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철 지음
쪽수 | 272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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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형 | 152*225 |
ISBN | 978-89-92235-39-6 03810 |
가격 | 13,000원 |
발행일 | 2008년 5월 |
분류 | 산문집 |
*2008 문화예술위원회 우수문학도서
책소개
중견 시인 최영철의 산문집
2000년 <일광욕하는 가구>로 제2회 백석문학상을 수상한 최영철 시인이 오랜만에 산문집을 선보였다. 일상에서 찾은 친근한 소재를 이용, 엉뚱하면서도 날카로운 상상력을 펼쳐 보이는 시인은 산문을 통해서도 여전히 깊고 넓은 사색의 풍부함을 내보이고 있다. 시인이 살고 있는 동네 부산 수영동, 동네 한 바퀴를 돌며 이것저것 생각한 바를 가까운 친구에게 속삭이듯이 편안하게 써내려가고 있다.
시인이 살고 있는 동네, 부산의 진면목을 들추다
시인은 이 책을 내면서 부산에 대한 그릇된 선입견을 갖고 있는 전국 독자들에게 부산의 멋과 깊이를 전달하고자 했으며, 외지에 살고 있는 부산 출신에게는 아련한 향수를, 부산에 살고 있는 분들에게는 부산의 진면목을 깨닫는 계기를 제공하고자 했다고 집필 의도를 밝히고 있다.
책은 1부와 2부로 나뉘어져 있는데, 1부 「풍경들」은 부산의 풍경에 관한 접근이며 2부 「작품들」은 부산을 제재로 한 문학 미술 영화 노래 등에 관한 내용이다. 오랜 세월 스스로 그러하였던 자연풍경과 시간의 흔적이 켜켜이 쌓인 구조물들은 부산의 외형적 표정이다. 해운대 달맞이고개 넘어 바다, 호포 가는 길의 낙동강, 중장년층의 해방구 온천장에서 시인은 그러한 부산의 표정을 본다. 반면 부산을 그린 문학 영화 그림 사진 가요 등은 부산의 내면적 표정이 되어 주었는데, 그 안에는 부산의 과거와 미래, 영광과 회한, 빛과 그늘이 있었다. 최민식의 사진작품에서는 어떤 폭풍우가 몰아쳐도 쉽게 침몰할 것 같지 않은 질기고 옹골찬 부산의 생명력을 찾아내고, 가요 <동백아가씨>를 통해 애절하지만 구차하지 않은 사랑을 이야기한다. 영화 <친구>를 다룬 「다시 부르고 싶은 이름, 친구」 편에서는 인생이라는 먼 항로의 망망대해에서 우연찮게 한 배를 탄 친구라는 존재들에 대해, 그 의미에 대해 생각해본다. 매축지를 배경으로 한 유익서의 소설 <우리들의 축제>를 읽으며 무차별적으로 진행된 부산의 근대화, 산업화, 도시화 속에서 그래도 화분을 키우고 정을 나누며 살아가는 이웃들을 본다.
남지에서 태어나 부산으로
시인은 창녕 남지에서 태어났으나 원거리 화물차의 조수로 취직한 아버지를 따라 부산에 와서 산동네를 전전하다가 전세 얻을 돈이 모이자 산 아래로 내려와 매축지에 집을 얻는다. 유년 시절을 보낸 매축지 옛집을 다시 찾아보는 소회를 책에서 다음과 같이 표현하고 있다.
소설 속의 실제공간을 찾아가면서 나는 어렴풋이 남아 있는 유년의 기억을 쫓아 매축지 옛집을 찾아보았다. 명백한 직무이탈이었지만 철거를 눈앞에 둔 동네를 보니 어쩔 수 없었다. 그렇게 넓어보이던 골목, 여기서 오래 어정대다가는 집으로 돌아가지 못할 것 같던 신작로는 너무 좁아져 있었다. 그러나 아침저녁으로 동무들의 이름을 부르던 그 집들은 그대로였다. 다닥다닥 사이좋게 어깨를 맞대고 사십 년 만에 찾아온 나를 맞아주고 있었다. 그때 가꾸다 두고 온 화분들. 구멍가게 할머니, 연탄집 할아버지도 그대로였다. 사이좋게 붙은 집들은 모두가 내가 살던 옛집 같아서 나는 곧 길을 잃고 말았다. 적어도 오륙십 년은 되었을 그 집들은 내가 살던 그때나 지금이나 별반 다른 모습이 아니었다. 낡긴 했으나 모두 그만그만하게 나지막해서 소설 속의 건물처럼 곧 무너질 것 같지도 않았다.
젖먹이 때 부모님을 따라 부산에 와 뿌리를 내린 지 반백년이 되었다. 성장기의 꿈과 좌절, 청장년기의 기쁨과 슬픔이 헤일 수 없는 무늬로 점점이 아로새겨진 부산에 이끌려 부산에 깃들어 살았다. 멀리 가 있던 나를 다시 불러 내린 것이 부산이었고 쓰러진 나를 다시 일으켜 세운 것이 부산이었다.
푸조나무에 이끌려 수영성 아래로 이사하다
45년에 걸친 부산살이를 부유하는 출렁거림의 느낌으로 살다가 시인이 정착한 곳은 수영성 성북길이다. 재개발이 되면 큰돈을 벌수 있었던 옛집을 팔고 낡은 집을 사서 이사했다고 친구들은 핀잔을 주었지만 시인은 아직 그런 몰경제성을 후회해본 적이 없다고 한다. 푸조나무와 이웃해 사는 가치가 그것보다 수백 배 크면 컸지 모자라지 않는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사 온 첫날밤 풀벌레 소리를 들으며 단잠을 자고 난 다음부터 그 부유하는 출렁거림이 부산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으며 부산의 진면목에 대해서 다시 한 번 더 생각해보게 되었다.
부산을 감촉하는 박경효의 그림
부산에서 나고 자란 젊은 미술가 박경효는 시인의 글을 따라가며 새롭게 부산을 감촉한다. 부산 토박이로 살아온 화가이지만 어느새 부산은 정겨운 추억이 아니라 낯설음으로 다가왔다. 그 낯설음에 갇혀 있기보다 적극적으로 부대끼고, 익숙해진 감성으로 부산을 다시 느껴보고자 시작한 작업이었다. 시인의 글을 따라 다시금 부산을 돌아다니며, 그간 미처 가보지 못했던 곳과 너무나 변해버린 곳들을 살펴보며, 그 골목과 땅에 서려 있는 역사를 깊이 헤아려보지 못했던 아쉬움을 화폭에 담았다.
제14회 비룡소 황금도깨비상 그림책 부문을 수상함으로써 그림책 작가로도 활동의 지평을 넓혀가고 있는 미술가 박경효는 아울러 이 책에 실린 작품들로 오는 6월에 전시회를 열 예정이다.
아무쪼록 이 책이 부산에 살고 있으나 부산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고 있는 분들, 부산을 떠나 있으면서 비로소 부산을 사랑하게 된 분들, 막연한 선입견으로 부산을 잘못 바라보고 있는 분들에게 조금이라도 부산의 속살을 만져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저자 : 최영철
1956년 경남 창녕에서 태어나 부산에서 자랐다. 1986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었으며 2000년 제2회 백석문학상을 수상하였다. 저서로는 시집에 『아직도 쭈그리고 앉은 사람이 있다』, 『가족사진』, 『홀로 가는 맹인악사』, 『야성은 빛나다』, 『일광욕하는 가구』, 『개망초가 쥐꼬리망초에게』, 『그림자 호수』, 『호루라기』가 있고, 산문집에 『우리 앞에 문이 있다』, 어른 동화 『나비야 청산 가자』가 있다.
cyc5244@hanmail.net
그림 : 박경효
1967년 부산에서 나고 자랐으며 그림 그리는 일을 직업으로 하고 있다. 직접 쓰고 그린 그림동화 『입이 똥꼬에게』로 제14회 비룡소 황금도깨비상을 받았으며, 『제갈선생 7일7강』에 그림을 그렸다.
차례
〔제1부〕 풍경들
봄에서 봄으로, 부산의 사계
달맞이고개 너머 바다를 훔치다
아침의 거리, 서면
중장년층의 해방구, 온천장
옛것들의 축제, 조방터
호포 가는 길
뜨거웠던 그해 6월의 기억
수영성 수영사람 수영강
〔제2부〕작품들
질박한 주름에 희망이 피었다
동백꽃, 짙붉고 시린 눈물
구포 둑, 봄이 왔다
다시 부르고 싶은 이름, 친구
산 강 바다, 그리고 사람
갈매기, 비상 혹은 정착
사십계단서 맞선 벼랑 끝 질주
바다로 달리고 싶은 절영도의 꿈
오륙도, 먼 기다림이 빚은 조각품
경상도 아가씨의 순정에 기적이 운다
하단 시절, 우리는 갈대처럼 흔들렸다
매축지, 근대화가 드리운 불안한 그림자
용두산, 그때의 언약은 어디가고
막다른 골목 범일동, 다시 힘이 솟는다
달동네, 가장 상부에 자리한 거처
해운대, 뜨거운 한여름밤의 사랑
한많은 어미니의 끝없는 잔소리
속 깊은 가족의 정
자갈치, 야물고 옹골찬 힘
영도다리, 아프고 아팠던 흉터 자국
금정산, 불뚝성질을 지그시 누르는 기운
부산항, 연락선 난간머리 흘러온 달빛
낙동강, 인생의 구비 돌아 등짐을 풀다
뿌리를 찾아가는 역사 기행
불붙는 도시를 사수하라
맺는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