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근찬 지음
쪽수 | 464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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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형 | 152*225 |
ISBN | 979-11-6861-378-2 04810 |
가격 | 30,000원 |
발행일 | 2024년 10월 30일 |
분류 | 하근찬 전집 13 |
책소개
★2021년 작가 탄생 90주년 기념 <하근찬 전집> 최초 출간★
★2024년 하근찬 전집 4차분 발간★
1980년대 후반, 한국전쟁이 가져온 전환기를 그린 장편소설
제13권 『작은 용』
단편적으로 알려졌던 소설가 하근찬,
그의 문학세계를 새롭게 조명하다
한국 단편미학의 빛나는 작가 하근찬의 문학세계를 전체적으로 복원하기 위해 ‘하근찬문학전집간행위원회’에서 작가 탄생 90주년을 맞아 <하근찬 문학 전집>을 전 22권으로 간행한다. 한국전쟁 이후 한국소설의 백미로 꼽히는 하근찬의 소설 세계는 단편적으로만 알려져 있다. 하근찬의 등단작 「수난이대」가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으로 이어져온 민중의 상처를 상징적으로 치유한 수작이기는 하나, 그의 문학세계는 「수난이대」로만 수렴되는 경향이 있다. 하근찬은 「수난이대」 이후에도 2002년까지 집필 활동을 하며 단편집 6권과 장편소설 13편을 창작했고 미완의 장편소설 3편을 남겼다. 하근찬은 45년 동안 문업(文業)을 이어온 큰 작가였다. ‘하근찬문학전집간행위원회’는 하근찬의 작품 총 22권을 간행함으로써, 초기의 하근찬 문학에 국한되지 않는 전체적 복원을 기획했다.
원본과 연보에 집중한 충실한 작업,
하근찬 문업을 조망하다
하근찬 문학세계의 체계적 정리, 원본에 충실한 편집, 발굴 작품 수록, 작가연보와 작품 연보에 대한 실증적 작업을 통해 하근찬 문학의 자료적 가치를 확보하고 연구사적 가치를 높여, 문학연구에서 겪을 수 있는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
하근찬 문학전집은 ‘중단편 전집’과 ‘장편 전집’으로 구분되어 있다. ‘중단편전집’은 단행본 발표 순서인 『수난이대』, 『흰 종이수염』, 『일본도』, 『서울 개구리』, 『화가 남궁 씨의 수염』을 저본으로 삼았고, 단행본에 수록되지 않은 알려지지 않은 하근찬의 작품들도 발굴하여 별도로 엮어내어 전집의 자료적 가치를 높였다. ‘장편 전집’의 경우 하근찬 작가의 대표작인 『야호』, 『달섬 이야기』, 『월례소전』, 『산에 들에』뿐만 아니라, 미완으로 남아 있는 「직녀기」, 「산중 눈보라」, 「은장도 이야기」까지 간행하여 하근찬의 전체 문학세계를 조망한다.
13권 『작은 용』
전쟁과 이념의 갈등이 불러온 기존 질서의 붕괴를 그리다
1989년에 간행된 하근찬의 장편소설 『작은 용』은 문예지 <문학정신>에 1986년 10월부터 1988년 10월까지 2년간 연재되었다. 이 작품은 1950년 늦봄, 인민군이 농촌 마을 회룡리(回龍里)를 점령하고 퇴각하기까지의 일을 배경으로 하며, 한국전쟁이 가져온 이념과 가치관의 혼란과 갈등을 그리고 있다. 3개의 장과 에필로그로 구성된 『작은 용』은 한국전쟁 전 인민군의 등장과 전쟁 발발 후 혼란스러운 상황, 그후 인민군이 마을을 점령하며 발생하는 크고 작은 사건들을 다룬다. 하근찬은 고난을 참지 않고, 저항을 행동으로 옮기는 ‘마칠성’이라는 인물을 통해 이전의 작품에서는 보여주지 않았던 새로운 인물상을 그린다.
단편·장편을 막론하고 내 소설의 주인공들은 저항을 행동으로 옮기는 경우가 극히 드물었다. 6·25의 불길 속에서도, 일제 말엽 태평양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그 고난을 참고 견디며 극복해 나아가는 그런 인물들이었다.
그런데 이 『작은 용』의 주인공은 몸으로 반항의 길을 택하여 방화까지 서슴지 않는 것이다. 남달리 소유욕이 강하고, 그래서 팔푼이라고까지는 할 수 없지만 구푼이 정도 되는 칠성이라는 인물을 통해서 나는 말하자면 처음으로 저항의 행동화를 시도해 본 셈이다. 그런 점에서 내 작품으로는 좀 색다른 것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하근찬, 『작은 용』 ‘작가의 말’ 중에서
주인공 칠성은 지능이 다소 부족하지만 엿장수로 일하며 논 일곱 마지기를 마련하는 데 성공하는, 강한 소유욕을 가진 인물이다. 칠성의 주변에는 재산을 노리고 그를 유혹하는 분심, 장애를 가진 딸을 그에게 시집보내려는 지주 황 참봉 등이 있다.
전쟁이 발발했음에도 불구하고 칠성은 엿을 팔아 돈을 벌 걱정만 한다. 그 사이 마을은 인민군이 점령하고, 황 참봉 일가가 반동으로 몰리면서 불안한 분위기가 형성된다. 특히 인민군이 등장한 후 황 참봉의 머슴이 인민위원장이 되는 등 기존의 질서가 붕괴되는 모습이 마을 사람들 사이의 갈등을 통해 그려진다. 등장인물들은 새로 등장한 사회주의라는 질서 속에서 각자의 생존 방법을 찾는데, 그 과정에서 마을 사람들 사이의 연대와 신뢰가 무너진다. 칠성은 자신의 땅이 몰수되고 공동소유가 될 것이라는 사실에 분노하여 재산을 지키기 위한 방도를 모색한다.
장편소설 『작은 용』은 하근찬 작가가 발표한 여타의 전쟁소설과 구별된다. 기존의 작품에서는 전쟁의 고통 속에서 삶을 훼손당한 민중들의 이야기를 다루었다면, 이 작품에서는 농촌 사회를 오랫동안 지탱해오던 신분과 계급이 뒤섞이는 모습을 통해 마을 공동체의 분열과 이념적 갈등을 표면으로 드러내고자 하였다.
첫 문장
해가 지고 불그죽죽하게 물들었던 서녘 하늘이 서서히 잿빛으로 사위어 가고 있었다.
연관 키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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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p.82
그 소문은 곧 마을에 퍼져 재미있는 화제가 되었다. 닭고기를 빼앗기지 않으려고 칠성이가 냇물에 뛰어들었다는 것도 놀랄 일이지만, 건져내 보니 그대로 그 닭다리를 손에 틀어쥐고 있더라는 말에 마을 사람들은 혀를 내두르기도 했다. 아직 코흘리개를 면치 못한 어린 것이, 더구나 모자라는 구석이 훤히 보이는 녀석이 먹을 것에만은 정말 지독하구나 하고 말이다. 그리고 서슴없이 차가운 냇물에 뛰어들어 칠성이를 구해낸 문기에 대한 칭찬이 자자했다.
p.137-138
“어르신네, 안 그렇심더. 결혼은 인생의 중대사 아닙니꾜. 맞지예?”
“그래, 맞다. 인생의 중대사지. 허허허…….”
황 참봉은 그만 웃음이 나오고 말았다. 제법 ‘인생의 중대사’란 말까지 하다니 어쩐지 우스웠던 것이다. 그리고 거절이 아니라, 아직 미정인 셈이어서 심사가 꽤나 누그러지는 듯했다.
“인생의 중대사니까 천천히 잘 생각해 봐야지예. 안 그렇습니꾜? 어르신네.”
오늘 밤 칠성이는 제법 능청스럽기까지 했다. 제 딴은 있는 재주를 다하는 모양이었다.
p.246-247
“지금은 와 다르노? 전쟁이 곧 난리가 아니고 뭐고?”
“지금은 옛날 난리 때처럼 산중으로 피신을 했다가 난리가 지나가면 집으로 돌아오면 되는 그런 간단한 문제가 아니란 말입니더.”
“그럼 뭐꼬?”
“산으로 피한다 캐서 적군의 점령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기 아니거든요. 산중이지만 결국 그들의 수중에 들어가는 기란 말입니더. 공산당의 점령하에 들어가지 안 해야 된다 그 말입니더.”
“…….”
“그러자면 될 수 있는 대로 남쪽으로 멀리 피란을 가야 안 되겠습니꾜. 안 그래예?”
p.374
“아 글쎄, 내 말을 들어 보라카이. 토지개혁을 하는데 말이다, 그기 이번 한 번으로 끝나는 기 아닌 기라. 이번이 1찬 기라. 2차 3차가 머지않아 또 있다 그 말이다. 그래서 결국 나중에 가서는 내 논 니 논이라는 기 없어져 삐리고 마는 기라. 내 논 니 논이 따로 있는 기 앙이라, 모두가 같이 농사를 지어 가지고 똑같이 나눠 묵는 기라. 그기 바로 공산주읜 기라. 알겠나?”
“…….”
“그러니까 말이다, 설사 이번에 니 논 일곱 마지기가 그대로 니 앞으로 남아 있게 된다 치더라도 나중에는 결국 없어져 삐리고 마는 기라. 누구 끼 되고 안 되고가 문제가 아니다 그 말이다.”
작가 소개
하근찬(河瑾燦, 1931~2007)
1931년 경북 영천에서 태어나 전주사범학교와 동아대학교 토목과를 중퇴했다. 1957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수난이대」가 당선되었다. 6.25를 전후로 전북 장수와 경북 영천에서 4년간의 교사생활, 1959년부터 서울에서 10여 년간의 잡지사 기자생활 후 전업 작가로 돌아섰다. 단편집으로 『수난이대』 『흰 종이수염』 『일본도』 『서울 개구리』 『화가 남궁 씨의 수염』과 중편집 『여제자』, 장편소설 『야호』 『달섬 이야기』 『월례소전』 『제복의 상처』 『사랑은 풍선처럼』 『산에 들에』 『작은 용』 『징깽맨이』 『검은 자화상』 『제국의 칼』 등이 있다. 한국문학상, 조연현문학상, 요산문학상, 유주현문학상을 수상했으며 1998년 보관문화훈장을 받았다. 2007년 11월 25일 타계, 충청북도 음성군 진달래공원에 안장되었다.
차례
발간사
제1장
제2장
제3장
에필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