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봉준 지음
쪽수 | 437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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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형 | 152*225 |
ISBN | 978-89-6545-273-7 03810 |
가격 | 25,000원 |
발행일 | 2014년 12월 8일 |
분류 | 산지니평론선11 |
*2015 세종도서 문학나눔 선정도서
책소개
비인칭, 한국문학에서 드러난 얼굴을 포착하다
고봉준의 네 번째 평론집 『비인칭』은 한국사회와 한국문학의 최근 시대적 변화에 개입하여 주체, 문학과 정치, 민주주의, 주권, 노동시 등의 문제들을 직접 마주하고자 한다. 고봉준은 2000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평론 부문에서 「혁명적 담론에서 생성적 담론으로: 백무산론」으로 등단한 이래 문학평론가로서 우리 시대 문학의 지형도를 정확하게 바라보는 비평 활동을 계속하고 있으며, 현재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칼리지 객원교수이다.
책은 총 4부에 걸쳐 26편의 비평을 실었다. 먼저 1부에서는 사회 흐름에 따른 시 비평의 양상과 민주주의라는 키워드 속에 정치와 시의 관계를 논하였다. 2부에서는 담론 중심의 논의를 통해 시의 세계를 규명하고, 세 편의 소설 작품을 분석하며 ‘악령의 도시’를 드러내고자 한다. 3부에서는 2000년대의 문학을 언급하며 이러한 문학이 우리 삶을 어떻게 투영하고 있는지에 대해 말한다. 4부에서는 우리가 노동시라고 불렀던 것에 대하여 어떠한 입장을 취해야 하는지, 우리가 진정으로 의심해야 할 부분은 무엇인지 사유한다. 이 책은 다양한 학문적 담론을 차용하여 독자의 이해를 돕고, 작품을 통하여 우리 시대의 사상과 감성의 지형을 포착한다.
주체의 전유물이 아닌 언어와 목소리
특정한 인칭에 속하지 않은 세계
최근의 한국문학에는 ‘주체’와 일정한 거리를 둔 상태에서의 발화법, ‘주체’의 전유물이 아닌 언어와 목소리가 등장하고 있다. 이 책에서는 그것을 ‘비(非)인칭적인 느낌’이라고 칭했다. 문학의 창조성은 사고와 감각의 지도를 바꾸는 일에서 비롯된다. 문학에서 ‘새로움’이란 이 일에 부여된 가치평가이며, 궁극적으로 우리가 세계를 보고 느끼는 방식 자체를 변화시키는 것이다. 문학에서 새로움이 중요한 까닭은 그것이 우리로 하여금 다른 감각으로 세상을 느끼게 만들기 때문이다. 다른 감각, 그것은 일종의 해방이다. 어쩌면 문학 자체가 타자로의 생성 변화를 받아들여 자신을 바꾸는 일, 지켜야 할 견고한 ‘나’로부터 벗어나는 해방의 과정은 아닐까. _「평론집을 내면서」, 5쪽.
비인칭은 ‘없음’이다. 이 없음이라는 것은 주체도, 대상도 없음을 말한다. 저자는 ‘나들’이라는 용어를 사용함으로써 ‘나’도, ‘우리’도 아닌 다른 방식의 상태를 그려내고자 한다. 이 비인칭적인 목소리의 발현으로 시는 규정된 무엇인가에서 벗어날 수 있다. 우리는 인칭과 소유격의 세계에 거주하고 있으며, 이 익숙한 세계로 인하여 아무런 죄의식 없이 폭력으로 이끌려 간다. 저자는 『비인칭』을 통하여 없음을 그려내고, 최근 문단의 흐름 안에 내포되어 있는 새로운 감각을 일깨우며 실험의 공간으로 안내한다.
이것이 시인가? 그렇다, 이것도 시다
_박준, 「세상 끝 등대 2」전문, 119쪽.
토건을 앞세운 개발 문제, 촛불 집회 등 최근 일련의 사건들로 인하여 우리는 민주주의의 정체성에 대하여 다시 생각해볼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저자는 오늘날 대중의 삶 속에 자리 잡은 민주주의는 변화가 필요하며, ‘해방의 정치’와 민주주의를 연결해야 한다고 말한다. 즉, 정치의 형태가 아닌 과정으로 민주주의를 말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끝없이 변하는 소용돌이의 중심 속에서 살고 있는데, 이러한 예측 불가능한 세계에서 무엇이 나의 자아인지 명확히 판별할 수 없다. 2000년대의 젊은 시는 이 세계에서 더 이상 ‘나’가 독백하는 것이 아닌 그 안에 존재하는 이질적인 ‘타자’의 목소리가 혼재되어 있음을 알리고자 한다. 여기에서, ‘시’와 ‘시 아닌 것’의 구분 또한 할 수 없다. 낭만주의-사실주의-모더니즘으로 연결된 시의 ‘이름’. 당시 이 이름을 벗어난 시들은 시의 범주에 속하지 못했고, 예외의 범주에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경계는 이제 무의미하다. 중요한 것은 경계를 무너뜨리고 잠재성의 새로운 차원을 개방하는 것이다. 저자는 사례를 통하여 이러한 경계선을 지우는 작업에 돌입한다.
현대 문학으로 보는 우리 사회의 현주소
저자는 2000년대부터 2014년 최근까지 출간된 젊은 작가들의 작품을 중점으로 하여 지옥이 되어버린 현대 사회의 현주소를 살펴보고자 한다. 2부에서는 ‘악령의 도시’라는 주제로 세 편의 소설과 함께 자본주의 도시를 살아가는 모든 사람이 폭력에 노출되어 있음을 알린다. 3부에서는 심윤경의 소설과 더불어 다양한 작가들의 시세계를 바라본다. 3부를 여는 작품으로 곽은영의 『불한당들의 모험』이 언급되는데, 곽은영의 시에서는 소녀가 끝없이 방랑하고 여행하는 모습이 그려진다. 여기에서 저자는 이 작품을 포함하여 사회의 얼굴을 여실히 드러내는 최근 문학을 조명하고, 우리를 억누르는 지배적 가치가 무엇인지 그 어두운 그림자를 밝혀보고자 한다. 또한, 우리는 이러한 작가론을 통하여 현대 문학의 발자취를 쉽게 따라갈 수 있다.
‘폭력’이 지배하는 사회, 끊임없이 의심하라
‘노동시’라는 오래된 이름을 버려야 할 때가 왔다. 노동시인 것, 아닌 것의 구별이라는 울타리가 무너져가고 있기 때문이다. 신자유주의 체제에서 모든 장소는 노동의 장소라고 볼 수 있다. 일터라 규정된 공간을 떠나 사생활의 공간에서도 노동이 이루어지고, 착취당하는 것이 그 이유이다. 저자는 ‘이제는 노동시로 규정되어 있는 좁은 공간을 벗어나야 하지 않을까?’라며 노동시에 관한 자신의 견해를 기술한다.
저자는 의심하고, 또 의심한다. ‘예외’, ‘폭력’이 공공연히 이루어지는 사회 속에서 폭력은 실제적인 폭력의 행위가 아니다. 현대 사회의 폭력은 더욱 치밀하게, 더욱 은밀하게 이루어지고 있음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우리에게 닥친 위기는 더 이상 남의 말이 아니다. 이미 ‘예외’와 ‘정상’을 구분할 수 없는 지점으로 들어간 지금, 정의가 무엇인지 또한 구별하기 쉽지 않다. 바로 옆에 폭력이 자리하고 있지만, 우리는 이것을 쉽사리 눈치채기 어렵다. 저자가 말하는 문학의 본질은 정의 실현이며, 우리가 상식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질서와 믿음을 해체하여 새로운 지평을 제시하는 것이다.
우리는 ‘국경’을 넘는 일과 ‘이방인’의 존재를 고려하지 않고 ‘정의’에 대해 말할 수 없는 시대에 살고 있다. 그들을 동등한 우리의 동료로 받아들일 수 있는가, 그들의 문화와 신념에 동등한 가치를 부여할 수 있는가, 공적인 토론과 민주적 의사결정에서 그들에게 동등한 발언권과 참여를 보장할 수 있는가, 지난날의 ‘정의’는 지금 이 어려운 물음들에 직면해 있다. _4부 「약속, 빚, 정의(justice)」, 429쪽.
글쓴이 소개
고봉준
1970년 부산에서 출생했다. 2000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혁명적 담론에서 생성적 담론으로의 넘어서기 : 백무산론」이 당선되어 등단했다.
현재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칼리지에서 강의하고 있고, <노마디스트 수유너머 N>에서 활동하면서 지식과 삶의 바람직한 관계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지금까지 평론집으로 『반대자의 윤리』, 『다른 목소리들』, 『유령들』을 출간했고, 첫 평론집으로 제12회 고석규비평문학상을 수상했다. 현재 계간 『포지션』, 『딩아돌하』, 『문학선』의 편집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차례
제1부
어떤 시적 계보에 대한 보고서
—2000년대 시를 읽는 하나의 시선
‘주체’에서 멀어지는 목소리들
—최근 시의 자유간접화법에 대하여
이것은 자아의 시가 아니다
—2000년대의 실험시를 중심으로
‘문학과 정치’에서 ‘문학의 정치’로
—‘시의 정치성’을 둘러싼 최근의 논의를 중심으로
민주주의의 증언으로서의 현대시
—정치의 종언이라는 소문에 반(反)하여
시와 정치의 연속성에 관하여
제2부
‘시’의 국경선은 어디인가
철학은 시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악령(惡靈)의 도시
주권의 외부를/에서 상상하다
‘좋은 시’에 관해 말할 수 있는 것
형식의 사회학
제3부
그녀, 바람구두를 신다
—곽은영의 시세계
‘당신’이라는 단어의 새로운 용법
—한세정의 시세계
사물들
—이수명의 시세계
진흙이라는 추상
—오정국의 시세계
깨진 거울에 새겨진 악몽의 흔적들
—장승리의 시세계
지옥에서 보낸 한 철
—김지유의 시세계
사랑의 변주곡(變奏曲)
—심윤경론
지운다는 것과 드러낸다는 것
—신정민의 시세계
생명을 위한 제의
—김수우의 『젯밥과 화분』 읽기
제4부
노동시여, 안녕
우리가 알던 노동시의 종언
—2000년대 노동시에 관한 단상
‘포스트(post)’의 운명
‘포스트(post)’의 운명
—이은규·김상혁·유희경·심지아의 시들
약속, 빚, 정의(justi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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