봉다리와 내민 손 사이에 눈애리게 광막한 허공이 보였다
제 이름으로 땅 한 뙈기 소유하지 않아서 사시사철 산은 보살들 것이다


저자 소개

구모룡


1959년 밀양에서 태어났으며 대학과 대학원에서 시론과 문학비평을 전공하였다. 1982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평론(「도덕적 완전주의-김수영의 문학세계」)이 당선된 후 문학평론가로 활동해왔다. 무크지 <지평>, 비평전문계간지 <오늘의 문예비평>, 시전문계간지 <신생>에 관여하였다. 지방-지역-세계라는 중층적 인식 아래 문학과 문화에 대한 이해의 지평을 넓히고 있다. 저서로 앓는 『세대의 문학』 『구체적 삶과 형성기의 문학』 『한국문학과 열린 체계의 비평담론』 『신생의 문학』 『문학과 근대성의 경험』 『제유의 시학』 『지역문학과 주변부적 시각』 『시의 옹호』 『감성과 윤리』 『근대문학 속의 동아시아』 『해양풍경』 『은유를 넘어서』 『제유』 『시인의 공책』 『예술과 생활』(편저) 『백신애 연구』(편저) 『폐허의 푸른빛』 등이 있다. 1993년부터 2020년 현재까지 한국해양대학교 동아시아학과 교수로 일하고 있다. 2020년 6월 19일 팔봉비평문학상을 수상했다.



목차

∑ 권두시


점유의 공화국


∏ 비판-비평


전후 일본의 오키나와론, 그 곤란과 ‘시작의 앎’
이하 후유의 「일류동조론(日流同祖論)」 재독
-‘정치(la politique)’를 놓치지 않기 위하여
유사성의 함정과 연대의 가능성
-한국에서 오키나와를 묻다
메도루마 슌과 대항으로서의 문학


Ⅹ 현장-비평


동아시아 지중해와 제주 해녀 로드


∞ 쟁점-서평


구술과 청취: 기록이 남는 순간
-『억척의 기원』
바이러스가 드러낸 다층적 시공간으로서의
중국 사회 모순
-『우한일기』
내장풍경론
-『남아 있는 날들은 모두가 내일』
금기를 넘어와 분단에 갇힌
-『절박한 삶』


∽ 연속비평


「폭력-비판을 위하여」의 행간번역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