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 사회

공공예술의 철학, 임계의 미학

김동규 지음
쪽수
560쪽
판형
148*225
ISBN
979-11-6861-419-2 (93600)
가격
38,000원
발행일
2025년 2월 26일
분류
미술비평/이론

책소개

공공예술을 다룬 최초의 이론서, 문화민주주의를 말하다


공공예술 작업이 즐비하지만, 한 번도 그 작업을 이론적으로 정당화한 적이 없었다. 그래서 공공예술 저서는 늘 사례를 소개하는 수준에 그쳤다. 상황이 이러니 현장에서는 공공예술 작업을 어떻게 해야 할지 방향을 잃고 헤매는 경우가 많았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공공예술 최초의 이론서가 발간되었다. 해외에서도 공공예술을 심도 깊게 다른 책은 찾아보기 힘들다는 점에서 이 책의 출간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공공예술은 예술 계 내/외부의 전복을 동시에 꾀한다. 예술은 미술관에서 벗어나 일상 공간으로 확장되면서 새로운 기준을 가져야 했다. 예술가의 권위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탈권위주의), 일반 시민도 공공예술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것(예술 주권의 회복), 나아가 사회에서 발언권을 잃은 사람에게 거부의 감각을 부여해야 한다는 것(사회적 배제와 차별 철폐)이 그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공공예술을 일상의 감각을 벼리는 모두의 기술(art)이라고 한다.

저자는 공공성 이론의 권위자인 하버마스의 공론장 개념으로는 공공예술의 저항적이고 전복적 측면을 결코 설명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저자는 공공예술의 공공성을 설명하기 위해 ‘임계적 공공성’이란 개념을 사용한다. ‘임계적 공공성’이란 기존 공공성의 장에 임계의 긴장을 부여하는 가능성의 저력이다. 이는 기존 공공성이 가진 배제의 힘을 전복하는 일이다. 저자는 ‘예술(art)’을 ‘기술(art)’로 되돌리는 전복, 특권적 감각을 일상의 감각으로 되돌리는 전복으로 문화민주주의를 실현하자고 주장한다.


공공예술의 역사와 이론적 흐름을 통해 임계적 공공성을 주장하다


1부에서는 공공예술의 역사와 이론적 흐름을 정리한다. 근대 이전의 공공미술, 미술관을 중심으로 한 예술의 공공성, 그리고 미술관을 벗어난 공공예술의 변화를 다룬다. 리처드 세라의 <기울어진 호> 등 주요 사례를 통해 공공예술이 일상으로 스며드는 과정과, 거기서 생긴 다양한 갈등을 설명한다. 그 갈등에 대한 가장 최근의 대처가 바로 ‘새장르 공공예술’인데, 저자는 새장르 공공예술의 가능성을 더욱 진전시킨다. 2부에서는 기존 공공성 이론의 한계를 지적하며, 공공성이 말로 다할 수 없는 공적 감각도 퍼 올릴 수 있어야 한다고 언급한다. 공공성은 극도로 취약한 집단인 서발터니티가 스스로 공적 공간에서 자기 감각을 펼칠 수 있도록 환대하는 과정을 포함해야 한다. 저자는 이를 ‘임계적 공공성’이라 한다.

공공예술은 단순히 공공 공간을 활용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공적 감각과 사회적 관계를 변화시키며 모두를 위한 자리를 만들어가는 일상의 기술이 공공예술이다. 이러한 기술이 기존 예술의 권위적 특성을 해체하여, 예술을 모두의 것으로 만들며, 모두의 감각으로 문화민주주의를 실현한다. 공공예술의 이러한 저력은 예술의 변화만이 아니라, 도시의 변화, 나아가 민주적 소통과 배제 없는 사회적 관계 회복을 위해 중요한 매체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공공예술은 일상의 감각을 여는 환대의 기술이자, 모두의 기술이다.


3부에서는 실제 사례를 통해 사회적 약자에 대한 고려 없이는 공공예술이 성립되지 않음을 밝힌다. 동양 최대이자, 부산 최대의 그라피티존이 사라진 사례 등을 통해 관료주의적 개입이 공공예술의 가능성을 훼손하는 방식도 비판한다. 4부에서는 공공예술이 시각예술을 넘어서는 방식에 주목한다. 공공예술이 다양한 매체와 결합하여 더욱 효과적인 사회적 소통 도구로 작용할 수 있음을 설명하고 온·오프라인을 결합한 공공예술 프로젝트, 다중 매체를 활용한 공공예술 사례를 소개한다. 공공예술 이론에서는 ‘매체’ 이론이 부재하기에 이 작업은 공공예술 철학에 매우 중요한 기준을 제공한다.

부록에서는 공공예술을 비평할 때 쉽게 활용할 수 있는 도구를 제시하며, 실제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비평적 관점도 제공한다. 공공예술 비평 문화의 활성화 역시 공공예술의 영역 안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다. 또한 저자의 최근 논문을 수록하여, 독자들이 학술적 논의까지도 접근할 수 있도록 했다. 

저자는 공공예술에서 나는 잡음도 공공예술의 일부로 보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대부분 이 잡음을 공공예술의 실패로 다루지만, 정작 이 잡음 역시 공공성을 띠며, 이전에 말문이 막혔던 사람들을 환대할 수 있는 계기로 작동한다. 공공예술에서 등장하는 ‘잡음’은 공공예술 작업을 새롭게 이어 나갈 지속 가능성의 매개가 될 수 있다. 저자는 부산 영도의 벽화 사건, 그리고 매축지 마을 벽화 문제, 초량의 <살림숲> 철거 사태를 다루면서 공공예술과 생활의 기술 사이의 매개점이 바로 이 공적 ‘잡음’에 있다고 역설한다.

저자가 제시하는 공공예술 비평의 핵심은 단순히 눈요깃거리를 평가하는 것이 아니다. 공공예술 비평의 핵심은 배제 없이 모든 사람들이 참여하였는지,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논쟁과 감각을 만들어 냈는지,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공적 감각을 형성했는지를 평가하는 일이다. 이를 통해 일상인들이 수동적인 관람객이 되거나 자신의 자리를 스스로 결정하는 적극적인 참여자나 작가가 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공공예술은 모두가 예술가가 될 수 있도록 일상의 감각을 여는 환대의 기술(art)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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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p51-52 공공예술 작업과 관련하여 정말 수많은 질문이 제기된다. 공공예술이라는 것은 왜 이리도 소란스러운 것인가? 그저 미술관에 작품을 설치하면 됐지, 예술가들은 왜 굳이 이 잡음과 욕을 들어가면서까지 미술관 바깥으로 나오려 하는 걸까? 도대체 공공예술은 사람들이 생활하는 곳에서 무엇을 하고 싶은 것일까


p145 최근 인문학은 아직 아닌 존재, 즉 뭘 말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기존(existing)의 것을 부정함으로써 아직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것을 예비하는 저력이 도래하는 상황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이것들을 일단 잠재성 또는 희망들이 가지는 부정의 저력이라 하자. 도래하는 다양성, 아직 아님의 저력으로 남성중심주의라는 허구적 중심과 획일성을 터뜨려버릴 수도 있다. 이런 폭격은 여성을 포함한 비남성만이 아닌, 남성들에게도 해방을 선언하는 일이기도하다. 미술계에 이 비체들이 귀환하기 시작했다.


p369 공공예술 사업이 마무리된 이후에도 예술을 매개로 생긴 공공성을 활성화할 수 있는 사후 복안을 제도적으로 보장해두어야 한다. 단순히 설치된 작품을 추후 수리하는 AS 수준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작업이 진행되고 난 이후, 공공성에 활력을 주고 지속성을 기하는 지원이 있어야 한다. 예컨대 철거의 이슈가 생기면, 이 이슈를 작품을 철거하는 수준을 넘어, 작품과 장소와 사람 등을 둘러싼 새로운 공적 가능성을 잉태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철거를 주제로 생긴 공공성도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부정적 반응이라고 이를 제거만 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부정적인 것을 생산적 공공성으로 변환시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


p388 새장르 공공예술이란, 공적 가치 창출을 위해 참여하는 모든 사람들이 문화민주주의적 감각을 실현하기 위해 전통적 또는 비전통적 매체를 통해 발휘하는 생활의 기술(art)이다.


p443-444 이처럼 공공예술의 요청과 저항에서 매체의 문제는 매체의 선택권이 없는 취약한 존재들이 내는 임계의 긴장과 관련되므로, 기존 매체이론에 입각한 비평과는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 매체 선택권이 있는 작업의 상황과 매체 선택권이 없는 작업의 상황에 대한 비평은 달라야 한다. 그래서 취약한 존재들의 발화를 담아내지 못하는 기존 매체의 한계에 대한 비판(비평), 그리고 그와 결부된 사회 구조에 대한 비판(비평)이 동반되어야 한다. 동시에 이러한 매체의 한계를 뚫고 등장한 음성의 공적 가치와 이 발화를 위해 동원된 새로운 매체의 형식 및 사용방식을 새로운 ‘관점’으로 환대해야 한다.


저자 소개                                                          

김동규


사회철학을 전공하여 박사학위를 받고, 문화예술의 공공성으로 다수의 논문을 냈다. 동서대 중국연구센터 학술연구교수로, 민주시민교육원 나락한알에서는 원장이자 연구활동가로 일하고 있다. 학교와 시민사회의 경계에 서식하고 있어 스스로 양서류 철학자라 부른다. 물과 뭍의 경계에서 서식하는 양서류의 연약함, 물과 땅을 맑고 든든하게 만드는 습지의 연약한 힘을 믿는 사람이다.

저서: 『걷다가 근대를 생각하다』

논문: 「공공예술과 임계적 공공성」, 「임계의 의미론」 등


목차                                                             

차례


책을 출판하며


서론 새장르 공공예술이라는 파격

# 사례 이야기1: 공공예술과 잡음


1부 공공예술의 역사

1. 공공예술의 전사(前史): 미술관 입출의 기억 

 1) 근대 이전의 공공예술 

 2) 예술의 자율성과 공공성 

 3) 미술관 파괴 운동 

2. 공공예술과 공간: 공간 특화 미술의 역사 

 1) 서막: 공간 특화 미술 이전

 2) 장소와 예술, 그 불안한 만남 

 3) 미술사와 장소성 

 4) 공간 특화 미술의 등장

3. 공간 특화 미술과 공공예술의 공통사

 1) 공간 특화 미술 이전

 2) 공공 공간 속의 미술

 3) 도시 계획 속의 미술

 4) 과도기: 세라와 에이헌

 5) 새장르 공공예술 

4. 공간과 장소에서 소통으로

 1) 공간과 장소

 2) 부메랑이 된 화살: 권미원의 레이시 비판

 3) 공공성: 장소 정체성에 우선하여

  # 사례 이야기2: 여성, 인종, 소통의 공공성

  # 사례 이야기3: 가려진 벽화 사건, 벽화 지우기 그리고 철거라는 공적 사건에 대한 단상


2부 공공성의 철학: 대칭적 공공성과 비대칭적 공공성

들어가기: 사적인 것과 공적인 것

 1) 사적인 여담: 목숨을 걸라굽쇼?

 2) 사적 이슈에서 공적 이슈로

1. 공감적 연대의 공공성: 아렌트와 하버마스의 연대

2. 생활세계의 수성이냐, 탈환이냐: 함부르크 공공예술을 생각하며 

3. 차이에 민감한 연대?

  # 사례 이야기4: 취약한 파편들

4. 비대칭적인 것의 출현


3부 새장르 공공예술과 문화민주주의

들어가며

1. 사적 영역과 공공성

2. 하버마스와 레이시, 잘못된 만남

3. 문화민주화와 문화민주주의

4. 관계적 주체인가? 상호주체인가?

5. 말로 다 할 수 없는 것들, 공공성의 잠재력

6. 이야기 하나

 1) 지극히 사적인 것에 관하여

 2) 공공성의 시작, 타인에게 열리는 것

 3) 고통 이후의 언어: 언어의 사후성

  # 사례 이야기5: 관공예술(offcial art)이냐 공공예술(public art)이냐?

  # 사례 이야기6: 부산의 그라피티존 이야기


4부 새장르 공공예술과 미디어 공공성

1. 매체 또는 미디어 이야기를 하기 전에

2. 새장르 공공예술에만 그칠 것인가?

3. 공공예술과 매체의 문제

4. 공공예술과 상호행위의 유형

 1) 면대면 상호행위

 2) 매개된 상호행위

 3) 매개된 유사-상호행위

  # 사례 이야기7: 수잔 레이시의 〈풀 서클(Full Circle)〉 

5. 공공예술을 위한 매체론(1)

6. 공공예술과 매체론(2)

7. 우발성, 매체 그리고 임계적 공공성

8. 요청과 저항으로서 작품 철거

9. 공공예술과 매체론(3) 

10. 매체예술(media art)과 공공예술의 관계에 관하여

   # 사례 이야기8: 《Art4 크레인》 전시

11. 보론: 공공예술 사업과 홍보 매체

12. 결론 


부록1: 공공예술 비평연습 

부록2: 임계적 공공성과 공공예술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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