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연, 김필남, 박대현, 박형준, 손남훈, 전성욱, 허정 지음
쪽수 | 292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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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형 | 148*210 |
ISBN | 978-89-98079-10-9 03810 |
가격 | 15000원 |
발행일 | 2015년 10월 15일 |
분류 | 한국비평론 |
책소개
퇴락한 문학의 자리에서
여전히 타협하지 않는 중견 비평가들에게 주목한다
근대 문학의 종언이 선언된 시대에, 비평은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을까. 1991년 발간되어 25년간 결호 없이 독자들과 만나온 국내 유일의 비평전문 계간지 『오늘의문예비평』이 국내 중견 비평가들에 주목하는 책을 펴냈다. 위기를 맞았다면 비평의 미래가 될 신인 평론가들에 주목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왜 하필 ‘중견’ 비평가인가? 이러한 의문에 필자들은 명료하게 답한다.
“패기 넘치는 젊은 비평가들의 열의도 인정해주어야 하지만, 여전히 도저한 비평가의 자의식으로 활력 넘치는 중견 비평가들의 존재론은, 그 자체로 어떤 강력한 반시대적 전언이다. 우리가 주목하고 귀 기울이고자 한 것이 바로 그 전언이었다.” _머리말 중에서
여성문학에 천착해온 비평가들에서부터 진보적·자유주의적 성향의 평론가들까지, 『비평의 비평』은 여전히 문학의 장에서 활약 중인 진중하면서도 타협 없는 ‘불한당’들의 궤적을 포착한다.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한국 비평의 지형도를 그리며, 새로운 상상력을 싹틔워낼 우리 비평의 탄탄한 기반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여성에서 젠더로 이행한 페미니스트 평론가 김미현
변화할 수 있는 세계 보여주며 대중과 소통하는 김용희
도입부에서는 여성문학과 신세대문학을 깊이 연구해온 두 비평가, 김미현과 김용희 평론가를 다룬다. 김경연의 「변온과 항온, 혹은 유동하는 ‘사이’의 비평」은 여성문학에 ‘올인’해온 김미현 평론가의 궤적에 주목한다. 2008년작『젠더 프리즘』에서 김미현은 페미니즘 ‘다시-보기’를 시도하면서 스스로의 비평행위를 심문한다. 여성에서 젠더로, 페미니즘에서 페미니즘 ‘이후’의 페미니즘으로 이행하며 김미현은 “현실을 민감하게 감각하면서 그 변화에 스스럼없이 몸을 내맡기”고 있다.
김필남은 김용희 평론가의 글을 「환(幻)의 글쓰기」라 정의한다. 현실·이성과 대립하는 ‘환’의 글쓰기는 독자를 “환상적인 세계, 꿈의 세계, 유혹에 빠지게” 한다. 대중과의 소통을 중요시하는 김용희는 문학 평론은 물론 영화 평론, 소설 집필까지 나아갔다. 낡은 틀을 넘어서려는 소통의 노력을 통해 발견한 ‘환의 글쓰기’로 그녀는 완성된 형태가 아닌, 언제든지 변화할 수 있는 세계를 보여준다.
체제의 바깥을 꿈꾸며 문학의 전위에서 활동해온 조정환, 김명인, 권성우
전성욱의 「유죄로서의 욕구, 이론과 신념」은 평론은 물론 노동해방문학 운동, 출판, 정치철학까지 다양한 활동을 해온 조정환에게 주목한다. “지금도 나를 가장 강하게 사로잡는 것은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끔찍한 현실에서 벗어날 길을 알고자 하는 욕구”라는 조정환의 글을 인용하며 전성욱은 조정환에게 욕구란 “절대적으로 긍정적인 활력”이라 파악하고 있다. 따라서 조정환의 비평이란 어떤 ‘론’이 아니라 이론과 신념 사이, 그 “생성의 틈”에서 분출해 나오는 것이다.
「혁명의 좌절, 비평의 악몽」에서 박대현은 80~90년대를 거쳐 오면서 줄곧 비평적 주체의 긴장을 풀지 않고 있는 김명인을 살피고 있다. 그 작업이 “한국 민중문학의 한 상처를 들여다보는 일”이기도 한 것은, 비평이 민중으로부터 멀어졌거나 처음부터 변혁의 주체와 떨어져 ‘악몽’을 꾸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명인의 평론을 통해 박대현은 오히려 비평이 “악몽의 순간을 살아야 하는 것이 아닌가. 가장 절망적이고 비참한 순간에야말로 비평은 (…) 단단한 정신적 좌표가 될 수” 있다는 결론을 도출해낸다.
「미혹과 비판, 성찰과 망명」에서는 전성욱이 권성우 평론가에 대해 썼다. 전성욱이 말하길 “비평의 아름다움은 문장의 유려함이나 해석의 치밀함보다는 ‘비평가의 자의식’이라는 내면의 섬세한 무늬”로 드러난다. 권성우의 경우 그 자의식은 건조하고 상투적인 논문 투의 비평문체로부터 ‘나’를 전면에 드러내는 개성적 비평으로, 주류화된 문학의 장르 구분을 넘어 변두리 양식의 가치를 발굴하는 ‘외부’의 비평으로, 문단제도의 불합리한 권력 행사를 거부하는 자유로운 탈주의 비평을 통해 ‘망명의 비평가’라는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문화적 좀비’상태를 ‘비판적 사유’로 돌파하는 도정일
당대 문학의 맥을 짚는 모더니스트 황종연, 이광호
서정이라는 ‘정공법’ 통해 시의 미래를 구상하는 유성호
박형준의 글 「르네상스 정신의 비평적 발현」은 이미 고전이 된 『시인은 숲으로 가지 못한다』의 저자 도정일을 “우리 시대의 르네상스인”으로 명명한다. 문화적 좀비가 된 시민사회의 사유 정지 상태를 인문적 가치, 특히 ‘비판적 사유’를 통해 돌파하고자 하는 도정일은 “탈이성에 마취되어 있던 90년대를 ‘차가운 정신’으로 묵묵히” 관통한 예외적인 비평가이다. 박형준은 인간 개개인의 가치와 무한한 잠재성을 신뢰하는 그의 비평에서 계급 모순에 대한 사유가 부재하다고 지적하지만, 이를 근거로 그의 인문주의를 간단히 무시할 수는 없다고 말한다.
「근대 문학 이후를 탐색하는 모더니스트」와 「‘무중력 공간’에 갇혀버린 ‘미적 근대성’」에서 손남훈은 모더니즘 문학에 집중해온 두 평론가 황종연과 이광호를 다룬다. 이 두 평론가에 대한 손남훈의 공통된 비판은 모더니즘-리얼리즘 이분법을 따르고 있다는 점인데, 황종연은 리얼리즘에 대한 비판을 통해 모더니즘 진영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으며, 이광호는 이 이분법을 부정하면서도 한국 문학사를 도식화하여 이 대립을 재생산한다는 것이다. 하지만「근대 문학 이후…」에서 손남훈은 황종연의 “정치한 문학적 방법론과 거시적인 인식이 근대 이후를 지향하는 또 다른 문학의 지형도를 창출”할 가능성을 발견한다. 「‘무중력 공간’…」에서는 이광호 평론의 장점은 “성실한 텍스트 해석과 더불어 이를 당대의 맥락과 관련시켜 의미화하는” 데 있다고 짚으며, 이 두 평론가들이 꾸준히 만들어갈 비평의 길에 기대를 걸고 있다.
마지막으로 허정의 유성호론 「서정과 현실의 역동적인 교섭」은 시가 근대문학 종언론의 축에 끼지도 못하고 이미 퇴물로 취급받는 것은 아닐까 하는 의문에서 시작한다. 미래파와 전통 서정 간의 대립구도도 시들해진 지금, 유성호에 주목하는 이유는 그가 서정 개념의 갱신을 통해 이 시대 시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를 지속적으로 고민해왔기 때문이다. 서정이라는 ‘정공법’의 의미를 확대하여 시의 미래를 구상하는 유성호를 허정은 “철저한 현실 대면의식과 대안 세계에 대한 고갈되지 않는 희망을 중시해온 비평가”로 정의한다.
적극적 독해를 통해 이루어지는 창조적 행위, ‘비평’의 확장을 꿈꾸며머리말에서 지은이들은 비평을 “적극적 독해를 통해 이루어지는 창조적 행위”라 정의한다. 그 ‘적극적 독해’가 문학 작품이 아니라, 비평의 길을 앞서 걸어온 선배 평론가들의 궤적을 읽어낼 때, 그 행위는 “신화도 전설도 아닌, 한 사람의 중견 비평가”를 비추어낸다. 물론 ‘비평에 대한 비평’은 자칫 문학장 내부로만 국한된 ‘찻잔 안의 태풍’으로 읽힐 수 있다. 그러나 『비평의 비평』은 새삼 ‘읽고 쓴다’는 행위에 요구되는 용기와 섬세함, 그리고 타자와의 열린 대화가 이루어질 때의 짜릿함을 전하는, 우리 ‘읽고 쓰는 사람’ 모두에게 화두를 던지는 책이다.
『비평의 비평』을 엮은 『오늘의문예비평』은 내년 봄 100호를 발간한다. 지난 25년간 국내 유일의 비평전문 계간지로서 꿋꿋이 문학의 마중물 역할을 해온 만큼, 이 잡지 또한 ‘중견’이라 불릴 만한 깊이를 갖추게 되었다. 한국 문학 비평의 지형도인 『비평의 비평』을 통해, 『오늘의문예비평』또한 동료들을 여전히 긴장하게 만드는 ‘중견’의 모습으로 근대문학을 넘어서는 문학, 그리고 더 넓은 비평의 장으로 나아갈 원동력을 나누고 있다.
지은이 소개
엮은이
오늘의문예비평
1991년 부산에서 시작된 이래 25년간 결호 없이 지속적으로 발간되어온 국내유일의 비평전문 계간지. 문학의 마중물 역할을 하고 비평의 자리를 지키며, 젊은 예술가, 학자, 비평가들의 목소리들을 한 자리에 모아와 “지역문화운동의 최전선에 위치해 있다”(교수신문)고 평가받았다. 문학뿐만 아니라 영화, 사회 등의 비평을 실어 다양하게 비평의 저변을 넓히고 있다.
지은이
김경연: 비평집으로 『세이렌들의 귀환』이 있으며, 공저로 『살아 있는 신화 황진이』, 『혁명 이후의 문학』, 『2000년대 한국문학의 징후들』, 『문학과 문화, 디지털을 만나다』 , 『세계문학의 가장자리에서』 등이 있다. 《오늘의문예비평》 편집위원이며, 부산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김필남: 2007년 《부산일보》 평론 등단. 공저로 『지역 예술을 말하다』, 『일곱 개의 단어로 만든 비평』 등이 있다. 《오늘의문예비평》 편집위원, 경성대 강사.
박대현: 2005년 《부산일보》 평론 등단. 저서로 『헤르메스의 악몽』, 『닿을 수 없는 혁명』, 『우울한 것의 추락』, 『혁명과 죽음』 등이 있다. 《작가와 사회》 편집위원.
박형준: 문학평론가. 공저로『부산시민의제사전』, 『지역·주체·소수자 담론과 욕망 표상』,『세계문학의 가장자리에서』 등이 있다. 《오늘의문예비평》 편집위원, 부산외대 한국어문화학부 조교수.
손남훈: 2008년 《부산일보》 평론에 당선되면서 비평 활동 시작. 공저로 『지역이라는 아포리아』, 『공존과 충돌』 등이 있다. 《오늘의문예비평》 편집위원, 동의대 강사.
전성욱: 문학평론가, 계간 《오늘의문예비평》 편집주간. 동아대학교 국어국문학과에서 일하고 있으며 평론집 『바로 그 시간』, 산문집 『현재는 이상한 짐승이다』가 있다.
허정: 문학평론가. 1996년 《창작과 비평》에 평론을 발표하면서 비평 활동 시작. 저서로 『먼 곳의 불빛』, 『공동체의 감각』이 있다. 《오늘의문예비평》 편집위원, 동아대학교 한국어문과 조교수.
차례
머리말
1. 변온과 항온, 혹은 유동하는 ‘사이’의 비평―김미현론
-김경연2. 환(幻)의 글쓰기―김용희론
-김필남3. 유죄로서의 욕구, 이론과 신념 사이의 비평―조정환론
-전성욱4. 혁명의 좌절, 비평의 악몽―김명인론
-박대현5. 매혹과 비판, 성찰과 망명―권성우론
-전성욱6. 르네상스 정신의 비평적 발현―도정일론
-박형준7. 근대 문학 이후를 탐색하는 모더니스트―황종연론
-손남훈8. ‘무중력 공간’에 갇혀버린 ‘미적 근대성’―이광호론
-손남훈9. 서정과 현실의 역동적인 교섭―유성호론
-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