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루카와 가오루 지음 | 조정민 옮김
쪽수 | 272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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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형 | 148*210 |
ISBN | 978-89-6545-217-1 03830 |
가격 | 13000원 |
발행일 | 2013년 4월 30일 |
분류 | 일본문학 |
책소개
나의 선조는 백제 왕족이라 호기롭게 외치던
중세 일본 남북조 시대의 무장, 오우치 요시히로의 일대기
나오키상 수상에 빛나는 일본 작가 후루카와 가오루는 그간 백제 왕족의 혈통을 주장하던 오우치씨(大內氏) 관련 소설을 여러 편 발표해왔다. 소설 『화염의 탑』 또한 오우치씨의 인물 중 중세 일본 남북조 시대의 무장이었던 오우치 요시히로의 삶에 주목하였다. 정종 1년 7월 『조선왕조실록』의 기록에도 요시히로가 스스로 백제의 후손이라 자처하는 부분이 기록되어 있다. 일본 야마구치에서 세력을 키워가던 요시히로는 결국 쇼군 아시카가 요시미쓰와 충돌하면서 교토에서 가까운 센슈 사카이에서 대결하게 된다.(‘오에이의 난’) 여기에서 패한 요시히로는 장렬한 죽음을 맞이하면서 파란만장한 생애를 마감한다.
마성의 혀를 널름거리는 화염의 탑
오우치 요시히로라는 강인한 무장의 죽음이 그 일족에게는 더 없는 용기가 되는 것처럼, 루리코지의 오중탑은 작은 교토 일각에 우뚝 서 있다. 낮게 뻗은 지붕이 저녁 해를 받아 화염 토기와 같이 타오르는 불길을 연상시킬 때, 오우치 전사들에게 있어서 그것은 보이지 않는 적을 향하여 투지를 불태우게 만드는, 마성의 혀를 널름거리는 화염의 탑이었던 것이다. _20쪽, 「루리코지에서」
야마구치의 루리코지(瑠璃光寺)에는 완만한 곡선을 그리는 5층 첨탑인 오중탑이 자리 잡고 있다. 이는 오에이의 난에서 죽음을 맞이한 무장 오우치 요시히로의 명복을 빌기 위해 유족이 세운 것이다. 주위를 감싼 신록의 무성함과 함께 인도에서 유입된 불교미술의 아름다움이 묻어나는 오중탑은 오우치씨 문화의 상징이자 일본의 국보이며 3대 명탑으로 꼽힌다. 독자들은 장대한 꿈을 안고 죽음을 맞이한 오우치 요시히로의 생애를 통해, 일본 무사도의 정신세계와 함께 칼끝에 영혼을 담는 일본 봉건 시대 무장의 삶을 엿볼 수 있을 것이다.
작은 교토 야마구치를 꿈꾸다
오우치씨 집안의 제9대 당주였던 오우치 히로요는 교토를 모방하여 야마구치에 작은 교토를 조성하려는 포부를 갖고 있었다. 그러다 규슈 단다이 이마가와 료슌의 스오 방문으로 인해 료슌과 히로요는 대립각을 보인다. 주인공 요시히로의 아명인 마고타로는 아버지와의 료슌의 입장 차를 인지하면서도 료슌을 따르며 그의 신임을 얻게 된다. 소설은 이러한 아버지 히로요와 아들 마고타로의 대립으로 시작하게 된다. 훗날 료슌의 원군 요청에 따른 활약을 계기로 료슌의 환심을 산 마고타로는 부젠국 슈고로 임명되면서 권세를 확장한다.
권력에 대한 요시히로의 욕망이 피어오르다
요시히로는 ‘이마가와 료슌을 규슈 단다이 자리에서 내려야 할 것’이라는 무시무시한 생각을 품음과 동시에 료슌 대신 자신이 그 자리에 앉아야겠다는 야망을 품게 되었다. 그 야망은 예전부터 조금씩 길러지고 있었지만 지금 한순간 급작스레 불타올랐다.
요시히로는 태연한 체하며 자리에서 물러났지만, 혼자가 되었을 때는 무서울 정도로 가슴이 떨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_131쪽, 「광야의 꿈」
부젠국 슈고로 임명된 요시히로는 이마가와 료슌으로부터 곁눈질로 무역실무를 배우게 된다. 당시 고려국은 일본 해적의 출몰로 고심하고 있던 차, 규슈 단다이인 이마가와 료슌에게 사자를 보내 왜구 처치 건을 요청한다. 요시히로는 고려와의 교류가 상당한 부를 축적할 것으로 예상하고 이를 통해 전란으로 황폐해진 백성들의 삶을 재건하고자 하였다. 이는 훗날 조선과의 사무역을 훼방 놓는 왜구의 단속을 통해 부를 쌓고자 하는 오우치씨의 경제 기반을 마련하는 데 일조하는 것으로써, 오우치 요시히로의 선견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저의 선조는 백제의 왕족입니다
돈도 없고 권력도 없는 귀족들에게 내세울 거라고는 유서 깊은 혈통과 교양이 전부였던 시절, 한낱 시골의 호족에 불과했던 오우치 요시히로가 교토로 진출한 데 있어 오우치 가문에 대해 여러 귀족들은 궁금해한다. 그러자 자신의 출신을 당당히 백제의 시조인 고(高)씨 자손이라 밝히던 요시히로의 대답에 귀족들은 허를 찔린다. 당시 일본인들에게 있어 조선왕국은 선진문화국가로 인식되고 있었던 것이다. 훗날 「조선왕조실록」에도 기록된 바 있는 오우치 요시히로의 혈족에 관한 부분은 전례가 없던 것으로서, 오우치씨 스스로 백제의 후손임을 밝히고 있는 첫 번째 사례이다.
시모노세키 시와 부산 시의 교류 사업이 담긴 기념비적 작품
부산 시와 시모노세키 시는 그간 자매도시로서 오랜 문화교류를 해왔으나 그동안 문학적 교류는 실질적으로 이루어지지 못했다. 이번 『화염의 탑』 출간은 2011년 부산문화재단 주최로 열린 한·중·일 포럼에서 후루카와 가오루 작가의 한국 방문 차 논의되었던 작업의 결과이다. 일본 문예춘추사와 협의를 통해 저작권을 한일 간 문화교류 사업에 전액기부한 후루카와 가오루 작가의 배려로 그 의미가 더욱 큰 한국어판 『화염의 탑』. 부산과 시모노세키는 변방의 도시이나, 항구도시로서의 역사성과 함께 국제도시로서의 개방성 또한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 도시들이다. 역사소설 『화염의 탑』 출간은 앞으로 한일 양 국가 간 문화교류의 물꼬로서 기능할 것이다.
글쓴이 소개
저자 : 후루카와 가오루(古川薰)
1925년 시모노세키 시(下關市)에서 태어났다. 야마구치대학 교육학부를 졸업한 이후 교원, 신문기자를 거쳐 1970년부터 문필가로 활동하였다. 역사소설, 평전, 사전(史傳)을 주로 집필하였고 현대소설도 발표하였다.
오페라 가수 후지와라 요시에(藤原義江)를 그린 『유랑자의 아리아(漂泊者のアリア)』로 1990년 제104회 나오키상(直木賞)을 수상하였고, 서일본문화상, NHK야마구치방송문화상을 수상하였다. 시모노세키 시립 근대선인관(近代先人館) 명예관장이기도 하다.
주요 저서로 『화염의 탑(炎の塔)』, 『꽃도 폭풍도(花も嵐も)』, 『석양에 서다(斜陽に立つ)』, 『류콘로쿠·요시다 쇼인(留魂錄·吉田松陰)』, 『패도의 독수리(覇道の鷲)』가 있으며 그 외에 단행본 150여 권을 발표하였다.
역자 : 조정민
부경대학교 일어일문학과를 졸업하고 일본 규슈대학 비교사회문화연구과에서 석사과정과 박사과정을 마쳤다. 저서로 전후 일본문학이 패전 후 연합국의 일본 점령을 어떻게 기억하였는가를 논한 책 『만들어진 점령서사』가 있으며, 역서로 가부장적 가족제도와 군국주의적 천황제의 억압과 통제에 추상적으로 대응하지 않고 자신만의 철학을 분명히 실천했던 가네코 후미코의 옥중수기 『나는 나』가 있다. 현재 부산대학교 한국민족문화연구소 HK교수로 재직 중이다.
차례
발간사
한국어판 서문
프롤로그: 루리코지에서
부자상극
광야의 꿈
야망의 요새
에필로그: 사카이, 불에 휩싸이다
역자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