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향 지음
쪽수 | 280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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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형 | 148*210 |
ISBN | 978-89-6545-196-9 03810 |
가격 | 13,000원 |
발행일 | 2012년 9월 17일 |
분류 | 한국소설 |
*2012 부산작가상 수상도서 *2012 문화예술위원회 우수문학도서 *2013 현진건문학상 수상도서
책소개
“인생은 즐거운 게임 같은 거야.”
무기력한 인생을 조롱하는 맹랑한 속삭임
1994년 「부산일보」신춘문예로 등단한 박향 소설가의 신작 소설집 『즐거운 게임』. 소설가 박향은 10대 청소년부터 중년 여성에 이르는 다양한 층위의 주인공을 등장시켜, 그들의 무기력한 삶 속에 담긴 상실과 소외를 그려내고 있다. 불륜과 이혼, 암에 걸린 남자, 버림받은 여인 등 『즐거운 게임』 속 인물들은 타인에게 이해받지 못하고, 황량한 사회 속에 홀로 내쳐진다. 하지만 그 인물들은 자신을 옥죄이고 고통에 이끈 ‘가정’의 굴레를 애써 긍정하려 하지 않고, 냉정하게 가족의 틀 밖에서 삶을 분석하려 한다.
이번 소설집을 통해 박향 소설가는 도시를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의 고독과 무기력한 삶의 편린을 집요하게 포착해 낸다. 이야기의 주 무대는 대부분 ‘가족’의 공간인데, 바람을 피우던 남편의 죽음으로 생활전선에 뛰어든 아내, 부모를 잃고 삼촌 곁에서 자란 여인 등 보편적인 ‘가족’ 경계의 테두리를 넘어선 이들의 삶 속에서 독자들은 가족의 관계와 현대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여성에 대해 다시금 주목하게 될 것이다.
현대를 살아가는 여성의 삶을 포착하다.
박향의 소설세계는 느닷없는 불운과 온갖 상처로 장악된다. 때로는 결코 청산하지 못할 질긴 빚으로, 때로는 돌연한 죽음으로 작중인물들은 고통스럽다. 그러나 그들의 고통은 삶에 대한 의식을 증폭시키고 사물에 대한 예민한 감각을 일깨운다. 박향의 소설에서 일상의 수런거림이 넘쳐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소멸을 돌이킬 수 없지만 남아 있는 생을 계속한다는 것, 생을 계속하는 한 상실이 끔찍하기만 한 것은 아니라는 것, 이것이 박향 소설이 지닌 공감력의 요체이다. _황국명 (문학평론가)
소설집 『영화 세 편을 보다』와 장편 『얼음꽃을 삼킨 아이』로 여성의 내면을 탁월하게 그려냈다는 평과 함께 정제된 문체로 2000년대 여성주의 소설의 신호가 되었던 소설가 박향은, 두 명의 화자를 병치하여 다른 세대의 시선으로 바라본 권태로운 삶의 단편을 소설 속에 비춰내는가 하면(「대화법」) 편의점을 ‘정글’이라고 부르는 불량학생들을 내세운 「지브라」 속에서 청소년들의 지루하고 답답한 일상을 동물원에 갇힌 맹수로 은유한다. 박향의 이번 소설집에는 새로운 기법과 번뜩이는 상상력으로 점철된 다양한 삶들이 작품 속에 조각되어 독자를 ‘즐거운 게임’ 속으로 초대하고 있다.
구질구질하지만, 그래도 인생
박향 소설에 나오는 주인공들은 하나같이 일상에 상처받고, 관계에 지친 이들이지만 이들은 결코 삶을 긍정하지도, 절망에 허우적대며 삶을 내팽개치지도 않는다. 긍정할 수 없는 인생이지만, 그래도 주어진 삶을 받아들이며 살아가는 것이다.
아내의 임신 소식과 함께 태풍처럼 몰려온 암 선고에 절망하는 사내(「자연의원」), 애인이 떠나버린 후, 임신한 채 매일 불러가는 자신의 배 사진을 찍어 애인에게 전송하는 여인과 아내의 죽음 이후 황폐한 삶을 살고 있는 삼촌의 기구한 삶(「토끼풀의 탄생」), 외도의 이유를 따지기도 전에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나버린 남편(「즐거운 게임」), K제과점 빵을 광적으로 좋아하는 아내를 가진 남자와 마찬가지로 K제과점 빵의 팬인 엄마를 가진 나의 우연한 만남과 느닷없는 이별(「달콤한 빵」), 아버지의 부재로 노래방 도우미를 하는 엄마와 자살을 꿈꾸던 고등학생 딸(「육포 냄새」), 말이 통하지 않는 러시아 여자 ‘소냐’와 자폐증 소녀 ‘성언’의 기묘한 동거(「대화법」), 광활한 정글을 꿈꾸지만 답답한 학교에 갇혀 사는 불량 청소년 학생들의 성장기(「지브라」), 입시지옥에서 벗어나 일상탈출을 꿈꾸지만 실패하고, 찜질방에서 이상한 할머니를 만나게 되는 청소년의 이야기(「요괴인간」) 등 소설집에 담긴 이야기들은 학교와 사회, 가정에서 소외당하는 현대인의 겪는 삶을 포착하며, 그들이 잃어버린 잃게 된 ‘인간성’에 대하여 깊은 질문을 던진다.
소설은 ‘토끼풀’, ‘게임’, ‘빵’ ‘육포’, ‘동물원’과 같은 삶의 다양한 은유로 인해 예민한 생명감을 잃지 않고 있으며, 육질의 시대에 기계만 남아 울려대는 핸드폰과 함께 사회의 비인간성을 고발하는 등(「육포 냄새」) 박향 특유의 시대적 고찰도 놓치지 않았다.
정제되고 압축된 문체로 빚어낸 일상의 수런거림
나는 의자에 몸을 기댄다. 여자의 말은 바람이다. 나는 몸을 가볍게 흔든다. 나는 나무다. 가지가 흔들리고 이파리가 몸을 살짝 뒤집는다. 머리카락이 흔들린다. 나는 머리카락 갈래마다 여자의 목소리가 들러붙는 걸 느낀다. 그녀는 말 중간 중간에 흐느끼고 있다. 가끔 흐느끼느라 말을 끊고 짧은 침묵에 잠기기도 한다. 그녀의 말은 바람을 품은 나무처럼 그저 눈을 감고 있기만 하면 된다. 그러면 이전에 내가 듣지 않고자 밀어냈던 말들이 싱싱하게 살아서 나를 찾아온다. (p.194「대화법」)
「작가의 말」에서 “쓸데없는 것들을 모두 걷어내고 나면 소설의 본질은커녕 혹 아무것도 남지 않는 것은 아닐까 하는 두려운 마음으로 소설을 썼다”고 밝히고 있는 박향의 말처럼, 그녀의 소설에는 군더더기가 없다. 누더기가 된 일상의 상처를 기워내어 상처를 두고 곱씹으며 사유하는 빛나는 통찰력과 함께, 사물을 넌지시 바라보며 독특하게 그려내는 문장의 힘은 갖은 묘사를 덜어내어 더 강력하다. 삶이 비루해 보이고 구질구질하다 여겨질 때, 여기에 놓인 박향의 소설을 읽어보자. 과연 이 육질의 시대에 인간성을 찾는다는 것이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해 볼 기회가 될 것이다.
글쓴이 소개
박향
경남 남해 출생으로 1994년 부산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연대표 속의 전쟁」이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1999년 제3회 부산소설문학상을 받았다.
작품집 『영화 세 편을 보다』와 장편소설 『얼음꽃을 삼킨 아이』가 있다.
차례
자연의원
달콤한 빵
즐거운 게임
토끼풀의 탄생
육포냄새
대화법
지브라
요괴인간
해설
작가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