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호연 지음
쪽수 | 240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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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형 | 152*225 |
ISBN | 978-89-6545-487-8 03810 |
가격 | 14,800원 |
발행일 | 2018년 2월 26일 |
분류 | 한국에세이 |
*2018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문학나눔 선정도서
책소개
자유로움을 갈망하던 도시녀, 초록 눈의 아나키스트 남편과 무주 덕유산 자락 골짜기에 들어가다
기존 삶의 방식을 의심하는 누군가에게는 ‘일상의 혁명’이 필요하다. 스스로를 아나키스트라고 지칭하는 남자와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움을 갈망하던 여자는 새로운 삶을 찾아 산골짜기로 들어갔다. 제도가 만들어놓은 패턴에서 벗어나 대안적인 방식으로 살아보기엔 도시보다 산골이 더 좋을 것 같아서였다. 서울에서 나고 자라 여의도에서 직장생활을 하던 여자는 캐나다인 남자를 만나 무주 덕유산 자락에 신혼집을 차렸다. 그리고 어느덧 아이 넷을 낳아 기르며, 요상한(?) 손님들을 맞으며 좌충우돌 살아가는 그 여자 박호연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혁명이란 반복되는 무엇인가를 새롭게 시작하는 것
글쓰기에 열정을 품고 있으며, 단편 소설 「산청으로 가는 길」로 한겨레21 손바닥문학상을 수상한 바 있는 저자는 도시를 한 번 떠나 보자고 산골살이를 시작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살아온 지난 10년의 시간을 이 책에 담았다. 제목에 ‘혁명’이라는 다소 거창한 단어를 넣었지만 저자는 그것이 결코 멋을 부린 게 아니라고 말한다. 저자에게 혁명이란 ‘반복되는 무엇인가를 새롭게 시작하는 것’이고, ‘누구나 살면서 이루어나갈 수 있는 사건’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은 혁명의 기록이다. 초여름 밤에 울려 퍼지는 소쩍새 소리, 장마로 불어난 계곡의 용솟음, 결실이 주렁주렁 달리는 작물, 계절이 기척 없이 지나가는 풍경을 곁에서 지켜보며 밀려왔던 기쁨과 충만함. 이 모든 것이 저자에게는 바로 혁명인 것이다.
모든 것이 생경한 겨울 길목의 산골,
새롭게 이식된 땅에 잔뿌리를 내린다
자급자족을 삶의 방향으로 정하고 산골살이를 해나가는 과정에서 겪는 저자의 다양한 경험들이 범상치만은 않다. 예를 들면 산업적인 고기를 거부하는 남편의 야생고기(로드킬 당한 고라니 고기)에 대한 이야기는 도시 생활에서는 상상하기가 쉽지 않다. 자신의 선택으로 들어간 산골의 삶이지만, 오랫동안 비어 있던 산골의 흙집에서 맞이한 삶이 어찌 기쁨만으로 다가왔을까. 처음 겪는 많은 일들 속에서 저자는 새로운 삶의 방식을 만나고, 만들어 가고, 익숙해져 간다. 산골에서 나고 자란 네 아이들은 자연과 교감하며 건강하고 자유롭게 커간다. 또한 사는 곳이 어디든 경험하게 되는 이웃들의 이야기도 담겨 있다.
산 아래 세상과 연결된 이야기들
산골에 살아도 여러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살아가는 것은 매한가지다. 저자는 지난 탄핵 정국 때 서울과 전주의 촛불 광장에서 겪은 여성혐오에 관한 이야기들을 전하면서 결국 페미니즘은 휴머니즘이라는 확신을 갖는다.
나는 뿌리 깊은 남성 중심 사회 전면에 목소리를 내는 용감한 여성들과 페미니즘의 거센 물결을 환영한다. 내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에 특정 젠더를 ‘혐오’하지도 ‘억압’하지도 않을 사회적 뿌리를 심는 일이라 생각한다. (중략) 젠더와 인종, 나이와 지역, 경제적 계급을 초월한 여성주의 연대를 기대해본다. 쉽지 않겠다. 어쨌든 편협함은 페미니즘과 어울리지 않는다. - 「페미니즘은 휴머니즘이다」 중에서
캐나다인 시부모님이 한국으로 여행을 올 거라는 소식을 전해온다. 아나키스트인 남편과 달리 시부모는 경제적으로 넉넉해 토론토-인천 간 퍼스트 클래스 비행기값과 돌아갈 때 이용하게 될 요코하마-벤쿠버 간 크루즈 여행경비는 산골 가족의 1년 생활비를 훌쩍 뛰어넘을 것이다. 하지만 저자는 “그것은 그들의 인생, 우리는 우리의 인생. 단지, 부모 자식 간에도 빈부 격차가 크다는 사실”을 쿨하게 인정한다. 그리고 이번 여행이 두 분의 별거 여행이 될 거라는 뜻하지 않은 소식을 접한다. 먼 타국에 사는 아들에게 언제나 좋은 소식을 전하던 아버지가 사실은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었으며 이번 여행을 끝으로 요양원에 입소하고 어머니는 실버타운으로 가게 될 거란다. 저자는 ‘늙어버린 몸에 담긴 노년의 정신은 대체 어떤 모습인지, 요양시설에 들어가는 심정이란’ 어떠할지 염려한다. 이런 염려는 우리 모두의 숙제이기도 하다.
책속으로/밑줄긋기
p.24 광대정에서 살며 우리는 자급자족을 실현할 수 있었다. 산골에 살아보니 그것은 식은 죽 먹기였다. 봄에는 나물 뜯어 먹고, 여름에는 밭에서 나는 거 먹고, 가을에는 산에 지천으로 달린 밤이며 도토리, 겨울에는 산에서 틈틈이 해 놓은 나무를 때며 뜨끈한 구들방에 앉아 그간 수고한 몸을 쉬면 된다. 돈 쓸 일이 거의 없다. 우리는 산골에서 자본으로부터 독립한 진정한 아나키즘을 실현한다. 산골 아나키 만세!
p.33 아나키스트임을 주장하는 남자와 사는 나에게 사람들은 종종 묻는다. 그럼 당신도 아나키스트인가요? 내 대답은 모호하다. 일단 나는 스스로를 ‘~주의자’로 정의하는 게 불편하다. 고작 사람의 머리로 만들어낸, 제아무리 완벽하다 한들 허점이 있을 수밖에 없는, 사상이란 틀에 나를 끼워 맞추기란 영 어색하고 불편하다. 나는 나일 뿐.
p.102 한국에 사는 우리는 타국에 가려면 비행기나 배를 타야 한다. 섬나라가 아닌데도 한국은 정치적 이유에서 섬이 되어 버렸다. 이 같은 상황은 우리의 정신에 어떤 영향을 끼쳐온 것일까. 분단되기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우리도 서울에서 기차를 타고 모스크바에도 가고 베를린에도 파리에도 갔었다. 서울에서 출발하는 유라시아 대륙 여행을 꿈꿔본다. 다시금 육로로, 비자 없이 자유롭게!
p.135 위생과 깔끔함에 대한 과도한 강박은 도시적 습성이다. 산에 살다보니 자연스레 그것들에 대한 새로운 기준이 형성됐다. 내가 덜 씻을수록 내 집 뒤에 흐르는 냇물은 더 청명하다. 사람의 손길이 지나지 않은 자연은 언제나 있는 그대로 깨끗하다. 그렇게 여기다 보니, 아기가 흙도 먹은 판에 흙바닥에서 뒹구는 것도, 흙손으로 뭔가를 집어 먹어도 나는 그냥 보고만 있다. 나들이를 다니다 아주 푹신한 흙을 찾으면 아기는 벌렁 누워 뭔가 사색하는 양 오랫동안 하늘을 바라보기도 하고, 여기저기 뒹굴기도 한다.
저자 소개
박호연
1978년 서울 도봉산 자락에서 태어났다. 2008년 거북이 섬 이주민과 짝을 이루고 덕유산 자락 골짜기로 들어갔다. MB 정권이 들어섰기 때문. 은 아니고, 대안적인 방식으로 살아보고 싶었다. 현재, 그 골짜기 그 집에 그 사람과 더불어 아이 넷, 오골계 열아홉 마리 등등과 살고 있다. 장차 들쥐를 소탕할 활동적인 고양이를 찾고 있다.
대학에서 불어불문학을, 대학원에서 유럽지역 정치를 공부했다. 글쓰기에 열정을 품고 있으며, 「산청으로 가는 길」로 한겨레21 손바닥 문학상을 수상했다.
차례
들어가는 말
1장 산골 살이: 자유는 불편을 동반하고
청산에 한번 살아보지, 뭐 / 광대정 일기 / 산골 아나키스트의 달맞이 / 뱀과 무심하게 / 집짓기는 밥짓기 / 그해 겨울 / 산딸기가 부른다
2장 손님 열전: 소쩍새 노래하는 광대정 골짜기로 오세요
유목민의 피 / 양심적인 너를 추억하다 / 딸기는 우리 곁에 / 너희들은 참 좋겠다 / 21세기 효녀 심청 / 대륙 횡단 / 손들이 떠난 후
3장 낳고 키우고: 사랑해 그래도 쉽지 않아
마들렌 올리비에 그리고 나 / 아기의 직립보행을 기다리며 / 포유류로 돌아가는 시간 / 쌀쌀해도 봄 마실 / 아듀adieu, 쭈쭈 / 엄마, 사랑에서 우러나는 자발적 헌신 vs 돌봄이란 이름의 노동 / 28개월, 위대한 반항기
4장 책과 영화 속으로: 산방에서 펼치는 이야기 세계
우리 모두 안에 뫼르소 / 엉뚱 발랄한 아나키즘 해설서 / 꽃님들을 소개합니다 / 프랑스 좌파들의 뭉클한 인간극장 / ‘젊음’을 보내며 / 세상으로 떠난 미국 산골의 육남매 / e-메일
5장 산 아래 세상에서: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들
페미니즘은 휴머니즘이다 / 8월 24일, 수도 서울에 바람 불던 날 / 그들에겐 아주 중요한 여행 / 즐거운 글쓰기 시간 / 사람과 사람들 / 삼척 바다 둥근 해, 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