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석과 판단> 비평공동체 지음
쪽수 | 304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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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형 | 152*225 |
ISBN | 978-89-92235-41-9 03810 |
가격 | 15,000원 |
발행일 | 2008년 6월 |
분류 | 해석과 판단 2 |
책소개
문학과 문화, 디지털을 만나다
‘한국문학의 위기가 사실은 비평의 위기’였다는 나름의 성찰적 진단을 바탕으로 출발한 비평지성 공동체인 『해석과 판단』 필진은 『2000년대 한국문학의 징후들』에 이어 지난 한 해 동안의 치열한 논쟁의 산물인 『문학과 문화, 디지털을 만나다』를 묶어 내놓았다.
디지털 매체를 매개로 하여 문학위기 극복 모색
문학은 언제나 위기였다. 아니 어쩌면 위기였어야 했는지 모른다. 문학은 그 위기에 대한 ‘의식’ 때문에 위기 극복의 기회를 모색하고 문학의 새로운 갱신을 가능하게 할 수 있었다. 한국문학은 여전히 위기이고 비평의 진정성 회복이란 아득하기만 해 보인다. 그러나 2000년대 문학의 새로움이 갖고 있는 이종문화적 감수성의 해석과 판단을 통해 다시 한 번 그 위기를 타개하고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을 논하고자 한다.
문학은 디지털 매체를 매개로 하여 다른 문화적 갈래들과 접속함으로써 위기를 가능성으로 역전시킬 수 있다. 하지만 그 접속은 또 다른 측면에서 문학이 다른 문화의 논리에 종속됨으로써 문학의 상품화와 주변화를 조장할 수도 있다. 문학과 문화의 ‘접속’에 대한 다원적 인식은 오늘의 한국문학과 문화를 바라보는 시각의 다양성으로 표출되었고, 그것은 다시 ‘해석’과 ‘판단’의 다양성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이 책의 편집구성이 경계, 귀환, 성찰, 확장의 네 부분으로 구획되어진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경계, 귀환, 성찰, 확장
‘경계’는 문학과 문화의 ‘경계(境界)’를 열린 시각에서 검토하면서도 자유로운 경계 넘기가 경계 지우기로 변질되지 않도록 ‘경계(警戒)’를 늦추지 말아야 한다는 신중함을 담고 있다.
‘귀환’은 문학과 문화와의 접속이 가져올 수 있는 위험성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문학의 자리로 돌아가 문학을 발본적으로 다시 사유해볼 필요성을 제기한다.
‘성찰’과 ‘확장’은 문학과 문화의 접속을 비교적 긍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점에서 앞의 두 논의와는 대비된다. ‘성찰’은 말 그대로 문학과 문화의 만남과 공존을 상생의 가능성으로 이끌어가기 위해 요구되는 반성과 성찰을 담아내고 있다. ‘확장’은 문학이 문화와의 접속을 통해 문학의 한계를 뛰어넘고 그 영역을 더 확대해나갈 수 있다는 낙관적 전망을 표현하고 있다.
문학과 문화의 만남이 가져올 위험성을 경계하면서 다시 문학의 자리로 ‘귀환’해 그 접속의 지점들을 깊이 있게 ‘성찰’하고, 나아가 문학의 자리를 더 '확장'할 수 있는 논리를 모색하고 있다.
위험성을 경계하고 있는 ‘경계’
김영주, 윤인로, 정훈의 글이 ‘경계’의 목소리를 들려주고 있다. 김영주의 「역사적 사건과 스토리텔링―2007년 하반기 역사드라마를 중심으로」는 역사드라마 <왕과 나>, <이산>, <태왕사신기>의 분석을 통해 이 드라마들이 역사를 스토리텔링하는 과정에서 생산해내는 의미의 왜곡을 비판하고 있다.
역사드라마는 과거에 대한 탐구를 통해 현재의 문제들에 대한 성찰을 이끌어낼 수 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최근의 드라마들은 왕족사회를 중심으로 화려한 볼거리와 흥미를 제공하면서 상품화되고 있는 것으로 비판한다. 김영주의 논의는 역사의 스토리텔링화가 가진 위험성을 경계하고 있다.
윤인로의 「놀이는 구속이다―전자문학의 내적 논리 비판」은 최혜실과 이인화의 디지털문화론을 비판적으로 검토한 메타담론이다. 마르크스의 자본주의 해부의 논리에 기대어 ‘가상놀이인간’, ‘재미노동’과 같은 개념으로 전개되고 있는 최혜실과 이인화의 디지털문화에 대한 낙관적인 긍정론들의 위험성들을 비판한다.
정훈은 「디지털 시대 문학의 현실과 전망」을 통해 오늘날 디지털 문화가 전면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문학이 처한 위기적 국면을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정훈에게 한국문학의 위기는 정신의 위기에서 시작된 것이다. 디지털 시대의 문화는 정신의 위기를 낳고 그 위기를 가속화시키는 부정적 계기로 논의된다. 결국 정훈의 논의는 정신의 회복을 통해 문학의 미래를 열어나가기 위해서라도 디지털 시대의 문화는 비판적으로 성찰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글에서는 김지하의 문화담론이 디지털 시대의 문화 환경을 성찰할 수 있는 유효한 참조점으로 논의되고 있다.
위험성을 인식하고 다시 사유해볼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는 ‘귀환’
김경연, 전성욱, 하상일이 ‘귀환’의 논의들을 펼쳐 보이고 있다. 김경연은 「기원을 향수하는 노스탤지어의 열정―최근의 팩션 읽기」를 통해 소설이란 거대서사가 은폐하고 누락한 틈새의 역사에 대한 탐구라는 점에서 소설은 근본적으로 역사적이라고 규정한다. 하지만 오늘날 굳이 기록된 역사와의 접속을 욕망하는 팩션들의 범람은 본래적인 의미에서의 소설의 역사성을 부정하는 한 단면이며 이는 곧 소설의 위기 나아가 역사의 위기와 연동된다고 본다. 따라서 김경연은 누락과 은폐의 틈새를 탐구하는 소설의 본래 자리에 대한 기원의 노스탤지어를 열망한다.
전성욱은 「세이렌의 노래, 탈문학의 주술―귀여니론」에서 근대문학이 성립되는 과정에서 형성되었던 유의미한 가치들을 포기하면서까지 다른 문화적 갈래들과 접속하는 것에 대해 단호한 반대 의사를 표명한다. 특히 그 접속이 가진 자본주의적 팽창논리와 권력의 규율논리에 주목하면서 문학의 문화에 대한 종속이 결국은 자본과 국가라는 근대의 이데올로기를 은폐하고 정당화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이러한 비판적 논의는 귀여니의 작품을 통해 구체화되는데, 그 결론은 문학의 본원적 가치구조이자 그 총체인 문자언어적 기반에 충실하면서 문학과 문화의 관계를 재고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상일은 「현대시의 디지털화와 소통양식의 변화」를 통해 ‘소통양식의 변화’라는 측면에 주목하면서 현대시가 디지털 매체와 접속하는 지점을 비판적으로 검토한다. 현대시의 디지털화가 독자와의 소통 영역을 넓혀갈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인정하면서도, 디지털 매체의 논리를 지나치게 강조함으로써 생길 수 있는 소통의 어려움에 우려를 표명한다. 결국 현대시의 디지털화는 ‘디지털’을 강조하는 기술주의적 시학의 관점이 아니라 문자언어로서의 시의 특수성과 인문적 사유를 담아내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상생을 위해 요구되는 반성과 성찰을 담고 있는 ‘성찰’
‘성찰’은 김대성, 김필남, 박대현의 글을 통해 진지하게 이루어졌다. 김대성은 「‘탈’을 쓴 사적이야기들의 운명」에서 디지털 문화가 가진 이중적 함의를 읽어내고 있다. 금지와 명령이라는 우악스러운 방법으로 행사되었던 지배의 논리는 이제 욕망의 은폐 대신 욕망의 가시적인 표출을 요구한다. 디지털 매체는 개별자들에게 금지되었던 욕망을 해방시킬 수 있는 수단인 동시에 사적이야기를 노출시켜야 하는 장소이기도 하다. 디지털 매체는 삶을 적극적으로 구성할 수 있는 가능성의 공간일 수 있으며 동시에 지배이데올로기가 작동하는 포획의 장소이기도 하다. 김대성은 저 역설의 공간을 어떻게 전유해야 할 것인지를 독자들에게 질문하고 있다.
김필남의 「영화의 안과 밖―<D-WAR>와 <M>을 중심으로」는 두 편의 영화에 대한 분석을 통해 영화 해석의 잘못된 관습을 비판한다. 영화는 ‘내러티브’를 완결 지으려는 욕망 대신 관객에게 사유의 틈을 만들어주는 ‘이미지’를 통해 감상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영화를 영화의 논리에 맞게 감상하는 것이다. 내러티브에 대한 욕망으로 영화를 보는 것은 문학, 특히 소설의 논리라는 것이다. 이미지 시대의 도래와 함께 소설의 쇠퇴가 기정사실화되었고 그 주된 원인은 소설의 ‘서술자’가 가진 폐쇄성 때문이다. 영화는 이 같은 소설적 논리를 통해서가 아니라 영화의 논리, 즉 ‘이미지’를 통해 감상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박대현의 「‘왜’라는 의문사의 영화적 출현: 박찬욱의 <올드보이>-문화콘텐츠로서 신화적 상상력의 한 방향」은 영화 스토리텔링에서 신화가 가지는 의미를 탐구하고 있는 글이다. 신화는 영화에 적극적으로 원용되어 영화의 의미적 요소를 더욱 풍요롭게 할 수 있다. 하지만 오늘날 영화들에서 문화콘텐츠로서의 신화는 오락성과 흥미를 이끌어내는 요소로 동원되면서 영화의 상업적 이익에 복무하고 있다고 진단된다. 신화의 이런 왜곡을 넘어 신화가 가진 원형적 심상과 종교적 의미들을 새롭게 살려내야 하는데 영화 <올드보이>는 그런 측면에서 성공적이라는 것이다.
문학의 한계를 뛰어넘어 더 확대해나갈 수 있다는 낙관적 전망을 표현하고 있는 ‘확장’
‘확장’의 영역에 속하는 논의는 권유리야, 김주현, 남송우가 전개했다. 권유리야는 「제휴. 그 이후, 예기치 않은 낯선 진실들」에서 영화 <300>과 게임 <스파르타>를 비교분석함으로써 매체와 장르를 넘나드는 우리 시대의 문화논리를 점검한다. <300>이 비주얼의 강조를 통해 죽음과 육체, 집단성과 미래의 꿈을 성공적으로 담아내고 있다면, 정통적인 서사성을 강조한 <스파르타>는 생존과 개인의 문제를 발견해내고 있다. 비주얼과 서사, 영화와 게임. 권유리야는 미디어 간의 결합과 제휴가 예기치 않은 진실을 도출해낼 수 있다는 낙관 앞에서 매체 간의 상호침투가 가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김주현의 「(정)한, 운명, 문화콘텐츠―‘남도사람’ 연작의 영화화를 통해 본 논점들」은 이청준의 ‘남도사람’ 연작이 영화화되는 맥락을 고찰하여 정한과 운명의 문화콘텐츠화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 전통에 바탕을 둔 ‘정한’의 개념이 첨단의 기술에 바탕을 둔 디지털스토리텔링에 원용될 수 있다는 역설에 착안한 김주현의 논의는 두 편의 영화, 즉 <서편제>와 <천년학>의 분석을 통해 정한의 개념이 우리 사회에 수용되는 방식의 변화에 주목한다. 이제 정한은 변화된 시대의 감각과 논리에 걸맞는 방식으로 새롭게 전유되어야 할 개념이다. 이를 통해 전통적인 것의 문화콘텐츠화가 원래의 것을 그대로 답습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주고 있다.
남송우의 「「오세암」에 나타나는 동심의 서사구조―설화, 동화, 애니메이션을 바라보는 하나의 시각」은 하나의 설화가 동화와 애니메이션으로 재탄생하는 과정을 살펴봄으로써 그 재탄생의 과정에서 생기는 변화와 그 변화의 의미들을 검토하고 있다. 매체와 장르를 달리하면서 생겨나는 변화의 핵심은 ‘동심의 서사구조’다. 「오세암」이라는 이야기 원천은 매체와 장르의 변화와 더불어 스토리텔링의 양상 변화로 나타나고, 그 변화는 이야기가 수용되는 맥락에서 내용의 변화로 이어지고 있음을 아울러 논의하고 있다.
위 열두 편의 평문들은 『해석과 판단』 필진들이 지난 한 해 동안 함께 공부하고 토론했던 치열한 논쟁의 산물이다. 비록 미약하고 작은 불씨지만 꺼지지 않는 횃불로 비평문단을 계속 지켜나가길 『해석과 판단』 필진들은 바라고 있다.
저자 : 『해석과 판단』 필진
김영주 : 부산대·부경대 강사.
윤인로 : 동아대·동의대 강사.
정훈 : 문학평론가. 동아대·부산외대 강사.
김경연 : 문학평론가. 부산대·부경대 강사.
전성욱 : 문학평론가. 동아대·동의대 강사.
하상일 : 문학평론가. 동의대 문예창작학과 교수.
김대성 : 문학평론가. 부산대 박사과정.
김필남 : 영화평론가. 경성대 석사 수료.
차례
1부 경계
김영주, 「역사적 사건과 스토리텔링―2007년 하반기 역사드라마를 중심으로」
윤인로, 「놀이는 구속이다-전자문학의 내적 논리 비판」
정 훈, 「디지털 시대 문학의 현실과 전망」
2부 귀환
김경연, 「기원을 향수하는 노스탤지어의 열정―최근의 팩션 읽기」
전성욱, 「세이렌의 노래, 탈문학의 주술―귀여니론」
하상일, 「현대시의 디지털화와 소통양식의 변화」
3부 성찰
김대성, 「‘탈’을 쓴 사적이야기들의 운명」
김필남, 「영화의 안과 밖―<D-WAR>와 <M>을 중심으로」
박대현, 「‘왜’라는 의문사의 영화적 출현: 박찬욱의 <올드보이>-문화콘텐츠로서 신화적 상상력의 한 방향」
4부 확장
권유리야, 「제휴. 그 이후, 예기치 않은 낯선 진실들」
김주현, 「(정)한, 운명, 문화콘텐츠―남도사람 연작의 영화화를 통해본 논점들」
남송우, 「「오세암」에 나타나는 동심의 서사구조―설화, 동화, 애니메이션을 바라보는 하나의 시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