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 사회

우리 옆의 약자

이수현 지음
쪽수
304쪽
판형
152*225
ISBN
89-956531-4-0
가격
15,000원
발행일
2006년 3월 31일
분류
사회문제

책 소개

이 책은 2005년 9월부터 <매일노동뉴스>에 매주 연재한 ‘우리 옆의 약자’ 기획기사를 보완해 다시 펴낸 것이다.


이주노동자, 장애인, 미혼모, 희귀, 난치병 환자, 병역거부자, 청소년, 노숙인, 쪽방사람들, 신용불량자, 비정규직 노동자, 영세 어민들, 성소수자, 독거노인, 탈북 새터민까지 이 땅에서 차별받고 힘들게 살아가고 있는 소수자들. 저자 이수현은 우리 옆에 살고 있으며 우리가 결코 외면할 수 없는 우리 사회의 소수자들을 찾아 현장취재를 하고, 르뽀 형식으로 글을 담아냈다. 우리 사회 약자와 소수자들을 직접 만나 그들의 일상의 고통을 생생하게 기록하고 또한 매 꼭지마다 전문가 기고를 통해 문제해결을 위한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추천사를 쓴 박노자는 ‘우리 모두 소수자다!’라고 하였다. 지배계급이 사회적 자원을 독점하는 사회에서 피지배 계급의 대다수가 이런저런 측면에서 ‘소수자’의 신세라는 것이다. 비정규직 노동자만 850만 명인 사회에서 우리는 언제 소수자의 처지로 떨어질지 모르는데 우리 사회의 의식은 아직도 그들을 차별어린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의식이 존재를 배반하고 있는 것이다.


저자는 일하면서 더욱 가난해지는 신빈곤의 문제가 심각해지고, 빈익빈 부익부가 더 심화되어가고 있는 사회에서 사회적 약자, 소수자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고 있다. 우리 시대 약자와 소수자 문제에 천착하는 것은 진보의 과제이고, 소수자 문제를 외면하고서는 진보를 말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나 혼자 잘 사는 사회가 아닌, 더불어 함께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도 소수자와의 연대는 꼭 필요하다는 것을 이 책은 보여준다.


최근에 소수자에 대한 사회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어서 다행이다. <우리 시대의 소수자 운동/이학사/2005.4>, <편견을 넘어 평등으로/창비/2006.2>, <부서진 미래/삶이 보이는 창/2006/2>, <길에서 만난 세상/우리교육/2006.3> 등이 최근에 출간된 책들이다. 위 책들은 소수자 운동에 대한 당사자(활동가)의 체험, 전문가들의 소수자 운동사 정리에 초점이 맞춰진 책들이라고 한다면 <부서진 미래>는 다양한 비정규직의 문제를 인터뷰 형식으로 정리한 글이다. 반면 <우리 옆의 약자>는 우리 사회 약자와 소수자들을 직접 만나 그들의 일상의 고통을 생생하게 기록한 것이다. 또한 전문가 기고를 통해 문제해결을 위한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이 차이라고 할 수 있다.

4월 초 하인즈 워드의 방한을 앞두고 이제 영웅 만들기는 그만해야할 때다. 대신 혼혈인, 이주노동자, 기지촌 여성 등 이 땅에서 살고 있는 소수자들에 대해 깊은 이해가 성찰이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한다. 아울러 4월 20일은 장애인 차별 철폐의 날인데 장애인들은 아직도 장차법 제정과 교육권, 이동권을 끊임없이 주장하고 있지만 반향 없는 메아리이기 일쑤다. 이 책을 통하여 우리 옆의 약자에 대한 조금의 관심이라도 기울일 수 있기를 희망한다.



추천사

박노자 '우리 모두 소수자다' 


홍세화 선생이 자주 사용하는 말 중에서 한 가지 명언 격의 말이 있다. ‘존재를 배반한 의식’이 바로 그것이다. 우리가 실제로 처해 있는 처지와, 언론 등에 의해서 우리에게 주입되어 결국 당연한 것으로 자리 잡게 되는 의식은 거의 대조적인 위치에 있는 경우가 많다. 소수자 문제는 그 중의 하나다. 우리가 부르주아 언론에서 소수자에 대한 이야기를 접할 때에 이 이야기가 우리와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는 식으로 생각하기가 쉽다. ‘이야기’의 구조 자체가 이미 그렇게 잡혀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도, 그 이야기의 골자는 어디까지는 ‘불법 체류라는 약점 때문에 고통을 받고 있는 저 약자 이방인들을 불쌍히 여겨주자’는 정도 이상으로 잘 나아가지 않는다. 외국인 노동자들을 ‘잠재적인 범죄자’로 여기려는 의식이 외국의 보수 매체에 비해 그나마 약해서 다행인지 모르지만, 악덕 기업주들에게 월급을 체불당하고 착취를 당하는 ‘저들’의 이야기를, 우리가 ‘멀리 있는 저들을 불쌍히 여겨주는’ 마음으로 본다는 것은 우리의 존재와 참 사이 먼 의식이다.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착취는 극단적인 경우지만 사실 외국인의 노동은 신자유주의 체제의 특징인 ‘불안 노동’의 한 종류일 뿐이고 ‘노동 불안화’의 희생자가 누구나 될 수 있다는 것은 지금 여기에서의 우리 존재의 기본적 조건이다. 임금 체불이나 손찌검을 덜 당하고, 월급을 약간 더 받고, 출입국관리사무소로부터 박해 받을 일은 없는 것이 차이라면 차이지만, 사실 대형 마트나 텔레마케팅 회사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한국 여성의 처지는 근본적으로 그 외국인 노동자들과 본질적인 차이가 없다. 생산수단으로부터 소외되는 것은 원래부터 근대적 무산계급의 특징이지만 신자유주의 시대의 불안 노동은 ? 외국인 노동자의 노동이든 국내인 비정규직의 노동이든 ? 이 소외를 가장 극단적인 형태로 몰고 가고 노동자를 직장 관계에서 원자화된 ‘일회용 용품’으로 만든다.


언제 비정규직으로 몰릴지 모를 우리들이 외국인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읽을 때에 사실 ‘저들이 얼마나 불쌍한가’에 대해 ‘우월한 자의 눈물’을 흘리는 것보다는, ‘우리가 저들과 어떻게 연대해서 자본의 지배에 맞설 수 있는가’에 대해 고민하는 것이 우리의 존재에 훨씬 더 부합되는 의식이다. 소수자라는 말이 요즘 인기가 많지만, 실제 지배계급이 사회적 자원을 독점하는 사회에서 피지배 계급의 대다수가 이런저런 측면에서 ‘소수자’의 신세다. 그런데 이와 같은 의식의 형성은, 지배자들과 그들의 수하에 있는 매체들이 결코 바라는 것이 아니다. 저들이 소망하는 것은 결국 국적, 성별, 장애의 유무 여부, 고용 형태 등으로 생기는 ‘차이’를 본질적인 것으로 만들어 그 차이로 인해 생기는 ‘거리’를 영구화, 절대화시키는 것이다.


무산계급, 즉 이 세계의 짓밟힌 모든 자들의 연대의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소수자 담론’은 가능한가? 이수현의 이 번의 저서는 분명히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가 그리는 소수자들이 우리와 멀고 다른, 연민의 대상이 돼도 연대의 대상이 될 수 없는 존재들이 아니고, 우리 옆에 있고 우리와 쉽게 동일시될 수 있는 가깝고 친숙한 존재들이다. 외국인 노동자들의 이야기가 나와도 그들의 모습은 절대 ‘이방인’ 같지 않다. 안산시의 ‘국경 없는 마을’에서 고용 불안과 실업, 산업 재해에 시달리고 아이들의 교육 때문에 늘 걱정하고, 한국의 노동 운동의 문화도 많이 받아들여 ‘한국식’으로 머리띠를 매고 율동을 하면서 투쟁하는 한편 한국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에게 본국의 문화도 전수하려고 애쓰는 저들의 모습은 말 그대로 ‘우리’ 그 자체다.


저들에 대한 이수현의 서술을 읽노라면 우리 옆에서 똑같이 일하고 똑같이 고생하고 유럽이나 일본, 미국에 나간 한국 동포와 똑같은 걱정, 고민을 하는 저들을 ‘단속’한다는 당국의 처사를 무자비한 폭력 이외의 어떤 다른 것으로 보기 힘들게 된다. 한반도 바깥에서 사는 한국인들이 적어도 4~5백만 명으로 헤아려지는데, 우리가 ‘나가는’ 이민은 당연지사로 여기고 ‘들어오는’ 이민자들은 범법자 취급하여 ‘단속’한다는 것은 과연 무엇인가? 같은 노동자, 같은 인간들이 우리와 가까운 데에서 ‘단속’으로 인해 생계가 막막해져 아이들에게 어떤 미래도 보장할 수 없는 이 절박한 상황에서는, 그들과 당연히 연대해야 할 한국의 ‘주류’ 노동 운동이 무엇을 하고 있는가? 라는 것은 이수현의 책 속에서 담겨진 근본적인 물음이 아닌가 싶다. ‘만국 무산자의 단결’이 표어가 아닌 현실이 되자면 ‘지금, 여기에서’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가?


현장 보고서의 형식을 띤 이수현의 책은 ‘아픈 진실’이다. 약은 쓴 맛이 나야 효과가 있다는데, 나는 이수현의 원고를 읽을 때에 정말로 ‘쓴 약’이라고 생각되었던 부분은 부산 삼광사 100여 명의 비정규직 노동자 관련 부분이었다. 불교와 오랜 인연이 되고 불교 공부를 늘 번잡한 일상 속의 ‘내면의 즐거움’으로 삼아온 탓인지, 계급사회 속에 편입되어 부처님의 본의를 잃은 종교가 그 원래 가르침의 정반대가 되고 말았다는 이 담담한 ‘현장 이야기’를 읽을 때에 거의 눈물 날 지경이었다. “당신 죽는 거랑, 나랑 무슨 상관이 있어. 나가라.” 이것이 깡패의 막말도 아니고 가장 자비스러워야 할 부처님의 가르침을 받드는 성직자의 말이라면 우리 사회는 이미 파탄을 맞은 것이다. 마르크스가 한 때에 종교에 대해서 ‘짓밟힌 존재의 신음 소리이자 민중을 위한 마약’이라고 했지만 이미 ‘짓밟힌’ 처지에 놓여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노조 운동을 한다고 무단으로 해고시키고 “죽든지 말든지 나가라”고 하는 종교 집단이라면 더 이상 보다 나은 세상에 대한 민중의 희망을 대변할 줄 모르는, 말 그대로 ‘마약 제조 및 판매’ 업체 수준의 집단일 뿐이다.


하급 성직자(전도사, 부목)와 노동자(운전수 등)의 착취가 불교의 대형 사찰뿐만 아니라 기독교의 대형 교회의 특징이기도 한데, 해당 사찰 내지 교회의 신도들에게 한 가지 꼭 물어보고 싶다. 여러분들이, “당신이 죽는 거랑 나랑 무슨 상관이냐”고 해고 노동자에게 말하는 수준의 성직자들이 정말로 예수님이나 부처님과 어떤 관계가 있다고 보시는가? 저 성직자들을 존중해주고 헌금 내지 불전(佛錢)으로 저들의 ‘종교 자본’을 키워주는 것이 과연 예수님이나 부처님이 원하실 일일까?


이수현의 책이 그리는 대한민국은 잔혹한 것이다. ‘유전무죄 무전유죄’ 정도도 아니고 차라리 ‘유전즉신 무전즉수 (有錢卽神 無錢卽獸)’, 돈이 있으면 인간 이상의, 신과 같은 대접을 받고, 돈이 없으면 인간 이하의, 동물도 못한 대접을 받는 것은 박정희 식 ‘병영 자본주의’를 이은 김대중과 노무현의 신자유주의적 모델의 실체다. “비정규직 노동자 주제에 무슨 연애를 할 수 있느냐”는 한 비정규직의 말을 읽었을 때에 노비들까지도 연애와 결혼을 충분히 할 수 있었던 조선시대의 일상에 대한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비정규직을 ‘현대판 천민’이라 부르지만 연애할 생각을 못할 정도로 심신을 파괴시키고 자존심을 망가뜨리는 것은 전근대의 ‘천민 대접’보다 한층 가혹한 것이다.


그런데도 이 책을 읽은 뒤에 절망은 하지 않는다. 이 지옥을 인간이 살 만한 곳으로 바꾸기 위해서 수많은 사람들이 연대하고 투쟁하고 자신과 사회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가지려고 노력하는 이 이야기를 읽으면 읽을수록 대한민국에 희망이 있다는 생각이 생긴다. 1987년의 대투쟁은 결국 노동자에 대한 철저한 배제를 기반으로 했던 개발 독재 모델을 무덤으로 보내고 대자적 계급으로서의 한국 노동 계급의 탄생을 알리지 않았던가? 결국 언제인가 가까운 미래에 김대중과 노무현의 신자유주의도 노동자의 대투쟁으로 조각이 날 것을, 이 책을 읽고 믿게 되는 바이다.



차례

추천사

들어가는 말


1장. 하인스 워드와 토비 도슨, 그리고 단일민족의 신화

이주노동자와 그 아들, 딸들의 소박한 꿈

이주노동자 활동가들이 꿈꾸는 세상

양육과 입양 사이 흔들리는 미혼모들


2장. 누구라도 장애인이 될 수 있다

차별금지법 제정 외치는 장애인들

노동하는 장애인들의 인간다운 삶을 위하여

시설을 거부하는 중증장애인들


3장. 사회적 약자, 소수자들 이야기

종교·양심적 사유의 병역거부자들

이 땅에서 성소수자로 살아가기

고통 속에 살아가는 희귀, 난치병 환자들

늙고 병든 것만도 서러운 독거노인들의 삶

학습 노동에 시달리는 우리 청소년들


4장. 주거의 소외, 끝없이 쫓겨나는 삶

빈 집 점거에 나선 노숙인들의 반란

소외된 사람들의 마지막 거처, 쪽방

충남지역 부도 임대아파트를 가다


5장. 유전무죄, 무전유죄

생활고 때문에 자살하는 사람들

목사, 불교신자의 신용불량 탈출기

파산, 면책 여성들 이야기


6장. 비정규직 노동자, 어민의 삶

이 땅에서 비정규직 맞벌이 부부로 산다는 것은

울산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찾아

부산 중소영세사업장 노조탄압, 고용불안에 시름

어선 빼앗긴 부산남항 중소어민들

삼천포항 영세어민들의 시름과 좌절


7장. 탈북 새터민 이야기

새터민 수용도 못하면서 통일하자고?



저자 소개

이수현 

지은이 이수현은 1968년 인천에서 태어나 부산에서 자랐으며, 20대 후반 3년여 동안은 부산에서 자동차 정비사로 일 하기도 했다. 1997년부터 서울에서 취재기자로 일하고 있는 지은이는 <서울전자신문> 등 정보통신 매체를 거쳐 민주노동당 기관지 주간 <진보정치>에서 취재기자로 일했다.

2004년 4월 총선 이후에는 <매일노동뉴스 www.labortoday.co.kr>에서 취재기자로 일했으며, 현재는 객원기자로 있다. 지역의 풀뿌리 민주주의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필자는 <은평시민신문> 시민기자로 활약하며 노동과 진보와 관련한 다양한 기사를 싣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