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완희 지음
쪽수 | 248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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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형 | 152*225 |
ISBN | 978-89-6545-450-2 03810 |
가격 | 13,000원 |
발행일 | 2017년 11월 20일 |
분류 | 한국에세이 |
책소개
내가 살아 있음을, 아직 죽음에 이르지 않았음을 보여줄 또 한 번의 감동을 꿈꾸며 기다리고 있다.”
김완희의 첫 산문집, 여행의 ‘일상’을 그려내다.
김완희 산문집 『이니스프리, 그 이루지 못한 꿈』은 총 46편의 짧은 산문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작가는 문학과 예술 작품을 주제 삼아 담담하게 인생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1장 매화 옛 등걸에」,「2장 드디어, 이니스프리에」, 「3장 위대했던 여름, 릴케, 가을날」, 「4장 그 밖에」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부터 릴케의 「가을날」까지 국내 작품과 해외 작품에 구분을 두지 않고 다루는 범위가 매우 넓다. 노년이 되어서도 시와 음악이 있어 즐겁고 행복하다는 김완희 선생은 이 책을 통해 독자들에게 그 행복의 비결을 전하고 있다. 김완희가 전하는 『이니스프리, 그 이루지 못한 꿈』과 함께 평범한 일상 속 ‘여행’을 떠나보자.
“나는 이제 일어나 가야지 이니스프리로….”
이니스프리를 동경하던 여고생. 드디어 이니스프리를 가다.
I will arise and go now, and go to Innisfree…. _「The Lake Isle of Innisfree」, 예이츠.
긴 여정이었다. 이니스프리 섬이 내려다보이는 ‘길’ 호숫가 언덕 위에 서서 호수 바로 옆에 조용히 누워 있는 그 섬을 바라다보았다. 갑자기 눈앞이 부옇게 흐려 왔다. _「드디어 이니스프리에」p.114시인 예이츠(Yeats)의 고향인 아일랜드 슬라이고 근처 ‘길(Gill)’ 호수 가운데 작은 섬이 있는 지역을 ‘이니스프리’라고 한단다. ‘이니스프리’란 게일 말로 ‘heather island’란 뜻이라는데 heather는 자줏빛 꽃으로, 낮에는 이 꽃이 호수를 온통 자줏빛으로 물들인다 한다. 작가는 언제부터, 어느 계기에 의해서 그 이름도 생소한 ‘이니스프리’라는 섬을 동경하게 되었을까? 저자가 들려주는 여행기는 평범하지만, 어딘가 평범하지가 않다. 일상적이지만 일상적이지 않다. 담담하게 보고 들은 것을 서술하고 있지만, 저자의 생생한 풍경 묘사는 책을 읽고 있는 사람조차도 마치 그 시간, 그 장소에 함께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게끔 한다. 눈앞에 그려지는 풍경의 색감마저 너무 또렷해 이질적이라는 느낌이 들 정도로. 생생한 묘사와 그로 인해 그려지는 색감은 마치 어린아이들의 동화책 속으로 들어온 듯도 하다.
“그곳에 얼마나 많은 이야기들이 서리서리 쌓여 있을까?”
저자는 로마를 여행하면서도 폐결핵이 악화되어 이탈리아에서 죽은 영국의 낭만파 시인 키이츠를 떠올린다. 금발 머리, 파란 눈동자의 가이드가 그 키이츠를 쉘리로 잘못 말하자 “아니에요, 쉘리는 바다에서 죽었어요”라고 지적질을 하고는 이내 자신의 경박함을 자책하면서도, 바다를 너무 좋아해서 친구들에게 바다에 빠져 죽자고 여러 번 제의했다는 시인 쉘리를 기억한다.
감수성이 예민했던 때라 바다를 사랑해서 그 속에 빠져 죽고 싶어 했던 그의 열정과 그의 바람대로 바다가 그를 거두어 갔다는 필연에 밤새워 울고 또 울었었다. 그리고 그 기억은 오랫동안 내 낭만적 정서를 풍요롭게 해 주었다. 이런 사실을 가이드가 알리가 없지만, 알았다면 내 경박함을 그렇게 탓하지는 않았으리라.(「키이츠, 쉘리, 로마」에서)
문학소녀 시절 동경하던 시인 예이츠와 그의 고향 이니스프리. 그 이니스프리에 다녀온 일화뿐만 아니라 라이너 마리아 릴케나 사무엘 베케트, 조이스 킬머 등의 이야기를 저자는 여행 속에서 고스란히 되살린다.
“구름에 달 가듯이 우린 나그네가 되어 걸었다.
산굽이 돌면 마을이 있고, 그 어귀엔 주막이 있었다.”
여행이라고 하면 들뜨고 설레기 마련이다. 직접 발로 움직이는 여행이든 책을 통해 떠나는 여행이든 설레는 것은 똑같을 것이다. 하지만 정작 여행을 떠나고, 우리에게 그 모습을 보여주는 저자는 한 명의 고고한 선비처럼 담담하기만 하다. 저자에게 여행이란 문학을 만나고, 음악을 만나고, 시를 만나고, 예술을 만나는 일이었다. 산청에 매화를 보러 가서는 조식 남명 선생을 생각하고, 대구 팔공산을 다녀오다가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의 상화 이육사를 우연히 만난다. 벚꽃 구경 간 경주의 한 콘도 앞에서 목월의 시비를 보고 목월과 지훈의 인연을 떠올리며 저자는 ‘그 가을의 어느 날 목월의 「나그네」는 퇴색한 벽지 같은 내 오랜 얘기 하나를 선명한 빛깔로 칠해 주었다.’라고 말한다. 박목월의 「나그네」가 저자에게 그런 의미로 다가왔다면, 우리에게 김완희의 『이니스프리, 그 이루지 못한 꿈』 역시 그렇게 다가오지 않을까.
천천히, 유유자적하며 우리 모두가 구름에 달 가듯 한 명의 나그네가 되어 이 책 속을 그렇게 걸어보는 건 어떨까. 한 장을 펼치면 여행이 있고, 그 끝자락에는 문학과 예술이 있는.
책속으로/밑줄긋기
p.36 인각사를 향해 떠나면서 못내 아쉬웠던 것은 그곳 비어 있는 집 대청마루에 앉아 나의 정체성을 깊이 생각해 보지 못한 것이었다.
p.41 가을은 또 어떻게 보낼까. 다시 산정무한을 찾아 읽으며 시공을 거슬러 그때 그곳에 나를 한번 세워 놓아 볼까. 손님이 없어 등잔 아래 외로이 앉아 책을 읽는 산속 여사의 아가씨를 보면서, 그리고 바람소리, 물소리, 나뭇잎 날리는 소리가 어울린 교향악인가 아님 어쩌면 곤히 잠든 산의 호흡인지도 모를 소리를 들으며 남포등 켜 놓고 혼자 울어 볼까.
p.109 「햄릿」이 실패작이었든 신화의 재현이었든 혹은 오이디프스 콤플렉스의 발현이었든 간에 그는 우리들 마음속에 아직도 사느냐 죽느냐로 갈등하는 연민의 대상으로 살아 있다. 고민하며 방황하는 햄릿의 영혼이 곳곳에 숨어 있을 것 같은 엘시노 성을 떠나오면서 오랫동안의 상상의 나래를 접는 내 마음속에 공허한 바람이 일었다.
p.114 지금 이 시간, 끝나 버린 음악회를 아쉬워하며 해마다 여름이면 벌어질 티볼리의 축제의 밤을 생각한다. 어느 건물에선가 신랑 신부가 트럼펫의 팡파르에 맞춰 걸어 나올 것 같고, 요정들은 꽃들 사이로 부지런히 날아다니며 슬픈 사랑을 맺어 주기 위하여 열심히 사랑의 묘약을 발라 주려고 젊은이들을 잠재우려 할 것이다. 엉뚱한 사람에게 잘못 발라 주지나 말아야 할 텐데, 하는 염려까지 하며…. 좋은 글과 음악이 있어 인생은 제법 즐거울 수 있다는 새삼스런 생각도 한다.
p.125 “나는 가리라 곧 가리라 이니스프리 섬으로/나뭇가지 엮어 진흙 발라 거기 작은 오막집 하나 짓고/아홉 콩이랑, 꿀벌 집도 하나 가지리/그리고 벌떼 붕붕대는 숲속에서 나 홀로 살리(제1연)” 이 시가 왜 나를 그토록 감동시켜 40년도 더 넘게 이곳에 마음을 두게 했는가.
p.190 아침나절 햇빛이 눈부신 마루 한구석에 걸려 있는 노트한 장 크기만 한 모네의 <인상, 해돋이>란 그림을 보면서 조선조 순조 때, 의유당 연안 김씨의 「동명일기」를 떠올린
것은 그녀의 해돋이 구경이야말로 참으로 극성스러운 행차였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p.213 작은 체구였지만 그랜드 피아노를 압도하고 청중을 압도하고 베토벤의 곡까지도 압도했던 루돌프 제르킨의 그 연주는 내 마음속에 아직도 살아 있다. 내가 살아 있음을, 아직 죽음에 이르지 않았음을 보여줄 또 한 번의 감동을 꿈꾸며 기다리고 있다.
저자 소개
김완희
1938년 서울 태생
경기여중·고 졸업
이화여자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
부산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과 수료
이사벨여고 교사
부산대학교 강사
부산 YWCA 명예 이사
부산 YWCA 50년사 집필
차례
1장 매화 옛 등걸에효석과 지훈 / 이방골 하얀 집에서 만난 사람 / 윤선도의 자취를 따라 / 한밤 마을 산수유에 열린 전설 / 산정유한 / 강의 근원 우통수 / 효대와 일지춘심 / 경주 / 한 점 ‘신선의 섬’ 남해 / 매화 옛 등걸에 / 우리는 진정한 봄의 향유자인가
2장 드디어, 이니스프리에
프로스트의 노란 숲속을 걸으며 / 5월이 선사한 행운 / 피렌체, 르네상스의 꽃 / 키이츠, 쉘리, 로마 / 미라보 다리 / 솔베이그의 노래 / 엘사노, 이제 그 상상의 나래를 접고 / 티볼리, 한여름 밤의 꿈 / 이니스프리, 그 이루지 못한 꿈 / 낭만적 감동의 순수한 체험 / 드디어 이니스프리에 / 아테네의 크로폴리스에서 / 트로이, 그 성벽 위에 서다 / 이스탄불을 향한 나의 슬픈 노래 / 갑바도기아로 가는 길
3장 위대했던 여름, 릴케, 가을날
정지용이 그려준 고향의 그림 / 위대했던 여름, 릴케, 가을날 / 성북동 비둘기와 광장 / 국화꽃, 내 누님같이 생긴 꽃이여 / 양주동, 노천명, 그리고 춘향 / 고도우를 기다리는 사람들 / 시인은 시를, 하나님은 나무를 / 이 시대 현자는 어디에 / 해돋이, 그 장엄한 서사시의 참다운 창작은 / 아에네이스, 그 위대한 인간정신의 산물 / ‘리가아’ 그 진정한 사랑의 리자 / 여름밤의 향연 / 루돌프 제르킨, 그 지적으로 정제된 연주 / 아직도 무용은 거기에 / 짜라스트로가 승리하는 삶으로
4장 그 밖에
피그말리온, 자기가 만든 조각품에 반해 버린 / 목양신과 갈대로 변한 요정 시링크스 / 아폴론과 다프네 / 어떤 감사 / 어느 칼갈이의 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